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동아리 오디션
* * *
박혜진이 걸어 들어오자 나와 마찬가지로 많은 남자 학우들이 주목하는게 느껴졌다.
역시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들을 이쁘다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같았다.
몇몇은 박혜진을 보면서 역시 연극영화 동아리에 가입하러 오길 잘했다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만있어보자. 전생에 박혜진은 몇조 몇번이었더라?’
나는 전생의 기억을 되살려 박혜진의 번호가 G조 2번이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박혜진 번호가 I조 2번이었지? 한 조당 세명씩 면접에 들어가니까 그럼 G조 1번 혹은 G조 3번을 뽑으면 같은 조가 되겠네.’
연극영화 동아리에서는 면접을 볼 때 지원서를 제출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부여했었는데 A조부터 G조까지 있었고 예를 들어 첫번째로 제출한 사람에게 A조 1번이 부여되면 두번째로 제출한 사람에겐 B조 1번 그 다음 제출한 사람에겐 C조 1번이 부여되는 방식이었다.
전생에서 나는 박혜진과 다른 조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박혜진과 이야기를 해 볼 기회가 없었다라는 아쉬움이 컸었다.
면접 대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지원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또 같은 조에 속해있었던 사람들끼리 초반에 묶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현생에서 나는 박혜진이 어느 조에 속할지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보를 미리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가만있어보자. 박혜진보다 먼저 제출했다가는 혹시나 미래가 바뀌어서 박혜진의 순서가 뒤로 밀리거나 하면 같은 조가 안 되니까 안전하게 박혜진의 번호를 확인하고 나중에 제출하는게 낫겠지? 그럼 G조 3번이 되려면 F조 3번이 생긴 후에 바로 제출하면 내가 G조 3번이 되겠구나.’
나는 혹시나 내가 과거를 바꿈으로 인해서 미래가 바뀔지 모르는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박혜진보다 먼저 제출하는 것이아닌 안전하게 박혜진이 제출을 하고나서 나의 지원서를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니 박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지원서를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에게 제출하러 갔다.
박혜진이 움직이니 연극영화 동아리 사람들의 시선이 같이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하하 역시 연극영화 동아리 1학년 에이스 답네. 사람들의 시선을 몰고 다니네.’
그렇게 박혜진이 번호표를 받아나오는데 G조 2번이다.
‘좋았어. 그럼 F조 3번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 다음 제출한다!’
나는 일부러 연극영화 동아리 지원서 접수하는 선배 바로 옆에서 글을 끄적이면서 타이밍을 엿보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지원서를 제출하고 나오고 다른 사람이 E조 3번을 받아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뒤에 한 사람이 지원서를 제출하러 가는게 보였다.
‘지금이다!’
나는 그 사람이 지원서 제출을 하자마자 곧바로 그 사람 뒤에 섰다.
나의 앞에선 사람이 F조 3번을 받았고 나는 뒤이어 G조 3번을 받았다.
‘예스 예스 예스! 나랑 박혜진이랑 같은 조다! 할렐루야! 미래에서 오니까 이런 장점이 있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전생에서는 박혜진이랑 초반에 얽힐 일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생애에서는 초반부터 박혜진과 얽히게 되다니 너무 기분좋네.’
그렇게 지원서를 내고 조금 기다리니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가 말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연극영화 동아리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아까 지원서 제출하시면서 번호표 받으셨죠? 번호표 대로 세 명씩 들어가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A조 1번 2번 3번 호명하면 A조 1번 2번 3번 받으신 분이 들어가면 되세요.”
“아 그래서 번호표를 나눠준거였구나?”
“어 그러면 너랑 나랑 같이 못 들어가네? 아쉽다. 일부러 같이 면접 보려고 연이어서 냈는데….”
“동아리 선배들이 바보냐? 그러니까 랜덤으로 섞겠지. 면접의 공정성을 위해서.”
연극 영화과 동아리 참가자들 사이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 여자들 쪽에서 친구들끼리 같이 면접을 들어가려고 연이어서 제출한 경우가 많았는지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오로지 나만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면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니 어느덧 우리의 면접 차례가 다가왔다.
“자 G조 1번 G조 2번 G조 3번 면접 대기실로 이동하실게요.”
“네.”
“알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일어나는 세 명. 박혜진과 함께 이나은이 일어났다.
‘아 나은이가 G조 1번이었구나. 박혜진 신경쓰느라고 G조 1번은 확인 못 했었는데 이나은이 G조 1번이라니 이런 생각치도 못 한 행운이.’
이나은은 박혜진만큼 1학년 연극영화 동아리의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귀여운 외모와 사근사근한 성격탓에 연극영화 동아리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던 여자였다.
전생에서의 나는 평범한 남자였었기 때문에 박혜진은 커녕 이나은에게 대쉬를 하지도 못 할 정도로 이나은의 연극영화 동아리 내에서의 인기는 상당하였다.
그렇게 연극영화 동아리 면접 대기실에 입장한 우리. 셋이서 멀뚱멀뚱 기다릴 수는 없기에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색
셋 다 처음 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나 역시도 어색한 상황.
아마 전생에 이런 상황이 펼쳐졌었더라면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어떻게 해야하지 골몰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명의 미녀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벌벌 떠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들도 자기의 레벨보다 많이 높은 여자와 함께하면 머리속이 새하애지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생에서 그래도 박혜진과 이나은 둘 다 많이 어울려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들과 친분을 느끼고 있었고 또한 두 번째 사는 인생이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보기로 했다.
‘일단 안전하게 둘에게 나에 대한 호감도를 올리고 시작하자. 페르몬 향수스프레이 사용!’
[페로몬 향수 스프레이가 사용되었습니다. 박혜진과 이나은의 사용자에 대한 호감이 30% 상승하게 됩니다. ]
‘좋았어 이제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자.’
“저는 이번에 새내기로 입학한 유명한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20살이구요. 과는 전기전파전자공학부에요.”
“아 저는 박혜진이고 저도 20살이에요. 과는 유아교육과구요.”
“아 저는 이나은이고 저도 20살이에요 과는 국어국문학과입니다.”
둘 다 나에게 페르몬 향수 스프레이를 맞아서인인지 호감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인사했다.
“아 두 분 다 연기쪽 지망하시는거죠? 두 분 다 외모가 출중하셔서 그쪽이실 것 같은데 저는 외모가 평범해서 시나리오 작가 쪽 생각하고 있거든요.”
“아 아니에요 아 맞긴 맞는데 외모가 이뻐서 지망하는 건 아니구요. 원래 연기쪽에 관심이 많아서요. 그리고 유명한씨도 외모도 괜찮으신데 왜요. 연기 쪽 지망하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아 칭찬 감사합니다. 저도 연기하는 느낌이 궁금해서 연기쪽 한 번 지원해보려구요. 왜요 명한씨도 훈남이시니까 연기 쪽 지원해보셔도 될 것 같은데.’
박혜진과 이나은이 서로 자신을 낮추고 나를 높이 치켜세워주려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의 외모는 무척 평범한 축에 속한다라는 것을.
그렇지 않았더라면 전생에 모태솔로로 살다가 그렇게 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하하하하 말씀 감사합니다만 저는 저에 대해서 잘 알아서요.”
그렇게 자기 소개를 하고 나니 딱히 할말이 없다. 순간 어색해지려는 분위기.
나는 박혜진과 이나은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 레벨 1 스캐너 아이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레벨 1 스캐너 아이템이 사용되었습니다. 대상자 박혜진의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
나는 예를 클릭했다.
[대상자 박혜진의 기억: 동아리 면접 질문 ]
‘아하 박혜진의 머리 속에는 동아리 면접 질문이 지금 주된 관심사구나. 이나은도 확인해볼까?’
[레벨 1 스캐너 아이템이 사용되었습니다. 대상자 이나은의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
나는 예를 클릭했다.
[대상자 박혜진의 기억: 걱정 불안 면접 ]
‘이나은은 면접 때문에 걱정 불안이 지금 머리속을 채우고 있는 것 같네. 그럼 면접 질문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다시 터볼까?’
아 혹시 면접 준비 특별히 해온 것 있으세요?”
“아뇨? 그냥 동아리 면접이라서 그냥 이런 저런 말해야지 대충 생각만 하고 왔는데 막상 오니까 떨리고 긴장되네요.”
“아 저도 동아리 면접이라서 별 생각없이 왔는데 막상 와서 앉아있으니까 긴장이 많이 되네요.”
“아 제가 작년에 연극 영화과 동아리 활동하다가 관둔 선배가 있어서 면접 때 뭐 물어보는지 몇 개 이야기 들었거든요. 공유해드릴가요?”
나는 전생에 이미 면접을 한 번 치루어봤기 때문에 면접 때 무슨 질문이 나올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뒤풀이 자리에서 면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무슨 질문을 들었고 누구는 무슨 질문을 들었고를 웃으면서 공유하였기 때문에 면접에 관한 상당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와 정말요? 안 그래도 무슨 질문 나올지 궁금했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제 주위에 연극영화 동아리 하는 사람이 없어서 면접 때 무슨 질문이 나오나 궁금했었는데 알 방법이 없어서 답답했거든요. 명한씨가 말씀해주신다니 정말 잘 되었네요.”
“저도요! 제가 순간 대처 능력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면접 때 질문했는데 어버버하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감사해요. 저도 주변에 연극영화 동아리 하는 사람이 없어서 여기와서 선배님들한테 혹시 면접 때 무슨 질문 나오냐고 물어봤는데 웃으면서 안 가르쳐주더라구요. 면접 때 공평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하면서요. 와 유명한씨랑 같은 대기조 된게 행운이네요.”
박혜진과 이나은은 내가 면접에 나왔던 질문을 공유한다라고 말하자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면접을 보는데 면접에 나왔던 나만 알고 있는 면접 정보를 자신들에게 공유해준다라고 하자 나에 대한 호감과 첫인상이 매우 좋아진 모양새였다.
‘인생 2회차란게 이렇게 편하구나. 이렇게 미리 알고 있는 정보를 통해서 여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다니 개이득인데 이거. 크크크크크’
그렇게 나는 전생에서의 기억을 토대로 면접에 관한 질문들을 박혜진과 이나은에게 말해주었다.
나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박혜진과 이나은의 모습을 바라보자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자긍심이 내 몸에 벅차 올랐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박혜진과 이나은의 두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심장박동이 빠르게 뛰는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까 박혜진과 이나은과 단 세명이서 그리고 그 둘 다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던 경험도 처음인 것 같네. 진짜 새롭다.’
나는 전생에서 이렇게 이쁜 연극영화 동아리원과 단 세 명이서 그리고 내가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갔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얼떨떨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티를 내지 않고 마치 타고난 인사이더를 흉내 내며 면접에 대한 질문과 팁을 빠르게 공유하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가 와서 우리에게 이야기하였다.
“자 G조 1번 G조 2번 G조 3번 연극영화 동아리로 입장하실게요.”
“네 알겠습니다.”
“알겟습니다.”
“네!”
그렇게 우리는 연극영화 동아리 선배의 인도를 받아 연극영화 동아리실로 입장하였다.
연극영화 동아리방에 들어가니 연극영화 2학년 선배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 아는 얼굴이구만 그래.’
전생에서는 면접을 본다라는 부담감 때문에 벌벌 떨면서 동아리 선배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 했었지만 이번 생애에서는 이미 한 번 다 경험을 해봤었기 때문에 그리고 동아리 선배들의 특성과 성격을 다 파악하고 그리고 친밀하게까지 지냈었기 때문에 이번 면접 때는 긴장이 하나도 안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매우 부드러운 미소와 편안한 자세로 하지만 공손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면접에 임했다.
지원자 자리에 앉아서 선배들을 쳐다보는데 가운데 자리에 전생과 마찬가지로 이은세 선배가 앉아있었다.
연극영화 동아리 2학년 회장이자 2학년 에이스였던 이은세 선배.
이은세 선배는 오피스룩이 매우 잘 어울리는 커리어우먼과 같은 지적이고 도도한 이미지의 여자였다.
그리고 풍만한 C컵 가슴과 함께 잘록한 허리 라인으로 인해서 연극 영화 내부 남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왠만한 연기의 여주인공으로 낙점이 될 만큼 연극영화 내부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으며 그렇기에 여자로서는 드물게 2학년 회장까지 맡아 동아리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실제 성격은 매우 좋은 편이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 탓에 그리고 질문을 할 때 특유의 포커페이스 때문에 전생에서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어버버했던 기억이 났다.
“안녕하세요 저희 연극영화 동아리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럼 연극영화 면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알겠습니다.”
“자 G조 3번이신 유명한씨부터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연극영화 동아리에 지원을 하시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전생과 똑같이 3번부터 은세 선배가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나는 전생에서 D조 3번이었었는데 D조 1번부터 질문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을 하다가 3번인 내가 처음 질문을 받게 되어서 크게 당황하면서 말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번 생애에서는 다르지. 나는 나부터 질문이 먼저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었다고. 현생에서는 좋은 인상을 심어주마!’
나는 심호흡을 한 번하고 미소를 띤 채 부드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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