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3라운드 (2)
3라운드가 시작되고 며칠이 지났다.
변화는 꽤 빠르게 나타났다.
필드에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눈은 녹아들어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로 스며들었다.
곳곳에 초록빛의 외계 작물이 자라나 건물을 휘감았고, 각양각색의 꽃도 갈라진 건물의 틈 사이에서 피어났다.
원래는 눈 벽으로 꽉 막혀 있던 거리 곳곳도 이제 전부 눈이 녹아 지나다닐 수 있었다.
지난 라운드 동안 건물들도 성치 못했다.
드문드문 굳건히 솟아 있는 건물들도 있었지만, 옆으로 무너져 그 옆 건물에 기대고 있는 건물들도 많았다.
완전히 무너져 내린 고속도로에는 이제 기둥밖에 남지 않았다.
그 기둥은 새로운 포식자의 터전이 되었다.
정체불명의 비행 몬스터가 둥지를 깐 것이다.
많이 달라진 도시의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그만큼 인간들이 살 수 있는 터전도 줄어들었다
눈이 녹아 물바다가 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난이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눈 안에 파고들어 지금껏 겨울잠을 자고 있었던, 괴생명체들이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허기졌다.
허기진 그들은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하기 위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우적, 우적-.
7m 높이의 한 승용차 성벽 위에 초록빛의 괴물 개구리가 앉아 있었다.
우적, 우적-.
개구리의 입에는 사람이 들어 있었다.
개구리가 이빨로 사람을 씹어 댈 때마다 두 다리가 들썩였다.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난 놈이었다.
놈들의 크기는 웬만한 코끼리만 했다.
놈들은 인간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흐으으……!”
“으아아아악!!!”
휘릭-! 찹!
괴물 개구리가 내뱉은 기다란 혓바닥이 주변을 순찰하던 수비대원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고는 재빨리 빨아들여 먹잇감을 입 속에 집어넣었다.
질겅, 질겅.
놈은 마치 껌을 씹듯 인간을 잘게 씹어 댔다.
조잡한 창과 식칼을 쥔 인간들은 무력하게 죽어 갔고, 그렇게 괴물의 식량이 되었다.
인간들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달랐다.
휘릭- 촤촤촤촤작!
하늘에서 구체가 쏟아져, 개구리를 직격했다.
강시온의 공격이었다.
“…….”
“군주니이임……!”
“군주님!!!”
시온은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3라운드가 시작되기 전부터 놈들은 슬슬 성벽을 넘어오기 시작했다.
시온에게는 주민을 지킬 의무가 있었고, 놈들을 막아 낼 필요가 있었다.
보통의 인간들로 구성된 부대로는 놈들을 토벌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세력에는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필요했다.
시온의 세력에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부족했다.
플레이어는 리그의 몬스터를 잡든, 다른 군주와의 전쟁이든 엄청난 활약을 하는 이들이기에 최대한 많이 확보해 두어야 했다.
이제 그 문제는 없다.
비산을 거머쥔 건, 플레이어를 영입하기 위함이었으니까.
시온은 비산의 마담을 통해, 각지에 흩어져 있는 플레이어들을 긁어모을 것이다.
모든 건 전쟁을 위해서다.
개구리는 온몸에 바람구멍이 나, 내장을 흘리며 성벽 위에 쓰러졌다.
이미 사람은 죽어서 반쯤 씹어 먹혔지만, 그 뱃속에는 놈의 새끼가 가득했다.
-께우룩…… 께우룩……!
-께우룩…… 께우룩……!
개구리 새끼들.
원래 개구리들은 알을 낳고 알은 올챙이가 되지만, 이놈들은 포유류처럼 새끼를 배고 있었다.
지 어미가 죽은 줄도 모르고 꺼이꺼이 울어 대는 개구리 새끼들.
“으아아!”
“죽어!! 이 괴물!”
두 만경의 병사가 울어 대는 개구리 새끼에게 달려 나가 창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살점이 마치 폭탄처럼 터졌다.
퍼엉-!
병사 둘의 시체가 산산조각 나 그 살점이 성벽 이곳저곳에 흩어져 떨어졌다.
후두두둑…….
“우욱……!”
시온 곁에 있던 비서가 구역질을 해 댔다.
시온은 인상을 찌푸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인간이 지금껏 마주할 수 없었던 외계의 괴물들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었다.
시온의 옆에 서 있던 비서는 구역질을 참으면서 계속해서 몬스터에 대해 적고 있었다.
“……저거 쓸 만할지도 몰라.”
“예…… 예! 우우우웩……!”
3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수많은 다양한 몬스터들이 속출했다.
이들이 전쟁에 어떤 변수를 가지고 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시온은 고개를 들어, 반대편 건물 옥상을 바라보았다.
-꾸레레엑…… 꾸레레엑……
-꾸레레엑…… 꾸레레엑……
-꾸레레엑…… 꾸레레엑……
그곳에는 괴물 개구리 떼들이 울음통을 부풀려 대며 시온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성벽에 흩뿌려진 저들의 새끼를 보는 듯했다.
이번에는 성벽 아래를 바라보니 정체불명의 검은 생명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글거리며 성벽을 기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기어오르지 못했다.
짤막한 다리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수비대는 화염병으로 대처했지만, 만약 성벽이 없었더라면…….
‘다 죽었겠지.’
성벽을 세워 두었기에 다행이었다.
만약 성벽이 없었더라면, 지금쯤 온 도시의 노동력을 모두 몬스터들을 막아 내는 데 동원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동안에서는 그 짓거리를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 * *
만경, 중앙 거리.
“만세!”
“만세!”
노동일이 끝난 뒤, 만경의 주민들은 거리에 나와 만세를 외쳤다.
비산과 만안 제3세력의 접수로 영토가 넓어졌기 때문에, 이를 자축하기 위한 축제가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비산과 만안 제3세력이 만경으로 오는 날이었다.
3라운드가 시작된 이후, 성 밖은 더 이상 살 수 없을 만큼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만경의 중앙 거리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산동의 주민들과 3세력의 주민들, 그리고 방랑자들이었다.
시온이 업적을 이룩할 때면, 언제나 주민들은 크게 기뻐하며 축제를 열었다.
만경의 모든 주민은 그날만큼은 군주인 강시온을 찬양하고 거리에 나와 춤을 추었다.
90년대 올드 팝송이 흘러나왔다.
나이테가 훤히 드러난 밑동에 올려진 카세트테이프.
그 안에 탑재된 테이프에서 팝송이 흘러나왔다.
아주 작은 음악 소리, 그마저도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섞여 있었지만, 이날을 즐기는 주민들에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이 즐거웠다.
거리 곳곳에는 커다란 모닥불이 피워졌고, 모닥불마다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축제라…….”
“…….”
거리 한 편에 앉아, 빨대로 텀블러 속 물을 마시던 최현지는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참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선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사냥당하고 있을 터인데, 이곳의 주민들은 태평하니 축제를 즐기다니.
최현지는 쪽쪽 빨대를 빨더니 이내 곁에 있던 하윤하를 바라보았다.
하윤하는 이 도시의 관리자.
이래 봬도 플레이어인 소녀다.
최현지는 묵묵히 윤하를 바라보다 이내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툭. 윤하의 볼에 딸기 우유를 가져다 댔다.
“아! 차가. 뭐야?!”
윤하는 깜짝 놀라 몸을 들썩였다.
최현지는 낄낄거리며 딸기 우유를 흔들었다.
“마셔. 이거 비싼 거다?”
“…….”
윤하는 최현지를 한 번 보고는 딸기 우유로 향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우유를 받아 들었다.
“내가 앤 줄 알아……? 나 15살이야…….”
“그래그래~ 급식아. 알겠어.”
“급식……?”
이 시대에 딸기 우유는 정말 귀한 사치품이었다.
어쩌면 담배보다 더한 사치품.
원래 세계에선 1,300원 수준이었겠지만.
최현지는 딸기 우유를 마시고 있던 하윤하를 바라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어디서 왔고, 왜 여기에 있는지.
그래서 물어보았다.
“너…… 왜 여기 있냐?”
“……뭘?”
하윤하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아무래도 딸기 우유가 맛있었던 모양이다.
윤하는 딸기 우유를 아껴 마시는 듯했다.
그러다 못내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군주님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서.”
“강시온?”
“쓰으읍?!? 또 반말?”
“……눼에-.”
최현지로선 참 이상했다.
어떻게 단 한 명의 사람에게 세력 모든 이들이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낼 수 있을까?
도대체 강시온이라는 군주는 누구이길래.
지금껏 그녀가 만나 왔던 아포칼립스의 군주는 쾌락에 미쳐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최현지는 그들의 모습이 그리 이상해 보이진 않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쾌락을 즐기는 걸 좋아하기 마련이니까.’
인간은 쾌락을 좋아하고, 쾌락에 심취한 인간은 타락한다.
타락한 인간은 결국 멸망하고.
최현지는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곳까지 내려왔다.
시대가 멸망한 뒤, 그녀가 가장 무서웠던 건 잊히는 것이었다.
기존의 세계에선 죽으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기억할 것이다.
시체는 묻혀서 무덤으로 남거나, 불에 태워져 병에 저장된다.
그렇게 죽더라도 자신의 흔적은 세상에 남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것도 없다.
그냥 죽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랬기에 최현지는 즐기겠다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잊힐 운명이라면 살아 있는 동안 즐길 만큼 즐기다가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만경의 주민들은 자신과 같이 현재를 즐기려는 이들처럼 보였다.
“……푸흡.”
그때, 하윤하가 보기 드물게 웃어 보였다.
소녀의 웃음소리에 깜짝 놀란 최현지는 윤하를 돌아보았다.
“푸흐…… 푸하하하하!”
하윤하는 맘 놓고 웃었다.
소녀의 웃음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왜…… 왜 웃어?”
“아니, 아니. 아까, 네가 ‘눼에-’라고 할 때, 그 표정이 너무 웃겨서…… 푸흐흐……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윤하의 맑은 웃음을 보고 있으니 최현지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그녀가 거쳐온 도시들은 살육과 쾌락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해맑게 웃는 사람이 있었다.
‘……안 돼. 정신 차려.’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던 듯했다.
더 있다간 위험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최현지는 결정했다.
이곳을 떠나기로.
하윤하의 웃음을 본 뒤, 내린 결정이었다.
“……나 내일 나간다.”
최현지는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넌지시 말했다.
그 소리에 하윤하는 깜짝 놀라 그녀를 돌아보았다.
“3일…… 더 있는 거 아니었어?”
하윤하는 최현지를 돌아보았지만, 최현지는 턱을 괸 채, 여전히 춤추는 만경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닥불 주위로 강강술래 하는 것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냥. 뭔가 여기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방랑자 신분이기도 하고. 난 어딜 싸돌아다녀야 마음이 편해서 말이지. 그리고 이곳에는 내가 찾는 물건이 없는 것 같아.”
“……정착할 생각은?”
“없음.”
“조금도?”
“눈곱만큼도.”
그 소리에 하윤하는 실망한 기색으로 고개를 조금 떨구었다.
도시에 네온사인은 없었고, 밤을 비추는 건 달과 모닥불뿐이었다.
타닥, 타닥.
모닥불의 불똥이 튀면서 만경의 밤거리를 화려하게 비추었다.
그 모습에 최현지는 희미하게 웃으며 손을 휘적거렸다.
그리고 하윤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이곳 군주를 만나고 싶었지만, 뭐. 됐어. 이 정도면 충분해.”
“…….”
하윤하는 여전히 침묵했다.
현지는 소녀를 힐끔 내려다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왜? 막상 간다고 하니까 서운해?”
그 말에 현지는 입술을 내밀었다.
“……미쳤냐? 내가 왜.”
윤하는 현지에게서 시선을 거두곤 다시 딸기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 말 뒤로 현지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껄렁껄렁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잔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하는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
갈 사람은 붙잡지 않는다.
하윤하는 시온에 의해 구출된 이후, 이곳의 관리자로 일하면서 그렇게 사람들을 보내왔다.
그것이 윤하의 업무였기 때문이다.
나름 서운했지만, 그뿐.
윤하는 관리자이기에 시온의 명령을 수행할 뿐이다.
그러기에 아무것도…….
“……!”
찰나의 순간이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에 윤하는 옆으로 몸을 던졌다.
쿠-웅!
자욱한 먼지와 함께 하늘에서부터 날아든 괴생명체.
놈과 마주한 윤하의 얼굴이 사색에 질렸다.
놈은 요상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콕콕콕콕콕.
놈의 목은 마치 기린처럼 길쭉했고, 얼굴은 사람처럼 생겼다.
하지만 몸통과 날개, 두 다리는 까마귀와 닮아 있었다.
-콕콕. 콕콕콕. 콕콕콕콕.
놈은 기다란 목을 휘적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땅바닥에 자지러진 하윤하를 보고선 날개를 펄럭였다.
먹잇감을 발견하고는 흥분한 것이다.
뒤로 자빠진 채, 놈을 올려다보던 윤하의 동공이 흔들렸다.
도망가야만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괴물의 등장에 만경의 주민들은 패닉에 빠져 흩어지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으아, 으아아아아!!!!”
무기를 든 만경의 병사들이 달려왔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주민의 대피를 도울 뿐.
그중, 윤하만이 도망치지 못하고 있었다.
“…….”
온몸이 공포에 얼어붙었다.
기어이 놈은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며 하윤하에게 다가왔다.
쩌-억.
놈의 기괴하고 거대한 아가리가 위아래로 벌어졌다.
걸쭉한 침이 윗니와 아랫니에 이어졌다.
혓바닥이 아가리로부터 나와 천천히 윤하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의 몸이 놈의 아가리로 빨려 들어가는 동안 윤하는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했다.
말없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죽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윤하가 놈의 목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그 대신 낙뢰가 내리쳤다.
하늘로부터 내리치는 검은 번개.
서걱-! 촤좌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작-!!!!!!!!!
“…….”
일순간 천둥소리가 들려왔고, 이후 고요해졌다.
윤하는 질끈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최현지.
최현지는 검은 낫을 든 채 침을 뱉고 있었다.
“아, 피, 입에 들어갔어. 퉤퉤-.”
투툭…… 툭. 투두두둑……!
잘게 나뉜 놈의 몸과 내장들이 하나둘 거리에 떨어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윤하의 귓가에 맴돌았다.
“아…… 내가 이래서 빨리 떠나려는 거야.”
후두두두두둑-!
뒤이어 기린 까마귀의 피가 비처럼 쏟아졌다.
최현지는 쥐고 있던 검은 물질을 우산 형태로 변형시켜 머리 위로 받쳐 들었다.
핏물이 우산에 맞아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압도적인 전투력.
그녀는 시스템이 선정한 순위 집계에서 A급 플레이어 중 1위를 차지한 자였다.
어쩌면 세계관 최강자들 중 한 명.
아니, 확실하게 최강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하윤하를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귀찮아지잖아.”
최현지는 인연을 끔찍이도 혐오했다.
인연을 쌓으면 감정을 소모해 버리기 마련이니까.
또 귀찮아지고 있었다.
근데 어쩌나.
최현지란 사람이 이런 사람인걸.
“하아…… 뭐, 됐어.”
최현지는 앞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였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고는 우산을 쥔 채, 천천히 묶여 있는 윤하에게 다가갔다.
“다친 덴 없어?”
* * *
“……최현지.”
“누군데. 저 사람.”
거리 한 편.
그곳에는 급하게 출동한 강시온과 진재희가 있었다.
진재희는 그 플레이어를 단번에 알아봤고, 시온은 물었다.
그녀가 누군지.
그리고 진재희의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명확했다.
진재희는 조금 미소를 보이더니 대답했다.
“네 오른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