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실 미소녀 게임-22화 (22/599)
  • 〈 22화 〉 고민상담

    * * *

    “네? 1:1 필라테스요?”

    ‘헐 대박 이현지가 나보고 왜 먼저 1:1 필라테스를 하려고 하지? 내가 마음에 든 건가?’

    나는 특별히 이현지가 나에게 1:1 필라테스를 먼저 하자고 할 이유가 없다라고 생각을 했기에 이현지가 나에게 관심이 생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네 회원님 여기 처음 등록하신거죠? 처음 등록할 때 1:1 필라테스 무료 수강권 받지 않으셨나요?”

    ‘아 맞다 그랬었지.’

    “아 네 그랬죠.”

    “그거 저한테 쓰시면 제 실적으로 잡히거든요. 그래서 이왕 들으실거면 저한테 들어주셨으면 해서요. 제가 1:1로 잘 가르쳐드릴게요.”

    ‘아아 실적으로 잡혀서 그러는 거였구나 어쩐지...그럼 그렇지. 에휴 명한아 뭘 기대한거냐.’

    나는 이현지가 나에게 사심이 있어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좋은게 좋은거라고 어차피 나 또한 이현지가 공략대상이었기 때문에 이현지에게 1:1 필라테스 무료 수강권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네 이현지 강사님이 부탁하시는데 당연히 이현지 강사님에게 1:1 필라테스 무료 수강권을 써야죠. 잘 부탁드릴게요.”

    “어머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봬요.”

    “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이현지와 인사를 나누고 나는 물을 마시러 정수기 쪽으로 향했다.

    정수기 쪽으로 가니 여자 수강생 한 명이 먼저 물을 서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푸흡

    그 여자 수강생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물을 뿜듯이 하다가 간신히 추스리고는 물을 꿀꺽 꿀꺽 삼켰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켁켁켁.”

    ‘왜 저러지? 나한테 혹시 관심있나?’

    그 여자 수강생은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스윽 닦더니 내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같이 수업들으셨죠.”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는 김인지라고 해요.”

    “아 반갑습니다 저는 유명한이라고 합니다.”

    “저 남자가 필라테스 수업 듣는 거 처음 보는데 필라테스 수업 어떻게 신청하시게 된 거에요?”

    ­움찔

    ‘아..아무래도 필라테스 카운터 알바녀에게 단단히 낚인 듯한 느낌이다.’

    “아 제가 좀 오래 서있고 하다보니까 몸이 안 좋아져서 체형 교정도 좀 받고 운동도 해야할 필요성을 느껴서요,”

    “아하 그러시구나. 그런데 굉장히 과감하게 레깅스를 입고 오셨네요. 그것도 핑크색 레깅스를요.”

    김인지가 나의 핑크색 레깅스를 한 번 더 쳐다보면서 말했다.

    “으잉? 제 핑크색 레깅스가 신기하게 보이시는 거에요?”

    “그럼요 저는 남자가 레깅스 입은 거 태어나서 처음 보거든요. 게다가 핑크색이라니 솔직히 말해 충격먹었어요.”

    “어라? 빡빡히 아저씨 모르세요? 그 분도 핑크색 레깅스 즐겨입는데?”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잘 모르는 건가 보네요? 그런데 핑크색 좋아하세요? 핑크색은 남자가 입기 좀 특이하지 않아요?”

    “무슨 소리에요 핑크색야 말로 남자의 색깔이죠 후훗.”

    나는 자신만만하게 몸을 펴며 이야기했다.

    “후훗 명한씨 되게 재밌는 사람이네요. 캐릭터 되게 특이하다. 명한씨 같은 사람 처음 봐요. 우리 앞으로 친해져요.”

    ­씨익

    내게 씨익 웃으며 악수를 건네는 김인지. 성격이 되게 쾌활하고 활발하게 느껴졌다.

    보통 처음 보는 사이면 낯을 가리거나 어색해 하는게 있을 법한테 김인지에게는 그런 것이 안 보였다.

    ‘어우 나야 이런 미녀랑 친해지면 좋지.’

    “아 네 저도 잘부탁드려요.”

    그렇게 서로 악수를 하는데 김인지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푸후훗 푸하하하하하.”

    ?

    ‘뭐야 왜 그러지?’

    “어라 왜 그러세요?”

    “아 하하하하하하 죄송해요. 악수를 하는데 핑크색 레깅스에서 명한씨 앞부분이 튀어나와있어서 저도 모르게 놀래서 웃음이 나왔네요. 확실히 남자가 레깅스 입으니까 그부분이 확실히 튀네요. 왜 여자들이 여름에 니플 패치 하는 지 알겠어요. 명한씨는 남자니까 어떻게 하실 수도 없겠네요. 딕 패치 이런건 없으니까요. 아무튼 잘 부탁드려요 그럼 가볼게요~”

    김인지는 밝게 인사를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인지는 참 사교성이 좋은 스타일이구나. 친해지고 싶은 스타일이네.’

    그렇게 나는 첫 필라테스 수업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고민상담]

    내가 도착한 곳은 연극영화 동아리방.

    ­삐 삐 삐 삑

    ­드르륵

    “어라 명한아?”

    “어 나은아? 동아리 방에 있었어?”

    나는 이나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듯이 연기를 하였다.

    연기를 한 이유는 나는 전생에서의 기억을 통해 이나은이 지금 시간에 동아리방에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생에서 나는 이 시간에 동아리 방에 들렀다가 이나은과 단 둘이서 이야기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나는 지금 이시간에 동아리방에 오면 이나은과 만날 수 있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아리방에서 이나은은 전생에서의 마찬가지로 우울한 표정으로 동아리방에 앉아 있었다.

    우울하게 앉아 있는 이나은을 보니 전생에서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나름 이나은과 친해져보려고 그리고 이나은과 썸이라도 타보려고 우울해하는 이나은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안간힘을 다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나은은 우울해 하는 이유를 끝내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나은의 기분을 풀어주지 못하고 겉도는 이야기만 하다가 이나은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생은 다르다.

    나에겐 여자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스캐너 아이템이 있다.

    나는 전생에서 늘 궁금했었던 이나은이 우울해하는 이유를 스캐너 아이템을 사용해 알아보기로 했다.

    [레벨 1 스캐너 아이템이 사용되었습니다. 대상자 이나은의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

    나는 예를 클릭했다.

    [대상자 이나은의 기억: 부모님 동아리 술]

    ‘아하 잠깐만 키워드가 부모님, 동아리, 그리고 술이라. 키워드가 어떻게 연관이 되는 거지? 잠시 생각해보자. 흐음 아무래도 이나은의 부모님과 동아리가 무슨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뭘까… 부모님이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것 같지는 않고…부모님이 연극영화 동아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면은 우울해 하지도 않을 거 아니야.’

    나는 일단 부모님과 동아리 키워드의 연관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그렇다면 부모님이 연극영화 동아리를 하지 말라고 해서 갈등이 생기는 상황인거 같은데...그러고보니 전생에서 확실히 이나은의 부모님이 보수적이라고 했었지. 술자리에서도 부모님에 대한 섭섭함과 갈등을 털어놓았다라는 이야기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한데…아 그러면 지금 부모님과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에 관한 갈등 문제로 술이 땡기는 상황인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아 그래서 나한테 이야기를 못 하고 끙끙 앓았던 건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 안 좋게 이야기해야하니까? 하긴 친하지도 않은데 부모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겠지. 하아아아...그래서 이나은이 전생에서 나와 이야기를 공유하지 않으려고 했었구나. 이제 알겠네.’

    나는 현생에 이르러서야 왜 전생에서 이나은이 나와 우울한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응..나 동아리 가입한김에 동아리방에 있는 연기책들도 좀 읽어보고 대본들도 봐보고 싶어서.”

    “아 나도 동아리 가입했으니까 미리 연기 연습도 하고 그런데 나은아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흠칫

    이나은은 내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라고 말하자 그게 티가 나나?라는 듯이 놀라다가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응...조금 우울한 일이 있어서.”

    “뭔데?”

    “으응? 아냐 뭐 공유할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전생과 마찬가지로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이나은.

    전생에서는 내가 계속 물어도 털어놓지 않았지만 현생은 조금 다르게 흘러갈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나은 앞에서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하아 역시 사람들마다 다 각자의 고민이 있는 거구나. 세상살이 참 쉽지 않네.”

    “으응? 명한이 너도 우울해?”

    “으응….나도 뭐 말하기는 좀 어려운 사연이라서 공유하기는 그런데 나도 우울한 일이 있거든. “

    “아 그래……”

    ‘자 한 번 운을 띄워볼까? 자 낚시 갑니다!’

    “하유참 부모님들은 왜 그러시는건지…….”

    나는 이나은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 자조섞인 혼자말을 하는 것처럼 이나은 앞에서 작게 한탄을 했다.

    “어? 부모님? 부모님이 왜?”

    “내 입에서 부모님이란 단어가 나오자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다시 되묻는 이나은. 아무래도 제대로 낚인 듯 싶었다.

    “아 들렸어? 아 아냐 못 들은 걸로 해줘. 부모님과의 갈등이라서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질 것 같아서…”

    “아냐 괜찮아. 나 이야기 들어주는 거 좋아해. 왜? 부모님이 동아리 활동하는거 별로 안 좋아하셔? 막 반대하고 그래?”

    이나은의 반응을 보니까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이 담긴 듯한 표정과 뉘앙스였다.

    ‘이거 맞는 것 같애. 크크크크크 제대로 짚었군. 그나저나 이나은의 부모님이 왜 나은이가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을 반대할까? 이유를 알아야 더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텐데...아 키워드가 세 개정도밖에 제시되는게 너무 아쉽네. 조금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이나은의 부모님이 이나은이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을 반대하는 이유가 키워드로 떠올랐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다. 레벨 1이라서 그런가? 나중에 돈 많이 생기거나 레벨업하면 레벨 좀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

    나는 키워드가 세 개밖에 안 떠올라서 오로지 감각과 추리만으로 이나은의 부모님이 이나은이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을 반대하는 이유를 추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꼈다.

    괜히 자칫 잘못 추론했다가는 오히려 대화가 끊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나은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나은의 부모님이 나은이가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접근해 나가기로 했다. ’

    ‘가만있어보자 이나은의 부모님이 나은이가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을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아무래도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미래를 가장 걱정하시겠지? 나은이가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하느라 공부하는 것에 시간을 빼앗길까봐 반대하실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 그걸로 밀고 나가볼까?’

    “응 부모님이 내가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하는 것을 반대하셔...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대학교 가서 공부를 해야되는데 연극영화 동아리가 취업이나 장래의 스펙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가 아니잖아. 그래서 가급적이면 전공이랑 연관된 동아리나 봉사활동과 같은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동아리를 하기를 원하셔서….”

    나는 일부러 말끝을 흐리면서 이나은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이나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나에게 말했다.

    “대박...너희 부모님도 그러셔?”

    ‘할렐루야! 됐다! 역시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부모님의 마음은 거진 다 비슷한 법이지 흐하하하하하 찾아냈다 유레카!’

    “헐 대박 나은이 너네 부모님도 그러셔? 설마 그것때문에 우울해 한거야?”

    “응응 아아 내가 진짜 너무 스트레스받아가지고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부모님과 아침에 싸우고 나왔거든. 내가 수능 공부 진짜 열심히 해서 대학교 들어왔구 우리 아직 대학교 1학년이잖아. 그럼 캠퍼스의 낭만도 즐기고 또 새내기 생활도 즐기고 즐겁게 대학생활할 수 있는 거고 또 취미 생활도 할 수 있는 건데 부모님이 요새 막 취업 한파다. 청년들 반 백수 시대다. 이런 뉴스랑 신문에서 나오는 기사보고서 요새 세상이 어려워져서 가급적이면 취업이나 스펙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라고 연극영화 그거 해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고 반대하시는데 아 진짜 너무 스트레스받아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줄이야. 아우우우우우우 다른 사람한테 말하기 힘든 고민이었는데 명한이 너한테 털어놓으니까 너무 너무 속시원하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이나은은 정말 가슴속에 얹혀있던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간다라는 듯이 나에게 속시원하다라는 듯이 털어놓았다.

    나는 이나은의 여자들 특유의 공감대를 자극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나은의 말에 리액션을 하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