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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199화 (199/221)

제199화. 이별과 재회 (7)

우지혜는 시체가 가득한 거리로 도망쳤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그녀는 그제야 방독면을 벗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하아.”

그렇게 얼마간 서 있는가 싶더니 금세 자리에 주저앉아선 우악스러운 기침을 토해 냈다.

그녀의 눈동자는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저씨의 힘이. 느껴지지 않아.’

김강석의 힘은 실로 대단해서, 도시의 어디에 있든 그를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강석의 힘이 사라졌다.

그걸 의미하는 바는 뻔했다.

“우욱.”

우지혜는 몰려오는 토악질에 입을 틀어막았다.

진재희와의 전투에서, 우지혜 역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녀의 내장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우지혜는 기어이 피를 토해 냈다.

그녀가 쏟아 내는 피의 양이 너무 많아 아스팔트 도로가 빨갛게 물들을 정도였다.

몇 번의 토악질 이후, 우지혜는 몰려드는 슬픔에 견딜 수가 없어 벽면에 기대었다.

김강석이 죽었다.

언젠가 죽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서로가 죽어도 돌멩이처럼 꿋꿋하게 버티자고 약속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니, 참을 수가 없었다.

오장육부가 뒤틀린 고통보다 동료를 잃은 슬픔이 더 컸다.

그때 그녀의 앞에 누군가 섰다.

우지혜는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를 올려 그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신성한 빛에 휘감긴 진재희였다.

진재희의 얼굴은 험악하게 구겨져 있었다.

“악마 새끼가……. 그래도 감정은 있나 보네…….”

“…….”

우지혜는 눈물 섞인 눈동자로 진재희를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맹수처럼 진재희를 노려보았다.

진재희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지혜는 오로지 진재희의 오른팔에만 집중했다.

진재희는 이제 팔을 한 쪽밖에 사용할 수 없으니, 만약 여기서 전력으로 부딪힌다면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전투 이후에는 자기 육체가 어떻게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전투 이후의 걱정 따윈, 지금은 할 필요가 없었다.

휘릭- 부웅-!!!

진재희가 단숨에 접근해선 우지혜를 향해 성검을 휘둘렀다.

성검은 올곧은 대각선을 이루며 우지혜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우지혜는 몸을 낮추어 피했다.

성검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건물을 베었다.

우지혜는 또다시 아티팩트를 불러왔다.

그녀가 아티팩트를 불러들이는 와중에도 성검은 우지혜를 따라갔다.

“……?!”

우지혜는 몸을 낮춘 상태로 급하게 고개를 뒤로 빼내었다.

하지만 성검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서- 걱!

성검은 방독면을 잘라 내며 지면에 처박혔다.

간발의 차이였다.

성검은 우지혜의 방독면을 두동강 내는 것도 모자라, 이마를 베어 내기도 했다.

촤아아아아악!

우지혜의 이마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분수처럼 앞으로 솟구쳤다.

우지혜는 손가락 여덟 개를 교차하여 네 개의 X를 만들어 냈다.

그러자 네 개의 화 검이 하늘에 떠올라, 진재희를 노렸다.

휘릭, 휘릭, 휘릭, 휘릭-!

진재희 역시 몸을 피하며 화 검을 피했다.

그럼에도 우지혜의 화 검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세밀하게 조작해, 화 검을 계속해서 쏘아대며 진재희를 노렸다.

진재희는 단숨에 날아올랐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치열한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 * *

무너진 도심 속.

그 건물 사이를 한 개의 빛이 도망을 가고, 네 개의 빛이 뒤쫓기 시작했다.

그 다섯 개의 빛 아래로 대학살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피와 살점이 튀고 비명과 신음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전쟁의 끝은 파멸임을 모든 이가 알고 있었지만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그들 모두가 억울한 죽음 앞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그 비명과 울음 속에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참혹한 광경을 보며, 웃는 이들은 그들밖에 없었다.

통쾌한 개그 코너라도 보는 듯, 박진감 넘치는 격투 스포츠라도 보는 듯.

그들의 웃음소리는 온 우주에 퍼졌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큭.

-더! 더! 더! 하하하하!!!

하등한 인간이 잔혹하게 죽을수록, 그들은 환호했다.

전장 위, 두 명의 관리자.

A와 F는 이 모든 광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기뻐했다.

“최고를 위한, 최고에 의한, 최고의 경기임에는 분명하다.”

“우-!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흘러넘치네! 엄청나! 엄청나!”

“슬슬. 강남이 이 전쟁의 마무리를 지을 때도 되었나?”

“강남? 강남? 지금껏 그놈들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나?”

“한 방을 위한 침묵이지.”

“한 방을 위한! 침묵! 오오오.”

A는 고개를 돌려, 롯데타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흥미롭군. 이제 한 마리뿐이다. 지켜보지. 최후에 살아남는 왕이 누가 될지.”

* * *

진재희와 우지혜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상대처럼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서로의 목숨을 노렸다.

공방, 공방, 공방, 공방, 공방.

물러설 곳도 없고, 전진할 곳도 없다.

‘서로’의 마지막을 ‘서로’에게 바친 것이었다.

이 전투가 끝나면 반드시 한 명은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지혜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진재희를 공격했다.

진재희가 이미 충분히 지쳤기에, 이번 공격으로 그녀를 무력화할 수 있었다.

우지혜는 마지막 사력을 다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화 검을 잡았다.

휘둘러지는 화 검의 검로 뒤에는 길고 아름다운 불길이 나 있었다.

그 불길의 끝에는 진재희의 목이 있었다.

진재희는 차마 그 공격을 인지하지 못했고, 이렇게 베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강시온이 먼저였다.

화악-!

강시온은 단숨에 화 검 사이로 날아와 구체로 공격을 막아 냈다.

구체에 달라붙은 화염은 끝없이 불타기 시작했다.

강시온은 쉬지 않고 강하게 우지혜를 몰아붙였다.

우지혜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모든 구체를 막아 내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금세 정신을 차린 진재희는 강시온을 따라 우지혜에게 달려들었다.

2 대 1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진재희가 공격하면 강시온이 방어하고.

강시온이 공격하면 진재희가 방어했다.

둘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우지혜를 상대했다.

공격 한 방, 한 방이 강력했다.

공간이 뒤틀리고, 건물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어린 여자의 입술에서 터져 나온 새빨간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푸흐윽-!”

우지혜는 한계였다.

그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두 명의 플레이어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마저도 강시온과 진재희를 상대로 어느 정도 혈투를 벌이는 것에서, 우지혜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그때 우지혜는 강시온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분명 전투력에 있어서는 진재희가 압도적으로 강했지만, 중간중간 흐름을 끊는 강시온이 상당히 거슬렸기에.

우선 강시온을 죽인다면 진재희를 잡는 건 손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진재희는 몸을 던져 우지혜의 공격을 막아 냈다.

퍼버버벙-!

또다시 진재희의 몸에 불꽃이 휘감겼다.

이번에는 머리카락에도 불이 붙어 있었고, 진재희는 그걸 보자마자 고민도 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잘라 냈다.

사르륵-.

그녀의 오른팔에 진한 화상 자국이 선명했다.

그때, 강시온은 자신의 앞을 막은 진재희에게 말했다.

“자꾸 막지 마. 내가 할 수 있었어.”

“막은 적 없어.”

둘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우지혜는 그들에게 빠르게 접근해선,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공격이 닿기 전에 강시온의 오른발이 우지혜의 옆구리에 꽂혔다.

팍!

“끄으으……!”

우지혜의 화 검은 길을 잃고 애꿎은 건물에 처박혔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진재희가 성검을 우지혜에게 찔러 넣었다.

푸욱-!

이번에는 직격이었다.

빛나는 성검이 우지혜의 옆구리에 찔러 들어갔고,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진재희는 원래 심장을 노렸지만, 우지혜는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옆구리가 찔리는 것을 선택했다.

성검이 그녀의 배에 찔러 들어가선 등 뒤로 튀어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결정타였다.

우지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자신의 배에 처박힌 성검을 바라보았다.

“…….”

“…….”

“…….”

셋은 그렇게 멈췄다.

우지혜가 아직 죽지 않은 것을 확인한 진재희는 더 강하게 성검을 찔러 넣었다.

푸우우욱……! 츄르르륵-.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우지혜는 현기증을 느꼈고, 두 발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강시온은 우지혜에게 말했다.

“1라운드 그 중학생…….”

“…….”

강시온의 물음에 우지혜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강시온은 아티팩트를 불러 모으며 말을 이었다.

“한국이 좁다고 해도 이렇게 좁을 줄이야. 운명이 이렇게 갈리다니.”

“…….”

“포기해. 메트로는 끝이다.”

“…….”

우지혜는 그제야 고개를 천천히 들며 강시온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새끼 양처럼 순한 눈동자였다.

그리고 말했다.

“……이해가 안 돼.”

우지혜는 자신에게 성검을 찔러 넣은 진재희의 왼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터억-.

진재희는 자신의 어깨에 우지혜의 손이 올려졌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우지혜는 진재희를 한 번, 강시온을 한 번 바라보았다.

우지혜는 숨을 가쁘게 내쉬며 말을 겨우겨우 이었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저항하는 건. 멍청한 짓이야……. 힘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면……. 세상엔 평화뿐…… 일 텐데. 사람은 위로 올라가려는 하찮은 욕심 때문에……. 죽는 거야. 이름을 남기고 싶기 때문에, 죽이고 죽는 거야……. 그리고 압도적인 힘을 마주한 순간…….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죽게 되지.”

우지혜의 팔 끝이 서서히 불타기 시작했다.

츠츠츠.

이건 그녀의 최후의 수단이었다.

최후의 수단이라고 해봐야, 도망가는 것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교주는 강하다. 단독으로 도시를 파괴할 정도로. 그리고 두 왕을 굴복시킬 정도로. 그래서 난 그 남자에게 충성을 다 했고, 그렇게 난 평화로운 메트로 안에서 지냈어. 몇몇은 교주에게 반기를 들고 칼을 겨눴지만……. 모두 죽었다.”

우지혜의 몸은 점점 사라지더니, 이제 얼굴 부분만 남게 되었다.

강시온과 진재희는 그녀를 붙잡을 수도, 쫓아갈 수도 없었다.

우지혜의 마지막 말을 들을 뿐이었다.

“너희도 똑같을 거다…….”

츠츠츠츠-.

불꽃은 허공에서 타오르다, 사라졌다.

우지혜가 사라진 전장에는 두 사람의 가쁜 숨소리가 울렸다.

진재희는 입가에 묻은 핏줄기를 손등으로 닦아 내며 설명했다.

“도망은 쳤다지만, 살아남진 못할 거야. 성검에 베어진 상처는 플레이어의 능력으로는 회복되지 않거든. 어쨌든…….”

그때, 할 말은 해야 했던 강시온은 진재희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며 소리쳤다.

“왜 말 안 들어!”

진재희는 두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곤 상황을 인지하더니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뭘?”

“죽는다고 했잖아! 내가 안 왔으면, 지금쯤 넌……!”

“막을 수 있었어. 막을 수 있었다고……. 그리고 저 여자를 죽여야만 했잖아. 그게 네가 원하는 바잖아?”

“언제 내가 원했어. 멋대로 해석하지 마.”

“리그를 끝내는 거. 그게 네가 원하는 거고! 저 여자는 필시 방해가 될 뿐이잖아. 그래서 내가 해치우려고 했어. 해치우고 다음 라운드에 가야지. 내가 설령 죽는다고 해도 널 지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고 하지 마. 계속…… X발!”

그때 시온이 처음으로 욕을 내뱉었다.

진재희는 놀랐다.

그리고 그는 땅바닥에 있던 돌멩이를 성질이 났는지 뻥 차 버렸다.

휘릭- 콰광!!!

그가 차 버린 돌멩이가 건물 벽면에 맞았고, 돌에 맞은 건물 외벽이 우스스 무너져 내렸다.

강시온도 플레이어였다.

그도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진재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화가 잔뜩 난 강시온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어긋난 건지, 둘은 모르고 있었다. 사실 둘 모두 서로를 위함이었는데.

진재희는 강시온을 이 리그를 끝낼 유일한 열쇠로 생각하고 따르는 주종관계에 가까웠다.

전생에서부터 진재희의 위치는 강시온의 부하였던 최현지의 부관이었다.

그러니 진재희에게 강시온은 절대적인 군주이고, 자신은 신하일 뿐이다.

하지만 강시온은 진재희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결정적인 차이였다.

사실 문제는 하나뿐이었다.

강시온의 감정이 바뀐 것이었다.

“지키지 마.”

“……어?”

그의 한 마디에 진재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시온은 이제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숨을 크게 내뱉고는 다시 말했다.

“지키지 말라고. 나.”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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