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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120화 (120/221)

제120화. 육체 감옥 (3)

좋아……. 모두 알아냈어.

‘심장, 위, 왼쪽 무릎, 오른발 중지 발가락, 오른손 팔꿈치, 대장, 배꼽……. 확실해. 결정을 숨겨 둔 장소야.’

난 바닥으로 내려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뇌가 있는 장소에서 빠져나와 위 7개의 장소에 있는 결정들을 파괴한다면 박지수의 아티팩트는 무너질 것이다.

“안 돼……. 있을 수 없어. 안 되잖아……. 아니, 아니. 어떻게. 내 기억 몰라? 내 기억 다 본 거 아냐? 이, 이해 못한 거야? 이세범은 슬픔에 겨워 눈물을 흘리다 죽어 갔는데……. 겨우 너의 10분의 1밖에 안 봤는데도……. 안 슬퍼? 안 슬프냐고? 너, 너, 너.”

“……안 슬프냐고?”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 나가려고 했지만, 힘이 없었다.

온몸이 추욱 늘어졌다.

슬픈 건 모르겠고,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적으로 힘들었다.

물론 나의 두뇌 안으로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박지수의 감정들은 내게 감정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래 봐야, 원숭이 비극. 바퀴벌레의 슬픈 서사시일 뿐.’

원숭이가 어떤 생을 살아왔다 한들, 나로서는 감정이 조금 울릴 뿐이지 타락할 정도는 아니다.

평소 공사판으로 출근하는 길바닥에서 자주 마주치던 길냥이가 어느 날 죽어 있으면, 슬프긴 하지만 거기까지다.

동물은 동물, 인간은 인간.

박지수는 내게 동물이다.

암컷 원숭이.

원숭이가 슬프다고 해서, 내가 슬퍼해야 하나?

아무리 원숭이가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 한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밀렵꾼에게 부모 원숭이가 죽고, 팔려 와 평생 서커스에서 모질게 당하다가, 마지막엔 식탁에 올라 산 채로 뇌가 파먹히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난 동생만 찾으면 돼.’

이제 겨우 한 발자국 남았는데.

겨우 이런 곳에서 정체할 순 없었다.

박지수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

바닥에 엎어진 채, 애달프게 내게 애원했다.

“그리고……. 너 머리 터졌어야 했는데……. 1,400만 기억이라고……? 배, 백 개만 받아들여도 미쳐 버린다고……? 너……. 너 사람이 아닌 거야……? 너의 두뇌는……. 도대체…… 뭐야……. 아, 네가……. 네가 내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너무해……. 너무해……!”

“…….”

놈의 아티팩트를 취소시킬 방법은 알았지만, 문제는 지금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티팩트를 조종하는 것까지는 가능하겠지만, 파괴는 불가능할 거야. 기억 속에선…… 장정 세 명이서 망치로 종일 쳐도 부서지지 않았으니까.’

다이아만큼이나 단단한 경질.

보통의 사람이라면 절대 깨부수지 못할 단단함이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때, 울음을 토해 내던 박지수가 갑자기 각혈을 토해 냈다.

“푸흐흐우윽……!? 우웨엑-!”

츄르르륵.

새빨간 각혈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난 박지수의 각혈을 보며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왔다.

* * *

“너 왜 웃어?”

백혈구는 물었다.

하지만 진재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웃어 댈 뿐이었다.

“푸흐흐흐…….”

진재희를 내려다보던 백혈구들은 하나같이 침묵했다.

그녀는 여전히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웃어 대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웃어 댔다.

더없이 웃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웃었다.

그러다 마침내 웃음을 마음껏 쏟아 냈다.

“푸하하하하하하-!”

회귀 이후, 단 한 번도 크게 웃은 적이 없었던 진재희였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이 공간, 그녀는 마음 놓고 웃어 대고 있었다.

이젠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웃었다.

백혈구들은 그 웃음의 이유를 알 턱이 없었다.

얼굴을 감싸고 있던 손을 뗀 순간에도 진재희는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아이처럼 말이다.

“아, 웃기네……. 안 웃겨?”

그 순간, 백혈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재희가 바라보고 있는 백혈구뿐만이 아니었다.

웃고 있던 백혈구도, 울고 있던 백혈구도,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백혈구도 모두가 한순간에 인상을 구겼다.

“뭐?”

“뭐?”

“…….”

“미쳤냐? 미쳤나?”

“왜, 웃는 거야. 왜.”

백혈구들이 묻자, 진재희는 여전히 킥킥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야…… 기껏해야 도시 하나에서 군주 노릇하는 주제에. 자기가 무슨 세상에 가장 강한 줄 착각하고 앉아 있으니까…….”

“…….”

“넌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로. 앞으로 다가올 라운드들, 괴수들 그리고 플레이어들. 네가 보지 못해서 정말 안타까워. 그래야만 절망할 텐데. 절망적인 힘의 격차 앞에서 무참히 짓밟힐 텐데.”

그때, 진재희는 천천히 상체를 들어 올렸다.

아직까지 그녀의 주위에는 수많은 백혈구들이 가득했다.

진재희는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넌 네가 엄청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인 줄 알지? 아냐. 넌 그냥 아무것도 아냐, 바퀴벌레만도 못한 존재지.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착각하고 있는 꼴이…… 푸하하! 웃기잖아! 아하하하!”

이건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진재희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앞 열에 있던 박지수를 내려다보았다.

진재희는 여자 중에선 키가 큰 편이었기 때문에, 박지수는 그녀를 올려다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강시온이 이제 네 것이라고?”

성큼.

진재희는 가장 앞 열에 있던 백혈구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고, 동시에 백혈구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강시온이 어떤 사람인지……. 넌 상상도 못 할 거야.”

다시 한 발자국.

“네까짓 게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다시 한 발자국.

“난 말이야. 아티팩트가 개방되고 1년 뒤. 그러니까 이 전쟁이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다시 한 발자국.

“이미 네 세력을 모조리 씹어먹을 만한 힘을 얻었어.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지. 왜?”

다시 한 발자국.

백혈구들은 주춤주춤 물러섰다.

놈들은 스스로 그 이유조차 몰랐다.

왜 진재희가 다가오는데, 자신들이 피해야만 하는지.

피를 흘리고 있는 건 진재희였고, 상처가 더 많은 것도 진재희였다.

분명 상황은 백혈구들이 더 유리할 터인데.

왜지?

“내가 왜 안 그랬을까?”

그리고 진재희는 다시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지금은. 아니, 아니. 너는.”

툭-.

진재희는 손가락으로 백혈구의 명치를 콕 찍었다.

“너는 그의 연습용 허수아비니까. 알겠어?”

다시 한번 툭.

“난 지금 강시온을 키우고 있는 거라고. 너랑 리그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이번엔 주먹으로 쳤다.

퍽!

앞 열의 백혈구가 힘없이 뒤로 자빠졌다.

철푸덕-!

그리고 진재희는 자빠진 백혈구에게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는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마가 드러나도록 앞머리를 머리끝까지.

“……아, 그래. 내가 미쳐 버렸냐고?”

쓰러진 백혈구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온몸이 짓눌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고, 입술은 차마 떼어지지도 않았다.

“흐……. 흐……!”

진재희는 고개를 기웃, 사선으로 내렸다.

“……미안하지만, 난 원래부터 미친년이었어.”

사르륵-.

그녀가 고개를 사선으로 내리자, 머리카락도 자연스레 밑으로 떨어졌다.

“종말 이후에 미쳐 버린 네까짓 거랑은 차원이 다르지.”

그 순간.

스응-. 촤좌좌좌좌좍-!

믹서기에 갖은 야채들이 갈리는 것처럼, 진재희를 둘러싼 백혈구들이 분해되었다.

분해된 살점 사이사이로 세 개의 성검이 공전하기 시작했다.

스응-. 스응-. 스응-.

힘을 다한 줄만 알았던 재희는 다시 일어났다.

아니, 애초에 그녀는 ‘힘’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아티팩트가 개방된 이후, 회귀자 진재희는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졌고, 이미 리그 내에선 최정상급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강시온이 지난 라운드 동안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면, 진재희는 그런 강시온의 도움이 되기 위해 자신의 힘을 키웠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은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다만 본래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강시온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성장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힘을 개방하지 않은 채로 전투를 임하는 것이 아티팩트에 필요한 능력치를 쌓는데 엄청난 경험치가 되기 때문이었다.

재희의 머리카락이 서서히 은발로 뒤바뀌어 갔다.

샤라라락-.

“벌레가…….”

물에 잠긴 것도 바람에 휘날리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은발은 사방으로 휘날리고 있었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공간에 은색의 빛들이 쏟아졌다.

어두웠던 신체 내부에 은하수만큼 아름다운 빛을 내는 결정들이 휘날렸다.

검성.

그 칭호에 걸맞은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것이 검성의 본 모습이었다.

각성 2.

은별의 힘을 다루는 세 개의 성검, 검(劍)의 정점.

그녀의 오른손에 창만큼이나 기다란 검이 쥐어졌다.

진재희는 그 거대하고 기다란 은성검을 쥐었다.

그녀는 백혈구들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 놀아 줬더니 기어오르네.”

* * *

“아……. 우우, 우우웩!”

박지수는 또다시 각혈을 토해 냈다.

이미 그녀가 두 발로 서 있는 지면은 몇 번씩이나 토악질을 한 탓에, 새빨간 피로 가득했다.

박지수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말도 안 돼……. 내 육체 안에서 버텨 내는 놈이 있다고……? 누구야, 누구야!’

백혈구 한두 마리를 죽인다고 해도, 백혈구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많다.

정말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근데 누군가가 그 무수한 백혈구들을 뚫고, 내장이며 장기까지 모조리 파괴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 한 마리가.

‘누구지?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누구야!!!’

그때였다.

푹, 서-걱!!!

뇌의 내벽을 이루고 있었던 거대한 육질이 반으로 갈라졌고, 은빛이 그 틈에서 솟아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살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파도가 밀려왔다.

우르르르르르릉!

갈라진 살 틈 사이로 백혈구의 시체와 피가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그 거대한 시체의 파도를 뚫고 나온 존재는 여신이었다.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렀음에도,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에는 혈흔 하나 없었다.

휘황찬란 빛줄기를 뿜어내고 두 개의 은성검을 쥔, 은발의 여신.

적어도 박지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아……!”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절대자.

그 앞에선 어떤 사람도 자신이 한낱 보잘것없는 생명체임을 자각할 수밖에 없다.

박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라본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입을 허하니 벌려선 병신처럼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접’하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경이었다.

핏물이 해일처럼 밀려 들어와, 은빛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어느새 강시온의 주위로는 보호막이 둘러져 있었다.

덕분에 핏물이 해일처럼 쏟아져도, 그는 피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박지수는 자신의 핏물에 서서히 적셔져 갔다.

모든 것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후으으……. 으으으……!”

박지수는 부모 잃은 아이처럼 애달프게 울어 대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을 찾아 댔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오로지 핏물과 핏물에 떠 있는 죽은 세포들만이 밀려올 뿐이었다.

“흐으으으……! 으아아아아……. 왜, 왜야-!!! 왜!!!!”

박지수는 연신 팔을 휘둘러 대며 피바다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여지없이 울어 재끼며, 도와달라고 소리쳐 댔다.

강시온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붕 떠올라 곧 진재희의 옆에 위치했다.

잠시 후, 방안에 들어찬 핏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거의 잠겼던 박지수의 육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핏물이 모두 빠져나간 뒤.

백혈구의 시체가 가득 쌓인 그곳에, 박지수는 힘없이 주저앉았다.

“…….”

패가망신한 사람처럼.

* * *

진재희는 강시온의 곁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시온을 보며 물었다.

“괜찮아?”

“……응.”

시온은 흐느끼는 박지수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다행이야.”

진재희는 그 말 뒤로, 고개를 전방으로 돌리고 곁눈질로 그를 살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의 신체가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의 몸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위어 있었다.

한 세력의 군주임에도 언제든 소식(小食)하는 습관 때문에.

그의 오른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춥나?’

진재희의 온 신경은 시온에게 향해 있었다.

그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보호막의 강도를 더 높였다.

이 정도의 보호막이면 필드보스급의 대량 살상 스킬도 막아 낼 정도였다.

사실 박지수를 상대하는데, 이 정도 레벨의 스킬을 사용할 필욘 없었다.

하지만 보호막 내부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했기에, 진재희는 보호막을 강화했다.

확실히 시온의 떨림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시온이 추워서 떨고 있을 거란 재희의 예상이 맞은 셈이었다.

실제로 이곳은 사람의 신체 내부였음에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다.

진재희의 스킬 때문이다.

그녀의 검성 아티팩트는 주위에 일정한 은결정들을 생성해 만들어 낸다.

이 결정들은 자의식을 가지고, 시전자의 명령만을 따르는 일종의 정령들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들은 살얼음처럼 차갑기에 주위의 온도를 낮추었다.

그때, 시온은 재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어때?”

시온은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아직 싸울 만해?”

재희는 은성검을 바깥으로 휘두르며 대답했다.

“물론.”

휭-.

가볍고 날렵한 공기 마찰음이 울렸다.

시온은 조금 생각을 정리하는가 싶더니,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남아 있질 않아. 근데 놈의 아티팩트 약점은 알아냈어. 총 7군데.”

시온은 박지수의 기억에서 보았던 것을 진재희에게 설명했다.

진재희의 눈꺼풀이 조금 흔들렸다.

들으면 들을수록 경이로운 이야기들이었다.

“……근데 더 이상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질 않아. 네가 해야만 해. 근데 알다시피 그 장소에 간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면 헛짓거리만 할 거야.”

박지수는 여전히 괴로운 듯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머리를 감싸곤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재희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어느 특정 부위라고 할지라도, 그 넓이는 웬만한 축구장보다 넓으니까.”

단편적으로 이 ‘방’은 박지수의 두뇌 내부인 듯 보였지만, 그 크기는 축구장보다 넓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육체 감옥은 이 교도소의 방 구조로 이루어진 것이 맞지만, 크기와 내부는 완전히 달랐다.

강시온과 박지수가 그만큼 작아진 것이다.

그러니 약점이 심장에 있다고 해서, 심장 정확히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강시온이 본 건, 위치뿐이었으니까.

재희가 성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며 말했다.

“걱정 마. 전부 도륙 낼게.”

그녀의 눈꼬리가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너라도 불가능할 거야.”

“……나라도?”

재희는 깜짝 놀라 시온을 돌아보았다.

“네 아티팩트 잔여 시간은 나와 마지막으로 합을 맞춘 기준으로 앞으로 한 시간 내외야. 정확히는 58분 12초 정도. 그런데 네 힘이 아무리 막강하더라도, 이 무한한 공간 속에서 모든 것을 베어 버리고 7개의 약점을 찾는 건 불가능해. 게다가 지금 내가 생각한 방법조차 시간이 넉넉한 건 아니야. 네가 최단 루트로 남은 모든 약점을 깨뜨린다 해도 남는 시간은 ……5분 12초.”

“…….”

시온은 재희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5분 9초.”

재희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한계에 대해서 시온은 주저리주저리 설명했다.

시온은 모든 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박지수의 기억 속에 갇힌 그 순간에도 진재희의 남겨 둔 힘을 계산해 최고의 결과를 도출해 내려고 했다.

“걱정 마. 방법은 생각해 놨어.”

그리고 언제나처럼 시온은 정답을 만들어냈다.

그의 구체가 허공에 떠올랐다.

구체는 은빛으로 빛나는 결정들과 만나, 자체적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시온의 구체가 일렬로 어디론가 향했다.

시온은 이곳에서 모든 아티팩트들를 조종해 박지수 몸 곳곳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구체를 따라가. 서둘러.”

강시온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진재희는 앞으로 날아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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