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는 나만 지킨다-65화 (65/221)

#제65화. 각각의 별들 (1)

온갖 시스템의 알림 창부터.

[메시지를 개봉합니다.]

[확인하지 않은 메일이 81통 있습니다.]

[금주의 아이템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오우거 숙련법’.]

[추가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금주의 아이템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오우거 숙련법’.]

[6주 연속 트레이드 마켓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우거 숙련법’.]

대한민국에 속하는 다른 군주로부터 받은 메일들까지.

[익명의 군주: 보일러 제작 어떻게 하신 거죠? 정보 공유에 100,000G 지급하겠습니다.]

[익명의 군주: 보일러 제작 도와주십시오. 이곳에는 많은 노인과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150,000G 지급하겠습니다.]

[익명의 군주: 오우거를 길들이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이죠? 제발 알려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지금 다리가 무너져서 길을 통행할 수 없는데, 오우거와 같은 몬스터를 이용하면…….]

[익명의 군주: 서울 지역 군주입니다. 오우거 숙련법을 알려 주신다면, 골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가능합니다. 저희 측에서 거래에 대한 모든 지원을 하겠습니다. 추가로 골드 지급액은…….]

위와 같은 개인 메시지가 무려 81통이 와 있었다.

이곳은 마치 게임처럼 군주 간에 아이템들을 교환할 수 있었다.

마켓에서 교환 가능한 품목은 일반적인 자원이나 무기, 인력이 아닌 군주의 인벤토리에 속하는 것들이다.

추가로 내가 놀랐던 건,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서장은 자신의 업적인 것처럼, 내가 이뤄 냈던 업적을 트레이딩 마켓에 올렸다는 것.

그리고 그 반응은 폭발적이라는 것.

두 번째로 2라운드가 시작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시스템에 적응하여 착실하게 리그에 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군주들은 이미 내가 쇼핑몰에서 나온 순간부터,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서장이 당신에게 살갑게 군 것도, 의심을 하면서도 관리자 자리에서 쫓아내지 않았던 것도 모두 이것 때문이겠죠. 당신이라는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았겠죠. 근데 웬걸? 바로 뒤통수 후려 맞고, 지금은 목이 잘렸네? 풉. 시온 씨도 군주에 자리에 오르면 꼭 기억하시죠. 시민들의 반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니까요.”

“조용히 좀 해.”

나는 온종일 중얼거리는 K를 쏘아보았다.

안 그래도 수많은 정보들이 눈앞에 드리워,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K의 말까지 들어줄 여유 따윈 없었다.

K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아하하. 아, 그럼 잠깐만요. 이러면 돼요. 사일런스.”

우웅-.

그 순간, 이 일대의 모든 인물, 풍경, 사물들이 흑백이 되어 멈췄다.

오로지 나와 K만이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 풍경이 급변해도, 난 신경 쓰지 않았다.

당장은 주어진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러면 됐죠?”

K는 날 바라보며 싱긋 웃었지만, 난 더 이상 그녀의 말에 반응해 주지 않았다.

결국 군주라는 지위는, 다수의 시민들을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 신의 능력을 부여받은 자들.

게다가 통신이라는 문명의 발명품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한반도 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수천 명의 군주들과 실시간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각각의 무기마다 기재된 정보들은, 따로 기록해 놓지 않더라도 시스템에 모두 저장되었다.

‘2라운드에 대한 정보 공유 커뮤니티도 있어.’

군주들은 추위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룹을 만들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2라운드에서의 승리 조건은 겨울을 이겨 내는 것이다.

하지만 왜인지, 나의 제작법 중 보일러보단 오우거에 대한 반응이 더욱 폭발적이었다.

단적으로 보일러의 마켓 순위는 최대 13위인데 비해, 오우거는 아직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쨌든, 마켓 1위 품목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건 엄청난 이득이야.’

마켓에서 통용되는 이 골드라는 화폐가 어디에서 쓰이는지, 어떻게 벌어들이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군주들은 이 골드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는 핵심 자원이 될 것이다.

1라운드는 건물 게임.

2라운드는 혹한.

그렇다면 3라운드는 무엇이 될까.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환경은 급변했다.

궁금했다.

난 그제야 K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내 근처에서 쭈그린 채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나한테 관심이 생겨요? 궁금한 게 있어요?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말해 줄게요.”

“……2라운드는 언제 끝나지?”

“음…… 그건 말 못 해요.”

“라운드는 총 어디까지 있지? 5? 10?”

“말 못 해요~”

인상을 찌푸렸다.

“넌 누구지?”

“……히히. 그것도 말 못 함.”

K는 싱긋 웃어 댔다.

난 흥미를 잃어 다시 상태 창을 살폈다.

그러자 K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알려 줄게요.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거예요. 당신에게만 주는 특별상입니다.”

“…….”

신경 쓰지 않았다.

K에게 정보를 기대할 바에는,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는 슬금슬금 내게 다가오더니, 이내 내 얼굴 옆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녀는 속삭였다.

“이건 비밀인데요~ 특별히 알려 줄게요?”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나의 동공은 뒤흔들렸다.

* * *

총 네 명의 S급 플레이어.

플레이어 중에서도 가장 희귀하고 강력한 플레이어.

시온의 세력에는 진재희라는 S급 플레이어가 있었다.

S급 플레이어가 지니는 힘은 일개 세력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리그에 큰 변화를 불러오기 시작했다.

서울, 잠실 놋데타워 꼭대기 층.

그곳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이곳에 앉아, 꼬박 일주일 동안 무너진 도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음식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쉬지도 않았다.

단지,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건물의 옥상에 앉아 눈으로 뒤덮인 서울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후우-.”

남자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다.

사실 태우고 있진 않았고, 그저 쥐고 있었을 뿐이다.

검은 머리에 산발인 남자는 담배가 반쯤 말려 들어갔을 때, 그제야 한 모금을 빨아 들었다.

그의 앞에는 한 소년이 날고 있었다.

소년은 시스템의 충실한 관리자 A였다.

A는 남자에게 물었다.

“저기. 저기. 왜 건물에서 나가지 않는 거야? 너 정도의 힘이면 서울을 점령하는 건 일도 아니라니까?”

“…….”

남자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입술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식도로부터 피가 역류했던 탓이었다.

남자는 피가 나올 때마다 입가를 쓸었다.

덕분에 양손도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네가 이 리그에서 가장 우승에 근접한 사람이야. 너의 힘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가장 압도적이거든. 봐-! 네가 이뤄 낸 결과를 말이야.”

“…….”

A가 중얼거려도, 남자는 침묵을 유지했다.

1라운드, 놋데타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건물이 1라운드의 장소로 선정된 순간, 이곳은 가장 큰 전쟁터가 되었다.

도합 31,235명의 시민이 이곳에 갇혀 1라운드를 치렀다.

하지만 3달이 지난 후, 이곳에 남은 건 단 한 사람뿐이었다.

남자가 그들을 모두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한사코 침묵을 유지하던 남자가 그제야 A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냐?”

“흠…… 네가 죽을 때까지?”

“……그래?”

A의 기분 나쁜 미소를 바라보던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그는 놋데타워 정상에 서 있었다.

그 밑은 554m 높이의 낭떠러지였다.

“내가 죽으면. 이제 꺼져 줄 거지?”

“푸흐흐……! 그래, 그래. 꺼져 줄게.”

남자는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더니, 이내 옥상으로부터 떨어졌다.

남자가 바닥에 처박히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휘오오오오- 꾸직-!!!

남자의 몸이 완전히 으스러져, 빈대떡처럼 납작해졌다.

타워 정상에서 내려온 A가 폭소를 터트리며 남자에게 다가왔다.

“푸흐흐흐……! 푸하하하하하하!!! 종현아! 그거 안 된다니까! 크크크큭……!”

빈대떡이 된 남자를 향해 A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곧, 빈대떡이 된 남자의 육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뼈가 꿈틀거리면서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근육, 피부까지.

남자의 육신은 재생되었다.

피를 뒤집어쓴 남자는 다시 힘없이 A를 올려다보았다.

“공식 플레이어 랭킹 1위. 아티팩트 포식자. 바로 이 몸이 선택한 플레이어. 권종현. 넌 죽을 수 없어. 앞으로 네 목숨은 31,000번이나 남았다. 그게 더 지루하지 않겠어? 푸흐흐……!”

“…….”

종현은 A를 올려다보다, 이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엔…… 그가 수없이 자살 시도를 해, 만들어 낸 피떡들이 가득했다.

A는 종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자, 종현아. 나와 함께 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거야. 그럼, 넌 이 세계에서 신이 되는 거다. 푸흐흐……! 푸하하하하!”

A의 교활한 웃음소리가 시체로 가득한 거리에 한동안 울려 퍼졌다.

* * *

두 번째 S급.

강원도에는 과거부터 한 여자의 의해 조직된 사이비 종교 단체가 있었다.

일명, 마리아교.

여자는 자신이 마리아의 환생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아이야말로 세계를 구원할 구원자라고 했다.

그리고 시작된 ‘리그’는 마리아교에 더 많은 신자들이 몰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강원도 산자락을 중심으로 수만의 새로운 신자들이 몰려들었다.

교주 ‘신마리아’는 수만의 신자들을 데리고 자신의 종교 단체를 기획해 1라운드를 치른 뒤, 2라운드에 들어갔다.

“신! 마리아!”

“신! 마리아!”

“신! 마리아!”

신자들은 신마리아를 찬양했다.

신마리아의 배 속에 있는 아이야말로 자신들을 구원할 구원자라고 생각했다.

신마리아의 세력은 산을 중심으로 목책을 두르고 그곳에서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고 있었다.

눈밭이 가득한 왕국 내에서도, 신마리아의 장엄한 자태는 더욱 돋보였다.

매주 월요일을 그들의 신과 영접하는 날로 규정하고, 그 날이면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신마리아와 영접하기 위해서였다.

“신! 마리아!”

“신! 마리아!”

“신! 마리아!!!”

그리고 풍만한 가슴과 배를 지닌, 여자가 남자 신자들의 시중을 받으며 천천히 수천 명의 신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미선, 41세.

사이비 교주.

공식 랭킹 2위의 S급 플레이어이자, 마리아교 세력군 군주.

현시점에 가장 많은 시민과 세력을 거느린 가장 큰 세력의 군주였다.

강원 지역의 독보적인 군주이기도 했다.

“시작해. 어서.”

박미선이 말하자, 신자들이 서둘러 제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끌려온 인간은 이미 죽어 있었다.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이건 마리아교만의 신성한 의식이었다.

신께 제물을 바치는 신성한 의식 앞에 모든 신자는 무릎 꿇고 경배했다.

박미선은 신자들 앞에서 소리쳤다.

“재림의 시간이다! 그분을 우리가 맞이하는 거다! 그분은 우리를 구원해 줄 단 한 명의 신이시다! 절해라! 경배하라!”

신자들은 고개를 쳐들고 두 손 높여 절하기 시작했다.

* * *

세 번째 S급.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의왕 방면 8차선 도로.

타닥, 타닥.

불똥이 튀어 새하얀 눈 속에 박혔다.

그곳에선 불타는 불구덩이에 시체를 연신 던지고 있는 전사무리가 있었다.

동안구 제1세력의 세력 구조는 단순했다.

여왕의 최측근.

여왕의 전사들.

그리고 여왕의 노예들이었다.

노예들은 온갖 잡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식량을 구하거나, 눈을 파거나, 시체를 처리하거나, 전투 시에는 전투 병력으로도 차출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잡일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강시온과 함께 쇼핑몰에서 1라운드를 치른 이주연 역시 여왕의 노예였다.

그녀는 동안구에서 몇 달 동안 이 작업을 진행해 왔다.

“…….”

이주연은 천천히 토막 난 시체를 짊어지고 다른 노예들과 함께 불구덩이에 시체를 던져 넣었다.

해가 뜨기 시작할 때부터, 질 때까지 이어지는 작업이었다.

혹한의 날씨였음에도, 그녀의 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었다.

정신이 아찔했다.

먹을 것이라고는 통조림이나 딱딱하게 굳은 고구마 뿌리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차마 먹을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다.

“휴식이다! 휴식!”

그때, 노예들을 관리하던 관리자가 소리쳤다.

그러자 시체를 옮기고 있던 노예들이 하나둘 허리를 펴 지정된 자리로 이동했다.

이주연 역시 그들을 따라갔다.

동안 제1세력이 만들고 있는 건, 하나의 커다란 성벽이었다.

눈을 물과 함께 단단하게 뭉쳐서 벽돌처럼 딱딱하게 만들었다.

마치 이글루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건물과 건물 사이에 쌓아 올려 ‘의왕 세력’에 대항한다고 했다.

그것이 이주연이 알고 있는 소문의 전부였다.

“식사다. 모두 손 내밀어.”

둔기를 쥔 전사들이 바구니를 든 채, 천천히 다가왔다.

전사들이 다가오자 노예들은 앉은 채로 두 손을 내밀었다.

턱.

전사들은 바구니에서 음식을 꺼내 하나씩 노예들의 손에 놓아 주었다.

곧 이주연의 손에도 음식이 들렸다.

벽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편의점 삼각김밥이었다.

유통 기한이 한참 지나 있었지만, 이마저도 감지덕지였다.

그나마 삼각김밥이 먹을 만한 했던 것이, 쌀알은 문대면 부서지기 때문이다.

이주연은 비닐을 벗겨, 돌처럼 딱딱한 삼각김밥을 물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인기척에 주연은 옆을 돌아보았다.

아그득. 아그득.

어린 소년이었다.

소년은 손에 들린 얼어붙은 감자 한 알을 앞니로 갉아 먹고 있었다.

차마 어린 애가 먹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보다 못한 주연이 자신의 삼각김밥을 힘을 주어 부러뜨렸다.

그것을 잘게 부숴 소년에게 건넸다.

소년은 물끄러미 주연을 올려다보았다.

“어서 먹어. 괜찮아.”

그 다정한 목소리에 소년은 부서진 삼각김밥을 입에 넣어 씹었다.

배고픈 건 주연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것보단 소년의 이빨을 먼저 걱정했다.

주연은 삼각김밥을 먹고 있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묘하게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주연은 소년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니?”

“…….”

소년은 삼각김밥을 먹으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누가 자기 것을 뺏어 먹진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면서 먹던 것이었다.

주연은 그런 소년을 안심시키려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

소년은 다시 주연을 바라보았다.

주연은 따뜻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이곳에 오고 나서 처음 보는 어른의 미소였다.

소년은 묵묵히 딱딱한 쌀알을 씹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강준호.”

“준호? 그게 네 이름이니?”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연은 그런 준호에게 다시 물었다.

“준호는 어쩌다 여기 혼자 있게 되었어?”

“……형을 찾다가.”

“형? 형이 어디로 갔니?”

“……형은 공사장에 있어.”

주연은 물끄러미 준호를 바라보다 이내 앞을 돌아보았다.

준호를 보니, 자신의 동생이 생각난 것이었다.

주연은 조금 심란해졌다.

“……누나.”

“…….”

준호는 주연에게 삼각김밥을 건네었다.

주연은 조심스레 그것을 집어 들었다.

“누나도 배고프잖아.”

“…….”

준호가 주연에게 건넨 부분은 삼각김밥의 중앙부, 비빔 양념이 묻어 있는 곳이었다.

주연은 준호를 보며 웃어 보였다.

기특했다.

“괜찮아. 너 많이 먹어. 누나는 아까 몰래 많이 먹었어.”

“괜찮아?”

“응. 괜찮아.”

주연은 흐르는 준호의 콧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준호가 떨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펄럭-.

주연은 자신의 야상을 벗어, 준호와 같이 덮었다.

준호는 처음에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곧 안정을 되찾았다.

오독, 오독.

쌀알을 씹던 준호는 물끄러미 앞을 바라보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누나.”

“응.”

주연은 힘없이 대답했다.

배고픈 것도 있었지만, 사실 힘이 없었다.

그리고 준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누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

“어?”

준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아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주연은 깜짝 놀라 준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준호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일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빛이 돌고 있었다.

준호는 말했다.

“……오늘 밤. 여기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의왕으로 가려고 했거든. 노예건 전사건. 모두 말이야.”

“그게 무슨……?”

“누나도 느끼지 않았어? 벽이 사라지고 있어. 경계가 풀리고 있단 말이야. 난 느껴져.”

그제야 주연은 준호를 바라보았다.

희미한 힘이 느껴졌다.

아니, 그것은 강력한 힘이었다.

아티팩트였다.

주연 역시 그 시스템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의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결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난 형을 만나러 갈 거야.”

소년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했던 건, 소년이 말한 ‘이곳에 있는 모두를 죽인다’라는 말은 결코 거짓이나 허세로 보이지 않았다.

금빛이 조금씩 일렁였다.

금빛은 무엇이었던가.

주연은 K의 말을 기억해 냈다.

쇼핑몰에서 나와서 K가 했던 말들.

그리고 금빛은 분명…… S급 아티팩트의 힘을 의미한다고 했다.

“난 형을 지켜야만 해. 형은 소중해. 지구보다 더 소중해. 그래서 방해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일 거야.”

강한 살기가 느껴졌다.

눈앞의 소년은 결코 ‘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 마치 쇼핑몰에서 만났던 시온과 같았다.

주연은 조금 몸을 떨었다.

그리고 준호는 주연에게 물었다.

“누나도 같이 갈래?”

시온의 동생, 강준호.

소년은 공식 랭킹 3위의 S급 플레이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