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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84화 (84/221)

#제84화. 악마의 음료

플레이어 시스템에는 등급과 순위가 있다.

F급부터 S급.

1위부터 끝 순위까지.

이는 플레이어들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등급과 순위가 아니라 시스템이 규정한 것이었다.

물론 시스템의 등급이 모든 것을 결정하진 않았다.

A급 플레이어가 B급 플레이어보다 약할 수도, S급 플레이어보다 강할 수도 있었다.

능력이 아무리 강해도 전투 숙련도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최현지는 A급 플레이어였지만 최강이었다.

전생에 진재희는 그런 최현지의 부하였다.

그리고 당시 최현지가 진재희에게 내린 명령이 바로 군주 강시온을 호위하는 것.

강시온과 진재희, 둘의 인연은 어쩌면 최현지로부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었다.

“저 여자가 오른팔이었다고?”

시온은 재희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전생의 난, 너의 호위였을 뿐이야. 그리고 최현지의 부하였지. 그녀의 힘은 압도적이야. 동안과의 전쟁에서 뛰어난 활약을 할 거야. 지금 잡아야 해.”

“……원래 우리 주민은 아닌 것 같은데.”

“최현지는 방랑자야. 검문소를 통과하면 언제든 만경에 들어올 수 있어. 정확히 언제 왔는지는 기록을 봐야 알겠지만.”

최현지는 방금 자신이 구해 낸 관리자 하윤하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서로 놀리면서 농담을 주고받는 것을 보니 친한 것 같았다.

시온은 경찰서에서 그녀가 있는 만경 중앙 거리를 내려다보다 이내 다시 물었다.

“세력에 영입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재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조금 미소를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재희는 불러들였던 아티팩트를 없애고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었다.

최현지가 만경에 있다면 안심이었다.

그녀는 정말 최강 중의 최강이었으니.

그녀를 영입한다면 3라운드의 주도권은 만경이 쥘 수 있을 것이다.

시온은 재희의 오묘한 표정을 살펴보곤 되물었다.

“왜, 안될 것 같아?”

“……아니. 아주 쉬워. 대장은 ‘그것’에 환장했거든. 그걸로 유혹하면 바로 넘어올 거야.”

그런 재희를 바라보며 시온은 계속해서 물었다.

“그게 뭔데?”

“……우리가 리그 시작하면서 모으기 시작했던 거.”

“담배? 통조림? 라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거.”

“더 좋은 거라니?”

더 좋은 것.

사실 그것은 최현지가 만경까지 내려온 이유이기도 했다.

* * *

“딸꾹……!”

하윤하는 놀라운 것을 보면 딸꾹질하는 습관이 있었다.

공포 영화도 그랬고, 누군가 갑자기 놀라게 해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소녀에겐 충분히 놀라웠다.

하윤하는 그녀가 철없는 어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최현지는 플레이어였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강한.

최현지는 어깨에 우산을 대고 곤란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아- 진짜. 너 때문에 신분 세탁 다시 해야 되잖아. 곤란해졌어.”

하윤하는 그런 최현지를 떨리는 손으로 가리켰다.

“아니…… 너…… 그…… 어떻게……?”

“뭘.”

“아니…… 방금 저 기린 괴물.”

“왜. 지렸어?”

최현지는 쭈그려 앉아선 한쪽 턱을 괸 채 피식 웃어 보였다.

한쪽 손은 청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였다.

원래라면 이렇게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현지는 하윤하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제 최현지는 군주가 나타나기 전에 도망갈 생각이다.

힘을 공개한 플레이어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건, 공개된 아티팩트는 공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

게다가 만경의 시장 일대를 아무리 뒤져도 최현지가 찾는 물건은 없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주변 일대에 만경의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목은 곧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군주님 행차하십니다-!”

“군주님이다……!”

“군주님!”

최현지는 군중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윤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 쓰러져 숨을 헐떡이고 있었음에도 ‘그’를 발견하자,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최현지는 자신의 아티팩트를 캔슬했고, 검은 우산은 한 줌의 재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이후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군주를 보기 위해서 지난 며칠 동안 고생만 했는데, 설마 이렇게 쉽게 만날 줄이야.

최현지가 마주한 만경의 군주는 그야말로 범접할 수 없는 권력을 쥐고 있는 절대 군주였다.

그가 이곳에 나타나기만 해도, 모든 주민이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고 찬양하며 그를 위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시스템이 정한 군주를 두려워하는 건 많이 보았어도, 존경하는 건 처음이었다.

최현지가 이곳에 남아 있는 것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였지만.

“구, 군주님…….”

곁에 있던 하윤하도 곧장 무릎을 꿇고선 고개를 조아렸다.

오로지 최현지만이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강시온을 기다렸다.

둘은 마침내 만나고야 말았다.

* * *

전생.

만경의 군주 강시온에게는 총 3명의 핵심 인력이 있었다.

이 핵심 인력에 진재희는 포함되지 않는다.

시온의 부하 셋 모두 리그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플레이어 탑 10안에 드는 부하였지만, 그중 최현지는 최강이었다.

일대일 상황에선 모르겠지만, 그녀는 일대 다수의 상황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어느 정도였냐면, 서울 북부의 군주가 최현지를 영입하기 위해 당대 최고 이적료였던 1억 골드를 시온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방랑자다.

아마 3라운드까지는 서울과 경기 이곳저곳을 다니며 리그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터다.

사실 진재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리그의 정보’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전생에 최현지로부터 들은 정보였다.

진재희는 지금 여기서 그녀를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동안과의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녀를 세력에 영입할 수 있다면 시온에게 막강한 전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재희는 최현지가 무엇을 찾아 방방곡곡 싸돌아다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진재희는 우왕좌왕하는 최현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대장이 벌써 나타나다니.’

이것으로 미래는 확실하게 바뀌었다.

부정할 수 없는, 의문감도 들지 않을 확실한 변화가 지금 재희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자신이 시온을 따라 이곳 안양에서부터 리그를 치르는 것부터 미래는 바뀐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3라운드가 시작되자, 드디어 최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재희는 시온을 따라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 * *

강시온을 바라보는 최현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속은 복잡했다.

‘……다가온다. 확실히 나한테 다가오고 있다…… 아…… 귀찮아. 어떻게 뿌리치지?’

최현지는 주위를 힐끔거렸다.

그녀는 시온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저 군주가 누구인지 확인만 하고 싶었다.

또 가능하다면 그에게서 정보를 빼내고 싶었을 뿐이지, 그의 부하가 되고 싶진 않았다.

지금껏 자신의 압도적인 능력을 본 서울 남부의 ‘군주’들이 그랬다.

어떻게든 자신의 편에 들게 하고, 세력 내에 영입하려고 들었다.

그랬기에 최현지는 만경에 들어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힘을 철저하게 숨겼다.

게다가 만경에선 법적으로 무기를 소지하거나, 사용해선 안 되었다.

물론 강한 세력, 시온의 만경과 같은 도시라면 머물러도 될 테지만, 최현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물건을 찾기 위해서 계속 돌아다녀야 했다.

‘그걸 찾기 전까지는 절대 안 돼…… 일확천금을 준다고 해도.’

후다닥!

최현지는 쓰러져있던 청년에게 단숨에 다가가 일으켰다.

“괜찮으세요?”

“예……?”

그러곤 간호하는 척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시온에게 먹혀들 리가 없었다.

“흐이이……! 엄청 다치셨네요? 빨리 치료해 드릴게요!”

“예……? 아니, 딱히……?”

청년의 상처는 단순 타박상에 불과했다.

최현지는 넙죽 청년을 안아 들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우악……!”

“환자요! 환자!”

하지만 그녀 앞을 막아섰던 건, 진재희였다.

‘이크……!’

옆으로 돌아서도 강시온.

앞에는 진재희.

오른쪽으로는 만경의 병사들이 하나둘 몰려들고 있었다.

꼼짝없이 포위당했다.

코너에 몰린 최현지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젠 정말 어쩔 수 없었다.

훽-.

최현지는 안고 있던 청년을 땅바닥에 던져 버리곤 강시온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항복. 항복입니다. 군주님. 저…… 그냥 나가도 될까요? 문제…… 일으키고 싶진 않은데…….”

그녀는 시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경의 군주, 강시온.

그는 검은 흑발,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엄은 결코 보통이 아니었다.

시온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으니, 최현지는 이곳 주민들이 왜 그를 찬양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때였다.

“구, 군주니임……!”

하윤하가 헐레벌떡 다가와 시온과 현지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넙죽 시온에게 절했다.

윤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추, 출입국 관리자…… 2군에 소속된 하윤하라고 합니다. 군주님을 뵙습니다……! 그리고…… 이 방랑자는 저의 담당이고…… 방랑자 신분으로 세력 내에서 무기를 사용한 건 제 관리 불찰입니다. 절 벌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떨리는 윤하의 목소리에, 최현지는 조금 놀랐다.

하윤하는 철저하게 군주의 칙령에 복종하고 있었다.

강시온은 무기 사용으로 인한 범죄 행위를 사전에 막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만경에서는 세력에 소속되지 않은 방랑자와 주민들은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병사들 역시 함부로 무기를 꺼낼 순 없었고, 적의 공격이 확실한 상황이나 위험을 감지한 순간에만 꺼낼 수 있었다.

그러므로 방랑자 최현지가 세력 내에서 ‘무기’를 이용해 적을 토벌한 것은 명백히 시온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단적인 예로 이곳에 찾아온 어느 방랑자가 허가도 없이 무기를 꺼내 들어 주민을 위협했다가, 곧장 처형당했다.

그 방랑자의 목은 단두대 위에 걸려 있었으며, 까마귀가 눈알을 모두 파먹고서야 내려졌다.

그러니 하윤하는 긴장할 수밖에.

하윤하는 최현지를 지키고자 했다.

어찌 되었건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줬기에.

하지만 돌아오는 군주의 대답은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짧은 날숨을 내쉰 군주가 입을 열었다.

“……주민을 지킨 영웅에게 벌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성대하게 모시세요. 만경은 그대를 환영합니다.”

그 말을 한 뒤, 시온은 물러났다.

그가 다시 경찰서로 나아가자, 주민들이 홍해의 바다처럼 양쪽으로 갈라졌다.

하윤하는 조아렸던 고개를 살짝 들어 보였다.

“네……?”

있을 수 없는 대답이었다.

최현지는 윤하 뒤에서 볼을 긁적였다.

‘잘된…… 건가?’

* * *

지금껏 많은 일이 있었지만, 시온은 방랑자의 만경 내 법 준수에 대해서는 더욱더 강경하게 대했다.

그들은 외부인이다.

외부인에게는 철저했다.

하지만 그런 시온이 흔쾌히 최현지를 용서했다.

게다가 그녀를 성대하게 모시라고 직접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시온의 명령은 항상 1순위로 처리되었다.

식탁을 마주한 최현지는 감탄을 터트렸다.

“우와-!”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진 음식들.

소세지, 계란, 골뱅이 통조림, 과자 5종, 스파게티, 참치 캔에 마요네즈를 짠 것까지.

원래라면 흔하디흔한 식재료였지만, 이젠 너무나 귀한 사치품들이 되어 버린 그 모든 것들.

최현지는 마구잡이로 음식을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테이블 가운데에는 촛불이 켜져 있어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식당 속, 촛불 빛에 의지한 채 최현지가 게걸스럽게 음식들을 집어삼켰다.

“천천히 먹어…….”

하윤하는 그 앞에서 깨작깨작 소시지를 포크로 찍고 있었다.

하지만 최현지는 멈출 줄 몰랐다.

“너도 빨리 먹어!”

“너 많이 먹어…….”

“맛있는데? 진짜 얼마 만이냐. 특히 골뱅이! 와. 쫄깃해.”

와구-. 와구-.

그들의 만찬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군주의 선물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만찬의 하이라이트.

또 최현지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물건’.

덜컹-!

몇몇 조리원들이 방 안에 들어오더니 유리잔을 놓고 얼음 몇 개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것과 마주한 최현지는 너무 놀라 입에 걸쳐 있던 스파게티마저 떨어트렸다.

터억-.

“아. 설마.”

꼴꼴꼴꼴- 촤르르르르…….

검은 물이 얼음 잔에 담기더니 이내 탄산이 마구잡이로 올라왔다.

최현지는 지금 믿기지가 않았다.

이미 전부 다 없어졌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세상이 종말을 맞이하고 대략 2년.

기존의 음식들은 거의 다 사라졌고,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군주들이 독차지하는 사치품이었다.

그중 최현지에게 최고, 최상의 사치는 바로 저 검은 음료였다.

“콜라……?”

마치 오랫동안 헤어진 연인이라도 되듯이 애처롭게 불러보는 그 이름……!

콜라.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다는 악마의 음료.

건강에 안 좋다고 의사들이 입을 모아 말하지만,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톡 쏘는 탄산과 혀에 감도는 단맛이 어우러지는 음료.

사실 최현지는 담배도 술도 남자도 필요 없었지만, 이 콜라만큼은 달랐다.

최현지는 지난날을 떠올렸다.

눈으로 뒤덮인 도시를 돌아다니며 시체로 가득한 편의점을 뒤지고, 다가오는 몬스터를 모조리 도륙하며 대형 마트도 뒤졌던 지난날들을.

그녀의 콜라 대장정은 대실패했다.

사이다나 퐌타, 펩쉬, 맥코르까지는 찾았지만(이것들도 충분히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이놈의 콜라……! 콜라! 콜라!

빌어먹게 콜라만 없었다.

그녀는 방랑자로서 막강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콜라는 찾아낼 수 없었다.

마음먹고 찾아 나설 때마다 콜라는 발이라도 달렸는지 자취를 감췄다.

근데, 지금 그녀의 눈앞에 콜라가 있었다.

참을 수 있겠나?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지난 2년에 가까운 세월을 콜라만 찾아다녔던 최현지라면.

“아……!”

최현지는 콜라 잔을 집어 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콜라가 담긴 유리잔을 살포시 막았다.

턱.

최현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시온은 콜라잔을 막고선 최현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시내에서 보여 주었던 당신의 힘. 꽤 놀랍더군요?”

그러곤 보란 듯이 그녀의 눈앞에서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다.

꿀떡, 꿀떡.

시온의 목젖이 위아래로 일정하게 움직였다.

시온은 한 방울의 콜라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마셔 버리곤 다시 테이블에 빈 캔을 올려 두었다.

“……으. 코, 콜라아…… 내 콜라아…….”

최현지는 애처롭게 눈앞에서 사라진 콜라를 불러 댔다.

시온은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는 것에 재능이 있었다.

손에 닿을 듯, 안 닿을 듯.

콜라가 다시 얼음 컵을 채워 갔다.

꼴꼴꼴.

올라오는 탄산에 얼음이 빙글빙글 돌았다.

챠르르르르…….

시온은 그녀가 콜라를 넙죽 가져가지 않도록 컵을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으시겠죠. 지금 만경은 굉장히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적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고,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질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군주된 입장으로서, 전 만경의 주민들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 의무를 지키기 위해선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최현지…… 씨라고 하셨나요? 당신의 힘은…….”

시온은 아직 그녀를 설득할 말들 중 10%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현지는 이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방랑자고 뭐고.

분명 말했지 않나.

인간은 쾌락의 동물이라고.

최현지는 이 콜라만큼은 결코 참을 수 없었다.

사실 최현지는 콜라 한 번 마셔 보겠다고 이곳저곳 돌아다닌 것일 뿐이었다.

그걸 멋대로 시스템에선 방랑자라고 부르고 있었으니.

그러니까 이제 그녀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

최현지는 졌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추, 충성을 다 할게요.”

최현지는 콜라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덥썩!

다시 손아귀에 콜라 잔을 쥔 최현지의 안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단번에 콜라를 마셨다.

꼴딱, 꼴딱.

그리곤 입술을 오므리곤 감탄했다.

“아…… 미친! 개 맛있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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