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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217화 (215/221)

제217화. 종장 (4)

하윤하와 정현수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같은 장소에선 피 터지는 전투가 이어졌다.

사일런스.

같은 장소이지만, 서로 관여하지 않은 세상.

그 세상 속에서 강준호는 사슬 감은 주먹을 휘둘렀다.

휘릭- 채애앵!!!

그의 주먹이 진재희의 방패와 맞부딪치자 엄청난 굉음이 났다.

강준호는 손으로 중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티팩트 능력자였다.

그러니 손과 맞닿는 물체의 위치가 가까울수록 그의 아티팩트 힘은 더욱 강해졌다.

강준호는 인상을 팍팍 구기며 더 힘을 우겨 넣었다.

으그그그그그-!

두 개의 힘이 맞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하지만 강준호의 힘을 한 손으로 받아내는 진재희의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진재희는 갑자기 방패를 거두었다.

화악-!

그러자 강준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누구든 공중에서 몸을 제어할 수 없을 때가 가장 취약할 때이다.

진재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준호의 명치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휙- 퍼억!

내장 파열. 단지 니킥을 맞았을 뿐인데도, 온몸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준호는 피를 토해 냈다.

“푸하악-!”

그의 턱밑으로 새빨간 핏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강준호는 버텨냈다.

준호의 몸은 대미지로 인해 휘청거렸다.

진재희는 창을 내려 땅을 찔렀다.

쩌엉-!

그저 창을 찔렀을 뿐인데도, 지면이 폭삭 가라앉았다.

그녀는 두 눈을 날카롭게 찢으며 강준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명치를 부여잡곤 부들부들 떨어댔다.

마음이 불편해진 진재희는 준호에게 말했다.

“이럴 필욘 없잖아. 네 형도 이런 걸 원하진 않을 거야.”

재희는 어린 동생을 타이르는 듯 말했다.

그녀의 낮고 고운 목소리에, 고통스러워하던 강준호는 끌끌대며 웃었다.

“이럴 필요 없다고?”

그리고 그는 더 매서운 눈동자를 하고선 진재희를 노려보았다.

“기고만장하긴. 조금 이기고 있다고 벌써부터 여유야?”

하지만 그 말 뒤로, 강준호는 고통스러운 듯 기침을 연신 토해냈다.

보통이면 1분 내지면 회복할 상처도, 진재희에게 얻어맞으니 회복이 더뎠다.

강준호는 허리를 펴곤 심호흡했다. 그리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넌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 형제에 대해. 우리가 겪은 과거에 대해. 좋은 집안 평범한 집안에 태어난 네까짓 게 뭘 쳐 알겠어? 내가 말했지. 꺼지라고. X발. 너만 없으면 돼. 너만 없으면 된다고.”

준호의 꺼지라는 말에, 재희는 숨을 짧게 내뱉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결국 시온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재희는 아직 시온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준호의 말에는 함부로 대답할 수 없었다.

다만, 진재희는 지금 강준호를 막을 생각만 하고 있을 뿐, 그를 제압한다거나 죽일 생각은 없었다.

물론 강준호의 생각은 달랐다.

강준호는 진심으로 진재희를 죽일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는 지면 곳곳에 널브러진 가로등과 폐차를 허공에 띄웠다.

우웅-.

꽤 많은 아티팩트를 소모했는데도, 강준호의 힘은 여전했다.

“네가 아무리 거신의 힘을 제어하게 되었다고 해도, 날 막을 순 없을 거다. 난 네년을 죽이고, 반드시 우리 형제의 꿈을 이뤄내겠어.”

강준호의 그 말에는 진재희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형제의 꿈이라고?

아니, 그건 철없는 강준호 혼자만의 꿈이다.

강시온의 생각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혼자만의 이기적인 꿈.

‘말해보지도 않고, 얘기 나눠보지도 않고. 스스로 정하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게 철없는 거지.’

진재희의 시선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거대한 부유체가 떠올라 있었다.

또다시 강준호의 부유체가 진재희에게 날아들었다.

지금껏 수백 개에 이르는 그의 부유체는 모두 진재희의 방패에 막혔다.

아무 의미도 없는 공격이라는 걸 강준호도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방패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진재희의 손목에 초록 실이 감기기 시작했다.

휘릭.

“?!”

진재희의 성스러운 방패는 반쯤 만들어지다 멈추었다.

그리고 그 초록 실을 조종하는 것은 이주연이었다.

진재희는 곧장 다른 손으로 성검을 만들어 초록 실을 베었다.

최종 각성한 진재희의 성검이기에, 자르지 못할 건 없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주연은 다른 실이 끊어지기 전에 당겨 진재희를 안았다.

와락!

그 순간, 이주연은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으윽!”

진재희의 몸에는 닿기만 해도 불타는 신성한 물질이 둘려 있었다. 진재희의 몸을 붙잡은 이주연은 지금 불타는 고통을 느끼면서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았다.

덕분에 이번 강준호의 공격은 진재희에게 먹혀들었다.

쾅-! 콰과과과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두 여자에게 온갖 부유체가 떨어졌다.

강준호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더욱 세게 몰아붙였다.

진재희가 밟고 있는 땅부터 그녀가 도망칠 만한 땅까지.

마치 삽으로 땅을 한 번 뒤엎는 것처럼, 한 번에 축구장만 한 토양이 마구잡이로 휘날렸다.

얼마나 파장공세가 이어졌을까.

“우윽!”

강준호는 입을 틀어막았다.

엄청난 힘을 쏟아낸 뒤에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우웨엑!”

강준호는 각혈을 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고통이 수반되었다.

당장이라도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강준호는 참았다.

이렇게 자신이 무너지면, 우리 형제는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가야만 했기에.

그의 눈은 핏줄이 터져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빨간 눈동자로 강준호는 진재희를 찾았다.

그때, 하늘 높게 치솟은 먼지 구름이 마치 환풍기에 빨려가듯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막모래 바람처럼 도시를 가득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먼지구름이었다.

하지만 진재희가 창을 프로펠러처럼 빠르게 돌리자, 모든 먼지구름이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주연까지 희생시키며 퍼부었던 강준호의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강준호는 그녀를 내려다보다 허탈한 숨을 푹 내쉬었다.

“말도 안 돼.”

지금껏 강준호에겐 적수가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플레이어도, 몬스터도 모두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적어도 강준호는 플레이어들 중 최강의 존재였다.

허나, 눈앞에 있는 저 여신은 인간을 뛰어넘었다. 저건 마치.

“?!”

그 순간, 강준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이 힘, 냄새, 기운.

분명 느껴본 적 있었다.

그건 지구가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존재에게서 느꼈었다.

‘설마.’

강준호의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맺혔다.

하늘에 떠오른 강준호를 바라보던 진재희 역시 가만히 기다렸다. 그녀의 손에는 폭삭 타 버려 기절한 이주연이 들려 있었다.

기절한 이주연의 얼굴을 바라보던 진재희는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오랫동안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를 돌아다녔지만, 그렇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

언젠가 이 사막을 벗어나 푸른 초원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녀에겐 그 푸른 초원이 의미하는 건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것이었다.

처음 그녀가 아버지를 잃었을 땐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회귀 이전, 강시온의 죽음을 눈앞에서 마주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도, 가족도 모두 똑같다.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마주한 강시온도. 이야기를 나누는 강시온도. 가족, 친구 그 모든 것이 결국 자신의 세계였다.

언제나 함께하고 싶지만 영원하지는 않은 세계.

영원하지 않기에 더 소중한 세계.

더 이상 어떤 것이든 잃고 싶지 않기에, 그녀는 싸우는 것을 선택했다.

그때, 강준호는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밟았다.

그의 온몸은 이미 피범벅이었지만, 눈동자만큼은 굳건했다.

강준호는 천천히 진재희를 살폈다.

그리곤 세 발자국 더 앞으로 나오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대화로 하자고 했나?”

준호의 물음에 재희는 침묵했다.

준호에게선 여전히 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그에게는 조금 숨을 돌릴 필요가 있어 보였다.

털썩-!

진재희가 무어라 말한 것도 없지만, 그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짐승처럼 거친 숨을 내뱉었다.

“좋아. 대화로 하자고. 대신, 네가 나를 설득시켜야  할거야.”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진재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었다.

“뭐?”

“네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세상사보다 더 좋은지. 네 입으로 말해봐.”

강준호는 명령하는 듯, 말했다.

그의 말에 진재희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 순간, 진재희는 힘을 거두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의 외관부터 주변에 흐르던 기운까지.

진재희는 천천히 강준호에게 다가갔다.

온통 폐허가 된 도심.

그 도심의 한가운데, 강준호는 앉은 다리로 앉아 있었다.

그는 앉아 있는 것도 지치는지, 한쪽 팔꿈치를 허벅지에 대고 있었고. 상체는 팔꿈치를 댄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 강준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 진재희는 정확히 그의 앞에 섰다.

강준호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진재희는 한쪽 허리에 손만 올리곤, 강준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 보고 이해하라고 하진 않아. 백날 말해 봐야, 네가 이해할 수도 없을 거고. 근데 뭘 이해해?”

“그럼 대화가 안 되네. 멍청한 년아. 네가 나보고 대화로 풀라며?”

분명 강준호는 밀리고 있었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진재희에게 강하게 나섰다. 그리고 진재희도 기분이 상했는지, 혀를 차며 대답했다.

“누가 나랑 얘기하재? 형이랑 얘기하라고.”

“형은 네년 때문에 정상적이지가 않아.”

“아- 도돌이표인가. 제발. 준호야.”

진재희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 순간, 준호는 열이 받아 소리쳤다.

“날 이름으로 부르지 마! 이 병신같은 년이!”

준호의 목소리는 사자처럼 우렁차게 폐허 공간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는 당장 일어나 진재희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강준호는 조금 상체를 일으켰지만, 이내 뒤로 자빠졌다.

전투는 확실하게 강준호의 패배였다.

만약 진재희가 강준호를 적으로 인식하고, 끝까지 살려 둘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진즉 전투는 끝났을 것이다.

실제로 진재희는 자신의 힘을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리그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정점에 있었다.

그건 강준호조차 어쩔 수 없는 ‘절대 힘’의 영역이었다.

진재희는 그 힘을 제어할 줄 알았다.

하지만 강준호는 그 힘을 제어할 줄 몰랐다. 그러니 각혈을 포함한 여러 부작용을 겪는 거다.

누가 보아도 진재희가 강준호보다 한 수 위. 결투는 끝이었다.

진재희는 아직까지도 씩씩대는 강준호를 내려다보았다.

정말 말 안 듣는 동생.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안 보였다.

애초에 진재희에게 강준호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강시온이 돌아간다면 돌아간다는 것이고, 이곳에 남겠다면 남겠다는 거다.

강시온은 흔들릴 자가 아니었다.

그건 강준호보단 진재희가 그의 곁에서 더 많이 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진재희는 주먹을 쥐며 말했다.

“넌 시온의 동생으로 태어난 걸 감사한 줄 알아. 이렇게 말 안 듣고 중2병 걸린 널, 시온은 타일러 주잖아?”

“닥쳐! 버러지 같은 년이! 그 아가리 찢어버리기 전에!!! 네가 뭘 쳐 아는데! 이 병신같은 년아!”

강준호는 악을 쓰며 진재희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말아쥔 주먹만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넌 내 동생으로 태어났으면, 진즉에 뒤졌어. 난 내 동생 교육은 말로 안 하거든. 자고로 동생 교육은 매가 약이야. 아, 학대 아니다. 내 매는 사랑의 매.”

“이 개 같은-!”

결국 강준호는 성에 못 이겨 마지막 힘을 쥐어짜 진재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진재희는 그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그니까 이제 좀 자. 깝치지 말고.”

진재희는 달려드는 강준호의 안면에 자신의 주먹을 꽂아 넣었다.

부웅! 퍼- 억!

“커헉!”

안면에 주먹이 꽂힌 강준호는 순식간에 기절했다. 그러곤 힘없이 뒤로 쓰러졌다.

그의 콧구멍에서는 코피가 터져 줄기를 이루고 있었고, 진재희는 쓰러진 강준호를 바라보며 말아쥐었던 주먹을 폈다.

적당히 힘 조절했다.

적당히 사랑의 매 정도로.

물론 강준호의 안면에 부딪힌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지면을 박살 낼 정도이지만.

쩌엉-! 쩌저저저저적!

지면에 처박힌 강준호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진재희는 한숨을 짧게 내뱉곤, 강준호에게 보호막을 씌워 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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