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동아리 오디션
* * *
나는 앞으로 동아리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연기가 빨리 늘고 어떻게 해야 동아리 선배들의 취향에 맞을지를 전부 다 알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감있게 박혜진과 이나은 그리고 강은지에게 이야기했다.
“와 진짜? 대박 명한이 너 진짜 믿음직 스럽다. 앞으로 너랑 동아리 생활하면 엄청 든든할 것 같애.”
“그러게? 연극영화 동아리 면접때 연기한 걸로 봐선 믿어도 될 것 같은데. 앞으로 도움 좀 많이 받을게.”
“...나..나도 앞으로 잘 부탁해.”
“아냐 나야말로 잘 부탁하지.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짠 한번 더할까? 짠~”
“그래 짠하자 짠!”
“짠!”
“짠!”
그렇게 우리는 신나게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여자 세명에게 둘러싸여 대화를 주도해나가며 술자리를 이끌어 나가니 기분이 하늘을 날아갈 것 만 같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너두 좋다 현생에서의 뒤풀이 자리는.’
그렇게 한참을 박혜진과 이나은 그리고 강은지와 웃고 떠들다 보니 시간이 날개가 달린 것처럼 빠르게 지나기 시작했다.
어느덧 뒷풀이자리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며 테이블의 사람들이 이동을 하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때 박혜진이 시계를 힐끗 보더니 우리에게 아쉽다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얘들아 미안한데 시간이 늦어서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이나은도 시간을 확인하고서 우리에게 말했다.
“아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지? 나도 가봐야할 것 같아.”
‘아 아쉽다. 박혜진과 이나은이 간다고 한다니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 상태창에서 선택지가 떴다.
[박혜진과 이나은이 시간이 늦어 술자리에서 나가려고 합니다. 주인공 유명한은 네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야 합니다.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1. 술자리가 파토난 김에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 해보자고 제안한 후 자리를 옮겨서 이은세 선배의 공략을 진행하도록 한다.]
[2. 자신도 집에 가야 한다고 하고 술자리에서 일어나서 박혜진의 공략을 진행하도록 한다.]
[3. 자신도 집에 가야 한다고 하고 술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나은의 공략을 진행하도록 한다.]
[4. 자신은 아직 술자리에 더 남아있겠다라고 말하고 술자리에 그대로 앉아 강은지의 공략을 진행하도록 한다.]
‘어라? 이은세 선배 공략도 선택지에 포함되어 있네? 으아아아 이거 너무 어렵다 어떻게 해야하지? 그리고 박혜진을 공략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이나은을 공략해야 하는 거야?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퀸카인 박혜진을 처음부터 공략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그럼 이나은을 공략해야하나? 이나은도 이쁘장하게 생기고 인기가 많잖아. 아니다. 이나은도 현재 나에게는 무리려나. 차라리 강은지를 공략해야 하나? 강은지도 평범한 것보다는 약간 이쁘게 생겼잖아?’
나는 순식간에 나에게 주어진 네 가지 선택지 때문에 엄청나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 모르겠다. 불확실할 때는 일단 세이브부터 하고 보자.’
나는 상태창에서 세이브창을 눌렀다.
[현재 선택지의 상황을 세이브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이브를 하는데에는 100골드가 소요됩니다. 세이브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나는 예를 선택했다.
[현재 상황을 세이브 하였습니다. 100골드가 차감되었습니다.]
‘자 일단 세이브는 시켜놓았고. 차분히 한 번 생각을 해볼까? 일단 은세 선배...박혜진과 더불어 가장 연극영화 동아리에서 공략하고 싶은 대상이기는 한데...현재..가능성이 있을까?’
나는 1번 선택지부터 심도있게 고민해보았다.
일단 이은세 선배는 너무도 매력적인 선배이지만 현재 나와의 접점이 거의 없었다. 기껐해봐야 면접 때이야기 나눈 것과 그리고 연극영화 동아리 신입생 뒤풀이 자리에 들어오기 전에 잠깐 마주쳐서 이야기한 것 그게 다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현재 이은세 선배 주위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달라붙어서 이은세 선배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즉 이은세 선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많은 남자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 따라서 현재 선택지에서는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일단 이은세 선배는 다음에 공략하기로 하고. 그럼 4번 선택지부터 고민해보자. 강은지..’
강은지의 경우는 전생의 나였다면 한 번쯤 공략해볼만한 대상이었지만 현생에서는 무언가 이렇게 압도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범보다 약간 괜찮은 여자를 공략하기엔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지 기회비용이 있지 않은가? 강은지를 공략하기 위해 박혜진과 이나은을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남은 선택지가 2번과 3번인데...박혜진을 가장 먼저 공략하고 싶지만 문제는 박혜진은 연극영화 1학년 퀸카라 그만큼 공략이 어려울 것 같은데...보통 1학년 퀸카 정도되면 끼리끼리 논다고 당연히 잘생긴 남자랑 만나고 레벨이 높잖아. 그럼 이나은을 공략해야 하나...이나은도 1학년 퀸카까지는 아니여도 연극영화 동아리에서 상당히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을 먹었다.
‘그래 한 번 사는 인생 못 먹어도 고지! 이렇게 좋은 상태창 능력이 있는 이상 박혜진 공략으로 간다!’
나는 상태창에서 2번 선택지를 선택했다.
[2. 자신도 집에 가야 한다고 하고 술자리에서 일어나서 박혜진의 공략을 진행하도록 한다를 선택하셨습니다. 2번 시나리오로 현실을 진행합니다.]
“아 나도 이제 시간이 늦어서 일어나봐야 할 것 같애.”
“아 정말? 아쉽다...오늘 만나서 즐거웠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고 하자 살짝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는 은지.
순간 은지를 선택했어야 하나 하고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미 상태창에서 선택지를 2번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애써 마음을 다시 다잡은 채 은지에게 말했다.
“그래 은지야 다음에 또 보자.”
“그래 다음에 봐.”
그렇게 인사를 하고 우리 셋은 이은세 선배에게로 향했다.
“응? 벌써 가려고?”
“아 네 저희 시간이 좀 늦어서요 오늘 만나서 즐거웠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 그럼 잘 들어가~”
쿨하게 우리를 해맑게 웃으며 보내주는 이은세 선배. 미소가 너무 상큼하게 느껴져서 또다시 선택지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서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너네는 뭐타고 집에 가?”
“나 지하철.”
“나도 지하철.”
“아 그래? 나도 지하철인데 그럼 같이 지하철 역으로 이동할까?”
“그래.”
“응.”
그렇게 우리는 지하철 역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지하철 역 개찰구에서 표를 찍고 박혜진이 말했다.
“너희는 어느쪽으로 가?”
‘아? 어느쪽으로 간다고 대답해야 하지? 일단 이나은이 뭐라고 대답하는지 볼까?’
박혜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친구가 된 이나은에게 좀 더 향해 있엇기 때문에 나는 이나은의 대답을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나 오른쪽.”
“아? 아쉽다. 나는 왼쪽으로 가는데 명한이 너는?”
‘아 여기서 선택지가 갈리는 거였구나. 둘이 가는 방향이 달라서. 선택지가 나뉜 이유가 있었네. 그럼 나는 박혜진을 선택했으니 왼쪽으로 가야지.’
“나도 왼쪽.”
“아 그럼 나은이만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아쉽다. 나은아 잘 들어가.”
“그래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
박혜진은 헤어지기 아쉬운 듯이 이나은에게 포옹을 하자는 듯이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나은이 빙그레 웃으면서 박혜진을 안아주었다.
토닥 토닥 토닥 토닥
“아이구 우리 혜진이 귀엽네 오구 오구.”
만난지 하루 밖에 안 되었는데 저렇게 친해지는 게 신기해 보였다.
‘나..나도 안아주면 좋을 텐데.’
나는 박혜진과 이나은이 서로 얼싸안는 것을 보고 나도 안아주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한아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 잘 들어가.”
“그래 나은이 너도 다음에 또 보자.”
그렇게 우리는 포옹 대신에 손을 서로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갈까 우리도 그럼?”
“그래.”
혜진과 나는 지하철을 타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퀸카 박혜진과 단 둘이 집에 가려고 하니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자 반대편에서 이나은의 모습이 보였다.
이나은은 우리를 발견하고선 해맑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도 이나은에게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화답하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나은 쪽의 지하철이 먼저 도착해서 이나은이 지하철을 타고 갔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쪽 지하철이 도착했다.
지하철이 도착한 후 지하철을 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 박혜진이다!”
“어 그러네 혜진아!”
“응?”
뒤를 돌아보니 남자애들 5명이서 박혜진을 발견하고선 우르르 뛰어오고 있었다.
‘뭐...뭐야?’
“아 얘들아!”
박혜진도 뛰어오는 남자애들 5명을 발견하고서는 반갑게 손을 흔든다.
그렇게 지하철을 같이 탄 우리.
“우와 여기서 혜진이를 만날지 몰랐네 대박.”
“그러게 혜진아 뭐하다 가는 길이야?”
“혜진아 잘 지냈어?”
“혜진아 오늘 너 옷 되게 이쁘게 입었다.”
“혜진아 수강 신청 뭐뭐했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남자 5명의 질문. 박혜진은 일일이 대답을 해주려다가 잠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라는 생각한 듯이 나와 그들을 서로에게 소개시켜주기 시작했다.
“아 일단 서로 인사부터 해. 여기는 유명한씨라고 나와 같은 연극영화 동아리 사람이고 여기는 우리 과 친구들이야.”
“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혜진아 너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해?”
“아 안녕하세요 우와 대박 너 연극영화 동아리 들었어?”
“안녕하세요. 진짜? 너무 잘 어울리겠다. 연극영화 동아리? 그거 중앙 동아리야? 나도 들어볼까?”
“반갑습니다. 오 그러면 혜진이 너가 연기하는 거 볼 수 있는 거야? 그 동아리 공연도 하지?”
“안녕하세요. 혜진이 너 연극영화 동아리 한다고? 그런 말 안 했었잖아 원래 취미였어?”
다섯명 모두 나에게 간단히 인사한 후 다시 관심이 급속히 박혜진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들에게 남자인 나의 존재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나는 순간 정신이 멍했지면 반대로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었을 것 같다.
‘역시 이쁘면 어딜가나 튄다고 연극영화 1학년 퀸카일 뿐만 아니라 유아교육과 내에서도 1학년 퀸카였던 것이었던건가. 으아아아 이러면 공략이 너무 힘들어지는데..’
역시 연극영화 1학년 퀸카 정도되면 난이도가 높아서 그런지 어딜가나 경쟁상대가 있다라는 것을 간과한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그러나 다시 냉철히 생각해보니 미래를 와보지 않는 이상 그것이 옳은 선택지였는지 아닌 선택지였는지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라서 다시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아무리 연극영화 1학년 퀸카라고 하더라도 집에 갈때 과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공략 자체가 가능한 시나리오도 벌어질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나는 이대로 포기하기는 아까워서 그들 사이에 껴서 박혜진과 대화를 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수적으로도 열세인데다가 남자 5명이 과생활을 토대로 화제를 이루어 나가니 그들의 이야기에 낄 수가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동아리 생활을 토대로 박혜진과 화제를 만들어나가고 싶었지만 전생에서였으면 몰라도 지금은 동아리 면접을 같이 본 것 빼고는 아무런 공통분모가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지하철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다음역은 잠실. 잠실역입니다. 승객여러분께서는 두고 내리시는 물건이 없으신지 확인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아 얘들아 나 여기서 내려.”
“아 나도.”
“아 나도.”
‘이..이것들이!’
“아 나도!”
나는 재빠르게 세번째로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내릴 역이 아니였지만 박혜진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박혜진과 함께 내리기로 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앞의 두 명도 원래 잠실 역에서 내려야 할 눈치는 아니였다.
그러자 나머지 세 명이 눈치를 보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 그래 즐거웠어 혜진아 잘 들어가.”
“그래 혜진아 나중에 수업시간 때 보자.”
“오늘 고생많았고 조심히 잘 들어가.”
타이밍을 놓친 그 세 명은 확실히 7명이서 같은 역에서 내리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생각했는지 아쉬움을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배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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