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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는 미래를 본다-21화 (21/170)

21화 C급던전 (3)

엿새째였다. 던전이 깊어질수록 난이도가 상승하는 바, 우리의 공략 속도는 가공스러웠다.

“우리 팀 레코드가 며칠이었지?”

“13일.”

보스전만 남겨둔 우리는 들뜬 상태였다. 하나같이 더러운 몰골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팀장님이 왜 그렇게 이태진 부서이동, 부서이동 노래를 불렀는지 알 것 같다.”

“그러니까. 솔직히 질투도 안 나.”

“질투고 자시고 끝나면 술이나 질펀하게 사 먹여 보자. 혹시 알아? 우리 팀 들어온다고 할지.”

“그거 좋은 생각이네. 2차는 내가 산다.”

나를 보는 시선이 하나같이 따뜻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경계의 시선이 없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중 대놓고 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최찬규도 있다.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어우. 이 사람이랑은 거리를 둬야겠다.

그런 내 표정을 봤는지 던전 안의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듯 보스전을 앞두고 낄낄대는 것은 억지로라도 여유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연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술사 열, 헤드 셰프널 다섯이 있습니다.”

레인저 고유의 스킬이었다. 우리는 볼 수 없는 문의 저편에 있는 것을 탐색하고 미궁 같은 던전에서 길을 찾는 능력 등.

전투적인 역량이 타 클래스에 비해 떨어진다 해서 그들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였다.

검술 등급이 상급에 올라서고 난 후 약간이나마 나에게도 비슷한 효과가 생겼다.

정신을 집중하면 놈들 고유의 파동이 느껴진다. 주술사의 깊고 진한 것과 전사들의 빠르고 거친 것. 그리고 제일 끝에 있는.

“…그리고 오든 프리스트(Ohden priest) 하나 있습니다.”

레인저가 침잠한 얼굴로 말했다. 대번에 팀원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확실한 거지?”

팀장 임형원이 그렇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뻔한 것이었다.

오크 제사장, 오든 프리스트. 필기점수가 꽝인 나조차도 들어봤을 만큼 위험한 놈이다.

돼지계열의 끝판왕이 족장이라면 제사장 계급에 속하는 이 오든 프리스트가 바로 밑에서 족장을 받쳐주는 참모다.

그걸 증명하듯 방 너머 가장 깊숙한 곳에서 선명하고 굵은 줄기의 파동 하나가 여실히 느껴졌다.

놈이 바로 오든 프리스트였다.

“주술을 자유자재로 쓰면서도 근접 박투에 능하다. 잡으려면 고생깨나 해야 하지. 아니면 아예 포기하든가.”

최찬규가 내게 그리 말했다.

“C급 던전에서 저 새끼가 뜨는 건 매우 드문 일인데. 운이 안 좋아. 아니,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최찬규가 지그시 나를 응시했다. 그런 그의 눈빛이 나쁘지 않았다. 그가 나를 동료로 여기는 것이 기분 좋았다.

각성자들이 소속에 강한 애착을 드러내는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이다. 생사를 함께 넘나들며 어쩔 수 없이 쌓이는 정 때문에.

이례적으로 임형원 팀장이 우리를 불러모았다.

“일단. 귀환석은 쓰지 않는다.”

보스전에 도전하겠다는 말이었다.

“다만 언제든 나갈 수 있게 다들 염두에 두도록. 그리고 이태진.”

“예.”

“…순간적으로 능력치를 대폭 늘리는 스킬이 있는 걸로 안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아무리 한솥밥을 먹는 사이라 해도, 설령 같은 팀이라 해도 모든 걸 알려주진 않는다. 임형원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본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다.

“문제없습니다.”

물론 아드레날린 부스트는 보스전을 위해 진작에 쿨타임을 맞춰놓은 상태였다.

“좋다. 전력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잡몹은 최찬규 외 나머지가 맡는다. 이태진.”

“예.”

“너와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제사장에게 붙는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마.”

파격적인 전략에 모두가 눈을 껌벅거렸다. 그러면서도 임형원에게 아무 반박도 하지 않는 것은 그가 얼마나 공격대에서 신뢰받고 있는지를 말해줬다.

“확인했습니다.”

망설임은 없었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오든 프리스트를 잡으면 경험치를 얼마나 줄까. 궁금한 건 그것뿐이었다.

방심과는 달랐다. 상급 검술에 다다른 후부터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녀석을 상대로 시험해보고 싶다는 호승심이 들끓었다.

당당한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지 임형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얼굴은 굳힌 채로.

***

[상태이상 : 저주에 빠집니다.]

보스전에 돌입하자마자 긴박한 순간이 연속됐다. 그리고 오든 프리스트의 이목에 걸린 순간, 나에게 저주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순간 고개가 푹 꺾였다. 그때 제사장의 검을 막은 건 순전히 본능의 영역이었다.

칼과 지팡이를 들고 우리 둘을 막아내고 있는 제사장은 그 자체로 섬뜩했다.

“이태진!”

임형원이 그렇게 외친 직후였다. 그가 시전한 스킬의 기운이 몸에 어리자마자 내부에서부터 불끈 힘이 솟구쳤다. 그는 메인 탱커이자 힐러였다.

곧 임형원이 스킬을 외자 중력에 이끌린 듯 제사장의 몸이 부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쏠렸다.

쿵!

임형원의 방패가 놈의 검을 막은 직후였다. 오든 프리스트가 괴성을 질렀다.

“크워어어!”

놈의 등에 박힌 칼을 뽑자마자 한 번 더 검을 찌르려 했다.

“크륵!”

이번에는 놈이 어그로에 속지 않았다. 칼과 칼이 맞부닥쳤다.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또다. 삽시간에 몸을 짓누르는 중력이 느껴졌다.

놈이 부리는 잡술은 이미 파악을 끝낸 상태. 일시에 전신의 마나를 터트려 그것을 파훼했다.

오든 프리스트의 당황스러운 눈빛이 여실히 보였다. 제사장의 충혈된 눈깔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무리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다른 말로는 공략의 끝에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나 또한 전력을 내고 있었다. 놈과 충돌할 때마다 땅이 흔들렸다. 다만 이미 승기는 기울어져 있었다. 우리의 승리다.

그걸 놈도 깨달았는지 녀석이 나를 저승길 동무로 삼으려 했다.

실시간으로 녀석의 피부가 급속도로 노화되고 있었다. 비례적으로 녀석의 힘도 사나워졌다.

다만 그뿐이다. 생의 끝에서 놈이 발산해대는 분노는 가히 놀라웠지만 상급에 도달한 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후의 일격마저 막힌 제사장이 허무하다는 얼굴 그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치우고 스킬의 잔여 시간을 확인했다. 아드레날린 부스트는 겨우 1분 15초를 남겨두고 있었다.

B급 던전은 아직도 머나먼 일이었다. 문득 짜증이 났다.

스악-!

전력을 담은 일점폭발이 터졌다. 남은 잡것들을 향한 분노였다. 임형원이 어어하며 놀란 것을 뒤로하고 몸을 던졌다.

고전하고 있던 것도 잠시, 내가 등장한 것과 동시에 전투가 일단락됐다. 한 톨의 경험치도 아까웠다. 빛이 번쩍일 때마다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무너졌다.

내 기세가 흉흉했던 까닭일까. 남은 몬스터들과 싸우던 동료들도 어느새 검을 내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못 볼 것이라도 봤다는 듯 뭐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다 무섭다느니, 첫 번째 방에서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느니.

뭐가 됐든 경험치만 몰아 먹으면 그걸로 족했다.

[아드레날린 부스트

잔여시간 : 2초]

그만큼의 시간을 남기고 보스전이 마무리됐다. 그리고 잠시 뒤였다. 일시에 체력이 쑥 빠져나가며 탈력감이 찾아왔다.

다행히 던전이 붕괴되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털썩 주저앉은 채 정면을 주시하자 그제야 내가 저지른 짓이 눈에 들어왔다. 쓰러져 있는 것들 중 내 검흔이 없는 놈이 없었다.

100까지 남은 레벨은 고작 4. 폭발적이라 말하기도 미안할 만큼 빠른 성장세였다. 그래, 최찬규의 말대로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응?

흐뭇한 시선으로 현장을 둘러보는데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고개를 슥 드는데 하나같이 묘한 얼굴이었다.

아차.

내가 생각해도 경험치를 너무 독식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이가 없네.”

“팀장님! 저 녀석 어떻게 좀 안됩니까?”

“어차피 조만간 B급 갈 것 같은데 그전에 조금이라도 꿀 빨아야죠. 우리.”

“설마 1팀으로 가진 않겠지?”

“오, 오케이! 내가 한석훈이랑 담판 짓고 온다.”

나를 두고 속닥거리며 농담하는 저들이 웃겼다.

음.

…농담 맞겠지?

***

던전을 공략한 대가로 얻은 골드박스는 내 몫이었다.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넙죽 감사하다고 받았다.

[근력이 10만큼 상승했습니다.]

아!

가장 필요했던 것이 떴다. 스킬이나 특성은 당분간 필요 없던 차였는데. 당장은 능력치와 레벨이 절실했다.

술을 먹이려고 난리를 피우던 선배들을 떼어낸 후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가벼웠다. 던전 공략 한 번 치고 성과가 많았다.

“좋아. 좋아.”

싱글벙글 웃으며 도어락을 열 때였다.

음?

난데없이 의식이 미래로 날아갔다. 늘 그랬지만 이번엔 특히 뜬금없었다.

그곳의 나는 현재의 바로 직후였다. 왜 이걸 보여주는 거지?

도어락을 연 내가 멈칫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망설였다. 컴컴한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척 때문이었다.

인벤토리 안에 잠들어 있던 롱소드가 어느새 손에 쥐어졌다. 철혈무제 세트는 반납하고 오는 길이었다.

내가 신발을 벗지 않은 채로 집 안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달빛만 감도는 집 안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터벅.

한 발 더 내디뎠을 때.

“…퇴사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말했다.

부엌 구석진 곳. 달빛을 등진 곳에 놈이 앉아 있었다. 김찬현. 1팀장이었던 사람이다. 더불어 나에게 검신의 축복을 빼앗긴 녀석.

김찬현이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놈의 서슬 퍼런 안광이 심상치 않았다.

“큭. 그렇게 들었나 보군. 이제 와서는 상관없지만.”

김찬현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중국으로 갔다는 소리는 헛소문이었군.”

그러면서 김찬현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그가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야겠지.

“내일 떠난다. 상해로.”

김찬현은 이까짓 것 숨겨서 뭐하겠냐는 투로 말한다. 어깨까지 으쓱대면서.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당신을 내쫓았다고 생각하냐는 말이야. 복수라도 하려고?”

김찬현이 피식 웃었다. 놈은 내가 하대하는 투로 말하는 것에도 전혀 관심 없는 듯 보였다.

“복수? 네까짓 게 뭐라고. 다만 알고 싶을 뿐이다.”

김찬현이 찌푸린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날 이후 얼마나 생각했었는지 모를 거다. 네놈의 입사 첫날부터 그날 있었던 일을 몇 번이나 복기했는지.”

그러면서 김찬현이 한 발짝 다가왔다. 나는 한걸음 물러났고.

“그날이라면? 언제를 말하는 거냐.”

놈은 나의 대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네놈이 뭔가 숨기고 있다고. 말해라. 어떻게 그런 기연의 연속을 얻었는지.”

“내가 말한다고 니가 따라 할 수 있을까?”

그곳의 나는 생각할 시간을 버는 모습이었다. 관찰하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D급 던전 당시의 김찬현을 떠올렸다. 칼을 휘두르던 놈의 모습이 떠오른다. 분명히 강했지만 나 또한 당시의 내가 아니다.

S급 검신의 축복을 얻은 지가 벌써 두 달이다. 능숙하진 않아도 특성에 휘둘릴 정도로 미숙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길 것이다. 단, 그것은 아드레날린 부스트가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또 하나.

어둠 속에서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정하고 투기를 숨기지 않는 녀석들의 숫자는 여섯이었다.

당장에 놈들의 수준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나하나로 따지자면 나보다 약한 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해야 하지?

현재로 돌아가서 말이다. 현재의 나는 이미 놈들의 사정거리 안이었다. 최선은 도주였다.

싸우기에는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방법. 방법은?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것은 배제했다. 22층 높이에서 뛰어내릴 바에야 놈들과 싸우고 말지.

엘리베이터 또한 마찬가지. 그것이 올라올 때까지 녀석들이 기다려 주는 것이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다.

계단으로 도망치는 것은? 가장 가능성이 크지만 절망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놈들의 숫자가 여섯일뿐더러 쫓는 쪽이 유리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싸우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강제로 입을 열게 해줄 수도 있다.”

“조건이 있다.”

김찬현이 턱짓했다. 한번 말해보라는 듯.

“네놈이 지금 확신하는 것처럼 나는 미래를 볼 수 있고 조작할 수도 있지.”

김찬현이 재밌다는 듯 팔짱을 꼈다.

“거기에는 큰 제약이 따른다. 한 번 사용 할 때마다 내 수명이 줄어들어. 그래도 이 능력을 원해? 그렇게 가지고 싶으면 그만한 대가를….”

“어디서 개수작을. 소용없다.”

김찬현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을 때. 나 또한 놈에게 몸을 날렸다.

미래의 내가 와락 얼굴을 구기는 게 느껴졌다. 아드레날린 부스트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가까워지는 김찬현의 얼굴이 여유만만했다. 확신한다. 놈은 내 경지를 모른다.

날린 자세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쾅!

놈이 주춤대며 뒤로 물러났다. 아쉬웠다. 한 치만 빨랐어도 목을 베는 건데. 반대로 김찬현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서!”

살수 중에는 마법사와 전사, 심지어 레인저도 있었다.

화살이 몸에 꽂히고 불똥이 튀었다. 선명한 고통이 여기까지 전해졌지만 놈들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어떤 놈이 마법사인지, 레인저인지.

그러는 사이 전투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미래의 나 하나를 사로잡는데 놈들 중 넷의 목숨이 날아갔다.

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과 나를 생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내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피를 많이 흘린 탓에 눈이 계속 감기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라.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제 너희는 평생 일성에 쫓기는 신세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김찬현의 발이 내 안면을 뭉갰다. 닥치라는 말과 함께.

의식이 꺼져가던 중이었다. 살수 중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김찬현에게 뭐라고 중얼댔다.

중국어였다. 느낌상 동료들의 죽음 때문인 것으로 보였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버티고 있던 내가 의식을 완전히 잃은 듯 쿵하고 눈이 감겼다.

화악!

도어락이 보였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던 참이었다. 전신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다.

이 문을 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까처럼 죽고 마는 건가?

아니다. 승산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덜덜 떨리는 손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살인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에 떠다녔다.

“후!”

잡생각이 몰려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오직 본능에만 몸을 맡겨야 하는 것이다. 생각은 모든 일이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

한석훈에게 문자 하나를 보낸 직후였다.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다. 김찬현이 보였다.

“그날 이후 얼마나 생각….”

놈들의 수준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 기다려 줄 이유가 없었다.

섬전이 번쩍하는 순간, 녀석 앞에 내가 있었다. 김찬현의 동공이 일순 커졌지만 이미 늦었다.

내 검이 그대로 놈의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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