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는 나만 지킨다-61화 (61/221)

#제61화. 체크 메이트 (2)

시온의 룩이 서장의 폰들을 뛰어넘어 서장의 핵심 병력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룩이 뚫어 놓은 길을 따라 시온의 비숍과 나이트, 폰이 따라 들어갔다.

서장의 좌측 진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서장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취한 상태라고 할지라도, 서장은 평소 체스를 즐겨 두었다.

그래서 대응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서장은 자신의 나이트, 비숍을 이용하여 시온의 룩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두 남자의 체스는 계속되었다.

이젠 대화조차 없었다.

집무실에는 그들이 체스 말을 움직이는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 * *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와 더불어 처절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찰 벽을 뛰어넘어 학살을 자행하던 최명준은 이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푹……!

최명준의 옆구리에 칼이 찔러 들어왔다.

그를 찌른 여경이 울먹이며 말했다.

“죽어…… 이 괴물 새끼…….”

이윽고 경찰관이 두세 명이 최명준에게 달라붙어 칼을 겨누었다.

하지만 최명준은 태연했다.

덥썩-!

오히려 자신의 배에 칼을 쑤셔 넣은 여경의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이게 말이야. 사람이 몸에 바람구멍이 나면…… 원래 다리에 힘이 풀려야 정상이거든……?”

“히…… 히익……!”

“근데…… X발. 이것도 한두 번 당하다 보면…… 존나게 익숙해져. 그러니까…… 버틸 만하다고.”

푹-!

최명준은 그대로 여경의 목에 칼을 꽂아 넣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비틀었다.

푸슛- 푸슈우우웃!

여경은 자신의 목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핏줄기를 손으로 막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커헉……! 허어억……!”

“다음…….”

최명준은 등에 칼이 꽂힌 채로, 천천히 다른 경찰관들에게 다가갔다.

경찰관 세 명이 칼을 쥔 채, 주춤거렸다.

그러다 한 용기 있는 젊은 여경이 먼저 최명준에게 달려들었다.

“되겠어? 그게?”

휘릭- 푹!

최명준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여경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리고 다시 그녀의 목에 칼을 찔렀다.

순식간에 여경이 당하자, 그 옆에 있던 남자 경찰이 달려들었다.

“아니, X발…… 되겠냐고.”

덥썩- 꾸우우욱!

최명준은 남자 경찰마저 손쉽게 제압해 버리고는 그를 반대편 벽면에 몰아붙였다.

쿵!

최명준은 남자를 제압한 채, 칼을 찔러 넣으려다가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는 최명준이 유치장에 있던 당시, 당직 근무를 하며 유독 자신을 괴롭히던 녀석이었다.

“아. 너……?”

최명준은 가쁜 숨을 내쉬는 와중에도 웃어 보였다.

웃고 있는 최명준을 본 남자는 피를 뿜어내며 소리쳤다.

“이…… 범죄자 놈의 새끼. 이 X발 새끼야-!!! 이 구더기 새끼!!! 이 바퀴벌레 같은 새끼! 너흰 모조리 죽어야 해! 어!!!!”

“아, 피 튀겨. 소리 지르지 마라.”

최명준은 자신의 눈가에 묻은 남자의 피를 닦아 내곤, 그를 보며 실실 웃어 댔다.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 이렇게 처 뒤질 줄 알았잖아? 이렇게 무참하게, 죽을 줄 알았잖아?”

푸우우욱…….

그리고 최명준의 단검은 남자의 배에 천천히 찔러 들어갔다.

최명준은 여전히 피 묻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무섭지. 무서워? 무섭다고 해 줘. 질질 짜고 싶지? 응?”

천천히 칼을 찔러 넣으면서도, 최명준은 남자를 보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때였다.

철크덕-.

최명준의 손목에 무언가가 걸렸다.

최명준은 칼을 찔러 넣다가 말고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남자가 자신의 손목과 이어진 수갑을 최명준의 손목에 채운 것이다.

그는 울음을 터트리면서도 이를 문 채, 최명준을 도발했다.

“난 죽어서도…… 이 X발…… 죽어서도…… 널 끝까지 따라다닐 거다…… X발 끝까지 따라다닐 거다. 네놈의 목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이 악마 새끼……!!”

그의 처절한 외침에 최명준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미친 새끼.”

“미친 새끼는 너야. 이 악마 놈아.”

“푸흐흐흐……! 이야. 너 마인드 하나는 마음에 든다. ……그래, 그럼 죽어.”

서걱-!

최명준은 단번에 그 남자의 목을 그었다.

그는 목에서 피를 뿜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최명준의 묶인 손이 끌려갔다.

남자는 죽지 않았다.

피를 천천히 토해 내고 있었을 뿐이다.

“개…… X. 발. 귀찮게 말이야.”

최명준은 쓰러진 그의 몸에서 수갑 열쇠를 찾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는 시민과 경찰이 엉겨 붙어 전투를 계속해서 벌이고 있었다.

“아…… 어딨냐. 열쇠. 응? 어딨어. 응? 응? 아…… 귀찮아. 정말 귀찮아.”

최명준은 남자의 호주머니를 뒤지는 걸 포기하고 단도를 거꾸로 쥐었다.

푹! 서걱서걱.

그리고 그의 손목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남자는 아직 살아 있었다.

우뜩-!

기어이 남자의 손목뼈를 부러뜨리고 나서야, 최명준의 손은 자유로워졌다.

최명준의 손목에 수갑으로 이어진 남자의 손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남자는 죽어 가는 와중에도 눈동자를 올려 최명준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최명준은 미소를 띠며 그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그런 같잖은 도발을 받았게? 지금 와서 내가 그딴 걸로 쫄겠어? 내 앞에서 죽어 가는 놈들…… 둘 중 하나였어. 오줌 질질 짜면서 죽는 새끼. 그리고…… 너처럼 반항하다 죽는 새끼.”

그리고 최명준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근데…… 그거 알아? 어차피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 벼어응신 새끼야. 넌 나한테 진 거야. 진 거라고.”

그게 남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은 세상의 소리였다.

죽음 뒤엔 아무것도 없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 남자에게, 참으로도 잔혹한 말이었다.

남자는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입을 벙긋거리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의 죽음으로 승기는 완전히 시민 쪽으로 넘어왔다.

하지만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다.

쿠데타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3층에서 패배한 경찰들이 최후의 발악을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복도 끝에 있던 계단에서부터 열을 맞춰 내려오는 무장 경찰들.

척척척척.

그 가운데에는 그들의 우두머리.

체포조의 대장.

이청춘 경사가 있었다.

단순히 방패만 짊어진 앞선 경찰 병력과는 차원이 다른, 전신을 중무장한 경찰 병력들이었다.

경찰 세력의 본대.

그리고 서장의 ‘퀸’이기도 했다.

최명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아까의 손목이 매달려 있었다.

최명준은 눈가에 묻은 피를 닦아 냈다.

“하아-. X발. 조금 힘드네.”

최명준의 뒤로 경찰 병력을 해치운 시민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하나같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경찰 본대는 자리를 잡은 채, 피와 시체로 가득한 복도를 바라보았다.

침묵이 이어지는 와중, 이청춘은 최명준에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그럼 유치장에 가둔 뒤, 법적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불응 시, 죽이겠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동료들을 무참히 죽인 시민들.

모조리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최명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명준은 이청춘의 말을 비웃으며 대답했다.

“X까세요. X벌.”

뚜뚝……! 휙-!

최명준은 수갑에 걸려 있던 손을 빼내어, 이청춘을 향해 던졌다.

허공을 날아든 젊은 경찰의 손목은 경찰 방패에 맞아떨어졌다.

이청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촤르르륵-!

단지 자신의 삼단 봉을 펼쳤다.

“그럼, 죽어라.”

그리고 곧 돌진을 감행했다.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경찰 병력.

그 앞에서 최명준은 숨을 크게 내뱉었다.

“후우-.”

이윽고, 두 세력은 다시 충돌했다.

* * *

휘릭- 탁!

서장의 퀸이 시온의 폰들을 차례차례 집어삼켰다.

달그락, 달그락.

서장은 잡아먹은 시온의 폰들을 차례로 컵라면 용기에 넣었다.

“밑에 층이 좀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시온은 자신의 비숍을 움직이며 물었다.

그건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밑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서였다.

서장은 술기운에 휘청거리면서도, 퀸을 이동해 시온의 비숍을 집어삼켰다.

“에…… 뭐…… 그…… 시민들이 요즘 밤사이에 폭동을 많이 일으켜서…… 아마 그것 때문일 것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최근 일주일 내 이런 일이 자주 있었으니. 어차피 경찰 병력은 그들을 제압할 만한…… 그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장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 것도, 모두 시온이 계획한 대로였다.

최근 최명준을 중심으로, 밤사이 일정한 주기로 폭동을 일으켰다.

지금 서장이 밑에서 일어난 일들을 크게 여기지 않는 것도, 결국 시온이 의도한 것이었다.

벌컥벌컥!

서장은 와인 병을 통째로 마셔 댔다.

이미 그는 취할 때로 취해 있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서장은 입가에 흐르는 와인을 닦아 내며 물었다.

“근데 관리자님. 체스 처음 두시는 거 맞습니까? 꽤…… 잘하십니다?”

“예. 뭐.”

시온은 룩과 나이트를 움직여 서장의 퀸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서장은 시온의 수에 곧바로 맞받아쳤다.

퀸을 지키면서도 착실하게 시온의 킹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게임이 꽤 진행되었음에도 시온의 퀸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온의 퀸은 말없이 옆에서 킹을 지키고 있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서장이 물었다.

“퀸은…… 사용 안 하십니까?”

“다 이긴 게임. 굳이 퀸을 사용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푸흐흐…… 거만하군요.”

그리고 곧 서장의 퀸이 포위당했다.

동시에 서장은 술기운에 몸을 더욱 세차게 흔들어 댔다.

“으허…… 취합니다. 예.”

서장은 물을 마시려고 했지만, 그의 주위에는 물이 없었다.

진재희가 미리 감췄기 때문이다.

“서장님 차례입니다. 두시죠.”

“아…… 예. 예에…… 알겠습니다. 그…… 아…….”

서장은 비틀거리며 겨우 자신의 퀸을 쥐었다.

퀸을 쥔 서장의 손가락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체스판을 바라보는 서장의 동공 역시 흔들리고 있었다.

돌파구가 없었다.

어떤 수를 두든, 다음 차례에 서장의 퀸은 잡힌다.

체스에서 퀸이 잡힌다는 건, 곧 패배에 가까워졌다는 것이었다.

턱.

서장은 조금 침묵하다가, 이내 퀸을 움직였다.

휘릭- 턱!

시온은 곧장 자신의 룩을 이용해, 서장의 퀸을 잡았다.

이번 수로 승기는 완전히 시온 쪽으로 기울었다.

이제 킹을 잡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 이건 졌군요. 푸하…… 대단하시군요. 이래 봬도 체스에는 조금……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끝까지 하시죠.”

툭, 턱, 툭, 턱, 툭, 턱.

서장과 시온은 말없이 계속해서 체스를 두었다.

이제 서장에게 남은 체스 말은 기껏해야 비숍 한 마리, 폰 한 마리, 나이트 한 마리뿐이었다.

물론, 시온의 병력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시온은 핵심 전력을 모두 지켜 냈고, 게다가 퀸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시온이 마지막 수를 두었다.

툭.

“체크 메이트입니다.”

“끝…… 났…… 네요…….”

“예, 전부 끝났습니다.”

“……아. 제가 졌습니다.”

“네, 서장님이 지셨습니다.”

서장은 고개를 픽 숙인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시온은 말없이 서장의 킹을 쥐었다.

이걸로 끝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쿠당-!!!

서장은 기어이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그러곤 술에 취해 잠을 자기 시작했다.

거의 기절한 수준이었다.

드르륵.

그제야 시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곧 휘청거렸다.

덥썩-.

휘청거리는 시온을 재희가 단숨에 다가와 부축했다.

재희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괜찮아?”

“……응. 별거 아냐.”

서장을 취하게 만들기 위해서, 시온 역시 적지 않은 술을 마셔야만 했다.

평생 술 한번 마셔 본 적도 없는 시온의 정신을 지금까지 붙들고 있었던 건, 정신력이었다.

“하아…… 하아…….”

툭.

시온은 재희의 몸에 기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재희는 온전히 시온의 체중을 받아들였다.

최대한 그가 편하도록.

“고생했어. 밑에 상황은 내가 보고 올게.”

“……아냐. 알아서 올 거야.”

시온은 최명준에게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이곳 서장실에 오도록 명령했다.

그러니 전투에서 승리했더라면, 최명준이 병력을 이끌고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시온은 재희의 부축을 받으며 집무실 한 편에 있던 소파로 걸어갔다.

풀썩!

시온은 소파에 쓰러지듯 앉아, 숨을 크게 내뱉었다.

쇼핑몰에서 경찰서까지.

몇 달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의 개념은 더 이상 시온에게 필요 없는 것이었으니.

하지만 체감상 정말 오래 걸린 듯했다.

이걸로 시온의 경찰서 장악은 끝이 났고.

이젠 또 다른 시작이었다.

동안구의 세력들.

어찌 되었건, 동생은 현재 안양시 안에 있다.

동안구의 세력을 포섭하거나, 물리치지 않는다면 동생을 찾는 건 어려울 것이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동생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찰조를 보내는 것이다.

서장과 같은 길을 걷진 않을 것이다.

시온에게는 그만의 방법이 있었다.

재희는 말없이 눈을 감은 시온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복도에서 한 차례의 괴성이 들렸다.

최명준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진재희는 고개를 돌려 집무실 문을 바라보았다.

우당탕-! 우르르르!

소리는 복도를 따라오다, 곧 집무실 문 앞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벌컥-!

몇 무리의 남자들이 다급하게 집무실 문을 열었다.

그 남자들을 본 진재희의 동공이 흔들렸다.

서장의 집무실을 연 것은 다름 아닌 경찰들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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