〈 35화 〉 필라테스 학원 2
* * *
내가 색약인 것을 밝힌 이유는 이러한 것을 잘 모르는 이아름과 김가영에게 일종의 동정심과 보호해주고 싶은 그런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약점을 오픈함으로써 무언가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네 그래서 제가 앞으로 김가영씨가 피피티만드실때 만든 의도나 색감같은거 잘 이해 못하고 질문할 수도 있는데 그때 이해 부탁드려요. 제가 색약인거 말씀드리는 이유는 김가영씨가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학창시절에도 제가 색깔 다르게 보는 것 때문에 저를 모르는 미술 선생님한테 오해 많이 받았거든요”
그러자 김가영의 눈빛이 많은 안타까움으로 바뀌며 나에게 확고한 의지를 담은 말투로 이야기했다.
“아아! 그럼요! 그게 유명한씨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게 아니라 색각 이상을 가지고 계셔서 그런거라고 하면 당연히 이해해드려야죠. 이해가 안가시는 부분은 제가 설명을 잘 해드릴게요!”
아무래도 자신이 제일 자신있어하는 분야에 약점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보호 본능이 들었는지 김가영이 두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말했다.
김가영을 추켜세워준 후 내가 가진 약점을 드러내자 김가영의 가드가 많이 허물어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김가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자 이아름을 중간에 낀 채로 김가영과 내가 대화를 하는 형태가 되었다.
이아름은 이러한 상황이 많이 낯선 듯 중간에서 나와 김가영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지하철 역에 도착하였다.
“아 지하철 역에 도착했네요. 안 내려 가세요?”
“아 저희는 여기서 사람 만나기로 해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해요.”
이아름이 내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나는 재빨리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미련이 하나도 없다라는 듯이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그럼 저 먼저 내려가볼게요.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요 아름씨. 가영씨도 다음에 또 이야기해요. 피피티 잘 부탁드릴게요.”
“네 열심히 만들게요.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김가영은 확실히 내가 오면서 칭찬을 해서 그런지 한결 호의적인 태도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인사를 하였다.
김가영에게도 이아름과 둘이 있는데 자신에게만 말을 중점적으로 건 남자는 내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김가영과 이아름과 헤어진 후 생각을 정리하면서 지하철 역을 내려왔다.
‘휴우 일단 이대로 잘 끝난 것 같은데 맞는 선택지를 고른거겠지? 맞길 바라자.’
그렇게 나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 핑크색 레깅스로 챙겨서 필라테스 학원으로 향했다.
[필라테스 학원 2]
“안녕하세요 프리피엄 필라테스 학원입니다. 아 회원님 반갑습니다. 필라테스 수업 들으러 오셨나보네요.”
지난번에 나를 안내해준 카운터 알바녀가 나를 맞이했다.
부들 부들
‘분명히 지난 번에 필라테스 수업 듣는 남자들도 많다고 그랬는데 나를 속이다니.’
“안녕하세요. 덕분에 필라테스 수업 잘 들었어요. 그런데 필라테스 수업에 남자는 저.혼.자.네.요?”
내가 살짝 이를 악물면서 말하자 카운터 알바녀가 살짝 당황했다.
흠칫
그러나 카운터 알바녀는 카운터 알바를 오래 본 내공이 있어서인지 금새 얼굴에 영업용 미소를 깔고는 내게 말했다.
“아 남자분들 원래는 많이 들으시는데 요맘때 희한하게 등록을 안 하셨네요. 뭐 여성 회원분들이 더 많으신 상태에서 수업 들으시는게 남자인 회원님한테는 더 좋은 게 아닌가요? 호호호호호호.”
넉살좋게 말하는 카운터 알바녀.
‘음 맞는 말이긴 하군.’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나는 그대로 카운터 알바녀에게 인사를 한 후 필라테스 룸으로 입장했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니 나 말고 다른 여자 수강생들 5명이 살짝 나를 의식하는게 느껴졌다.
지난 번에 내가 물을 마실 때 나에게 말을 걸었던 김인지도 나를 발견하더니 반갑게 다가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핑크색 레깅스를 입고 오셨네요?”
김인지를 바라보니 김인지는 지난번에는 검은색 레깅스였는데 오늘은 하늘색 레깅스를 입고 왔다.
‘어우야 김인지도 확실히 필라테스 운동을 해서인지 몸매가 탄탄하네 그냥. 그러고보니 김인지 상태도 궁금하네. 얘도 따먹어보면 좋을 것 같긴 한데 김인지의 상태도 확인해볼까?’
나는 스카우터를 꺼내 김인지의 상태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스카우터 사용.’
[사용자가 스카우터 대상자와의 공유된 경험이 너무 적어 대상자의 정보를 읽어올 수 없습니다. 또한 스카우터 대상자의 사용자에 대한 호감도와 친밀도가 너무 낮아 대상자의 정보를 읽어올 수 없습니다. 사용자가 스카우터 대상자와의 공유된 경험이 너무 적은 상태에서 그리고 호감도와 친밀도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대상자의 정보를 읽어오려면 레벨 2 스카우터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어우 뭐야 이건? 스카우터를 사용하는데 제약 사항이 있었네? 이때까지는 사용이 잘 되었었는데?’
나는 상태창에 뜬 메세지를 읽고나서야 제약사항이 왜 생겼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아 내가 이때까지 스카우터를 썼던 사람들은 내가 다 전생에 알던 사람들이고 같이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이구나. 그래서 정보를 무난하게 읽어올 수 있었던 건가? 괜히 레벨 1 스카우터라고 쓰여있었던게 아니였구나. 레벨 2 스카우터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겠네. 그런데 업그레이드는 어떻게 하는 거지?’
나는 상태창의 설명 탭으로 들어가 업그레이드 항목을 클릭해서 정보를 읽어보았다.
‘아아 업그레이드는 스토리가 진행이되고 내 레벨이 꽤 쌓이면 나중에 상점에서 업그레이드된 아이템으로 살 수 있는 거구나. 오케이 알았어. 이런식으로 스토리 진행이 된 다 이거지? 재밌네. 게임하는 것 처럼.’
나는 김인지의 정보를 지금 읽어 들일 수 없는게 살짝 아쉬웠지만 어차피 김인지와 시간을 보내고 더 친해져서 호감도와 친밀도가 올라가면 정보를 읽어낼 수 있기에 아쉬운 마음을 없애기로 했다.
“아 네 저는 레깅스가 핑크색 레깅스 하나 뿐이여서요. 인지씨는 레깅스가 검은색 레깅스에서 하늘색 레깅스로 바뀌었네요?”
“어머 제 레깅스 색깔도 기억하고 계신거에요?”
뜨끔
‘어..어떻게 하지? 이 상황을?’
나는 순간 지난번에 본 김인지의 레깅스를 기억하는 변태로 생각될까봐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주인니이임~!’
‘으응? 누구야?’
‘저는 주인님의 센스. 특히 주인님이 섹스를 하고 나서 증가된 섹스 센스라고 합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오오? 그래 도와줘 나 지금 식은땀 흘러 김인지씨가 오해할 수도 있잖아.’
“아 제가 핑크색 레깅스가 하나 뿐이여서 다른 레깅스 하나 더 사려고 계획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회원님들은 무슨 레깅스 입으시나 궁금해서 색깔이랑 레깅스 종류 둘러봤어서 기억하고 있어요. 김인지 회원님은 아다다스 레깅스 주로 입으시네요? 다른 회원님들은 나이카 레깅스 많이 입으시는 것 같은데 아다다스 레깅스가 더 좋게 느껴지시나요?”
섹스 센스는 재빨리 화제를 내가 김인지의 레깅스 색깔을 기억하고 있다라는 것에서부터 김인지에게 레깅스에 관한 질문으로 화제를 바꿨다.
엄청 믿음직 스러웠다.
“아 제가 나이카 레깅스랑 아다다스 레깅스를 둘 다 입어봤는데 아다다스 레깅스가 필라테스할 대는 조금 더 편한것 같아서 아다다스 레깅스를 선택했어요. 아다다스 레깅스가 신축성이 좋아서 엉덩이 부분이 내려갈때 덜 끼거든요. 그래서 아시다시피 필라테스 운동할때 여자들 티팬티입고 많이 필라테스 하잖아요.”
두둥!
;아니? 몰랐는데? 처음 듣는 사실인데? 아? 그러고보니 레깅스 입은 여자들 팬티라인이 안 보이던데 그게 티팬티입고해서 팬티 라인이 안 보이는 거였어? 하긴 노팬티로 필라테스 운동하지는 않겠구나. 어우야 티팬티를 입고해서 팬티라인이 안보이는 거였다니 어우야 그럼 지금 필라테스 안에 있는 여자들 모두 티팬티를 입고 있는 건가? 어우야 코피 팡팡인데?
아 이런말 해도 되나. 뭐 좀 부끄럽긴 한데 그래서 아다다스 레깅스가 앉을때마다 엉덩이가 더 편해서 좋기는 한데 명한씨랑은 관계가 별로 없는 이야기일수도 있겠네요.”
“아 왜요?”
“네? 남자도 티팬티 입나요? 안입지 않아요?”
“아….그..그렇죠 아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뻘쭘
대화의 주제가 티팬티로 넘어가자 살짝 뻘줌해지는 상황이 발생되었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현지 강사.
“아 그럼 나중에 또 뵐게요. 운동 잘하세요.”
“아 네 인지씨도요,”
“안녕하세요 명한 회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지 강사님.”
이현지 강사는 내게 눈웃음을 짓고는 내 앞을 스쳐 지나갔다.
내 앞을 스쳐지나가는데 풍만한 가슴과 매끈한 복근 그리고 힙업이 잔뜩된 엉덩이가 나를 미치게 했다.
‘잠깐만 그러면 스카우터로 아직 이현지 강사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없으려나? 이현지 강사에게도 스카우터 한 번 사용해봐야겠다. 스카우터 사용.’
‘스카우터 사용.’
[사용자가 스카우터 대상자와의 공유된 경험이 너무 적어 대상자의 정보를 읽어올 수 없습니다. 또한 스카우터 대상자의 사용자에 대한 호감도와 친밀도가 너무 낮아 대상자의 정보를 읽어올 수 없습니다. 사용자가 스카우터 대상자와의 공유된 경험이 너무 적은 상태에서 그리고 호감도와 친밀도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대상자의 정보를 읽어오려면 레벨 2 스카우터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아까 김인지한테 스카우터를 썼을 때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메세지가 떴다.
‘아무래도 현생에 새로 알게된 아직 덜친해진 사람으로부터는 정보를 읽어올 수 없는게 틀림없어.’
그렇게 나를 스쳐지나가는 이현지 강사의 뒤를 보는데 연두색 레깅스에 이현지 강사의 팬티 라인이 안 보였다.
‘어우야 그러면 지금 이현지 강사도 티팬티 입고 있다는 거지? 저 잔뜩 힙업된 엉덩이 사이에 팬티줄이 들어가있다니 어우야.그런데 팬티줄이 엉덩이 사이에 끼면 거기 안 간지럽나 궁금하긴 하네. 으아아아아 티팬티 보고 싶다 티팬티!’
나는 순간 마음속으로 티팬티를 외치면서 절규하는 내가 변태같았지만 한 번도 못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합리화하였다.
그렇게 이현지 강사는 내 쪽으로 잔뜩 힙업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강사의 매트가 깔려있는 상단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회원님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제 수업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그러 평소에 하던대로 몸부터 편하게 풀게요.”
“넵!”
“네.”
“넷.”
“네 알겠습니다.”
“예.”
“네.”
“자 오늘도 스트레칭부터 하겠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목부터 시작할게요 회원님들. 자 따라하세요.”
그렇게 이현지 강사가 앞에서 자신의 목을 잡고 스트레칭을 해주기 시작했다.
맨 뒤에 서서 따라하는데 나를 제외한 여섯개의 레깅스가 눈 앞에 보였다. 여자들이라서 그런지 형형색색의 다양한 레깅스가 보였다.
그리고 하나같이 전부 다 팬티라인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나빼고 여기 있는 여자들 전부 다 티팬티라니 어우야 너무 야하다. 지금 다 엉덩이 사이에 팬티가 낑겨 있다니...하아 내가 대신 티팬티가 되어 엉덩이 사이에 내 얼굴 파묻고 싶다. 흐으으으.’
나는 필라테스 룸 안에 있는 모든 여자들이 티팬티를 입고 있는 상상을 하자 나도 모르게 자지에 힘이 들어가면서 불끈 불끈 거리기 시작했다.
불끈 불끈 불끈 불끈
‘워워 존슨 진정해 참자 지금 발기하면 말그대로 좆돼.’
나는 지금 현재 핑크색 레깅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발기하면 들킬 확률이 매우 높았다.
‘주인님 야한 상상하시면서 저 보고 발기하는 거 참으라고 하면 그게 말이 됩니까?’
‘크으 니말이 맞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나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하늘을 바라보며 경건한 마음을 취한 다음 곁눈질로 이현지 강사의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했다.
‘후우우우우 이현지 강사는 필라테스 강사라 그런가. 그냥 스트레칭 하는 것만으로도 야한 몸이네 그냥. 어떻게 된게 필라테스 수업 듣는게 힘든게 아니라 야한 생각 참는게 더힘들어 이수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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