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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185화 (185/221)

제185화. 서울의 지배자 (1)

검은 물체가 솟구치며 헌터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검은 물체 속의 헌터들은 서서히 질식해서 죽어 갔다.

최현지는 하윤하에게 검은 물체를 둘러 주었다.

그러자 하윤하는 검은 물체를 꼭 쥐고는 최현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가, 강동 방어전은? 거기도 병력이 부족하지 않아?”

“강동은 포기하랍니다~ 영웅께서. 만경을 수비하는 것이 더 급할 것 같아서.”

그때 헌터 한 명이 총검을 쥐고, 최현지에게 달려들었다.

“으야아-!”

최현지의 몸에 검은 물체가 휘감기기 시작했다.

푸- 욱!

헌터의 총검이 최현지의 배를 찔렀지만, 그녀의 쫀득쫀득한 갑옷은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다.

이후 최현지는 헌터의 목을 잡아채 단번에 반대편 건물 너머로 던져 버렸다.

놈은 야구공처럼 하늘에 치솟으며 날아갔다.

최현지는 헌터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나이스 샷~”

호탕하게 웃는 최현지를 보며 하윤하는 놀라 물었다.

“여, 영웅의 명령인 거야?”

“그래유~ 예상외로 헌터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면서 만경 방어전에 수비 병력을 늘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언니가 바로 달려왔지.”

또다시 웬 헌터들이 최현지를 향해 총을 쏘아 댔다.

최현지는 검은 물체를 늘려, 총알을 모두 삼키곤, 그것을 반사시켰다.

헌터들은 자신이 쏜 총알에 맞아 쓰러졌다.

최현지를 전투를 하면서도, 말을 끊지 않았다.

“근데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올 걸 그랬나?”

“내 힘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어.”

“뭐, 대부분은 정현수의 힘 아냐?”

그때, 흐린 비구름 속에서 번개가 마구 튀겼다.

정현수는 3일 동안 밤낮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는 적의 아티팩트 플레이어를 상대하고 있었다.

붉은 악마라고 했다.

정현수와 필적하는 힘을 가진, 플레이어.

정현수와 붉은 악마뿐만이 아니었다. 옥상과 하늘에선 아티팩트 플레이어들끼리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고, 지상에선 보병끼리의 전투가 이어졌다.

최현지의 등장은 만경 수비대에겐 한 줌의 빛과 같았다.

“어쨌든, 영웅의 작전이 시작되었으니까. 나도 널 도와줄게.”

하윤하는 그런 말을 하는 최현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피와 빗물이 튀는 전장 속에서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 거대한 땅울림이 연이어 들렸다.

곧 그녀 위로 오우거의 가랑이가 지나갔다.

부웅-!

오우거가 빠르게 그들을 지나가며 엄청난 기류가 생겼고, 최현지의 머리카락이 세차게 흩날렸다.

최현지는 곧장 고개를 돌려 오우거가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악!!!!

온몸에 총알 자국이 가득한 오우거가 저돌적으로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헌터는 달려드는 오우거를 쏘아 댔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우거는 거대한 싱크홀에 몸을 던져 그곳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모래성을 파기 위해, 두 손으로 흙을 퍼내듯이 엄청난 기세로 싱크홀을 파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싱크홀을 주먹으로 쳐 대며 나오는 모든 헌터를 단번에 죽여 버렸다.

그 엄청난 광경을 바라보던 최현지는 휘파람을 불렀다.

“휘유-. 대단하네. 쟤들 사냥할 때면 구경할 맛이 난다니까.”

그때, 하윤하가 근처에 있던 의료키트를 집어 들며 전장으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그런 하윤하를 최현지가 붙잡았다.

“어디가? 그런 몸 이끌고.”

“부상자를 뒤로…… 옮겨야 해.”

“에궁-. 참나.”

최현지는 검은 물체를 보내, 전장에 쓰러져 있던 부상자를 단숨에 낚아챘다.

그러고는 빠르게 뒤로 보내 버렸다.

하윤하가 종일 옮겨도 모자랄 일들을 최현지는 그냥 가볍게 해결했다.

일을 마친 최현지는 다시 하윤하의 몸을 검은 물체로 감싸기 시작했다.

“황제님은, 황제님답게, 안전한 곳에서 있으세요~. 네? 제발요.”

“아, 앗. 자, 잠깐. 읍! 읍!”

“숨구멍은 내줄 거니까, 걱정은 마시고.”

휘리리릭-!

최현지는 하윤하를 후방으로 보내 버렸다.

그리고 목을 자연스럽게 좌우로 꺾었다.

우드득, 우득.

오우거가 휩쓸고 간 전장은 한동안 고요했다.

하지만 다시 놈들이 싱크홀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끈질긴 헌터들의 생명력에, 최현지는 혀를 찼다.

‘아-. 진짜 바퀴벌레 쉐- 끼들도 아니고.’

한눈에 봐도 수십 명이나 되는 헌터들이 총을 쥔 채 최현지에게 다가왔다.

검은 물체가 그녀의 전신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곧 등에서 검은 물체로 만든 날개가 솟아났고, 적을 위협할 만큼 거대한 뼈도 나타났다.

손바닥에서는 뾰족한 촉수가 튀어나오더니 검은 창이 되었다.

이제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 그 자체였다.

눈만 내놓은 최현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헌터들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정말 귀찮네.”

모든 것이 귀찮았다.

처음부터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했다.

그건 아마 강시온을 만나고 나서부터일 것이다.

그녀는 원래 콜라만 있으면 되는 인물이었다.

강시온은 그런 그녀의 특징을 파악하여 콜라로 유혹했고, 그녀는 그것에 홀려서 만경에 남았다.

원래라면 만경 같은 도시에선 진즉에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현지는 하윤하를 보호하고 싶기도 했고, 강시온이라는 존재를 서서히 인정하게 되기도 했다.

어느 한곳에 정체되어 있기 싫었건만, 결국에는 만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도 뛰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는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전쟁이 끝나고 강시온의 부탁을 들어준 뒤.’

그때만큼은 미련 없이 만경을 떠나고자 마음먹었다.

최현지의 꿈.

그건 전 세계를 일주하며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이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했다.

최현지는 같은 곳에서 오랫 동안 사는 게 질렸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공간을 추구했다.

그래서 그녀의 오랜 꿈은 여행 블로거 여행 너튜버였다.

물론 콜라와 함께.

그녀는 남몰래 중얼거렸다.

“너무 오래 머무른 것 같다. 이곳에.”

최현지는 단숨에 자세를 낮추고는, 검은 창을 앞으로 찔러넣었다.

그 순간, 공간이 둘로 갈라지면서 검은 창대의 가시들이 마치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퍼졌다.

촤좌좌자자자작-!

헌터들은 그 가시에 찔려 죽었다.

공간 속에 있던 헌터들은 둘로 나뉘어 죽었다.

* * *

헌터들이 만경을 공격하기 시작할 때, 강시온의 작전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서울 북부의 공략은 최명준의 몫이다.

두 번째, 마포대교를 끊어 적의 보급로를 끊는다.

세 번째, 서울 남부의 적의 잔존 세력들을 모조리 소탕한다.

네 번째, 송파를 점령한다.

여의도에 만경 침공 소식이 들려온 늦은 밤.

비가 억세게 쏟아지는 밤하늘에 빛이 떠올랐다.

진재희였다.

그녀는 밤하늘을 배경 삼아 떠올라 있었다.

그녀가 내뿜는 영롱한 빛은 신성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힘을 동원한다면 마포대교를 돌파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만경의 보병 전력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봐야만 했고, 적들의 아티팩트 플레이어의 정보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무턱대고 점령전에 나설 순 없었다.

강시온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아티팩트 플레이어끼리의 전투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아닌.

보병 전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다.

그래서 다리를 끊어버리기로 했다.

저들은 강시온이 마포대교를 사수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시온은 강북의 척박한 땅 따윈 관심 없었다.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 3라운드를 돌파하고 자신의 계획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한강 위로 떠오른 진재희 주위로 세 개의 성검이 빠르게 회전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작은 회오리가 쳤고, 한강의 괴수 슬레디만은 차마 그녀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성검을 꺼내, 하나로 모았다.

“……!”

진재희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정신력을 집중시켰다.

성검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키를 훌쩍 넘을 만큼 길어졌다.

그녀는 그렇게 거대해진 성검의 손잡이 부분을 쥔 채로 발도(拔刀)의 자세를 취했다.

빛이 한데 모이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한동안 힘을 응축시켰다.

그 엄청난 위세에 마포대교 위의 방어세력도 그녀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메트로 세력의 아티팩트 플레이어 한 명이 그녀를 막기 위해 수면 위에서 파도를 일으키며 날아왔다.

하지만 그의 앞을 막은 건 강시온이었다.

아티팩트 플레이어는 그곳에 멈춰 강시온을 바라보았다.

강시온은 수면 위에 부유한 채, 구체를 모아 방어벽을 전개시켰다.

그 장면을 바라본 플레이어는 비웃었다.

“멍청하긴.”

타앗-!

플레이어는 강물에 파도를 일으켜, 구체로 이루어진 방어벽에 쏟아 냈다.

콰와왕-! 철썩!

거대한 파도가 구체 방어벽에 부딪히며 뒤흔들렸다.

플레이어는 파도 위에서 강시온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낮은 벽은 세워도 의미가 없거든. 멍청아!”

휘릭-!

플레이어의 창날이 강시온을 향해 휘둘러졌다.

허나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는 건 강시온의 가시들이었다.

푹푹푹푹푹!

플레이어의 창날이 강시온에게 닿기 전, 수많은 선이 그의 온몸을 꿰뚫었다.

“……?!?”

놈은 어느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깨달은 순간 이미 늦었다.

이미 강시온의 주변 하늘에는 그가 전개한 함정들이 가득했다.

슈슈슈슈슈슉!

수면 아래에서 선들이 튀어나와 플레이어를 노렸다.

플레이어는 피를 흘리면서도 창을 휘둘러 자신에게 날아드는 모든 선을 베어버렸다.

하지만 베어도 베어도 선은 줄어들지 않았다.

“개같은 새끼!”

플레이어는 빠르게 비행하며 선들을 피했지만, 강시온은 아주 세밀하게 선들을 조작했다.

마치 드론처럼.

선들은 강시온의 명령대로, 생각대로 휘날렸다.

플레이어는 도망가기를 멈추고 또다시 파도를 일으켜 물 벽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빠른 선들일지라도 물벽에 처박히면 속도를 잃고 파괴력이 떨어졌다.

선들이 힘없이 강물 속으로 떨어지자 플레이어는 씨익 웃었다.

“X신이……! 물 벽을 세우면 그만이지……!”

하지만 동시에 강시온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그는 파도를 넘어오고 있었다.

“낮은 벽은 의미 없다고, 방금 네가 말하지 않았나?”

“……?!”

어느새 접근한 강시온은 주먹을 들어 곧장 플레이어의 오른쪽 뺨을 강타했다.

퍼억-!!!

아주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강시온이 뻗은 주먹은 의미가 달랐다.

놈의 뺨을 타격한 순간, 구체들이 플레이어의 뺨에 다닥다닥 달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물 벽을 세워 자신에게 달라붙는 구체를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구체는 서로를 당겨 합쳐졌다.

이를 응축이라고 하는데, 강시온은 자신의 힘을 극한으로 이용해 구체를 응축시켰다.

구체는 선보다 느렸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 타격해야만 했다.

“앍! 으앍! 아아아악!!!”

하늘에 떠오른 플레이어의 몸에 구체들이 마구잡이로 달라붙었다.

놈은 괴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구체를 떨어뜨리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플레이어는 점점 강물 속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그곳에는 미꾸라지처럼 수면 위로 치솟으며 파도를 일으키는 슬레디만들이 가득했다.

플레이어는 비명을 내질렀다.

“제길……! 아, 잠깐! 제발……! 미안해! 사, 살려 줘!!! 잘못했으니까!”

슬레디만들은 수면으로 내려오는 플레이어를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때.

철썩-!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플레이어를 집어삼키려던 슬레디만들까지 모두 삼킬 정도로 거대한 아가리를 가진 초거대 슬레디만이 나타났다.

밤하늘처럼 어두운 수면 아래 속에서 드러난 놈의 실체는 ‘한강의 제왕’다웠다.

놈은 사실 다리의 벽을 모두 무너뜨린 범인이기도 했다.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한강의 제왕은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슬레디만들과 플레이어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덥썩-!

갑작스런 녀석의 등장 때문에, 강시온도 위험에 처했다.

‘젠장……!’

놈은 슬레디만들과 플레이어로는 만족 못 했는지, 강시온까지 노리며 날아들었다.

꼬불꼬불하고 매끄럽지만, 그 어떠한 생명체보다 거대한 몸뚱이가 수면 위로 한없이 솟구쳐 나왔다.

제왕의 기괴한 울음소리는 한강 전역에 울려 퍼졌다.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설마 끝이 없는 건가?!’

강시온은 있는 힘껏 하늘 위로 도망쳤다.

하지만 놈은 몸이 얼마나 긴지, 계속해서 하늘 위로 쫓아왔다.

놈은 강시온과 근접하자, 아가리를 벌렸다.

쩌---------- 억.

그 안에서 나는 비릿한 향과, 칠흑처럼 어두운 아가리 속은 제아무리 강시온일지라도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구체들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다.

놈의 아가리는 이제 강시온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어딜 둘러보아도 사방이 놈의 입천장과 기다란 혓바닥이었다.

강시온은 마지막 힘을 방출하여 구체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작은 구멍을 내어 그곳으로 탈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자신을 집어삼키려던 놈의 입천장과 혓바닥이 갈갈이 찢겨져 하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드러난 밤하늘에 강시온은 깜짝 놀라 아래를 바라보았다.

“……!!!”

강시온의 눈동자가 커졌다.

수면 위에선 거대한 빛줄기가 타원형을 그리며 전방을 베어가기 시작했다.

그 빛은 놈의 몸뚱이를 갈라냈고, 결국 한강의 제왕은 두 조각으로 나뉘어 허물어졌다.

타원형의 빛줄기는 거대한 놈의 몸통을 가르며 앞으로 쭈욱 나아갔다.

그리고 그 빛줄기는 그대로 마포대교의 다리를 잘라 냈다.

공기를 가르는 경쾌한 소리 뒤에는 천지가 뒤흔들리는 소리가 서울 시내 전역에 울려 퍼졌다.

스응-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한강의 제왕이 수면 아래로 떨어지고, 마포대교도 둘로 나뉘어 한강으로 떨어졌다.

다리 위에 있던 메트로 세력의 방어 주둔군은 영문도 모른 채, 한강에 떨어져 수장되었다.

강시온은 떨어져 가는 한강의 제왕을 바라보다, 진재희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온몸에서 빛이 꺼져 갔다. 모든 정신력을 소모한 것처럼.

강시온은 짧게 감탄했다.

‘역시 넌…….’

과연 진재희라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이었다.

힘을 모두 쏟아내고 기절해 떨어지고 있는 진재희를, 강시온은 빠르게 날아가 받아 냈다.

그러고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다.

이제 전쟁의 양상은 뒤바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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