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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183화 (183/221)

제183화. 정예대의 의미 (2)

강서, 인천 연합 검문소.

단발머리의 여자는 당돌하게 소장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수원에서 왔슴다! 이름은 채채연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채채연은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소장에게 인사했다.

고개 숙인 채채연 옆에는 이주연이 서 있었다.

두 여자는 강준호의 부하로, 술과 담배를 독점한 군주를 찾기 위해 인천을 통해 강서구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강서구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두 외지인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었다.

검문소장은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선, 채채연을 위협했다.

“그래서. X발. 어쩌라는 건데. 갑자기 찾아와선 그런 요구를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냐? 험한 일 겪기 전에 꺼져. 네놈들의 법이 이곳 메트로에선 먹히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검문소장은 그녀와 자신 사이에 있던 테이블에 권총을 올려놓았다.

권총을 보자, 채채연 옆에 서 있던 이주연은 단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채채연은 태연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말했다.

“아~ 아~. 또 어긋나신다. 우리 어긋나지 맙시다! 전 조사하러 온 것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협조만 해 주시면…….”

“X발년이.”

검문소장은 권총을 단숨에 움켜쥐곤 채채연을 겨누었다.

“안 그래도 만경 그 X발 스파이 놈들 잡아넣는 일로 바빠 죽겠구만. 불러 모아 놓고 왜 X랄이야. 그리고 외지인인 주제에. X같은 년이. 감히 메트로 세력 내부의 수사권을 얻겠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X신 같은 놈들이.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와서 왜 행패야?”

그의 말 중 절반은 욕설이었다.

검문소장은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

지금 만경의 스파이들을 색출하는 일로 인해, 검문소 전체가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수원 1지부장 대신들의 면회는 메트로와 수원 협약상 반드시 해야만 했다.

하지만 검문소장은 그들에게 예를 갖출 생각이 없었다.

검문소장의 주위에는 근육량이 상당한 헌터들이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채채연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담배 한 까치를 물며 물었다.

“지금 전쟁 중이시라고?”

“전쟁 중이든, 아니든. 그쪽 알 바는 아니고.”

채채연은 두 다리를 교차했다.

훤히 드러난 그녀의 허벅지가 헌터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는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아-. 음. 그래요. 수사에 협조를 해 주시면, 인천을 통해 들어오는 사치품의 유통권을 바로 여기 연합 검문소로 넘길게요. 매력적인 제안 아닙니까? 소장님. 그렇죠?”

그녀의 말에 불쾌감을 드러내던 소장도 조금 감정을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검문소장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채채연의 말대로 세력은 전쟁 중이다.

떨어져 있는 낙엽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 게 현 메트로의 상황이다.

만약 잘못된 판단으로 지하교의 눈에 잘못 들기라도 한다면 보통 죽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지하교의 심판관들은 잔혹하기로 소문이 난 자들이니.

검문소장은 총의 슬라이드를 당기곤 채채연에게 겨누었다.

“닥치고 꺼져. 쏘기 전에. 이쪽도 수원 쪽 애들이랑은 엮이고 싶지 않거든.”

채채연은 담배를 문 채로, 장난스럽게 두 손을 들었다.

“아~~ 어긋나지 말자고, 말씀드렸는데, 기어이 이러시네.”

“네가 뭘 주든, 어떤 조건이든 이 이상 세력 안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가서 네 대장한테 전해. 지금 메트로를 건들면 지금까지 너희 상인들에게 내어 주던 통행증도 모조리 몰수라고.”

“흐음~.”

채채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신다면.”

채채연은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이주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검문소장의 총구는 여전히 채채연을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채채연은 방문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방문을 잠갔다.

철컥-.

그녀는 담배 연기를 깊게 내뱉으며 말했다.

“그렇게 강경하면, 이쪽도 강경하게 할 수밖에.”

“이 X발! 너 뭐 하는!”

검문소장은 놀라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릭- 타앙!!!

한 발의 총성이 방안에 울리고, 두 번째 총성이 울리기 전, 헌터들의 이마에는 초록 화살이 꽂혀 있었다.

이주연의 열 개의 손가락에 초록 실이 달려 있었고, 그 실들은 화살과 연결되어 있었다.

총성이 울리자, 누군가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채채연이 먼저 방문을 잠궈 놓았기에, 그들이 방으로 들이닥치는 일은 없었다.

채채연은 이주연의 어깨를 주무르며 기뻐했다.

“역시 언니야. 겁나 세!”

“목표 이뤘으면 열쇠 찾고 빨리 가자. 탈출 계획은?”

“완벽하죠. 언니. 잠깐만. 확실히 열쇠가 이거였던가~?”

채채연은 금세 헌터들의 시체로 다가가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러고는 검문소장의 주머니에서 열쇠 더미를 꺼내었다.

찰랑- 찰랑-.

채채연은 열쇠 더미를 흔들며 말했다.

“언니는 곧장 1호선 따라 만경으로 간다고 했나? 다시 한번 동생을 찾아보겠다고.”

그녀의 말에 이주연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녀는 만경에서 다시 한번 동생을 찾고자 했다.

이주연은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만경에서 지냈다.

이후엔 울창한 숲을 넘어 수원으로 거점을 옮겼다.

이번 차례에서도 채채연의 독 제어 아티팩트를 이용해, 단번에 만경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만경은 현재 남쪽 지방에 대한 모든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첩보가 있었다.

이주연은 채채연을 따라 인천으로 들어오는 루트로 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만경에 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위장 신분이 필수적이었다.

둘은 여기서 갈라질 계획이었다.

이주연은 채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넌 어쩔 건데?”

채채연은 검문소장이 가지고 있던 총을 챙기며 대답했다.

“난 만경의 황제.”

“……하윤하랬나.”

“응. 지금 메트로 세력을 공략 중이라 만경의 최고 간부들이 여의도에 모여 있다는데. 거기 있을 수도 있어. 아무래도 담배와 술을 독점한 범인은, 하윤하일 가능성이 가장 크니까.”

채채연은 권총을 벨트에 걸며 이어 말을 이었다.

“일단 여의도부터 살피고, 거기에 없으면 만경으로 가야지. 만경에서 보면 되겠네, 언니랑.”

“응. 그래.”

이주연은 힘없이 대답하곤, 굳게 닫힌 철문으로 다가가 잠금장치를 열었다.

그녀의 아티팩트가 초록빛을 띠며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파고들었다.

별안간 비명 소리가 울렸다.

“만경에서 봐.”

이주연은 그 말만을 남기고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초록 화살에 온몸이 꿰뚫린 검문소의 경비병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 * *

마포대교는 일주일째 변화가 없었다.

강시온은 놈들의 본대가 먼저 움직이길 바라고 있었지만, 적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버티고만 있었다.

이곳의 두 진형은 마치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심리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상대 전략에 걸리는 것이다.

여기까지 진격하면서 강시온도 깨달은 것이 있었다.

적들도 만경의 군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증거로 놈들의 본대는 아직 지하에서 꽁꽁 숨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제아무리 강시온의 정보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땅 밑에 숨은 병력들을 찾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마포대교는 도화선이다.

만경이 먼저 마포대교를 공격한다면, 저들은 준비해 둔 수를 둘 것이고.

저들이 먼저 본대를 이끌고 공격한다면, 만경도 준비해 둔 수를 둘 것이다.

시온은 멍청하게 놈들이 바라는 대로 공격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포격전을 하며 기다릴 뿐이다.

트드드드드-. 투욱!

폐차가 하늘에 떠올라 마포대교 방어대 쪽으로 날아갔다.

사수는 종을 울려 오우거를 조금 더 전진시켰다.

오우거는 네발로 기며 조금 더 앞쪽으로 이동했다.

투석기를 등에 장착한 오우거의 조준 준비가 완료되면, 투석용 자동차를 옮기는 것도 오우거가 수행했다.

사수는 마지막 점검을 하고, 다시 투석했다.

5분에 한 번씩.

음료 캔처럼 구겨진 투석용 자동차가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메트로의 방어벽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고, 적들은 투석이 없는 때를 틈타 부랴부랴 정비했다.

어차피 시간은 강시온의 편이었다.

만경은 2.5라운드의 주제인 ‘괴수’를 아주 잘 통제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강시온은 가만히 적들이 항복하길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다.

작전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온종일 투석용 자동차가 날아들고, 밤이 깊어갈 무렵.

온몸을 숯으로 검게 칠한 정예대 몇몇이 다리 하단부에 모였다.

하루에 50명씩. 지금까지 400명이 넘게 모였다.

다리 하단부에 와이어를 연결해, 은밀하게 마포대교를 넘고 있었다.

판교에서 그들이 매일 같이 훈련하던 와이어 이동 기술로 다리를 넘는 것이었다.

정예대가 움직일 때면, 다리 위에서는 교란 작전이 벌어졌다.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소수 정예가 적들의 방어벽에 근접했다가 후퇴하기를 반복했다.

물론 이는 정예대의 이동에 슬레디만이 꿈틀대는 것을 적들이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단부를 은밀하게 이동하여, 마침내 서울 북부에 도착하면.

미리 설계해 두었던 침투 루트를 따라 건물로 잠입했다.

침투라고 하면 은밀하게 지하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메트로 세력 내부는 달랐다.

놈들은 오히려 지하에 더 모여 살고 있었고, 지상은 정찰하는 헌터들만 있을 뿐 아무도 살지 않았다.

정예대는 폐허 속으로 은밀하게 이동했다.

이 침투 루트는 모두 최현지가 사전에 알아본 정보를 토대로 짠 것이었다.

최현지는 강남에 감시자로 보내는 듯 보였지만, 사실 서울 북부로 넘어가 그들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건 모두 강시온의 명령이었고, 지시였다.

최현지의 능력은 대단했다.

그녀는 정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고, 적의 핵심 정보를 모두 알아내곤 안전하게 강남으로 도망갔으니.

어쨌거나 방랑자 중 가장 독보적인 능력의 최현지가 알아 놓은 침투 루트는 비정상적이었지만, 그만큼 확실했다.

정예대는 지금껏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서울 시내 중심부의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갔다.

그들의 이동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최현지가 최명준에게 했던 말이 있다.

-분명 안전하긴 한데, 진짜 뒤지게 힘들 거야. 각오해? 나도 진짜 뒤질 뻔했거든. 특히 마포대교 넘어갈 때.

-정예대는 그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 근성과 각오만 있으면 된다.

-……붕신. 가오 부리기는. 하여튼 죽지나 마라. 너 뒤지면 육개장에 밥 두 공기 말아 먹을라니까.

정예대는 사전에 알아 둔 최현지의 침투 루트에 대해 철저하게 연습했다.

처음 마포대교 와이어부터 시작해서, 접선 장소까지 이동하는데 12시간 안에 주파해야만 했다.

해가 뜨기 전에 접선 장소에 도착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마포대교는 건너는 데만 6시간이 걸린다.

단순히 숫자로만 표현하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진 않지만, 와이어를 타고 건너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손바닥에 와이어에 긁혀 핏물이 차올라도 절대 놓아선 안 되었다.

목소리도 내면 안 되었다.

속도도 느려선 안 되었다.

뒤따라오는 동료들의 방해가 되니, 일정한 속도로 계속해서 이동해야만 했다.

만약 속도가 늦어질 것 같거나, 비명을 지를 것 같으면 차라리 줄을 놓고 바다에 떨어지라는 것이 최명준의 명령이었다.

그렇게 네 명이 떨어졌다.

슬레디만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떨어지는 먹잇감을 단숨에 삼키고는 강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50명씩. 정예대가 모두 건너가기까지는 2주 정도가 필요했다.

그들의 접선 장소는 그 누구도 없는 어느 공사장 10층이었다.

2주 동안 그들은 그곳에서만 숨죽인 채, 말린 쥐포를 뜯어 먹거나 소금으로 버텼다.

모든 건 강시온이 계획하여 내린 특별 명령이었다.

정예대는 진정한 강시온의 개였다.

주인이 하라는 대로 하는 개.

그리고 언제든지 적을 물어뜯을 수 있는 개.

정예대는 배고픔과 정신적 고통을 2주 동안이나 버텼다.

물론 최명준도 그들과 함께였다.

대원들은 미쳐 가는 와중에도,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소금과 쥐포를 뜯어먹을 뿐이다.

그리고 정확히 2주 뒤.

마지막 대원들이 접선 장소에 도착했고, 그들의 대장은 최명준에게 다가갔다.

마지막 대원들의 대장은 최명준의 모습을 보곤 깜짝 놀랐다.

최명준은 부하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 가장 첫 번째 날에 출발했다. 그러고는 이제까지 이곳에 ‘앉아서’ 기다렸다.

2주간을 말이다.

그리고 마주한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였다.

입과 코, 귀에서는 붉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그는 핏대 어린 눈동자로 마지막으로 넘어온 대원들의 대장을 바라보았다.

대원들의 대장은 바짝 긴장해선, 고개 숙여 그에게 쪽지를 건넸다.

“영웅의 명령입니다.”

최명준은 부하에게서 쪽지를 건네받았다.

그는 품 안에서 손전등을 꺼내었다.

평소라면 절대 켜지 않을 손전등이었지만, 지금은 켜서 쪽지를 보았다.

딸각-.

손전등에 비친 강시온의 필체를 본 최명준은,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적들은 만경 본진을 타격하기 시작함. 남쪽 하늘에 보름달이 차올랐을 때, 총공격 개시. 무운을 빔.

최명준은 쪽지를 입 속에 넣고는 질겅질겅 씹었다.

그러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곳에 모인 정예대도 함께 일어났다.

최명준은 쪽지를 씹어대며 대원들의 얼굴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살인마들의 눈빛이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최명준은 명령했다.

“준비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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