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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186화 (186/221)

제186화. 서울의 지배자 (2)

강시온은 진재희를 강변에 내려놓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황민재에게 명령했다.

“진재희를 챙겨.”

“예.”

황민재는 그대로 명령을 따랐다. 그가 지시하자 다른 인원들이 쓰러진 진재희에게 다가가 간병을 시작했다.

적의 예상 이동 침투 경로는 파악해 두었다.

어차피 지하로 들어오는 놈들의 경로는 뻔했으니, 그곳으로 병력들을 보내 실낱같던 놈들의 보급로를 끊어 버릴 것이다.

잔존세력 소탕.

강시온은 이제 마지막으로 준비한 수를 두었다.

남은 건 승리를 위한 발걸음뿐이었다.

강시온은 강변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각 부대의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 병사들 속에는 진재희의 친구, 이호승도 함께였다.

강시온은 그들에게 소리쳐 명령했다.

“다리가 끊어지는 순간, 이제 모든 준비는 마쳤다. 남은 건 우리가 가진 용기를 펼치는 것뿐이다. 한강 이남, 적들의 잔존 세력을 모조리 소탕하라. 나의 모든 걸 쏟아 낼 테니, 너희도 모든 걸 쏟아 내라. 너희 스스로를 위해 싸우란 말이다!”

강시온을 주먹을 꼭 쥐며 들었고, 그에 맞춰 모든 지휘관과 병사들은 포효했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들의 함성은 대단했다.

한강 속에서 슬레디만에게 잡아먹히는 헌터들의 비명 소리들이 전부 묻혀 버릴 정도로, 대단한 함성들이었다.

강시온은 곧장 손을 뻗어, 구체를 종으로 만들었다.

곧이어 청량한 종소리가 전 부대에 울렸다.

주인의 명령을 들은 오우거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죽여라. 한 명도 빠짐없이……! 서울의 주인은, 우리다.”

강시온은 자신했다.

지난 5년간의 대립 속에서 살아남는 것과 이 4파전의 승자는 반드시 자신이 될 것이라는 걸.

* * *

먼 하늘에서 강시온의 구체로 만들어 낸 보름달 문양이 나타나자, 최명준은 바로 정예대원들을 데리고 움직였다.

최명준과 대원들은 얼굴을 숯으로 검게 칠하고는 결의를 다지고 건물을 나섰다.

이미 거리에는 수많은 헌터들이 창과 검을 들고 한강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그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포대교가 무너졌다는 소식이야!”

“그 새끼들! 정신 나갔나! 마포대교가 무너지면 자신들도 손해라는 걸 모르나!”

“어서 움직여! 한강 쪽으로 전 병력을 이동시키라는 대통령의 명령이다!”

“X발 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어!”

최명준은 헌터들이 이동하기만을 기다렸다가, 서둘러 도로를 건넜다.

800명에 달하는 정예대원들이 최명준의 명령 한 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최명준은 방심하지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은밀하고 확실하게 적의 최종 거점까지 이동했다.

800명이 마치 한 몸이라도 된 듯이 움직였다.

최명준이 멈추라면 멈추고. 움직이라면 움직이고. 숨을 참으라면 참았다.

고도의 훈련을 받아온 정예대원들은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할 정도였다.

중간에 길목을 지키는 헌터들이 있으면, 그들은 순식간에 암살했다.

휘릭- 서걱!

“커헉……!”

“우으윽……!”

최명준은 헌터 한 명을 생포했다.

헌터는 아등바등거리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정예대원들은 더욱 강하게 그녀를 압박했다.

최명준은 헌터의 목에 칼을 들이민 채 물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면 살려 주겠다. 아니면 눈알부터 하나씩 뽑아 가며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 주지.”

붙잡힌 헌터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북의 괴수는 경복궁에 있는 게 맞나?”

헌터는 대답하지 않고 눈물만 글썽였다.

그러자 최명준은 고민도 않고, 헌터의 눈에 칼을 꽂아 넣었다.

피가 솟구치고 헌터는 괴로운 듯 악바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정예대원들이 입을 강하게 틀어막고 있어서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진 않았다.

최명준은 되물었다.

“마지막 기회다. 어차피 네가 말 안 해도 또 다른 놈을 잡아서 물으면 돼. 강북의 괴수는 경복궁에 있는 게 맞나?”

헌터는 피를 흘리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여 댔다.

그 말을 들은 직후, 최명준은 그녀의 목을 베었다.

피가 솟구치며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사실 물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최명준은 알고 있었으니.

하지만 본격적인 작전을 진행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해본 것일 뿐이다.

최명준은 대원들에게 다시 작전대로 진행하라고 명령했다.

정예대원들은 다시 이동했다.

그들은 기어이 하룻밤 사이에 경복궁 근처로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훼손된 경복궁과는 다르게, 괴수의 몸집은 훤히 보였다.

저들이 천으로 아무리 가리려고 노력해도, 괴수는 훤히 보였다.

물론 만경의 것과는 크기부터 차이가 났다.

만경의 괴수가 훨씬 더 크고, 때깔도 좋았다.

강시온의 예상대로 북왕은 괴수를 통제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괴수는 자연스레 병들어 죽게 될 정도로 쇠약해진 모습이었다.

최명준은 그곳을 살폈다.

‘경계가 삼엄하군.’

경복궁을 지키는 헌터들은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헌터들과는 생김새가 많이 달랐다.

조직적이지 않고, 각기 다른 복장과 무기를 차고 있었다.

하지만 최명준은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최명준은 무기를 꺼내 들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일제히 대원들은 회칼을 꺼내 들었다.

지금까진 빛에 반사되는 칼날 빛을 감추기 위해, 무기는 품속에 숨겨놓았었다.

이젠 숨겨 놓을 필요가 없었다.

기다리던 전투가 시작되니까.

최명준은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그들이 알아서 움직였다.

전방에 총을 가진 적이 있기에, 최대한 조심해야만 했다.

북왕 세력도 안일한 생각을 가졌는지, 총을 쥔 헌터는 열 명이 안 되었다.

정예대원 한 명이 단검 날을 잡아, 20m 거리에서 사수를 향해 던졌다.

휘릭- 푹!

날아간 단검은 정확하게 사수의 목에 명중했다.

담백한 암살이었다.

동료가 죽자 총을 든 헌터들이 경계하며 주위를 조준했지만 늦었다.

휘릭- 푹푹푹푹!!!

정예대원이 던지는 단검들은 정확하게 표적에 적중하였다.

단검 던지기는 정예대원의 입단 절차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들은 정확한 명중률로 적들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었다.

최명준은 경복궁 정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주위에는 수십 명의 정예대원들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정예대는 궁전의 담벼락을 넘어 단번에 안쪽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800명은 군대 단위로 보면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암살단이라면 달라진다.

암살자 800명. 이들은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많은 숫자다.

“너흰-! 뭐야!”

“으아아악!”

“X발! 총 가져와!”

담벼락 너머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명준은 궁전 문을 열며 안쪽 공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명준의 정예대 역시, 안일하게 생각한 건 마찬가지였다.

타앙-! 폭!

한 발의 총알이 날아와 최명준의 오른쪽 배에 꽂혔다.

“…….”

최명준은 휘청거렸고, 자신의 배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피를 매만졌다.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정예대는 내부 경호 헌터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내부의 경호 헌터들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자들이다.

게다가 정예대와 거의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다.

최명준의 총상이 아물기 시작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자신의 정예대가 조금씩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명준은 생각했다.

‘강북이랬나…….’

형님의 말씀에 따르자면, 강북은 조직폭력배 조직원들이 소규모로 단체를 이루다가 라운드를 거치며 결국 왕에 오른 자가 있다고 했다.

단정할 순 없었다.

하지만 최명준이 전에 모시던 큰 형님도, 강북을 거점으로 폭력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최명준은 이번 원정에 조심스러웠다.

만안경찰서에서 강시온과 처음 대면한 최명준은, 유치장에서 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큰형님을 모시러 가는 것이었다.

큰형님은 최명준에게 은인이었다.

동네 양아치에 불과했던 자신을, 빵에서 보듬어 주었고 나아가서는 자신의 능력을 처음으로 인정해 준 사람이었으니까.

최명준은 큰 형님께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하고, 지금껏 모시며 살았다.

하지만 강시온과 다니다 보니 큰 형님의 행방은 묘연했고, 잊고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이 났다.

최명준은 생각을 정리했다.

‘단정할 순 없어. 그냥 다른 식구들일 수도 있고.’

조직폭력배야, 21세기에 들어선 많은 조직이 해산했지만 몇몇 조직은 그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최명준은 이곳에 있는 강북의 왕이, 자신의 큰형님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아…….”

최명준의 입에서 붉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

그의 아티팩트 능력은 버서커.

진재희처럼 화려한 임펙트도, 최현지처럼 실용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지만.

이 아티팩트가 전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다치면 다칠수록,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대 다수의 상황에서 최명준의 힘은 절대적이었다.

최명준이 달려들자 곁에 있던 정예대도 자신들의 동료를 돕기 위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휘릭- 우득!!!!

최명준은 단숨에 헌터 한 명에게 달려들어 목뼈를 비틀어 버렸다.

깜짝 놀란 근처에 있던 헌터가 최명준에게 회칼을 휘둘렀다.

“이 X, X발!”

푸욱-!

회칼은 정확히 최명준의 옆구리에 꽂혀 들어갔고, 그럴수록 그는 더 강해졌다.

부웅- 퍼억!!!

최명준이 단순히 내지른 주먹에 헌터의 얼굴이 함몰되었다.

헌터는 사방으로 피를 분사하며 쓰러져 죽었다.

또다시 권총을 쥔 헌터가 총알을 쏘아 댔다.

탕! 탕! 탕! 탕!

헌터가 쏘아 대는 총알은 각각 최명준의 어깨, 허벅지, 갈비뼈에 맞았다.

일반인이었다면, 단번에 제압되었을 만큼의 중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처를 입으면 입을수록 더 빠르고 강해졌다.

부웅-! 콰직!!!

최명준의 주먹은 이제 대상을 함몰시키는 수준을 넘어 폭파할 정도로 강력해졌다.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잘게 부서진 인간의 두개골이 사방으로 터졌다.

최명준은 멈추지 않았다.

경비대가 보이는 족족 주먹을 휘둘렀다.

부웅-, 콰직!

부웅-, 퍼엉!

이제 그의 주먹은 일반 총알보다 더 강력해졌다.

주먹을 휘둘렀을 뿐인데,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

괴수를 지키는 경비대들이 아무리 훈련된 전사들일지라도, 최명준의 상대가 되진 않았다.

최명준은 여전히 최전방에서 적을 학살했다.

그는 오로지 맨주먹만으로 권총을 든 헌터와 칼을 든 헌터, 여러 명이서 한꺼번에 달려드는 헌터까지 모두 피 반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티팩트 능력을 얻기 전에도 최명준은 이미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이 아티팩트 능력을 얻은 순간, 신이 되는 것이다.

전쟁의 신(神).

얼추 경복궁 경비 세력이 정리가 되자, 정예대원 한 명이 최명준에게 후다닥 다가와 보고했다.

“대장님. 대원 105명 죽었고, 부상은 200정도. 그리고 남은 적은 없습니다.”

“…….”

최명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복궁 내부에 저들의 피와 시체가 마구 널브러져 있었다.

최명준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 확인 공간이 한 곳 있었다.

최명준은 부하에게 명령했다.

“괴수를 죽여라.”

“예.”

최명준은 그 말만을 남기고 앞으로 걸어갔다.

대원은 걸어가는 그에게 물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하지만 최명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향하는 곳은 근정전이었다.

* * *

경복궁 근정전.

그것은 원래 조선 시대에 임금의 즉위식이나 대례를 거행하던 공간이었다.

리그가 꽤나 진행된 지금까지 그 형태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으며, 근정전 안에는 임금이 앉던 어좌(御座)가 있었다.

어좌는 오로지 서울 북부의 왕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는 늙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에 가까운 중년의 남자였다.

북왕 김국종.

그는 과거 흑룡파의 두목이자, 현재는 메트로 세력에 정복당해 교주의 칼이 된 남자였다.

김국종의 등에는 거대한 검은 용 문신이 있었다.

최명준과 마찬가지로.

김국종은 어좌에 임금처럼 앉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근정전으로 최명준은 걸어 올라갔다.

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근정전에 울렸다.

최명준은 말했다.

“……아니길 바랐습니다.”

김국종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의 침묵 뒤, 최명준은 다시 말했다.

“……정말 아니길 바랐습니다.”

여전히 김국종은 대답하지 않았고, 최명준은 마침내 근정전에 들어갔다.

그가 걸어온 길에는 핏 길이 나 있었다.

모두 경비대를 때려죽이고 몸에 튄, 피들이었다.

최명준의 피는 새빨간 기체로 증발되고 있었다.

그는 김국종을 올려다보며 애처롭게 말했다.

“……큰형님.”

최명준의 얼굴이 슬픔에 일그러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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