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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74화 (74/221)

#제74화. 인간 사냥꾼 (2)

시온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었다.

더 이상 이 세계에 ‘정치’라는 개념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무역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세력 간의 균형 같은 것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시스템은 동맹, 전쟁, 협약 등 모든 정치 현상들이 이 리그 안에서 벌어질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

각 세력 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어떤 식으로 적의 세력을 궤멸시키는지, 신들은 각 세력 간의 정치 양상을 지켜보며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강’이라는 식수원을 훼손하는 걸 금지시킨 것만 보더라도, 그들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다.

5개월 전의 이야기다.

시온의 세력은 무수한 발전을 거듭하며, 더 이상 만안 내에서는 적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강시온의 존재와 보일러, 그리고 유능한 조력자들 덕분에 가능했었다.

그리고 만안에서 가장 작았던 세력, 3세력의 군주는 시온에게 찾아와 고개를 조아렸다.

스스로 신하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만안 제3세력은 군포 방면으로 뻗어있는 소규모 지역을 점령한 세력이었다.

그렇게 그곳은 만경의 식민지가 되었다.

“군주님을 뵙습니다.”

만안 제3세력의 핵심 인력들이 직접 마중 나와 고개를 조아렸다.

그들을 시온 앞에 고개 숙여 벌벌 떨고 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예…… 군주님.”

시온은 자신에게 고개를 조아린 그의 두 손을 잡았다.

하지만 3세력의 군주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거대한 오우거 두 마리가 만안 제2세력에서 노획한 투석기를 끌고선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으으으으으…….

-크르르르르르르…….

툭, 툭.

오우거의 거대하고 기괴한 입술 사이에서 침이 흘러 떨어졌다.

오우거를 굳이 데리고 온 건, 힘을 과시하고 두 세력 간의 힘의 차이를 분명하게 하려는 시온의 의도였다.

물론 ‘작전’을 위함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온의 의도대로 그들은 심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압도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만안 제1세력의 군주, 강시온에게.

“……식사 준비되었습니다. 가시죠.”

남자가 고개를 조아리며 시온을 안내했다.

시온은 3세력의 내부를 둘러보다 이내 그를 따라나섰다.

시온이 직접 지배하는 세력과 비교하기엔, 그들의 생활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 * *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즐기시죠.”

한쪽 안경알이 깨진 남자가 정중히 시온의 와인 잔에 술을 따랐다.

이어서 그 옆에 있던 재희에게도 따라주었다.

만안 제3세력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국력을 지녔음에도, 시온에게 대접하는 식단은 그야말로 호화스러웠다.

구운 닭과 와인, 볶음 요리, 해물 통조림 등.

그들은 시온이 올 것을 대비해 지난 한 달 동안 수확한 물품 중 가장 좋은 것들만 차려 놓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그들에겐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온은 자신들을 지켜줄 유일한 군주였기에, 그의 환심을 사야 했다.

“……음식은 입에 맞으십니까?”

“예.”

“다행입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남자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시온은 신경 쓰지 않고 요리를 포크로 집어 가며 먹었다.

평소 그는 세력 내에서도 이 정도로 대접받은 적이 없었다.

시온이 먹는 건, 일반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는 식단이었으니까.

시온은 고등어 통조림 속 고기를 집어 한입에 베어 먹었다.

해산물은 멸망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이 값비싼 재료였다.

그에겐 생선 통조림조차 멸망 이전에는 비싸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시온은 입 안에 넣은 고등어 고기를 천천히 씹었다.

고소했다.

그의 삶에서 즐길 거라고는 얼마 없지만,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먹는 것이다.

라면의 종류를 고를 때에도 그는 항상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시온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짜장면이었다.

오천 원짜리 짜장면과 단무지.

시온은 그것을 너무도 좋아했다.

어릴 적, 부모와 함께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세상이 멸망한 뒤론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었지만.

“그런데 3세력 군주님. 이번 상납품이 조금 부족합니다.”

시온이 식사를 하는 동안, 시온의 질서부장은 식사를 빠르게 마친 뒤 3세력 군주에게 말을 걸었다.

질서부장의 말에 3세력 군주는 자신의 수저를 내려놓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요즘 동안과 의왕 간의 전쟁이 길어지는 바람에 저희 세력의 피해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장님. 약속해 주신 협약은 언제쯤 이행이 가능하실까요? 그것만 된다면 저희 세력도…….”

“협약의 이행은 서로 신뢰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세력 안정화는 저희 군주께서도 가장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지금 섣불리 3세력을 통합한다면, 방위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을 겁니다.”

부장은 유리잔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3세력과 만경과의 거리는 꽤 멀었다.

만경이 부담 없이 2세력을 통합할 수 있었던 건, 원래 2세력의 구역이 만경이 지배하고 있는 구역과 인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온의 세력이 무리하게 제3세력까지 확장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보급로가 과도하게 길어지기 때문이다.

부장은 이를 염려해, 섣불리 3세력을 통합하는 걸 꾸준히 거부했었다.

하지만 시온은 다른 이유로 3세력을 통합하지 않았다.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주님.”

낮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시온이 식사를 마치고, 3세력의 군주에게 입을 연 것이다.

“예, 예……! 말씀하십시오.”

3세력의 군주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그에 대한 충성을 표현했다.

시온이 굳이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3세력을 이용해서 인간 사냥꾼들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3세력은 가치 없는 지역이다.

강과 인접하지도 않았고, 방어 요새가 있는 것도, 인구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을 키워 발전시킨다면 그땐 3세력을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존재는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세력의 병력은 총 몇 명입니까?”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략…… 오십육 명 정도입니다.”

56명.

상비 병력만 2,000명이 넘어가는 시온의 세력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온이 3세력을 개조하기 시작할 테니.

시온은 다시 물었다.

“현재 3세력과 저희 만경과는 시스템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죠?”

“……예. 그렇습니다.”

시온을 대하는 3세력 군주의 목소리가 한없이 작아졌다.

압도적인 권력 앞에서는 누구나 작아지기 마련이었다.

시온은 바로 본론부터 꺼내었다.

오늘 그와 이야기할 것이 많았다.

“앞으로 두 세력 간의 상납 관계는 청산하겠습니다.”

“네, 네……?!”

벌떡-.

그때 3세력의 군주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야기는 즉, 만경이 3세력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소리였다.

놀란 건, 3세력 군주뿐만이 아니었다.

시온과 함께 이곳에 왔던 부장들 역시 깜짝 놀랐다.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군주의 판단이었기에.

“군주님……! 그게 무슨?”

“군주님. 3세력과 관계를 끊는다면 다방면으로 동안을 견제하시겠다는 말씀은 어떻게.”

하지만 제일 절박했던 건, 3세력의 군주였다.

우당탕-!

그는 단숨에 시온에게 다가왔다.

곁에 앉아있던 재희가 흠칫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3세력의 군주의 행동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털썩-!

그는 시온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애원했다.

“군주님……! 군주님……! 다시 한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동안의 그 개자식들……! 그 개자식들은 틈 만나면 약탈과 살인을 벌입니다. 애초에 군주님의 세력이 없었더라면 저희 세력의 시민들은 진작에 전부 죽고 말았을 겁니다……! 다시…… 다시 한번만……!”

꾸욱……!

3세력의 군주는 시온의 신발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차라리 절 죽이시고 저희 주민들만이라도…… 상납품은 저희가 꼭 맞추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맞추겠습니다……! 제발. 제발……!”

3세력의 군주가 애원했지만, 시온은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만경과 3세력의 관계는 단순했다.

보호하는 존재와 보호받는 존재였다.

그 대가로 지금껏 매주 상납품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이러한 세력 간의 관계 덕분에 3세력은 더 이상 동안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푸흐으으으……! 느아아아……!!!”

그랬기에 3세력의 군주는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온이 그들과 관계를 끊는다면, 이제 3세력은 동안의 전사들에 의해 유린당할 것이다.

절규하는 3세력의 군주 곁에서 시온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에 3세력의 군주는 눈물을 머금고는 시온을 조심스럽게 올려다보았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라는 말, 모르십니까?”

“예……?”

“가서 앉으시죠. 오늘 할 얘기가 많습니다.”

“아…….”

시온은 손을 뻗어, 반대편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그제야 3세력의 군주는 서서히 일어났다.

* * *

3세력은 나에게도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실제로 가치가 없는 땅이라고 할지라도, 그곳에 세력이 거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동안구에게는 거슬리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난 만안 제3세력을 버릴 생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을 이용해, 동안구를 잡아먹을 것이다.

“들어와.”

난 그를 불렀다.

덜컹-!

그러자 최명준이 천천히 이곳으로 걸어 들어왔다.

최명준의 풍채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세계가 멸망한 뒤였음에도 그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덕분의 그의 육체는 위협적인 흉기가 되었다.

그리고 난 이번 작전에도 최명준의 육체를 잘 써먹을 것이다.

난 아직까지도 충혈된 눈을 하고 있는 3세력의 군주에게 말했다.

“이쪽은 파견 사령관입니다. 보이시는 것처럼 그의 전투력은 믿으셔도 좋을 겁니다. 추가로 최고 정예 병력으로만 100명. 최명준과 정예대는 이곳 3세력에 머물 겁니다. 아니, 정확히는 3세력에 귀속될 겁니다.”

그러자 이곳에 있던 모두가 놀라 날 바라보았다.

“구, 군주님……! 최명준을 타 세력에게 파견하시면…… 저희 국방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겁니다.”

“맞습니다. 차라리 부대장 중의 한 명이라면 모를까, 최명준은 안 됩니다!”

“마, 맞습니다……!”

나와 같이 이곳에 왔던 부장과 참모들이 곧장 반발하고 나섰다.

난 그들의 의견을 모조리 묵살했다.

“내가 분명, 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했을 텐데요?”

“……아.”

“…….”

나의 말 한 마디에 부장과 참모들은 곧장 침묵했다.

물론 그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최명준은 정말 귀중한 자원이었으니까.

게다가 병력 100명이면, 1개 부대 전체를 3세력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작전일 뿐이다.

실제로 그들에게 최명준을 완전히 넘기는 게 아니었다.

“추가로 식량 및 보일러 그리고 투석기 2기를 지원할 겁니다.”

그 소리에 3세력의 군주의 표정에 미소가 그려졌다.

난 그들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오직 내 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단, 공짜는 아닙니다. 내가 벌이는 모든 일은 나의 세력의 번영과 번창을 위해섭니다. 그 과정에서 3세력도 함께 구원받을 수 있다면 안 도와줄 이유가 없죠. 군주님. 어떠십니까. 제 계획을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아무렴요……! 감사합니다……!”

난 나의 세력의 이익과 번창을 위해 작전을 계획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전 안에 3세력이 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3세력의 군주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난 그들을 철저하게 이용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필요했다.

“좋습니다. 군주님. 그럼.”

난 군주의 상태 창을 불러와, 3세력 간의 정치 페이지를 펼쳤다.

군주 간의 상태 창.

그곳에는 정치와 관련된 모든 시스템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난 그에게 ‘선전 포고’했다.

[만안 제1세력과 제3세력 간의 전쟁이 선포되었습니다!]

나의 독단적인 선택으로 만경과 이곳 제3세력 간의 전쟁이 선포되었다.

그 순간, 모두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날 쳐다보았다.

“……?!”

“……군주님.”

“혀, 형님?!?!???!”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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