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실 미소녀 게임-15화 (15/599)
  • 〈 15화 〉 동아리 오디션

    * * *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학교 입학할 때는 연극영화 동아리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띠용

    내가 연극영화 동아리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하자 동아리 선배들이 왜 그럼 우리 동아리에 지원했냐라는 표정으로 어리 둥절해 했다.

    “하지만 지난 번에 우연히 학생회관 3층 공용공간을 지나가다가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님들이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서 지나치려고 했는데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님들의 연기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이 너무 멋있고 몰입감이 있게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꺼내자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이 매우 흥미진진하다라는 표정으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호오 그래요? 어떤 연극 연습을 보셨는데요?”

    “제가 연극영화 동아리에 가입해서 접한 연극이 아니라서 정확한 제목은 모르겠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21세기의 현대 판타지 버전으로 구현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서로 재벌 가문의 적대적 관계 사이에서 사랑에 빠지고 서로간의 오해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하였다가 로미오가 과거로 회귀하여 서로간의 오해를 풀고 서로의 가문을 잘 설득해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로미오 역할에는 저기 계신 남자 선배님이 그리고 줄리엣 역할에는 가운데 앉아 계신 여회장 선배님께서 하셨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두 분의 연기가 너무도 강렬하고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회귀를 통해서까지 사랑을 이루고 싶어하는 연기가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그 날 이후 제 머리속에서 사라지질 않았고 그러한 생각 때문에 연극영화 동아리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나는 우연히 학생회관을 지나가다가 연극 영화 동아리 선배의 연극을 본 게 아니었다.

    나는 동아리를 가입하고 나서 그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21세기의 현대 판타지 버전으로 구현한 연극을 준비하는 것을 보아 왔다.

    그리고 연극 영화 동아리의 경우 연습실 대관을 못 할 때면 자주 학생회관 3층 공용공간에서 연습을 하였기 때문에 그 정보를 통해서 미리 지어낸 이야기였다.

    “아……..”

    그러자 로미오 역할을 맡았던 남자 선배와 이은세 선배가 매우 뿌듯한 표정으로 봤지? 우리가 이정도야라는 표정으로 동아리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아리원들도 둘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나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아 그런데 그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21세기 현대 판타지 버전으로 해석한 건 어떻게 알았어요? 저희가 그걸 은연 중에 드러내려고 노력은 했는데”

    이은세 선배가 문득 궁금한 듯이 물었다.

    “죽음이 당신의 달콤한 숨결을 빼앗아갔을 망정 그대의 아름다움은 뺏지 못했군요. 이 대사가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대사라서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님들이 하시는 연극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21세기 현대 판타지 버전으로 해석한 것이라 추측했었습니다”

    “아아…….”

    “오올….저거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온 대사인걸 알고 있다라는 거 자체가 대단한데?”

    “그러게? 저거 보통 연극영화 관심없으면 알기 힘든 대산데… 아니 어느 연극에 나온 대사인지 알고 있다라는 거 자체가 대단한거 아냐?’

    “그렇지 나 1학년 때는 저런거 하나도 몰랐으니까.”

    “너는 지금도 모르잖아. 푸하하하하하.”

    “시끄러 이자식아 후배들 앞에서 망신주지마.”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이 내가 말을 마치자 웅성웅성거리며 놀란 표정과 함께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후훗 미래의 지식을 미리 알고 있으니 이거 면접 완전 개꿀인데? 전생 때 면접에서는 벌벌 떠느라고 합격하고나서 기억해 주는 선배 한 명도 없었는데 이번 생애에서는 좋은 동아리 이미지로 생활할 수 있겠는걸?’

    나는 기쁜 마음에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리며 마음같아서는 날개춤이라도 추고 싶었지만 애서 태연한척 연기를 하며 이정도는 당연하다라는 듯이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대답을 마치자 나에게는 충분히 동아리 들어올만한 대답을 들었다라는 듯이 박혜진과 이나은에게 질문이 넘어갔다.

    박혜진과 이나은도 긴장한 듯 했지만 선배들의 질문에 잘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배들도 이쁜 여학생 두 명이 가입을 원하는 것이 기분이 좋은 듯 매우 부드러운 분위기로 박혜진과 이나은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연극영화 동아리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사람들의 비주얼은 필수적인 요소였고 그러한 면에서 박혜진과 이나은은 엄청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박혜진과 이나은에게 질문을 마친 후 다시 나에게 질문이 돌아왔다.

    “유명한씨는 혹시 연기 해 본적이 있어요?”

    “아 해 본적은 없지만 만약에 시키신다면 해보겠습니다.”

    나는 연극영화 동아리에 들어와서 외모와 피지컬이 부족한 탓에 주로 시나리오 작가 역할을 맡았지만 그래도 종종 조연으로 연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조연으로 쌓인 연기 내공이 어느정도 있는 상태였다.

    “아 굳이 필수사항은 아닌데 보고 싶으니까 혹시 해보실 수 있어요? 부담되면 안 해주셔도 돼요.”

    “아닙니다 선배님들이 원하시면 해보겠습니다.”

    나는 이미 전생에서 연극영화 선배들이 보는 앞에서 수십차례 연기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연극영화 선배들은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기 때문에 지금의 내 모습을 적극성을 지닌 새내기의 패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그것은 바로 무계획이야. 계획을 해도 그 계획들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바로 인생이거든. 그래서 무계획으로 사는게 가장 완벽한 인생이지.”

    나는 영화 기생인간의 명대사를 영화배우 송강하를 흉내내며 말했다.

    내가 전생에 가지고 있던 가장 자신있는 개인기였으며 목소리톤이나 연기톤이 가장 비슷하다라고 들은 배우였다.

    “오……..비슷해.”

    “오 송강하가 떠오른다.”

    “뭐야 연기 좀 하는데?”

    “그러게? 연기 해 본적 없다고 하지 않았나? 많이 해본 느낌인데?”

    “연기 한 번도 안 해봤으면 재능충인데?”

    가운데 앉아있는 이은세 선배도 내가 연기를 하자 두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새내기가 이런 연기를? 하는 듯한 표정으로 살짝 놀란 눈치였다.

    “아 처음치고 상당히 자연스럽게 잘하시는 것 같은데 정말로 연기 하시는거 처음이세요? 예전에 뭐 연극영화 동아리 활동 한적 없으세요? 고등학교때 동아리 활동이라던가?’

    뒤에서 연극영화 동아리원들이 수근수근대자 이은세 선배가 정리를 하기 위해서 나한테 다시 한 번 물었다.

    나는 예전에 즉 대학교 들어오기 이전에는 연극영화 활동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얼굴에 자신감을 실어서 말했다.

    “네 전에는 연극영화 활동 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생에서는 활동 많이 해봤었지만요 하하하하하하하).”

    그러자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뒤에서 또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호오 저정도면 그래도 꽤 괜찮은 역할 줄 수 있겠는데?”

    “그러게 비중있는 조연은 무리래도 스쳐지나가는 조연정도는 무리없이 잘 소화할 것 같은데.”

    “이번에 꽤 끼있는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네.”

    “흐음 나 쟤 마음에 드네. 동아리 지원 동기도 그렇고 연기하는 것도 그렇고 가르치면 많이 성장할 것 같은 스타일이야.”

    “그러게 쟤는 뽑아야겠다. 연극영화 동아리 들어오기도전에 저 정도로 연기할 수 있으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걸?”

    회장인 이은세 선배도 나를 쳐다보고는 있지만 동아리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박혜진 양은 혹시 연기할 수 있나요?”

    “아 저도...연기는 해본적이 없는데 한 번 해보겠습니다!”

    박혜진이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운명이란 것은 말야 노력하는 사람에게 우연이라는 징검다리를 만들어주는거야.”

    영화 엽기적인 그냔의 전지한의 명대사를 하는 박혜진.

    연기를 잘 하지는 않았지만 외모가 워낙 전지한스러워서 몰입감이 엄청났다.

    ‘아아...박혜진이 동아리 면접에서 이래서 동아리 선배들에게 화제가 되었었구나. 연기를 잘하지 않는데도 전지한이 보여 역시 외모가 깡패네.’

    박혜진은 이쁜 외모 만으로도 그냥 평범한 여자애들을 압살하는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 또한 박혜진의 연기보다 전지한이 떠오르는 외모에 빠져 허우적허우적 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좋네요 잘하셨어요. 이나은씨는 어떤가요? 혹시 하실 수 있는 연기 있으신가요?”

    “아...저...저도 연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는데요 제가 연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연극영화 선배님들 앞에서 연기를 한다라는게 너무 부담이 되서요. 만약에 연극영화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다면 정말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연기하지 못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나은은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이 연기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도 앞서 나와 박혜진과는 다르게 자신이 연기를 배워보지 않아서 연기를 할 수 없다라는 것에 대해 많이 미안하다라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자 이은세 선배 및 다른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이 당황하면서 황급히 이나은을 말렸다.

    “아니에요 그냥 물어본거에요. 저희 연극영화 동아리 지금 신입생 받는 자리잖아요. 한 번도 연기 안 해본게 당연한거에요.”

    “그래요 미안해 하지 말아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연기는 저희 동아리 들어와서 배우면 되어요. 저희가 잘 가르쳐줄게요.”

    “자리에 앉아요 앉아 아 식은땀 나.”

    “괜찮아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강제로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울상이 된 이나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서서 이나은에게 괜찮다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그런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의 반응을 보고 이나은도 불안 초조해하던 표정을 풀고 다시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몇차례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의 질문이 오간후 생각보다 우리들의 대답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면접은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정도면 충분히 면접에 합격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면접에 합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위의 단계인 동아리 면접 단계에서부터 나의 존재를 동아리 선배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나를 호감을 갖고 바라보는 동아리 선배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더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자 그럼 수고하셨구요. 면접 결과는 몇시간 후 바로 휴대폰을 통해서 연락드릴게요. 오늘 면접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자리에서 일어나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휴우 긴장되어 혼났네요.”

    나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지만 많이 긴장했던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와아아 명한씨 진짜 고마워요.”

    “저도요 명한씨 정말 감사해요.”

    연극영화 동아리방에서 나오자 박혜진과 이나은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응? 둘 다 나한테 고맙다라고 그러네? 왜 그러지?’

    “네? 왜요?”

    “명한씨가 아까 대기실에서 말해준 질문들이 그대로 나왔잖아요. 미리 생각해 둔 것이어서 차분하게 잘 대답할 수 있었어요.”

    “저도요! 우와 긴가민가했었는데 진짜 예상 질문이었네요. 저도 미리 생각 안 해뒀으면 대답 제대로 못 했을 것 같아요 진짜 감사해요.”

    ‘와우 나는 아까 그냥 박혜진이랑 이나은이랑 스몰토크 식으로 말 걸려고 이야기 꺼낸 것들이었는데 둘 한테는 도움이 많이 되었었나보네. 다행이다.’

    나는 별생각없이 말했던 것이 둘에게 큰 호감을 사게 되자 오히려 얼떨떨하게 느껴졌다.

    “아니에요 뭘요 저도 혜진씨랑 나은씨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서 기분이 좋네요.”

    “명한씨는 성격이 참 좋으시네요. 명한씨 만나서 다행이에요.”

    “그러게요. 명한씨 앞으로 저희 친하게 지내요. 만약에 동아리 합격하게 되면 다 명한씨 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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