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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미소녀 게임-33화 (33/599)

〈 33화 〉 공대 수업 2

* * *

“저 조별 과제 관해서 말씀드릴 게 있는데 가영씨.”

­흠칫

내가 이아름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김가영이 흠칫 놀래더니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아까부터 갈궈서 뭔가 움츠러든 모양새와 함께 또 무슨 말을 지껄일꺼냐는 반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혹시 피피티 잘 만드세요?”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왜요?”

갑자기 피피티를 잘 만드냐고 묻는 내 말에 의아함을 보이는 김가영.

“아 가영씨 노트북보니 애플 노트북 쓰시더라구요. 그냥 애플 노트북 쓰시면 모르겠는데 노트북에 붙은 스티커들이나 그런 것들이 디자인 좋아하시지 않을까 해서요. 가영씨 옷입는 패션 센스도 좋구요. 보통 그런 분들이 제 경험상 디자인 센스가 좋은 경우가 많고 그래서 피피티 잘 만드시냐고 한 번 물어봤어요.”

거짓말이다.

나는 전생에 이아름과 김가영 조의 발표를 봤었기 때문에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아름의 눈부신 외모에도 감탄을 했었지만 상당히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고 이쁘게 아기자기하게 디자인 된 피피티 자료에 놀랬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팀원들의 역할 분담과 이름이 나올 때 피피티를 만든 이에 김가영이 있어서 이것을 기억하고 한 말이었다.

­씰룩씰룩

그러가 김가영의 입가가 씰룩씰룩 거리며 간신이 미소를 참고 싶은 표정으로 바뀌더니 내게 말했다.

“제가 피피티 잘 만든다라는 말을 많이 듣기는 한데요 다른 조별 과제 위해서 만들어 놓은게 있는데 한 번 보실래요?”

“오 그래? 한 번 봐보자.”

“그래.”

“네 보도록 하죠.”

그렇게 자신 만만하게 다른 조별 과제를 위해서 자신이 만든 피피티를 보여주는 김가영.

얼굴에 어때 이게 나의 피피티다라는 표정이 보였다.

김가영같은 경우에는 외모에 컴플렉스가 있어서인지 다른 능력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였다.

예를 들어 피피티를 잘 만든다거나 학점이 좋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우와아아아 대박 진짜 잘 만들었다.”

“무슨 디자이너가 만든 것 같네.”

광석이형과 지훈이는 둘 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김가영의 피피티를 감상했다.

확실히 김가영의 피피티는 공대에서는 보기 힘든 퀄리티의 그런 아기자기하고 이쁜 감성의 퀄리티였다. 남자 공대생들이 많이 놀랄만 했다.

“어때요 명한씨?”

김가영은 문득 둘을 보고 뿌듯한 미소를 짓다가 나를 보고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까 자신이 내가 한 말에 딴지를 건 것이 기억이 났는지 나에게서 부정적인 말이 나오면 반박을 하려는 모양새였다.

“좋은데요?”

“왜요?! 네? 어라? 좋다구요?”

“네 좋은데요. 디자인이 이쁘면서 아기자기한데 내용도 명확하게 잘 들어오고 가시성 심미성 둘 다 좋아요. 이정도면 제가 봐았던 피피티 자료 준비 중에 손 꼽히게 좋은 피피티 자료인 것 같아요. 실례가 안 된다면 김가영씨에게 피피티 디자인을 부탁드리고 싶네요. 물론 피피티 디자인을 하시는 만큼 발표 준비 분량은 그만큼 감량해 드리도록 하구요.”

“아…………”

내가 칭찬을 할 줄 전혀 몰랐다라는 듯이 김가영이 당황해하면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이아름도 의외라는 듯이 쳐다보다가 자신의 친구를 칭찬해주는 나에 대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원래 남자들의 우정도 진하듯이 여자들의 우정도 진한 법이기에 자신의 친구인 김가영에 대해서 좋게 말하자 이아름도 나에 대해서 호감을 더 느끼는 모양새였다.

이아름도 내가 틱틱대기만 하는 차가운 도시남이 아니라 틱틱 댈 땐 틱틱 대고 잘해줄 땐 잘해주는 그런 차가운 도시남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모양새였다.

보통 이쯤되면 감사하다라는 말이나 칭찬해 줘서 고맙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김가영의 입에서는 아까 나와 한 바탕 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그런 말을 하는게 어색해서인지 입술을 옴짝달싹하면 아무말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김가영을 심드렁하게 쳐다보고는 이아름과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그럼 발표 자료가 A파트 B파트 C파트가 나눠져 있고 발표가 남았는데 광석이 형이랑 저랑 지훈이랑 남자 셋이니 발표 자료 하나씩 맡고 발표자는 한 명이니 이아름씨가 맞는게 어떨까요? 그게 좋을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발표 자료 맞춰보고 토의하는 건 저희 셋이 모여서 하는게 편할 것 같고 아무래도 발표자랑 피피티 준비자랑 같이 묶이는게 서로 발표 준비하기도 편하잖아요. 연락하는 문제나 모이기 쉬운 문제나 과제 준비 문제나 여러모로 이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이아름은 살짝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보통 자신과 같은 조가 되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과 한 번 엮여 볼려고 남자들이 발버둥을 치는데 나는 쿨하게 남자들과 같은 조를 하겠다라고 하고 이아름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태도때문인 것 같았다.

내가 자연스럽게 이아름에게 발표를 토스하자 그제서야 광석이형과 지훈이도 상황이 이해가 간다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실 광석이 형의 말을 끊고서 이아름에게 먼저 발표를 하는게 어떻냐고 제안을 하지 않은 것은 바로 김가영의 질투심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김가영의 특성 상 우리가 이아름에게 발표를 제안하면 우리가 이아름의 얼굴이 이쁘게 때문에 제안했다라고 생각해서 분노하고 히스테리 부릴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 네 그래도 괜찮겠어요 광석 오빠 그리고 지훈아? 나는 뭐 내가 발표해도 상관없기는 한데..”

“아 우리야 아름이 너가 발표해주면 좋지.”

“그래 우리도 아름이 너가 발표하면 좋을 것 같아. 아무래도 너랑 가영이랑 발표 준비 같이 하는게 낫지 않을까”

“그래 그럼 제가 발표 준비할게요. 아 그리고 명한씨 저희 동갑인데 서로 말 놓는게 편하지 않을까요?”

“아뇨 저는 친한 사람아니면 존댓말하는게 더 편해서 존댓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네 편하신대로 하세요.”

이아름은 내가 거리를 두고 존댓말을 하는게 더 편하다라는 이야기를 듣자 충격을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이 남자 뭐지? 이런 남자는 처음이야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사실 공대 여신 이아름을 이렇게 대하는 남자는 내가 처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가영도 정말 의외라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럼 발표 자료 어떻게 나눌지도 대충 다 정리가 된 것 같고 광석이형 지훈아 우리 어떻게 발표자료 나눌까요? A파트 B파트 C파트 있는데 두 분 먼저 고르세요. 저는 남은 거 할게요.”

“으응?”

“아?”

내가 자신들이 고르고 마지막에 남은 걸 고르겠다라는 말에 둘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먼저 좋은 파트를 선점하는게 가장 좋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경우 가위바위보를 해서 가장 좋은 파트를 가져가려고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는 좋은 파트를 가져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경우 자진해서 뒤로 빠지고 둘에게 더 좋은 파트의 선택권을 준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한 이유는 둘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사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서 A파트나 B파트나 C파트나 준비 난이도에서 별 차이가 없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러한 모습을 이아름과 김가영 앞에서 보여주면서 내가 자신들이 아닌 남자들에겐 한없이 친절하고 따뜻한 남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자신들에게도 그러한 따뜻하고 친절한 모습을 느껴보게 만들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아냐 명한아 공평하게 가위바위보 하자.”

“그래 공평하게 가위바위보 하자.”

“아니에요 형이랑 지훈이 먼저 고르세요.”

“아냐 가위바위보해.”

“그래 가위바위보하자.”

광석이형과 지훈이도 날름 좋아보이는 파트를 먹을 수 있는데도 내가 양보를 하자 자신들도 양보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순진한 공대남들 같으니라고. 날로 먹으려고 할 수 있는데 가위바위보 하자라고 하네.’

나는 광석이형과 지훈이의 태도에 살짝 감동을 먹었다.

“그래요 그럼. 광석이형 뭐 낼거에요? 지훈이 넌?”

“하하하하하 그걸 말해주는게 어딨어. 비밀이다.”

“크크크크크크 그러게 그걸 왜 말해.”

둘은 뭐 낼 거냐고 묻는 내 말에 너털 웃음을 지었다.

어느덧 이아름과 김가영도 흥미진진하게 우리의 대화를 드고 있었다.

“저는 주먹 낼 겁니다. 역시 남자는 주먹이죠.”

“진짜? 너 주먹 낼거야? 우리가 보자기 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게 우리 보자기 낸다?”

“네 그렇게 하세요.”

“페이크인가? 너 가위 내려고 그러지?”

“그러게 크크크 우리가 너 바위 낸다라고 하면 속을 것 같냐?”

광석이형과 지훈이는 어느덧 별것도 아닌 것에 즐거워 하는 공대남들 답게 이것을 하나의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그럼 다른거 내시던가요. 저는 바위로 갑니다.”

“크크크크크 그 말을 믿을 수 없지. 난 내가 내고 싶은 거 낼게.”

“명한이 지금 우리에게 심리전 거는거에요 형. 저도 낚이지 않습니다.”

“자 그럼 해볼까요 자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주먹

­보자기

­보자기

“헐 명한이 상남자네 진짜 주먹을 냈네?”

“오올 명한이 자신이 한 말은 지키는 남자라 이건가?”

“하하하하 남자라면 자신이 한 말을 지켜야죠. 자 이제 광석이형과 지훈이 가위 바위 보해서 원하는 파트 고르세요.”

“일부러 져 준 거라 이건가. 마음에 드네 유명한 형이 술 사줄게. 우리 조만간 술 한 잔 하자.”

“그러게요 명한이랑 저희 술 한 잔 해요. 제가 그럼 저녁 살게요.”

“맥주 소주 콜? 저녁 고기 콜? 2차는 제가 쏘겠습니다 그럼”

“맥주 소주 콜! 저녁 고기 콜!”

“맥주 소주 콜! 저녁 고기 콜!”

우리는 순식간에 신나서 술 약속 저녁 약속 2차 약속까지 잡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남자들의 끈끈한 단합에 이아름과 김가영은 말을 잊고 멍하니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광석이형과 지훈이 가위바위보를 다시 한 번 해서 광석이형이 가위바위보를 이겼다.

광석이형은 A파트 B파트 C파트를 한 번 쓰윽 훑어보더니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A파트 맡도록 할게.”

‘호오 A파트 맡는다고 할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B파트나 C파트 맡는 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사실 A파트가 B파트와 C파트에 비해서 살짝 분량이 더 많은 파트이긴 한데 광석이 형이 그걸 맡는다라고 하는 걸 보니 광석이형의 인성을 볼 수 있었다.

그러자 그 다음으로 지훈이가 B파트와 C파트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럼 내가 B파트 할게 명한이 C파트 괜찮아?”

‘호오..지훈이도 참 대박이네 얘가.’;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B파트가 C파트보다 분량이 많아 보인다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훈이가 B파트를 선택한게 나를 더 배려해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그럼 제가 C파트 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별 과제에 대한 조금 더 세부적인 사항들을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광석이형과 지훈이 그리고 이아름과 김가영 중간에 있었지만 일부러 광석이형과 지훈이 쪽으로 몸을 살짝 더 돌리고 이아름을 살짝 더 등진 채 이야기를 하였다.

이아름은 보통 이상황이면 자신을 보면서 이야기를 할텐데 내가 광석이형과 지훈이 쪽으로 몸을 돌려서 이야기를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짝 답답해 하는게 보였다.

“이 정도면 어느정도 어떻게 발표해야할지 정리된 것 같지?”

광석이 형이 말했다.

“네 그런 것 같아요. 오늘 발표준비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또 모여서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아요.”

“네 이정도로 오늘 성과는 충분히 거둔 것 같아요.”

“어머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보통 이런거 준비하는데 시간 오래걸리는데.”

“그러게요.”

“명한이가 교통정리를 잘해줘서 그래. 명한이 너 조별 과제 많이 해봤니? 엄청 신속하게 역할분담도 하고 뭐해야 할지 딱딱 제시하고 되게 능수능란한것 같은데.”

‘전생에 신물나게 했죠. 형도 30살까지 살아봐요. 회사생활에서 하는 팀프로젝트까지 합하면 30살까지 하면 못 해도 수십 수백번은 할겁니다.’

“아뇨 저도 처음인데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 한거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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