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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182화 (182/221)

제182화. 정예대의 의미 (1)

붉은 비늘을 가진 놈들은, 제일 작은 것도 길이 10m에 달하는 뱀 형태의 대형 몬스터, 슬레디만이었다.

슬레디만은 돌묵상어처럼 거대한 아가리로 먹잇감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뛰어난 위장 신축성을 가지고 있어, 평생 배부름을 느끼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기도 한다.

한강 내부의 생명체는 슬레디만에 의해 대부분 몰살당했다.

부족한 먹잇감을 찾던 몇몇 슬레디만은 강변으로 올라와 인간들을 사냥하기도 했다.

그들이 순간적으로 물에서 튀어나와 먹잇감을 잡아채는 속도는 일반 악어에 비해 몇 배나 빨랐다.

그렇게 채인 먹잇감은 한번 입에 들어간 순간,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했다.

서울에 사는 시민들도 슬레디만 때문에 한강에서만큼은 물을 긷지 않을 정도였다.

배를 띄우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놈들 중 가장 큰 개체는 한강 다리를 무너뜨릴 정도로 거대했다.

마포대교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관리자의 개입 때문이었다.

관리자 측은 마포대교에 ‘몬스터의 공격으로 절대 무너지지 않는’ 제한을 걸어 두었다.

서울 남북 간의 교류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기 위하여, 관리자 측에서 수를 써 두었던 것이다.

그러니 여의도와 연결된 마포대교가, 사실상 서울 남북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슬레디만은 피 냄새를 쫓는 포식자다.

진재희가 풍기는 강한 피 냄새는 놈들을 끌어당기는 달콤한 유혹이 되었다.

그때, 거대한 아가리가 강물에서 솟구쳐 나와 진재희를 덮쳤다.

촤아아아악-!

그 우악스럽게 벌린 아가리의 모습은 실로 공포스러웠다.

놈에게 잡아먹히는 인간은 극한의 공포를 느끼다가 서서히 질식해서 죽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상대가 나빴다.

진재희는 검조차 휘두르지 않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명령을 받은 성검들이 슬레디만을 단숨에 토막 냈다.

서걱-! 서거거거거거걱!

토막 난 슬레디만의 시체 조각이 운석처럼 강변에 떨어져 내렸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그녀의 보좌관들은 입을 떡하니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뒤따라오던 슬레디만들은 강력한 그녀의 힘을 보자마자 목표를 변경해, 토막 난 동족의 살점을 삼키고는 강물 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망치는 놈들조차 놓치지 않았다.

진재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듯 손가락을 가볍게 아래로 휘둘렀다.

그러자 성검은 정교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주인의 명령을 따라 수면 아래로 침투했다.

세 개의 성검이 하늘에서 수면 아래로 꽂혀 들어가며 슬레디만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성검은 마치 수면 아래의 물고기를 사냥하는 갈매기처럼,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사냥당한 거대한 슬레디만의 시체가 강변 쪽으로 던져졌다.

부웅-!

거대한 몸집을 가진 괴물들이 하늘에 붕 떠올라 강변에 떨어졌다.

쿵……!!! 쿵! 쿠웅!

그것을 바라보던 다른 진재희의 보좌관들은 또다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은 저 괴물을 무슨 장어잡이 하듯이……?”

“진짜 우리랑은 다른 차원에서 사는 것 같아.”

“왠지 열등감이 솟구쳐…….”

진재희는 얼추 사냥을 마무리하고는, 아직까지 살아서 꿈틀대는 슬레디만을 바라보았다.

슬레디만 고기의 특징은 굉장히 맛있다는 것.

살점은 족발처럼 기름기가 찰찰 흘러넘치며 식감은 쫀득하고 맛은 소고기처럼 담백했다.

이 고기는 그녀가 전생 동안 맛보았던 온갖 몬스터 중에 가장 맛있었다.

진재희는 이 슬레디만을 먹기 위해, 일부러 한강까지 걸어온 것이었다.

‘좋아하겠지?’

그녀는 고기들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 * *

강시온의 군대는 관악과 동작을 점령한 뒤, 영등포를 넘어 여의도를 공격했다.

여의도에는 적의 적지 않은 방어 세력이 있었지만, 놈들은 만경의 오우거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미 두 세력 사이의 전투력 차이는 확실했다.

저들이 총을 앞세워 공격한다고 해도, 만경의 병사들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여의도의 하늘 높이 치솟은 건물들 사이로 만경의 부대가 속속 주둔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지평선까지 쭉 뻗은 넓은 다리에는, 메트로 세력이 세워 놓은 바리케이드가 가득 차 있었다.

한 가지 더, 다리의 우측 차선에는 시내버스를 이어 만든 통로가 있었다.

그 내부는 파괴되었지만, 과거에는 메트로 세력의 상인들이 다니는 길이었다. 오염된 지상에서의 생활을 거부했기에 만든 구조물이었다.

그것 외에도 적의 바리케이드를 보아하니 웬만한 방법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는 철통 요새였다.

만경의 속사포 같은 진격은 결국 마포대교에서 멈추었다.

* * *

난 마스크를 끼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에는 작은 불빛과 함께 일자 책상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시체가 놓여 있었다.

막사 내부에 있던 의사 한 명이 자연스럽게 내게 설명했다.

“오늘 죽은 놈입니다. 시체의 보존 상태가 양호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에, 일부러 목 졸라 죽인 놈을 데려왔습니다.”

나는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벗겨 봐요.”

“예.”

의사는 시체의 옷을 벗기곤, 한곳에 모아 두었다.

시체의 정체는 헌터였다.

부하의 말대로 목이 졸려 죽은 탓에,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

좀비로 만들기에 적합한 육체였다.

만약 뼈가 부러지거나, 어느 신체 부위가 하나 없다면 분명 영화에서나 볼법한 기괴하게 뒤틀린 좀비가 탄생할 테니.

난 손을 뻗어 스킬을 개방했다.

우웅.

붉은 고리가 손바닥에 생성되더니, 곧 주변 공간을 감쌌다.

그 순간 시체는 들썩였다.

꿈틀-.

시체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난 다시 힘을 주었다.

그러자 고리의 빛이 더욱 강렬하게 막사 내부를 비추었다.

꿈틀-. 스으으윽-.

좀비는 상체를 일으켰다.

주인의 명령대로 쉬지 않고 대상을 공격하는 하수인.

좀비에게선 썩은 내가 진동했지만, 상관없었다.

빛남에서 만난 좀비들의 공격성은 증명되었다.

곁에 있던 부하는 코를 손등으로 막으며 입을 열었다.

“굉장합니다. 이 능력이라면 압도적인 전력 차도 순식간에 역전시킬 수 있겠어요.”

좋을 대로만 생각하는 부하를 향해, 내가 답했다.

“불가능할 거예요.”

“……예? 어째서죠?”

“제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최대 20마리 수준일 테니까.”

정확한 계산은 아니었다.

단지 아티팩트 스킬을 사용하면서 느껴지는 현기증을 토대로 나름대로 계산했을 뿐이다.

난 이석진에 의해 펜션에 갇혀 있을 때, 단지 종을 만들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티팩트 소모량에 따른 현기증의 빈도도 확인했다.

지금 관자놀이가 약간 욱신거리는 수준이니, 아마 스킬을 모두 사용하면 앞으로 19번 정도가 한계일 거다.

난 명령했다.

“일어나.”

좀비는 책상에서 나와 일어났다.

벌떡!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좀비에게 난 다시 명령했다.

“강을 넘어. 그리고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죽여.”

좀비는 조금 침묵하더니 별 반응 없이 바로 막사를 나갔다.

난 좀비를 따라 막사를 나갔다.

좀비는 성큼성큼 잘 뛰었다.

시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증거였다.

좀비는 곧장 마포대교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겁도 없이 마포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좀비가 적의 방어 진지와 가까워졌을 때, 총성이 울렸다.

타앙-!

좀비는 곧장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하지만 바로 일어나 다시 달렸다.

또다시 총성.

타앙-!

다시 총성.

타앙-!

좀비는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좀비 한 마리의 파괴력은 미미하지만, 저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죽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 곁에 서 있던 의사가 말했다.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하면 저들이 트랩으로 설치한 유리 파편 같은 것도 전부 해결할 수 있을 테고, 무엇보다 저들에게 공포도 심어 줄 수 있겠죠. 저 인간 좀비를 계속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천진난만한 의사의 물음.

하지만 그건 너무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다.

난 반대편 강변에 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뇨.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애써 정신력을 낭비할 필욘 없죠. 쟤들을 좀비로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예……? 무슨 말씀을……? 아.”

의사는 날 따라 강변을 바라보다 이제야 깨달았는지, 된소리를 내었다.

그곳에선 오우거가 쪼그리고 앉아,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웬 뱀 형태의 거대한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그것과 피 터지는 사투를 벌이다 잡아먹기 시작했다.

저 뱀 몬스터는 서울 시민들에겐 공포의 존재이겠지만, 전장에선 꽤 유용한 가치가 있었다.

몇백 톤에 이르는 오우거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니.

어쨌든 좀비로 만들 거라면, 인간보단 더 큰 개체로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물론 아직까지 오우거 손실이 없었기 때문에 좀비로 만들 만한 샘플은 확보하진 못했다.

게다가 오우거를 좀비로 만들기 위해선, 인간을 좀비로 만들 때보다 얼마만큼 더 정신력을 요구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좀비화의 가장 큰 약점은 짧은 지속시간이라는 것.

하지만 내가 이 스킬을 이해하고 활용 가치를 높이면 충분히 써먹을 만한 능력이었다.

당장 저들을 보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비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헌터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의사는 내게 말했다.

“어쨌든 마포대교를 넘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철통 보안처럼 방어벽을 세워 놓는다 한들, 쉽게 뚫을 수 있을 겁니다.”

나의 군대는 손쉽게 관악과 동작을 점령하고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여의도에 마포대교 코앞까지 도착했다.

빽빽한 적의 주둔 세력은 마포대교 중앙부부터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고, 적들은 덤프트럭부터 바리케이드를 겹겹이 쌓아 올려 견고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저들도 나름 머리를 사용했다.

다리 바닥 전체에 깨진 유리 조각을 가득 뿌려 놓았다.

이는 병사들의 진군을 저지하고, 오우거가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리에 몇 겹으로 쌓아 올려진 바리케이드는, 이쪽에서 아무리 돌격을 감행한다고 해도 쉽고 뚫지 못할 견고한 방어막이었다.

하지만 그건 저들의 안일한 생각일 뿐이었다.

물론 그들의 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현시점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도하하는 건 불가능했고, 한강을 넘기 위해서는 마포대교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포대교만 막는다면, 서울 북부와 남부 간의 왕래가 완전히 끊기게 된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마포대교를 막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동작구까지 쳐들어온 이상, 저들도 만경의 군대가 마포대교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로 난 서울 점령전에 나선 모든 병력을 여의도에 모았고, 우리들의 모습은 저들도 보고 있을 터.

하지만 난 ‘다리’를 건널 생각이 없었다.

물론 강북 정복은 1차 목표였지만.

저들이 마포대교를 방어하려는 이유는 서울 남북을 잇는 유일한 교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강북과 메트로 세력의 괴수들은 강북에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놈들의 괴수를 죽이려면 다리를 건너야 할 터.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했다.

나는 마포대교를 건너는 대신 무너뜨릴 것이다.

그렇게 난, 저들의 생각을 역이용하여 한강 남쪽의 모든 지역을 거머쥘 것이다.

방심을 유도하며 적을 벼랑 끝에 몰아넣는 것이, 나의 전략이다.

오늘 밤 최명준의 정예대가 슬슬 작전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놈들도 이제 슬슬 본대를 움직이겠지.

바람이 불자 앞머리가 휘날렸다.

난 손으로 머리칼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강변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드넓은 한강을 뒤로하고 진재희가 걸어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슬레디만 한 마리를 꿰뚫고 있는 거대한 성검이 날고 있었다.

* * *

여의도에서의 세 번째 날.

진재희가 잡아 올린 슬레디만의 고기는, 오랜 전투에 지친 병사들의 위로가 되었다.

병사들은 고기를 맛보며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와-! 이거 미쳤네.”

“한우보다 더 맛있는데요? 한우 맛이 기억나진 않지만.”

“기름기가 미쳤다니까. 와-.”

불에 통째로 구웠기에, 껍질은 새까맣게 타버렸지만 그 탄 부분을 벗겨 내면 뽀얀 살점이 드러났다.

병사들은 개미처럼 그 살점에 달라붙어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었다.

강시온은 물을 마시면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진재희가 곁으로 다가오며 그에게 꼬챙이 하나를 건넸다.

손수 요리해서 만든 슬레디만의 꼬치구이였다.

강시온이 고맙다며 그것을 받자 그녀는 물었다.

“어때? 입맛에 맞아?”

강시온은 입술을 오물거리다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대답했다.

“이제 먹었는데?”

그의 말에 그녀는 실없이 웃었다.

강시온은 꿀꺽 고기를 삼키며 말했다.

“맛있네. 이것 때문에 아침부터 한강으로 나선 거였구나?”

강시온의 말에 진재희는 눈웃음치며 대답했다.

“여기로 오면 꼭 먹여 주고 싶었거든. 전생에 네가 제일 좋아하던 고기이기도 했어.”

“음. 좋아할 만하네. 맛있어. 근데 그것보단 저 괴물들이 오우거들의 훌륭한 식량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좋아.”

“보급에는 무리가 없지?”

“보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만경의 식량을 축낼 순 없어. 괴물의 식량도 소모해야 하고, 방어전에도 신경 써야 할 테니까.”

강시온은 고기가 입맛에 맞는지, 꼬챙이에 붙은 작은 살점까지도 남김없이 이빨로 뜯어먹었다.

그를 바라보다 진재희는 불현듯 부하를 통해 전달받은 정보에 대해 말했다.

“아 참. 담배와 술 사재기 기억나?”

“당연히 기억하지. 그게 얼마나 되었다고.”

“강서 부근에 파견된 척후병들 있잖아. 내 밑에 있는 능력자 위주로 모은 녀석들.”

“응.”

강시온은 강북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 위장과 잠입 능력이 뛰어난 ‘비전투’ 아티팩트 각성자를 뿌려 두었다.

그건 전쟁 이전부터 해 오던 강시온의 준비작업이었다.

그들은 전쟁 중에 강시온의 눈과 귀가 되어 주고 있었다.

진재희가 말했다.

“근데 사재기를 한 군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외지인이 있나 봐.”

“책임?”

그녀의 말에 강시온은 콧방귀를 뀌었다.

“나도 심각한 정보는 아니라서 조용히 있었는데. 검문소 쪽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도주했대. 놈들의 목적지는 확실히 알 순 없지만, 아마 만경에도 오겠지.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강시온은 그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병뚜껑을 돌리며 말을 끝냈다.

“내버려 둬.”

시온은 외지인들이 별다른 이변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외지인은, 시온의 동생 강준호의 두 부하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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