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화. 안양역: 전면전 (2)
비산동에서의 승전 소식은 금세 안양역까지 전해졌다.
병사들은 승전보에 환호했다.
“아……! 역시 군주님……! 비산동에서 대승리를 했다는 소식이야!”
“아…… 다행이야. 내 사촌 동생도 거기 가 있거든…….”
“아,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병사들은 환호했지만, 그들의 지휘관은 결코 웃을 수 없었다.
이제 코앞에 닥친 전면전을 두고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지휘관이 누가 있을까.
폐허가 된 아웃렛.
깨진 창 사이로 빛이 들어왔지만, 내부는 어두웠다.
무너진 아웃렛 천장에선 녹은 눈이 물줄기를 이루어 떨어지고 있었다.
스읍…… 후우.
재희의 입에서 내뱉어진 담배 연기가 흩어졌다.
그녀는 벽면에 뚫린 구멍으로 적의 동태를 살폈다.
‘정면에서 부딪혀선 승산이 없어. 계획대로 놈들을 유도하여 일망타진한다.’
재희는 담배를 주욱 흡입하곤 다시 연기를 내뱉었다.
적의 본대가 접근했다.
이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놈들은 체계적이고 질서 있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버스 전차. 설마 박지수가 그걸 생각했을 줄이야. 꽤 이르군.’
전사들의 맨 앞 열에는 버스 수십 대가 나란히 전진하고 있었고, 적들의 보병은 그 버스 뒤에 숨어 있었다.
재희는 전생에 저것을 본 적이 있다.
나름 유명했던 공성 무기였다.
마켓에서도 제작법이 공유되어 몇 개월 동안이나 꾸준하게 팔렸던 스테디셀러 품목이었으니.
그만큼 효율은 뛰어났다.
방어는 물론이고, 공격까지.
물론 진재희는 버스 전차에 대한 제작법을 시온에게 일러두었다.
하지만 시온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굳이 버스 전차 제작에 노동력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버스 전차는 여전히 위협적인 무기였다.
“저, 저게 뭐야.”
“거북선 같아.”
“저걸 어떻게 상대하지?”
“제길…….”
병사들은 버스 전차와 마주한 순간 덜컥 겁을 먹었다.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겁먹는 것이 당연했다.
원래라면 놈들의 버스 전차를 먼저 타격하여 무력화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진재희의 눈에 다른 것이 들어왔다.
버스 사이를 걷는 남자가 있었다.
동안의 플레이어, 해태였다.
놈은 거대한 양날톱을 움켜쥔 채, 버스 전차와 속도를 맞춰 전진하고 있었다.
그 남자를 바라보던 진재희는 미간을 좁혔다.
‘강하다.’
그녀는 단숨에 알아보았다.
저놈은 지금껏 마주했던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 강한 존재라고.
그때, 그녀의 곁에 있던 최현지가 해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생님. 어떻게 할 거야? 정면 돌파? 아님, 이대로 뒤통수?”
최현지는 콜라를 홀짝이며 진재희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가벼운 물음에 진재희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놈들이 돌격한다면, 이쪽에선 받아쳐야 한다.
그것뿐이다.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면 해야겠지. 너도 준비해.”
“…….”
진재희는 뒤돌아 걸어가며 땅바닥에 담배를 버렸다.
그녀의 담배가 바닥을 탁 치고 튀어 올라 불똥이 터졌다.
하지만 그때, 최현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진재희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근데 동생님아. 군주가 너한테 뭘 약속했길래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가족? 남동생……?”
방랑자였던 최현지는 무척 궁금했다.
그녀는 타인의 감정을 잘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강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방랑자들은 정보에 먹고 사는 플레이어들이었으니 당연한 특기였다.
“가족이라면 뭐 할 말이 없다만…… 닮은 구석이 없어서 말이지. 둘이. 아님, 애인……? 은 아닐 테고. 나이 차가 좀 나니까? 아, 물론 연상연하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동생님이랑 군주랑은 아니. 아니지. 아니지. 우리 동생님이 군주를 특히나 아끼는 것 같아서. 뭐 이유가 있나…… 싶어서.”
그 말에 진재희는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만 돌려 최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최현지는 흠칫 놀랐다.
‘……놀라라.’
강시온이건 진재희건.
눈빛 하나만큼은 정말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
사실 최현지의 물음에 진재희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분명 강시온은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맨 처음 그에게 온 것은 전생에 강시온만이 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마지막 라운드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라운드 쇼핑몰에서 진재희는 언제든지 강시온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 생에서 강시온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진재희는 홀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자신은 무엇을 위해 그에게 조력하고 있을까?
‘강시온을 위해서’인가, 아님 ‘단지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인가.
진재희는 불현듯 1라운드 당시를 떠올렸다. 자신과 대적했던 권경수에게 했던 말들을.
-웃기지 마. 넌 그냥 네 죄의식을 이렇게라도 해소하고 싶은 거야.
죄의식.
분명 진재희도 사람이기에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면서 그녀의 생각은 언제나 똑같았다.
죽어도 된다고.
어차피 내가 다시 다 살릴 거라고.
지금은 나쁜 꿈을 꾸고 있다 생각하라고.
그러니까 마음 편히 죽어도 된다고 말이다.
‘…….’
전생에 강시온은 진재희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었다.
그러니 원래 시온을 따르는 목적은 정확히 반반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온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었다.
자신의 감정이나 목적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은 강시온을 군주로서 모시고 있고, 명령을 따를 뿐이다.
진재희는 최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장은 눈앞의 전투에 집중해. 너도 콜라값은 좀 해. 그게 얼마나 비싼 건지 알잖아.”
그 말에 현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 네에…… 동생님. 그쵸. 콜라값. 해야죠.”
말을 마친 재희는 아티팩트를 개방하며, 멈춰 버린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갔다.
곧 오른손에 섬광이 깃들면서 검 손잡이가 손아귀에 쥐어졌다.
아웃렛 1층, 이곳에 만경의 병사들이 숨을 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려오자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재희는 곁에 있던 다른 부하에게 명령했다.
“……시작해.”
“예.”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 병사는 깃발을 들고 펄럭였다.
우르르르-!
그러자 아웃렛 1층을 가득 메우고 있던 수백 명의 병사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버스 전차를 향해 쏟아지는 만경의 화살들.
하지만 화살들은 시내버스에 부착된 철판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탱, 탱, 탱, 탱-.
바깥에 나와 있는 전사들만 화살에 맞아 죽어 나갈 뿐이었다.
동안의 지휘관은 버스 전차 내부에서 만경의 병사들을 주시했다.
만경의 병사들은 건물에 숨어들어, 이를 성벽처럼 이용해 화살을 쏘아 대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동안의 지휘관은 건물 전문 토벌조를 꾸려, 병사 사냥에 나섰다.
곧 사시미 칼을 쥔 동안의 전사들이 우르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동안의 전사들은 안양 일번가로 몰려갔다.
도합 5,000명.
그 엄청난 숫자의 인간들이 한데 모여 돌진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선 ‘건물’부터 모두 점령하는 것이 동안의 목표였다.
만경의 병사들은 건물을 이용해 방어전을 펼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너. 일번가에 남아 건물 안에 숨어든 쥐새끼들 사냥해. 그리고 넌 나와 같이 안양역으로 쳐들어간다.”
“예.”
“예!”
지휘관의 지시에 동안의 군대는 둘로 나뉘어 일번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박지수가 가장 자신 있어 하던 공성전.
동안 전력의 핵심인 또 다른 전차가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우르르르……!
“……!”
“?!”
그 광경을 바라보던 만경의 병사들은 주춤거렸다.
소방 사다리차였다.
버스 전차와 마찬가지로 같은 구동 원리를 가졌지만, 그 능력만큼은 차원이 달랐다.
동안의 전사들은 차에 장비된 사다리를 이용해 단숨에 건물 위층으로 잠입했다.
조잡하게 만든 사다리차와는 차원이 다른 효율성이었다.
애초에 소방 사다리차는 높은 층에 있는 곳을 향해 단번에 올라가기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삿짐 사다리차까지 그 뒤를 이어 일번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시멘트 차와 거대한 탑차가 도착했다.
1톤 트럭과는 비교도 안 될 거대한 탑차에는 철창이 장비되어 있었다.
병사들은 그 탑차가 당장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몰랐지만, 곧 알게 되었다.
노예 수용 차량이었다.
“으으……! 으아아!!”
“꺄아악……! 아악……!”
“사, 살려 줘어……! 살려 줘!”
동안의 전사들은 만경의 병사들을 곧바로 죽이지 않고, 가능한 사로잡아 노예 차에 몰아넣었다.
그렇게 수십 명의 노예가 가득 찬 탑차는 다시 핸들을 돌려 자신의 본대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탑차뿐만 아니라 동안의 엄청난 대군이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앞의 만경의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숫자 앞에선 장사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이 숫자마저도 시온이 비산동에 만 명 이상을 묶어 두었기 때문에, 줄어든 숫자였다.
그렇게 동안이 전투의 승기를 잡아갔다.
하지만 영웅은 때를 기다리는 법. 기회는 곧 다가왔다.
* * *
전투 개시 3시간째.
동안의 플레이어 해태는 건물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그대로 맞고만 있었다.
같은 동료가 보기에도 무모한 모습.
‘칫……! 괴물 새끼.’
해태의 피부에는 수많은 화살이 박혔지만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의 힘을 뛰어넘은 건 동안의 해태뿐만이 아니었다.
그때, 전사 한 명이 다급하게 지휘관에 달려왔다.
“대, 대장님! 만경 개새…… X새끼들……! 매복입니다!”
“뭐?! 매복?”
“우리가 지나온 아웃렛. 거기서……!”
아웃렛이라고……?
순간 동안의 지휘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동안은 오늘 공격을 위해 지난 3일 동안 수십 명의 척후병을 보냈다.
동안의 척후병들은 한 명씩 다니며 은밀하게 만경의 방어 진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정찰 결과 아웃렛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그 길을 따라 동안의 군대가 진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만경의 플레이어, 최현지.
그녀는 방랑자 중에서도 톱클래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도시 곳곳의 은밀한 길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당한 것은 최현지가 안내한 만경의 병사들이 적의 후방을 쳤기 때문이었다.
동안의 지휘관은 소리쳤다.
“제기랄……! 물러서지 마! 돌격해! ……으랴!!!! 억!?”
푹!
지휘관은 곧 이마에 화살에 꽂혀 사슴에서 떨어져 죽었다.
후방에서 밀려 들어온 만경의 병사들이 무방비 상태의 전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랴아-!!!!”
“으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그아아아아아아악!!!”
서로를 마주한 전사와 병사들은 목청껏 소리치며 무기를 쥔 채, 달려들었다.
수십 명 단위가 아닌, 수백, 수천의 단위.
만경의 병사들은 동안 전사들이 원거리 타격으로 인해 어수선한 틈을 노려 공격해 들어갔다.
“으아아아아-!!!!”
한 병사가 단숨에 해태에게 달려들었다.
푸-욱!
분명 병사의 공격이 해태에게 먹혀들었지만, 놈은 꿈쩍하지 않았다.
역시 피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공격해 온 병사의 머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덥석.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우득-! 우드드득……!!!
“커헉…… 아아아악……!!!”
마치 호두를 한 손으로 움켜쥐어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인간의 머리가 수박처럼 잘게 부서졌다.
“……!!”
“헉……!”
그것을 마주한 만경의 병사들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미 전투는 시작되었다.
해태는 그대로 전진했고, 병사들은 놈을 피해 시내버스에 달려들었다.
강시온의 명령 때문이었다.
자신이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그 자리를 피하고,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적만 상대하라는 명령이었다.
저 괴물 놈은 플레이어의 몫이었다. 만경의 플레이어가 맡아줄 터였다.
“올라타-!”
“창으로 찔러!”
전차 내부의 전사를 찔러 죽이기 위해 만경의 병사들이 몇 명씩이나 달라붙었다.
적중한 화염병에 불길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적은 이미 버스 전체에 창과 가시를 박아 두었고, 내부에서도 공격이 이어졌다.
“아악……!”
“억……!!!”
버스 전차에 다가가는 병사들은 하나둘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차 뒤에서 따라오던 동안의 전사, 2천 명.
그들은 이미 수십 차례 전쟁을 치른 노련한 살육 집단이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병사들의 공격을 저지했다.
“전부 죽여 버려!!!”
“아니. 노예로 만들자!”
“돌격해-!!!”
“우리의 유토피아를 위해서다! 으아아!”
무너진 도시 속의 8차선 도로.
휘어진 가로등 사이로 뻗은 갈라진 아스팔트 위로 피비린내 나는 살육전이 시작되었다.
휘릭-. 서걱! 훽-! 푸욱!
한편, 전쟁터 한 편에 있는 진재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전사를 베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전사들이 픽픽 쓰러졌다.
전사들은 노련했지만 진재희에겐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진재희는 동안의 플레이어 해태를 마주 보게 되었다.
“…….”
“…….”
앞으로 진격하던 해태는 진재희 앞에서 멈춰 섰다.
놈은 자신의 양날톱을 어깨에서부터 떼어 내 아래로 떨어트렸다.
쿵……!
엄청난 위용과 압박감이었다.
그 앞에 선 진재희는 전생을 떠올렸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엄청난 덩치의 플레이어가 자신을 위협할 때.
전생의 그녀는 울먹이며 벌벌 떨었다.
-흐…… 흐…… 끄으윽……!
두려웠다. 그땐.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왜 사람들끼리 이렇게 살육전을 벌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런 악몽과도 같은 삶을 끝내고 싶었다.
게다가 전생의 3라운드 초기에 진재희는 아직 은성검을 구현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땐 그때였다.
그때는 정말 25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글쎄.
과거로 돌아왔으니 나이를 더해야 할까.
‘더한다면 서른다섯…….’
그 순간 진재희는 더하지 않기로 정했다. 무의미한 짓이므로.
전생엔 아무것도 몰랐고 무력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전혀 두렵지가 않은걸.’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이제야 상대할 만한 녀석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그녀는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해태의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은빛의 검날이 지나갔다.
이후에도 진재희는 그 검날을 멈추지 않았다.
촤좌좌좌좌좌좌좌좌좌좌좌좌좍-!!!!!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의 베기.
잠시 후 해태의 전신이 깍둑썰기 되어 흩어졌다.
너무나도 엄청난 모습에 그 주위에 있던 병사들과 전사들은 놀라고 말았다.
보고 있던 최현지마저도.
“…….”
이제부턴, 본방이다.
간을 볼 시간 따윈 없다.
회귀자(回歸者)의 진가를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진재희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였고, 해태의 육신이었던 살 조각은 우박처럼 땅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진 않았다.
해태의 깍둑썰어진 육체들이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