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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78화 (78/221)

#제78화. 투석기

인간은 전쟁의 동물이다.

그리고 전쟁은 화력전이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포방부라고 불리는 이유도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화력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의 발전이 곧 과학의 역사였다.

화살로는 한 명의 사람을.

총알로는 수 명의 사람을.

포탄으로는 수십.

미사일로는 수백.

나아가 핵무기로는 수만에 이르기까지.

살상은 문명 그 자체였다.

경찰서 옥상에 자리 잡은 시온은 어두운 밤하늘의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온사인이 들어오지 않은 도시는 완전히 암흑이었다.

작전은 이미 시작했다.

시온에게는 대량 살상 무기가 필요했다.

오우거 외에도 병사 개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화력 개발에 집중했다.

결과는 나왔다.

바로 네펜데스를 이용한 것이다.

기존의 화염병은 아무리 개량해도 화력상 한계가 있었다.

던지는 도중에 꺼지기 십상이었고 불발도 많았다.

더군다나 그 화염병을 투석기에 실어 날린다면 공기 저항과 바람 때문에 날아가는 도중 꺼져 버렸다.

하지만 헝겊을 네펜데스 줄기로 대신하자, 한계는 해결되었다.

네펜데스의 줄기는 기존의 기름을 묻힌 헝겊보다 더한 가연성을 보였다.

네펜데스는 식물성 몬스터인 데다가 체내에 많은 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발견한 이후, 화염병은 다음의 방식처럼 개량되었다.

네펜데스의 기름으로 유리병을 채운 뒤, 그 유리병의 뚜껑을 놈의 줄기로 틀어막은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염병은 아무리 투석기를 통해 날려 보낸다고 해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만큼 외계의 자원은 차원이 다르게 효율이 좋았다.

물론 100% 터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투석의 방법으로 이런 단점은 쉽게 극복되었다.

처음에는 기름만 담긴 병을 날린다.

수십 개의 유리병을 공중에 쏘아 올리면 목표 지점에 산개하여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병이 깨지면서 안에 담긴 네펜데스의 기름들은 해당 구역 곳곳에 흩뿌려지고.

이후 불붙은 병을 날려 떨어뜨리면 맹렬한 불길이 마구잡이로 퍼져 나간다.

이 불길은 매우 치명적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효과는 대단했다.

* * *

비산동 동안구 방어 기지.

그곳에는 창과 식칼을 쥐고 바리케이드를 지키고 있는 동안의 전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가롭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도박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은 마담의 도박장과 가까운 거리.

그렇기에 결코 만경의 병사들이 쳐들어올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방심은 그들을 파멸로 이끌었다.

휘릭- 쨍그랑!

“……?”

“뭐야?”

포커를 치고 있던 동안의 전사들의 곁에 한 유리병이 날아들었다.

누군가 근접해서 던졌다고 생각한 전사들은 무기를 쥔 채, 주위를 경계했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행 몬스터가 가지고 놀다가 떨어트렸나 본데요?”

“그런 것 같네. 요즘에는 괴생명체가 많이 날아드니까 말이야.”

“어, 어? 야! 패 건드리지 마! 다 봤어!”

동안의 전사들은 다시 포커 판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휘릭- 쨍그랑!

또 한 번의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

포커 판으로 달려가던 젊은 전사들도 발걸음을 멈추곤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선.

쨍그랑! 쨍그랑!

이번에는 두 번 연속.

또다시.

쨍! 쨍! 쨍! 쨍! 쨍! 쨍! 쨍! 쨍! 쨍그랑!

무수히 쏟아지는 유리병들.

“으아아아악!!!”

“어억……!”

제아무리 유리병이라고 할지라도, 머리에 직격으로 맞으면 사망이다.

동안의 전사들은 날아드는 유리병을 피해 서둘러 폐자동차 안이나 건물 안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그건 일차적인 것일 뿐이었다.

“……끄, 끝났나?”

“야! 상황 정리해!”

유리병이 날아들기를 멈추자, 전사들이 하나둘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바닥이 미끄러웠다.

마치 기름처럼.

이곳에 깨진 유리병들과 함께 기름이 퍼져 있었다.

깜짝 놀란 방어대 대장은 반대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하늘을 가득 메운 불덩이들이 이곳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그 앞에서 전사들은 침묵했다.

방어대 대장은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X발.”

툭,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 * *

최명준은 다 핀 꽁초 필터를 껌처럼 질겅질겅 씹어 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니코틴을 섭취하고 싶은 그의 습관이었다.

그러다 높은 곳에서 쌍안경을 통해 동안구를 살피던 병사에게 물었다.

“맞췄냐?”

“……마, 맞춘 것 같습니다?”

“맞춘 것 같습니다? 그게 뭔 개소리야. 맞춘 거야. 안 맞춘 거야? 확실히 말해.”

“예…… 예. 예! 맞췄습니다. 확실히요!”

“오, 그래?”

퉤-.

최명준은 씹어 대던 담배 필터를 뱉어 버리곤, 재장전을 명령했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오우거는 다시 네펜데스의 줄기를 동그랗게 만 것을 쥐고선 투석기에 올렸다.

그리고 병사들이 다가와 불을 넝쿨에 붙였다.

화르르르륵-!

투석기에 실린 줄기가 불타기 시작했다.

관측병이 후다닥 달려와 최명준에게 말했다.

“근데 살짝 더 뒤쪽으로 갔습니다. 앞을 조준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어이, 수학 선생.”

최명준은 고개를 돌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안경 쓴 남자를 불렀다.

그는 만안 제2세력 토벌 당시, 해당 세력에 있던 수학 교사였다.

또 투석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전문가이기도 했다.

시온이 2세력을 토벌하면서 얻은 전리품은 비단 물품뿐만이 아니었다.

전문가도 있었다.

수학 교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렵게 대답했다.

“예? 아, 예예! 아아, 잠깐만요. 그러니까 이게 고각이 이 정도로 설정하고…… 포물선을 그리고…… 힘은 이 정도로 작용되니까. 자, 잠깐만요. 금방 계산하겠습니다. 그, 그러니까 때, 때리진 말아 주세요……!”

그 떨리는 수학 선생의 목소리에 최명준은 인상을 팍 구겼다.

“어이, 선생. 내가 언제 때렸다 그래?”

“그그그…… 그그. 조, 조금 느리게 계산하면…… 이, 이마를 타악하고. 치, 치잖아요.”

“아니, 그건 친근의 표시 아냐?! 남자끼리 장난 말이야. 안 그래?”

실제로 최명준과 수학 교사의 나이는 비슷했다.

“예…… 예. 안 그렇습니다.”

“뭐야?!”

최명준이 큰소리치자 수학 선생은 바짝 긴장해선 서둘러 볼펜을 쥐었다.

“네, 네에! 장난입니다. 그, 그러니까 자, 장난도 참아 주십시오. 자, 잠시만요. 지, 집중 좀 하겠습니다.”

부서진 안경을 쓰고 있는 수학 교사는 횃불 빛에 의지하며 계산하기 시작했다.

사실 투석기에 정교한 조준을 바라는 것이 욕심이었다.

투석기는 적의 성벽을 무너뜨리는 역할보단, 성 내로 무언가를 날려 보내는 역할이 더 컸기 때문이다.

“아, 대충하면 되는 거 아냐? 뭘 그렇게 계산을 많이 해?”

또 참을성이 한계가 다다른 최명준이 저벅저벅 수학 교사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교사는 다시 겁먹어선 고개를 숙였다.

“히…… 히익……! 때, 때리지 마세요.”

“안 때려. 안 때린다고. 내가 사이코야? 뭐만 하면 때리게?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대, 대장님은 근데 건달이시지 않습니까……? 건달은 보통 주먹으로 해결…….”

“야이씨! 요즘 건달은 주먹 별로 안 써. 시끄럽고 빨리 계산이나 해.”

“에…… 예.”

수학 교사는 중지로 안경을 치켜들면서 대답했다.

최명준은 그의 중지를 바라보며 인상을 구겼다.

“너, 나한테 욕했냐?”

“아, 아닙니다! 이건 그냥 제 스, 습관이라…… 하여튼 사, 사실 군주님께서 이, 이번 전투의 핵심이 무기의 실험 아, 아니겠습니까? 그, 그러니까 무리하게 공격을 퍼붓기보다는 정교한 공격을 위해…….”

“그래서 뭐.”

“그, 그래서! 저, 저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투석기는 정교한 조, 조준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 그래서 저 자루에 병을 가득 넣은 것. 아, 아니겠습니까?”

“아- 그럼 허공에서 퍼지겠네?”

타악-!

최명준은 알았다는 듯이 수학 교사의 등을 철썩 때렸다.

최명준 딴에는 친근의 표시였지만, 받아들이는 수학 교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또…… 또또. 때, 때리시고…… 아이참…… 하여튼 그렇습니다요.”

자루에 가득 담은 유리병은 투석기에 의해 날려지면 사방으로 퍼진다.

비록 정교한 조준은 무리일 수 있겠지만, 그 기름을 담은 유리병을 적의 기지에 가득 산개하여 떨어뜨린다면.

거기에 불을 한 번이라도 붙이면 성공이니까.

정밀 타격이라기보다는, 포괄적인 지역을 잡아 마구잡이로 폭격하는 셈이다.

“아, 앞으로 조금만 움직여 주시고. 그 기, 기둥을 조금만 당겨 주셔야 합니다.”

만안 제2세력이 만들었던 투석기는 세력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만큼 정교하고 가치가 있었다.

그것을 시온의 전문가가 재구성하여 이쪽 세력에 맞게 다시 만들었으니, 지금 시기엔 첨단 기술 무기라 할 만했다.

“이, 이 정도면 얼추 맞을 것 같습니다.”

“좋아. 빗나가면 한 대 맞아.”

“예…… 예?!? 제, 제가 왜?”

“준비시키고 다시 발사해.”

최명준의 명령에 병사들은 서둘러 움직였다.

수학 교사의 말대로 조정한 후, 다시 한번 투석기를 날려 보냈다.

쇄애애액-!

공기를 가르며 나는 유리병 소리가 날카로웠다.

투석기에서 쏘아진 불붙은 유리병들은 마치 유성처럼 궤적을 남겼다.

그 모습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넋 놓고 바라볼 정도로 아름다웠다.

“……맞췄냐?”

최명준은 다시 관측병에게 물었다.

관측병은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다가 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아, 네! 이번에는 명중했습니다!”

“좋아.”

“오…… 오오오……! 다, 다행이다. 따, 딱밤은 제발……! PTSD 온단 말입니다……!”

최명준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건 복수였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물을 기르던 우리 측 노동자를 괴롭힌, 동안구에 대한 복수.

그리고 그들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이, 수학 선생. 여기서 남아서 지휘해. 해가 뜰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말라는 형님의 지시가 있었다.”

“예……? 예?!? 제가요?”

“그래. 이제 난 놀러 가거든. 오랜만인걸.”

“노, 놀러 가다니…… 어디로?”

스응-.

그때, 최명준이 단도를 꺼내었다.

시온이 그에게 쥐여 준 과도였다.

최명준은 아직까지도 시온이 준 과도를 소중히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100명의 정예대가 일제히 무기를 들었다.

최명준은 실실 웃으며 수학 선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냥꾼 사냥.”

최명준은 오랜만의 살인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그가 비산으로 떠나는 순간, 100명의 정예대가 그를 따라나섰다.

투석기에서는 계속해서 유리병들을 쏘아 올렸다.

동안에 대한 공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놈들의 방어 세력이 불바다가 되기 전까지.

* * *

시온은 만안 경찰서 옥상에서 차분하게 전장을 살폈다.

어두웠던 도시에서 빨간 불꽃이 피어올랐다.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 모습을 같이 지켜보던 진재희는 담배를 문 채, 그의 곁에 있었다.

부장들도 함께였다.

이건 참관이었다.

신무기의 위력을 확인할 목적으로 진행하는 만경 세력 고위 인사들의 참관.

“대, 대단하십니다……! 이야.”

작업부 부장이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작업부 부장에 이어 다른 부장들도 속속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온을 칭찬하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시온은 반응하지 않았다.

말없이 전장을 살필 뿐이었다.

“사실 이중 작전에 대한 의문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저의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역시 군주님의 계획이십니다. 이번 작전을 성공하면 확실히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죠.”

질서부 부장.

그녀는 최근 식수 문제로 인해 군주였던 강시온과 자주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러나 좀처럼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무력을 통해 강을 차지하고자 했다.

그리고 질서부 부장은 이내 강시온의 작전을 듣고 나선 감탄했다.

천재적인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군주님 덕입니다.”

“군주님 덕입니다.”

“군주님 덕입니다.”

질서부를 시작으로 세력의 핵심 고위층 간부들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때까지도 시온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격이 이어지고, 불바다가 적의 도시를 집어삼키자 시온은 각 부의 부장들과 부부장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확신하셨습니까?”

시온이 부장과 부부장들, 그리고 각 군의 사령관들을 부른 이유는 바로 확전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함이었다.

전쟁은 군주 혼자서 독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각 계층의 핵심들을 이 자리에 불러 모아 전쟁에 대한 확신, 승리에 대한 확신을 주입해야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시온의 작전은 먹혀들고 있었고, 이제 전쟁을 반대할 간부는 아무도 없었다.

시온은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동안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시기는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겁니다.”

시온은 이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랜 전쟁으로 약해진 동안구의 세력을 이참에 확실히 정리하여 안양을 통합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모든 계획은 이미 짜여져 있었다.

남은 건 실행과 각 부부장들의 협력뿐.

“전쟁은 한 달 뒤로 잡겠습니다. 그때까지 각 부는 전쟁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주십시오.”

이제 세력의 모든 노동력은 전쟁 준비로 전환할 것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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