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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73화 (73/221)

#제73화. 인간 사냥꾼 (1)

인간 사냥꾼.

그들의 존재는 실로 위협적이면서도 거슬렸다.

안양시에는 물줄기가 흐른다.

백운산에서부터 흘러나온 강줄기가 흐르고 흘러, 이곳 안양천이 되었다.

안양천은 강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식수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수량이 풍부하다.

2라운드가 끝이 나게 되면, 앞으로 모든 세력들이 ‘식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강과 같은 물줄기.

예로부터 수많은 고대 왕국들이 강을 중심으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인더스강, 황하, 나일강,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등 인류의 4대 문명의 발상지도 모두 강 주위에 형성되었다.

강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없어선 안 될 자연환경이다.

강을 훼손하는 행위를 시스템으로 금지시켜 놓은 것도, 이 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관리자의 조언이 있는 것도, 강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 간의 전투를 유도하는 것이다.

안양시 내부에서는 안양천이 유일한 물줄기다.

그리고 시온의 세력은 긴 안양천 유역 중에서 안양역과 인접한 곳만 확보하고 있었다.

현재까지는 그곳으로부터 부족한 식수를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에서 ‘인간 사냥꾼’이 활보하고 있었다.

놈들은 물을 긷는 노동자들만 골라 사냥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것도 원거리에서.

‘강을 빼앗긴다면, 사실상 세력을 종속시킬 수 없을 거야.’

군주의 상태 창을 불러왔다.

황금빛 테두리의 상태 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만안 제1세력 군주: 강시온]

[수도: 만경]

[자원

●보유 도시: 4

●시민 수: 12,851명 (부상 101명 / 경상 93명, 중상 8명)

●플레이어 수: 12명, S급(1) B급 (1), F급 (10)

●거주 내 순위: 2위

●식량: 75일 (+15)

●식수: 11일 (-2)

●지지율: 92

●전력:

병력 2,504명 / 방위대 (1,000), 토벌대 (1,000), 헌병대 (500), 지휘관 (4)

무기 3,335개 / F급 (1,889), E급 (548), D급 (88), A급 (13)]

한눈에 봐도, 모든 수치가 1년 전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보유한 도시도 많았다.

수도인 옛 만안 경찰서를 중심으로, 만안구청, 도미안 아파트 단지 그리고 이곳 안양 초등학교까지 확보했다.

시민 수는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상시 병력 또한 2,500명, 예비 병력까지 합치면 1만 명에 육박했다.

식량과 지지율, 무기 보급에도 문제가 없었지만, 당장의 큰 문제는 식수였다.

‘……한시가 급해.’

이대로 가다간 식수가 동이 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전체 인구수를 감당하기엔 식수의 공급이 부족했던 탓이다.

모든 건, 인간 사냥꾼 때문이다.

“내가 가겠어. 내가 놈들을 모조리 몰살하겠어.”

진재희가 자신 있게 내게 말했다.

물론 진재희가 파견된다면 모두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안 된다.

동안구의 군주, 이름이 박지수였던가.

꽤 머리를 쓴 모양이다.

“네가 토벌에 나간다면, 당장 동안구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거야.”

동안구와의 전면전.

그것만큼은 내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었다.

당장은 말이다.

동안구는 적어도, 나의 세력의 다섯 배에 달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동안구를 진즉에 통일한 박지수는 지난 1년 동안 빠르게 성장했다.

진재희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그들과 부딪치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이긴다고 하더라도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것임은 분명했다.

인간 사냥꾼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엄연히 ‘동안구 세력’의 영토다.

그들은 영토에서 원거리 무기를 사용해 우리 지역의 노동자들을 사냥했다.

명백히 도발적인 행위였지만, 당장 나의 세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놈들을 토벌하기 위해선 동안구 세력의 영토를 침범해야만 했다.

그러니 이를 빌미로 동안구가 쳐들어온다면, 막아 낼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에 대항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놈들이 비열하게 나온다면, 나 역시 비열하게 놈들을 잡아먹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완전히 짓뭉개진 투석기를 바라보았다.

다시 꺼놓았던 알림 창을 바라보았다.

이번 전투로 얻게 된 전리품들이었다.

[시민 +569명]

[영토: 안양 초등학교 및 그 일대 지역]

[무기 +103개 / F급 (91), E급 (9), A급 파괴 (3)]

[아포칼립스 투석기 제작법을 습득하셨습니다!]

[골드 획득 +300,000G]

[무리한 전투로 인해,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합니다.]

[안양 초등학교 일대 지지율이 낮습니다. 지지율을 일정한 수치로 올리지 않을 경우, 반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현재 안양 초등학교 지지율: 3]

그중, 투석기 제작법이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것이었다.

난 이 투석기를 이용하여, 동안구를 흔들 생각이다.

아주 악랄하게.

* * *

안양역 인근, 안양천.

이곳에는 이미 수많은 노동자들이 화살에 맞은 채, 죽어 있었다.

그 죽음의 강변에 또다시 노동자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을 호위하는 병력만 50명이었다.

전부 승용차 문 방패를 쥔 채, 인간 사냥꾼의 원거리 공격에 대응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가지고 온 양동이로 서둘러 안양천에서 물을 길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 빌라.

그곳에는 박지수에 의해 지목된 2명의 인간 사냥꾼이 있었다.

“멍청하긴.”

“저걸로 막힐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창틀에 발을 올려놓은 여자가 담배를 태우며, 그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병력을 증강한다고 하더라도, 여왕님께 대응하는 건 불가능하지.”

낄낄 웃어 보인 여자는 자신의 활대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화살촉은 물을 긷는 만안의 노동자에게 향해 있었다.

“내기 한 번 하시죠. 선배. 일단 전 담배 세 개비 걸겠습니다. 말보루 레드입니다? 선배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

머리를 묶은 사내가 자신의 활을 가지고 오며, 낄낄 웃어 댔다.

이미 활을 겨누고 있던 여자는 시위를 놓으면서 대답했다.

팽-!

“오. 자신 있어? 나 양궁…… 청소년 국대 출신인데?”

여자는 다시 활대에 화살을 끼우며 피식거렸다.

남자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세 개비를 더 꺼내었다.

이제 총 여섯 개비의 담배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동안 제1세력.

박지수의 세력에서의 화폐는 담배였다.

그랬기에 ‘인간 사냥꾼’들은 담배를 걸며 사냥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활대에도 화살을 메기곤 전방을 겨누었다.

그의 화살촉은 물을 긷고 있는 노인에게 향해 있었다.

“저. 꽤 연습 많이 했습니다? 선배한테 이기려고. 제가 여기서 죽인 사람만…… 한 50명은 되려나?”

팽-!

남자는 시위를 놓았다.

그리곤 낄낄대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아직 선배 기록에는 못 미치지만요. 선배가 100명이 넘었던가?”

“넌 고정이 안 되어 있어. 활은 결국 이 팔 고정이 잘 돼야 하는 거야. 넌 힘을 너무 주니까, 오히려 부들대잖아. 자, 잘 봐. 이렇게.”

팽-!

여자는 다시 활시위를 놓았다.

그녀의 화살은 전방을 향해 뻗어 나가 또 누군가를 맞췄다.

“봐. 정확히 맞췄지? 활은 이렇게 쏘는 거야.”

배시시-.

여자는 눈웃음치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가만히 여자가 활을 쏘는 걸 보다가, 자신의 활을 놓곤 그녀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조심스레 여자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키스했다.

둘의 입술 사이에 침이 이어졌다.

남자는 입술을 떼며 속삭였다.

“선배..”

“…….”

남자의 목소리에 여자는 고개를 떨궜다.

“선배. 이 리그. 끝나면.”

“……끝나지도 않았잖아.”

툭.

여자는 기어들어 가는 말로 대답하곤 남자를 조금 밀어냈다.

하지만 남자는 다시 여자에게 다가왔다.

“제가 끝낼 거예요. 제가 이 빌어먹을 리그. 우승해서 전부 되돌릴 거라니까요?! 선배, 국가 대표가 꿈이었죠? 제가 이뤄 드릴게요. 같이 살아요. 저, 저 말이에요. 정말 선배랑 살면 행복할 것 같아요. 저 한 번도 다른 여자한테 이런 감정 느낀 적 없어요.”

“우선아…… 난 결혼했잖아.”

“아, 선배님. 제발. 선배 남편은 1라운드 때 죽었고, 이제 선배한테는 제가 있잖아요.”

“우선아. 아니, 안 돼.”

남자는 더욱 여자에게 붙었지만, 여자는 더 멀어졌다.

훽-!

남자는 여자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여자는 이미 문 근처에 있었고, 그녀의 마음은 더 멀어져 있었다.

“……오늘 없던 일로 해.”

“……선배.”

여자는 오늘 할당량을 채우지 않고 건물을 내려갔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떠나가자,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으아!”

텅!

남자는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애꿎은 땅만 차 댔다.

“하아…… X발.”

남자는 한숨을 깊게 내쉬곤 창문 너머 반대편 강변을 바라봤다.

강변에는 물을 긷던 노인이 화살에 목이 꿰뚫려 죽어 있었다.

여자가 쏜 화살에 죽은 노인이었다.

둘이 삼류 막장 드라마를 찍으며 화살을 쏘고 있을 때, 반대편 강변에는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 * *

“아아아아아악!!!!!!! 아악!!!!”

허벅지를 관통당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차 문 방패를 쥔, 방패병들이 서둘러 앞으로 나가 남자의 주위를 막았다.

“X발…… X발 새끼들……! 매일 같이 화살이나 쏘고 말이야……! 다 죽여 버릴 거야……!”

“어이, 김 씨! 소리 지르지 마……! 피가 더 나오잖아.”

“X발 새끼들……! 아……! 나 죽냐? 정 씨. 나 죽어?”

“죽긴 뭘 죽어. 허벅지만 살짝 긁혔구만……!”

사실 화살이 남자의 동맥을 건드려, 피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만안구의 노동자들은 서둘러 부상자들을 데리고 빠지기 시작했다.

슉, 슉, 슉!

반대편 건물로부터 계속해서 화살이 쏘아졌다.

인간 사냥꾼들은 쉬지도 않고, 작업자들이 작업하는 동안 계속해서 공격했다.

이미 두 명의 노인이 인간 사냥꾼이 쏘는 화살에 맞아 즉사했다.

“괴물 같은 새끼들……! 죄책감도 안 드나……!!!”

“일단 빠지자고. 저 새끼들 갑자기 사격을 멈췄어! 어서. 어서!”

가차 없이 쏘아지던 화살 공격이 갑자기 멈추었고, 노동자들에게는 도망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만안의 노동자들은 물 양동이를 짊어진 채, 서둘러 안양천을 빠져나갔다.

* * *

시온은 제2세력 토벌을 끝낸 뒤, 만경에 돌아와 식수 작업조의 상태를 먼저 살폈다.

이번 작업조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

그의 소중한 노동력이 오늘에만 벌써 3명이나 죽었다.

인간 사냥꾼.

놈들을 어떻게 하지 않는다면, 지지율은 물론 노동력과 사기를 잃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일주일 내로 새로운 식수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세력에 가망은 없을 것이다.

아직 3라운드가 끝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시온은 세력을 더 안정화하길 원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적이 비열하게 나온다면, 이쪽도 비열한 수를 두면 그만이다.

툭. 툭.

양초만 켜져 있는 어두운 방 안에서.

시온은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두 눈을 뜨고, 양초 위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다음 수를 생각했다.

이건 모두 게임일 뿐이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가장 완벽한 방법.

아티팩트라는 힘이 없었을 때부터, 시온에겐 가장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툭. 툭.

시온은 체스 말을 쥐고선 테이블을 일정한 간격으로 쳤다.

그가 생각하기를 시작하면, 상황은 변했다.

우선 만안의 군주, 박지수는 현재 의왕 쪽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보원의 말에 따르자면, 의왕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녀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려야만 했다.

지금 동안 세력의 뒤통수를 친다고 해서, 만경이 동안구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열세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관심을 자신에게로 돌려 어떠한 조약을 맺고자 했다.

시온은 안양시를 통일해야만 했다.

관리자 K에게서 약속받은 ‘동생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다.

도시의 경계가 없어졌지만, 세력 간 다툼으로 활동 반경은 제한되었다.

무리하게 동생을 찾으려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동안구를 박살 내야 했다.

오늘 안양 초등학교를 점령했던 것과 같이 또 한 번의 학살극을 일으켜야 했다.

툭!

시온은 룩을 강하게 테이블에 내리쳤다.

방법이 떠올랐다.

“관리자님.”

“예, 말씀하십시오.”

집무실 한 편에서 묵묵히 명령을 기다리던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시온은 그에게 명령했다.

“내일 아침, 그곳으로 갈 준비를 하죠.”

비서는 한 차례 생각하더니 이내 물었다.

“그곳이라 하심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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