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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179화 (179/221)

제179화. 동작구 전 (1)

이호승은 쥐 육포를 꼼지락거리다 옆에 있던 선배에게 물었다.

“동작구에는 유명한 게 뭐가 있어요?”

호승의 물음에 선배는 쥐 육포를 손으로 뜯으며, 되물었다.

“뭬? 뭬여? 동작구?”

“아니……. 그러니까. 이번에 저희 079부대가 공격하는 곳이, 서울 동작구라고 했잖아요. 근데 그 동작구에는 유명한 게 뭐가 있나 해서요.”

선배는 쥐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동작구에는 그게 있지. 중앙대학교……. 현충원……. 보라매 공원……. 근데 너 서울 사람 아니냐?”

“아, 네. 저는 부산에서 왔어요. 사실 서울에서 살기도 했는데, 연습실이 동대문 쪽이라. 그곳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 없었어요.”

“하이고, 연습실? 아이돌이었어? 어째……. 아이돌 할 얼굴은 아닌데?”

선배의 말에 이호승은 작게 웃었다.

“가수예요. 가수. 아, 아이돌도 가수지. 그냥 노래 부르는 가수. 기타 치면서.”

선배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 언제 한 번 가수 노래 좀 들어보자. 나도. 어쨌든 1라운드는 부산에서 시작했다는 거네. 부산에서 잘도 올라왔네. 수원길은 막혀 있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왔대?”

선배의 물음에 호승은 쥐고 있는 창 대를 꼭 쥐었다. 그는 쓰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노예선에 팔려 왔었어요. 인천과 부산을 잇는 나가들의 노예선이 있거든요.”

선배는 입술을 오므리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이구야. 고생 많았겠네.”

“아닙니다. 뭘.”

두 남자의 대화가 오가는 도중, 훈련 교관은 소리쳤다.

“식사 끝이다! 모두 모여!”

훈련 교관의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늘어져 쉬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무기를 챙기고 일어났다.

선배는 먼저 일어나 이호승에게 손을 건넸다.

“자, 가자고. 싱어송라이터.”

이호승은 넉살 좋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네.”

훈련 교관은 1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을 정렬시켰다.

이호승은 이번 전쟁에서 일반 보병으로 참전하게 되었다.

진재희는 그에게 궁전 내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이호승은 거절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호승은 아무런 능력도 없었다.

진재희처럼 강하지도 않았고, 강시온처럼 위엄과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만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훈련 교관은 오후 훈련을 시작했다.

“적의 궁수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패술부터 배운다. 만경의 방패는 이 자동차 문짝이 대중적인데. 화살 같은 건 막겠지만. 이런 걸로는 총알을 막을 수 없다.”

“그럼 적이 총을 쏴 대면 어떡해요?”

군중 사이에 껴 있던 어린 여자가 묻자, 훈련 교관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죽어야지 뭐.”

어린 여자는 그대로 손을 내렸다.

훈련 교관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서울에 가면,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총이고, 두 번째는 아티팩트 플레이어다. 괜히 맞서려고 하지 마. 상대조차 안 되니까. 특히 아티팩트 플레이어. 놈들에게 맞서는 건 정말 권총으로 전투기를 쏘아 대는 수준에 불과해. 잘 도망쳐서 살아남는 것도 우리 일반 보병에게는 중요하다.”

이호승은 교관의 말을 곱씹었다.

“잘 도망쳐서……. 살아남는다…….”

교관은 현재 훈련 교관의 직책을 맡고 있었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부대장의 역할을 맡게 된다.

저 교관의 말과 행동에 이곳에 모인 100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셈.

현재 만경의 교관들은 대부분 만경-동안 전쟁을 경험한 베테랑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신빙성이 있었다.

“잘 들어. 이건 뭐, 너희가 사극이나 현대전 전쟁에서나 볼 법한 전쟁이 아니야. 좀 달라. 살아남는 것이 더 좋은 거야. 어차피 전쟁의 양상은 플레이어와 오우거 부대 같은 특수 부대에 의해 좌우될 거야. 우린 점령지만 접수하면 되고. 앞으로 며칠 안에 전쟁이 터질진 모르겠지만, 다들 각오하고. 날 믿고 잘 따라와 주길 바란다.”

“예!”

“예!”

이호승은 그의 말을 곱씹다가, 타이밍을 놓쳐 늦게 소리쳤다.

“……아, 예!”

교관은 몇 번의 훈련을 더 진행하더니 무리를 해산시켰다.

오늘은 총 3일간 진행된 79부대의 마지막 훈련이다.

만경에서 훈련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은 이제 집으로 돌아갈 차례였다.

그들은 운동장에서 나와 오우거 버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이곳은 판교.

만경까지 가려면 적어도 3시간은 이동해야 했다.

버스에 올라탄 선배가 호승에게 말했다.

“부싼. 오늘 돌아가서 새로 나온 빛무리에 한 잔 어때? 네 노래도 좀 듣고 싶고. 내 아는 형님이 있는데, 형님이 기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빛무리는 최명준이 빛남에서 가지고 온 기술로 만든 술이었다.

물론 소주나 맥주만큼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취기는 있었기에 만경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호승은 겨우 버스 위로 오르며 말했다.

“아, 좋습니다. 제가 사겠습니다.”

“됐- 다. 후배 돈 쓰게 할 선배 없다. 이럴 땐, 그냥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하는 거다. 그리고 공연비는 받아야지.”

이호승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선배.”

“그래. 좋네. 빠릿빠릿하고.”

선배는 호승의 등을 두 번 토닥였다.

오우거가 버스에 연결된 끈을 끌고, 도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호승은 그 석양을 바라보며, 자신이 일반 보병으로 참가하게 될 전쟁을 상상했다.

* * *

나는 각 군부의 지휘관과 함께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군의 지휘관들은 이러했다.

정예대 대장 최명준.

오우거 부대를 통솔하는 특기장.

또 1개 부대를 10개 묶은 대기장.

그리고 각 기장들의 총 대장 격이었던 사령관 황민재와, 새롭게 창설된 아티팩트 능력자 부대의 대장이 된 진재희와 그 부대장 정현수였다.

사전에 적의 지역에서 전투를 하며 정보를 모았던 정현수가 서두를 열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우선 적의 아티팩트 플레이어부터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보병들이 전진하니까요.”

그는 적의 아티팩트 플레이어가 있을 만한 장소를 지목했다.

금천, 관악, 서초, 영등포.

“적 아티팩트 플레이어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진재희 대장이 다 이기겠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이들을 무력화시킬 순 없겠죠.”

아마 만경의 동작 침공은 메트로 놈들도 대비하고 있을 것이다.

동작과 관악을 침공해, 서초와 강남 지역을 포위하는 건 누구도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목표는 서초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강을 넘어 용산, 종로를 접수하는 것이다.

최현지의 첩보에 따르자면, 현재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이 ‘마포대교’라고 했다.

마포대교는 여의도를 통해 마포구와 연결되어 있는 다리였다.

마포대교를 넘기 위해서는 여의도 점령이 필수였다.

그렇게 북왕을 제압하고, 적 세력의 분열을 일으킬 것이다.

시가전은 우리가 유리했다.

이쪽은 우수한 아티팩트 능력자와, 시가전에 특화된 정예대와 오우거가 있었다.

변수는 적의 아티팩트 능력자들이었지만, 이쪽에선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정현수의 말대로 진재희가 있었으니까.

그녀가 그들을 모조리 도륙 낼 것이다.

황민재와 기장들끼리 이야기가 오갔다.

“그럼 예정대로 1기장부터 5기장까지의 병력은 1호선을 타고 올라가고, 6기장에서 10기장까지는 4호선을 따라 과천에서 관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서울대학교가 놈들의 전진 기지일 것 같은데.”

“오우거로 짓밟을 것입니다. 먼저 아티팩트 능력자들을 파견해, 적의 능력자들을 무력화시켜야겠죠.”

“전쟁이 시작되면, 우선 아티팩트 능력자들끼리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입니다.”

“광명에 매복한 놈들은 어쩔까요?”

한 기장이 묻자, 정현수가 대답했다.

“제가 만경에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렸던 건, 광명과 부천 일대의 매복 세력을 모조리 소탕하느라 그랬습니다. 제가 마지막 날 빠져나올 때까지 숨어 있는 놈은 못 봤어요. 아마 제가 철수한 사실을 모를 테니, 아직 적이 들어오진 않았을 겁니다.”

정현수는 지금껏 광명시와 부천시 일대에서 헌터들을 사냥해 왔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동의할 수 없었다.

적 세력도 정현수가 빠졌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난 책상에 펼쳐진 지도를 살피며 물었다.

“세력에 속한 아티팩트 능력자는 얼마나 되죠?”

질문에는 진재희가 답했다.

“81명. 그중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건 35명. 비전투 능력은 46명.”

전투 능력을 갖춘 아티팩트 능력자가 기껏해야 35명밖에 되지 않는다.

메트로와 북왕 세력이 소유하고 있는 능력자의 수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쪽보다 많은 건 사실이다.

그때, 진재희가 날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오합지졸이야. 그 사람만 빼면.”

“……그 사람?”

이곳에 모인 지휘관 중 유일하게 나와 진재희만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서울에서 가장 강력한 아티팩트 능력자 중 하나였다.

S급 플레이어, 권종현.

그의 능력은 무한에 가까운 생명력이다. 그는 그 능력을 잘 활용한 격투 스타일의 플레이어라고 했다.

전생에도 진재희와 조우한 적이 있었지만, 결착을 못 냈다.

거기까지가 진재희의 설명이었다.

‘권종현이 메트로 세력이나 북왕에 붙을 리가 없어.’

내가 지금껏 메트로 세력이 롯데 타워에서 공성전을 벌이고 있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놈들은 권종현을 이기지 못한다.

제아무리 압도적인 병사 수와, 수많은 아티팩트 능력자를 동원하더라도. 권종현이 지키는 롯데 타워를 함락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전생에도 그랬으니까.

사실상 3라운드의 최종 보스는 드래곤이 아닌, 권종현이다.

드래곤은 특정 조건을 이루면 죽일 수 있지만, 권종현은 죽일 수 없다.

그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내가 바라는 건 하나였다.

권종현이 나서지 않는 것.

권종현만 이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메트로 정복전에서 우리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난 지도를 보며 작전을 정비했다.

“이주 뒤, 최현지가 돌아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 착수할 것입니다. 잘 들으세요.”

난 각 최고 지휘관들에게 역할을 분배했다.

하윤하와 정현수는 만경을 방어한다.

만경은 철통 요새다.

도시 외곽으로 자동차 성벽이 쌓여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도 분리되어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1차 성문이 뚫린다고 하더라도 방어가 쉬웠다.

만에 하나를 대비하여 정현수를 방어 사령관으로 배치하고, 책임은 하윤하에게 주었다.

진재희와 최현지는 강력한 아티팩트를 바탕으로 적의 아티팩트 세력을 1차적으로 무력화시킬 것이다.

현대전이 항공전이라면, 이 리그에선 아티팩트 전이다.

그들의 독보적인 활약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아티팩트 전이 정리가 되면, 이제 주력 부대와 최명준이 나설 차례였다.

군을 사방팔방 나눌 생각은 없었다.

나의 군대는 창이다.

목표를 향해 찌를 뿐이지, 휘두르지 않을 것이다.

전쟁의 목적을 다시 상기시킬 필요가 있었다.

지휘관들에게 말했다.

“이건 과거 역사 속에 있던 전쟁과는 다릅니다. 명확한 목적이 있는 전쟁이죠. 우리의 목적은 저들의 괴수 두 마리입니다. 그 괴수 두 마리를 죽이는 것만 생각하십시오. 아시겠습니까?”

나의 물음에, 지휘관들은 힘주어 대답했다.

“중심이 무너지는 순간, 저들은 반드시 괴멸하게 되어 있습니다. 절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제가 여러분들을 승리로 이끌 것입니다.”

그리고 난 중대한 사항을 하나 더 발표했다.

“이번 전쟁에 있어선, 나도 선봉에 설 것입니다. 진재희와 함께.”

나도 아티팩트 능력자다.

빛남에서 얻은 스킬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진재희는 놀란 눈치였지만, 난 꿋꿋했다.

이 전쟁은 내 손으로 끝낼 것이다.

* * *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

적막만이 감도는 도심 속에서 진재희는 날아올랐다.

남청색의 새벽하늘을 배경 삼아, 그녀가 빛났다.

목표는 적의 핵심 플레이어.

진재희는 생각했다.

강시온이 나서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고 확실하게 적을 제압하겠다고.

전쟁의 시작은 해가 지평선에 걸쳤을 때다.

동이 트면 놈들은 잠에서 깨어날 것이고, 진재희는 그들을 다시 영원히 잠재울 것이다.

머지않아 해가 떠올랐다.

지평선 언저리에 해가 걸쳐 있을 때, 진재희는 날아갔다.

타앗-!

성검은 그녀가 날아가는 방향대로 날아가, 적을 추격했다.

먼 옥상 쪽에서 한 명이 보였다.

놈들은 메트로의 척후병이었는데, 진재희를 보자마자 총을 쏘아 댔다.

요란한 총소리가 도심에 울렸다.

타당-! 탕탕탕!

총알 한 발이 그녀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진재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놈들에게 다가가 목을 베었다.

서-걱!

척후병의 목이 공중에 날아오른 순간.

사왕(四王)의 운명을 건 전쟁은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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