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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미소녀 게임-23화 (23/599)

〈 23화 〉 고민상담

* * *

‘후아아아 진짜 대박 어떻게 나은이 너네 부모님이랑 우리 부모님이랑 같냐? 우리 부모님이 했던 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말하네. 우리 어머니도 뉴스랑 신문에서 나오는 기사보고서 막 장래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를 해라 이러면서 반대하시는데 어찌나 답답하던지. 우리 아직 대학교 1학년이고 꿈과 낭만의 캠퍼스 생활을 즐겨도 되는 나이잖아. 물론 대학교 스펙이나 취업이 중요하지만 그런 것은 대학교 3,4학년 때 준비 열심히 하면 되는 거고 고등학교 내내 수능 공부하느라고 대학 들어오려고 마음 졸이면서 공부했는데 그러한 것에 대한 보상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거잖아. 우리가 무슨 불건전한 동아리나 나쁜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내 말이 그말이라니까! 부모님 마음은 알겠는데 우리는 20살 꽃다운 청춘이잖아. 이때아니면 우리 인생을 언제 즐겨보겠냐고. 그리고 우리가 불건전하거나 나쁜 동아리 든 것도 아니고 연극영화 동아리면 얼마나 건전하고 재미있는 취미 생활이야. 아아 진짜 부모님 너무해.”

‘이 타이밍이다!’

“하아 진짜 부모님들 때문에 답답해 죽겠어. 아아 우울해. 이렇게 우울할땐 술이 딱인데...아아 술이나 마시러 가야겠다.”

“술?”

내가 술 이야기를 꺼내자 이나은의 두 눈이 희번뜩하게 빛나는게 보였다.

“으응 기분 우울할때는 술이 최고지. 나 기분 우울할때는 술 마시면서 기분 우울한거 푸는 습관이 있어서 왜?”

이나은이 잠시 망설이다가 나에게 다시 물어봤다.

“혼자서 술 마시게?”

‘오호호호 걸려드는 건가?’

“으응? 지금 딱히 친구들 만날 사람도 없고 해서 같이 마실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혼자라도 술 마셔야지. 이렇게 기분이 꿀꿀할때는 그냥 넘기면 나중에 더 스트레스 받아서 병 생기는 법이거든. 그래서 이렇게 우울하고 기분 안좋을떄는 술마셔서 풀어주는게 최고야.”

그러자 이나은이 잠시 고민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오늘 부모님 때문에 속상한데 우리 같이 술 마시러갈까?”

‘야스! 됐다! 크하하하하하 내가 이나은과 단 둘이서 술마시게 될 줄이야. 게다가 내가 술마시러 가지고 하는게 아니라 이나은이 먼저 나에게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하다니.스캐너 아이템 너무 고맙다! 너 아니였으면 차마 이나은에게 술 마시러가자고 유도하지 못 할 뻔 했어!’

나는 내가 이나은에게 술마시러 가자고 대시한 것도 아니고 동아리에서도 인기가 많기로 유명한 이나은이 나에게 둘이서 술마시러 가자고 하는게 너무도 뿌듯하게 느껴졌다.

이나은은 남자인 내게 1:1로 단 둘이 술을 마시러 가자는게 신경이 쓰였는지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 그 뒤풀이자리에서도 같이 술마셨었잖아. 처음 술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때 같이 술 마셨었으니까 같이 술마시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괜찮지?’

‘아 아무래도 여자인 자기가 남자인 나에게 1:1로 술마시러 가자고 하는게 마음이 쓰였나? 아니면 아무래도 술자리를 하러 가자는 것은 무언가 상대방에게 특별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 그러한 것을 차단시키려는 의도인 건가? 뭐 나야 아무렴 좋지. 그나저나 그때 뒤풀이 자리에서 이나은과 같이 앉게 되었었던게 이러한 나비효과를 일으킬 줄이야. 그때 뒤풀이자리때 이나은과 같은 자리에 앉길 잘했다.’

나는 이나은의 성격상 만약에 동아리 신입생 뒤풀이 자리때 같이 합석하여 술을 마신 경험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나은이 아무리 같은 고민이 있고 공감대를 느꼈어도 술을 마시러 가자고 먼저 제안을 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 이나은과 뒤풀이자리에서 같이 합석했던 것을 크게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이나은에게 말했다.

“맞아 맞아 나도 사실 그래서 이나은 너랑 같이 술마시러 가는게 편해. 우리 이미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뒤풀이 자리에서 같이 술 한 번 마신 사이잖아. 우리 나름 그때 친해진거 아냐? 하하하하하.”

내가 이나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웃으면서 말하자 이나은도 마음이 놓이는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하하하하하 맞아 그때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뒤풀이 때 재미있었는데 말야 술도 맛있었고. 우리 그럼 술마시러 가자. 헤헷.”

“그래 가자.”

나는 이나은과 함께 술을 마시러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왕관 호프입니다. 두 분이세요?”

“네 두 명이요.”

“네 자리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왕관 호프 직원은 우리를 가장 구석진 자리로 안내해줬다.

‘오호 여기는 사람도 없고 좋았어.’

“명한아 너 뭐 마실래?”

‘가만 있어보자 일단은 가볍게 맥주로 시작하고 이나은의 경계가 좀 허물어지면 소주로 달려볼까?’

“일단 맥주 3000cc 어때?”

“좋아 좋아. 안주는 뭐 먹고 싶어?”

‘가만있자 전생에 나은이가 좋아했던 안주가 뭐가 있더라? 옥수수콘치즈구이 좋아했었고 오징어와 땅콩 좋아했었지?’

“나 옥수수콘치즈구이랑 오징어랑 땅콩 좋아하는데 그거 시켜도 돼?”

내가 옥수수콘치즈구이랑 오징어랑 땅콩 좋아한다고 말하자 이나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놀랐다.

“헐 대박 너도 옥수수콘치즈구이랑 오징어랑 땅콩 좋아해? 나도 옥수수콘치즈구이랑 오징어랑 땅콩 좋아하는데. 우와 우리 생각보다 진짜 잘 맞다. 그래 그래 그거 시키자 여기요~”

“네 주문도와드릴까요?”

“네 옥수수콘치즈구이랑 오징어랑 땅콩 그리고 맥주 3000cc 가져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주문을 넣고 안주와 술이 나오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동아리에서도 인기가 많은 이나은과 1:1로 술을 마시러 오다니 와 놓고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이나은과 이야기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주와 맥주 3000cc가 나왔다.

“여기 옥수수콘치즈구이랑 오징어랑 땅콩 그리고 맥주 3000cc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 나은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텐데 맥주 마시자. 스트레스 받을 때는 술이 최고지.”

“그래 그래.”

­콰알 콰알 콰알 콰알

그렇게 나는 이나은의 잔과 나의 잔에 맥주를 따른 후 이나은에게 말했다.

“자 건배.”

“건배.”

­꿀꺽 꿀꺽 꿀꺽 꿀꺽

“크아아아아.”

“하아아아아.”

시원하게 반쯤 얼어있는 맥주가 나의 목을 타고 나의 몸을 서늘하게 하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너무 시원하다.”

“그러게.”

‘맥주 먹으니까 기분 좀 괜찮아 지는 것 같지 않아?

“응응 이제 좀 스트레스가 풀린다 휴우우우우. 아침부터 부모님과 싸우고 학교왔더니 기분이 우울했어서 진짜 수업듣는 내내 짜증이 났었는데.”

­벌컥 벌컥 벌컥 벌컥

이나은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나은이가 스트레스 진짜 많이 받았었나보네. 좋아 이 페이스라면 나은이를 취할 수 있게 할 수 있겠어!’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시는거야?”

“많이라고 해야 하나? 많이라고 해야겠지? 막 강압적으로라던가 완전 반대하시는 것은 아닌데 잊을만하면 이야기 꺼내고 잊을만하면 이야기 꺼내고 또 잊을만하면 이야기 꺼내고 계속 반복이라서 오늘 아침에 참다 참다가 대판 싸우고 나왔거든.”

‘하아 했던 이야기 반복해서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것 만큼 사람 지치게 하는게 없지.’

“헐 진짜? 완전 우리 부모님이랑 똑같네 우리 부모님도 차마 자식이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은 못 막겠는지 은근히 둘러서 계속 이야기하시더라고.”

거짓말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해 대체적으로 그것이 나쁜 일이 아닌 이상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셨다.

나는 이나은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부모님을 팔아먹는 것 같아서 약간의 죄책감을 순간 느꼈다.

“어머니 아버지 죄송해요. 이나은과 공감대를 쌓으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 이 자식을 용서해주세요. 대신에 이나은을 따먹고 큰 행복을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하아아아아…. 부모님들은 왜 그러실까.. 자식들이 본인들의 인형이 아닌데..자식들에게도 자식들의 삶이란게 있는 거잖아..”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자신의 부모를 욕하는 사람을 자식이 좋아할리가 없지. 이나은의 편을 들면서 부모님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줘서 이나은의 호감을 사야겠다.’

보통 여자들의 특징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이 생긴 후 친구에게 털어놓고 같이 한참을 험담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친구가 욕하는 것에 대해 기분을 나빠하는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랑 싸워서 같이 한참 남자친구 험담을 해주다보면 근데 왜 내 남자친구를 그렇게 나쁘게 말해? 라면서 기분 나빠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이나은의 편을 들어주면서 이나은의 부모님을 옹호해주기로 했다.

“맞아 맞아 우리는 부모님의 인형이 아니고 우리들 각자의 삶이 있는 건데 말이야. 이럴 때는 부모님이지만 참 섭섭하고 속상해. 물론 부모님도 이 험난한 세상에 자식들이 좀 더 잘되라고 하시는 말이고 자식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거지만 말야.”

“......그렇지….”

“부모님도 나은이 너가 잘 되라는 심정에서 그렇게 말씀하신거니까 속상하더라도 너무 그렇게 우울해하지마. 사실 부모님이 나은이 너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 안 하시면 동아리 활동을 무얼하든 신경을 안 쓰실 것 아니야. 요새 청소년들 취업난이 워낙 심각하고 이공계 아니면 취업이 안 된다. 그런 말들이 많잖아. 나은이 너가 국어국문학과라고 그랬나?”

­흠칫

이나은은 내가 국어국문학과라고 이야기하자 흠칫하는 반응을 보였다.

국어국문학과의 경우 대표적인 인문학과 중에 하나로 흔히 한국에서 문사철이라고 불리는 취업이 안 되는 대표적인 학과 중의 하나였다.

이나은의 부모님이 연극영화 동아리를 반대하는 것에는 나도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나은의 부모님이 걱정하시는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스무살이던 시점에는 인문계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인문계 취업난이 심각해져서 명문대 문과생들도 상경계를 제외하고는 취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은 김나은도 국어국문학과 진학을 할 때부터 잘 알고 있어서인지 내가 국어국문학과를 이야기 꺼낸 것만으로도 흠칫하는 반응을 보였다.

“으응….나 국어국문학과 맞아...휴우 나도 사실 그런건 잘 알거든. 국어국문학과 진학할때부터 주위에서 취업 잘 안되는 과다. 다른과 진학하는게 어떻겠냐. 학교를 낮춰서라도 상경계를 가는게 어떻겠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거든. 근데 뭐 그렇다고 학교를 낮추기는 싫고 점수 맞춰서 오기는 했는데 그래도 안 그래도 나도 걱정이 많은데 자꾸 부모님까지 나에게 압력을 넣고 바람을 넣으니까 나도 연극영화 동아리 오면서도 이게 맞나 싶고 자꾸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고 대학교 1학년 새내기인데 꿈과 낭만의 캠퍼스 생활을 즐기지도 못하고 벌써부터 4학년 내내 취업준비 및 스펙 쌓을 생각하면 막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스트레스 받아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아 진짜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명한아 우리 맥주마시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잔을 들어올리는 이나은.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스트레스 상태와 우울한 상태가 더 심각했나 보다.

“으응 마셔 마셔 스트레스받을때는 술마시는게 최고야.”

“짠.”

“짠

­벌컥 벌컥 벌컥 벌컥

“크아아아아.”

“하아아아아.”

“안주 안주.”

이나은은 맥주를 마시고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옥수수콘치즈구이를 숟가락으로 퍼서 먹기 시작했다.

­주우우우우욱

이나은이 옥수수콘치즈구이를 먹기 시작하자 이나은의 입에서 옥수수콘치즈가 주우우욱 늘어나면서 왠지 모르게 섹시한 느낌을 자아내었다.

‘어우야 이나은의 입에서부터 떨어져나와 주욱 늘어진 치즈가 묘하게 야하게 느껴지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이나은에게 조언을 해줘야 잘했다라고 소문이 날까. 이거는 사실 답이 없는 문제인데 곤란하네 이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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