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체크 메이트 (1)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사실 날짜를 세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서장이 차출하는 병력과 강시온의 작업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부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그들이 해를 보지 않은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경찰은 총6명이 살해당했고, 시민은 35명이 처형당했다.
밤새 경찰이 한 명 죽을 때마다, 그 배에 달하는 시민이 처형당했다.
모두 마녀사냥일 뿐이다.
경찰의 수사력은 기존 세계에 비해 보잘것없었다.
사실 경찰의 입장에서도, ‘범인’을 찾는다는 목적보다는 내부 질서를 통제하기 위해 강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뿐이었다.
단두대 밑으로 시민들의 목이 모이기 시작했다.
목이 모여든 곳에는 동안구에서 보내온 ‘툰툰’이, 얼어붙은 처형자의 목을 핥아 댔다.
그리고 핥아서 녹여 낸 인간의 살점을 질겅질겅 씹어 댔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시온의 특공대는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시온이 서장의 본대를 향해 자신의 폰을 전진시키는 순간, 시작되었다.
* * *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경찰관은 순찰 인원을 기존의 두 배로 늘려, 간밤에 일어날 사고에 대비했다.
그들은 순찰 간격을 좁히고, 언제든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경찰관 두 명이 손전등을 쥔 채, 자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사람들은 질서 없이 아무 곳에나 누워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관들은 사람들의 몸을 피해 가며 발을 내밀어야 했다.
밤새 순찰이 이어졌다.
순찰 중인 경찰관 두 명은 시민들의 거주지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고, 선배 경찰관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되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뒤따라오던 후배 경찰관이 멈춰 서더니, 이내 떨기 시작했다.
“너, 왜 그래. 인마.”
선배 경찰관은 그녀를 손전등으로 비추며 물었다.
그러자 후배 경찰관은 손전등 쥔 손을 벌벌 떨며 대답했다.
“……선배님. 뭔가.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이 새끼야. 불안하게, 너 왜 그래?”
“야-! 순찰 끝났으면 빨리 와.”
입구 쪽에서는 서너 명의 경찰관들이 선배, 후배 경찰관에게 소리쳤다.
최근 일어난 사건들을 대비해 추가로 배치한 병력들이었다.
선배 경찰관은 입구 쪽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시민들이 자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서.
“아, 예! 갑니다!”
그리고 선배 경찰관은 뒤따라오는 후배 경찰관에게 다가가 어깨를 살짝 쥐었다.
후배 경찰관의 얼굴은 사색으로 질려 있었다.
마치 어릴 적, 귀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야, 긴장하지 마. 여기 순찰에는 병력들 대거 배치했잖아. 무슨 일 안 일어나. 있어도 우리가 지켜 줄 테니까.”
“……아니. 서, 선배님. 그, 그게. 너무 이상합니다.”
후배 경찰관은 벌벌 떨면서도, 주위를 힐끗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선배 경찰관은 그녀를 따라 주변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모든 시민들이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뭐가, 이상한데. 왜.”
“그…… 그. 그…… 그. 그게. 너, 너무 조용합니다.”
“조용한 게, 왜? 다 자고 있으니까 조용한 게 당연하지.”
벌벌 떨던 후배 경찰관은 선배 경찰관을 바라보며 겨우 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후배 경찰관의 말은 선배 경찰관에게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아무도…… 코를 안 곱니다. 이를 갈거나…… 기침 소리도…… 마치 모두…… 자, 자, 자는 척이라도 하는 듯이…….”
“……?!”
이제 선배 경찰관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여 주위를 조심스레 살폈다.
이곳은 도합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고 있는 거주 공간이었다.
시간도 이미 늦은 밤.
그런데 그 누구도 코를 골거나, 이를 갈거나, 기침 소리도 없었다.
그 말인즉슨, 모두가 자고 있는 척을 하고 있다는 것.
“하…… 하아…… 이 X발!!!”
선배 경찰관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위기를 느끼자, 선배 경찰관은 곧장 입구 쪽 추가 병력에게 소리쳤다.
“비……!!!!!!!!!!!!”
하지만 대응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그 순간, 누워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일어나 경찰관들을 덮쳤다.
* * *
푹! 꿀떡. 꿀떡.
식칼은 후배 경찰관의 갈비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후배 경찰관은 남자를 밀어내며 애달프게 말했다.
“살려 주시면 안 돼요……? 아저씨…… 저 이제 27살인데…… 아직 결혼도 못 했고…… 경찰 합격도 겨우 했는데에…… 저 이제…… 착하게 살게요…… 제발요…….”
“미안. 빨리 죽여 줄게.”
“아니…… 아니요. 살려 주세요…… 그냥…….”
“미안하다. 빨리 죽여 줄게. 정말 미안해. 너희가 죽어야 우리가 살아.”
“너무해…… 너무한 거 아니에요…… 같은 사람끼리…… 네?”
“미안하다. 근데 움직이면 더 아프다? 아. 얼굴에서 손 좀 내려 봐. 잘 안 보여.”
푹.
남자는 후배 경찰관의 배에서 칼을 빼내, 다시 목에 꽂아 넣었다.
후배 경찰관의 피 묻은 손이 남자의 아래턱을 밀어내다 이내 힘없이 쓰러졌다.
남자는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투는 시작되었다.
살갗과 핏물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복도와 거주 공간에서는 경찰관과 시민 간의 피 튀기는 전투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각자 무기를 쥔 채, 복도를 돌아다니는 경찰관을 마구잡이로 사냥하기 시작했다.
후배 경찰관을 죽인 남자는 천천히 걸어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다른 경찰관을 찾다가, 뒤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못 느끼고 몽둥이로 뒤통수를 후려 맞았다.
우직-!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남자는 바닥에 쓰러졌다.
남자가 쓰러졌는데도, 진압 봉을 든 경찰관은 마구잡이로 남자의 머리통을 내려찍었다.
꾸직-! 꾸직! 꾸직! 꾸직!
원형의 두개골이 찌그러져, 바람 빠진 축구공이 될 때까지 찍고, 찍고, 찍고, 찍고, 찍고, 찍었다.
일그러진 머리를 마구잡이로 찍어 대던 경찰관에게 여자가 달려들어 그의 왼 팔뚝에 단도를 꽂아 넣었다.
“어억……!”
경찰관이 쓰러지자 근처에 있던 시민 두세 명이 바짝 달라붙어, 허벅지, 배, 간, 대장, 심장, 팔, 목 순으로 마구잡이로 찔러 댔다.
여자가 쥐고 있는 건 작은 단도였기 때문에, 여러 번 찔러야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스윽-!
“꺄악-!”
한 여자가 마구잡이로 칼침을 놓다가, 단단한 곳에 부딪힌 칼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손을 베였다.
여자는 깜짝 놀라 손으로 더듬거리면서 칼침을 놓은 곳이 어디였는지 살폈다.
딱딱한 감촉이 손끝에서 전해져 왔다.
“아씨…… 단단하네. 후우…… 후우…… 후…….”
두개골이었다.
여자는 그 두개골을 매만지다 연한 살 부분을 골라, 그곳만 찔러 댔다.
푹, 푹, 푹.
여자는 그곳을 세 번 찌르고는 고개를 돌려 다른 경찰관을 찾기 시작했다.
부웅-.
그때, 뒤에서 경찰관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진압 봉을 휘둘렀다.
퍼억-!
여자는 머리가 깨져 그대로 즉사했다.
여자의 두개골을 박살 낸 경찰관은, 그냥 마구잡이로 봉을 휘둘러 댔다.
부웅- 부웅- 부웅-!
그러다 옆문에서 달려드는 세 명의 남자에 의해 덮쳐져선 벽면에 부딪혀 목이 부러졌다.
뽀각!
목뼈가 부러진 경찰관은 피를 토하며 죽었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남자 3명은 경찰관의 배에 마구잡이로 칼침을 놓았다.
정확히 각자 9번의 칼침을 경찰의 몸에 놓았다.
남자 3명이 칼침을 놓으면서, 경찰관이 죽은 것을 확인하자, 다시 고개를 돌려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섰다.
반대편에서는 거구의 경찰관이 두세 명씩 방패를 앞세워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 3명이 주춤거리면서 경찰관과 대치했다.
경찰관은 망설이지 않았다.
진압 봉을 쥐고, 위에서 아래로.
부웅-!
진압 봉이 남자들의 머리통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뽀깍! 꾸직! 꾸직!
첫 번째 휘두름에 어깨뼈가 골절되고, 두 번째 휘두름에 두개골에 금이 가고, 세 번째 휘두름에 눈을 맞아 실명했다.
자비 따윈 없는 진압 봉은 한 번 휘두르기만 해도, 사람을 즉사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경찰관은 시민과는 다르게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남자 3명을 완전히 때려눕힌 경찰관들은 천천히 진격했다.
그 뒤로 경찰관 두 명이 더 달라붙었다.
다시 그 뒤로 한 명이 더 달라붙었다.
경찰관들은 방패를 세운 채, 복도를 차단하고 천천히 진격했다.
어둠밖에 없는 경찰서 복도.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소리는 가득했다.
비명 소리와 신음 소리,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베는 소리, 창문이 깨지거나 바람을 가르는 소리까지.
“방패-!!!!!!!”
대장 경찰관이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전열을 정비한 경찰관들은 복도에서 방패를 이어 붙인 채, 다가오는 시민들을 대비했다.
방패를 쥔 경찰관 한 명이 중얼거렸다.
“이 개X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어…… 다 죽여 버리겠어…… 다 죽여 버리겠어…….”
그리고 대장 경찰관이 소리쳤다.
“도올-!!!!!”
휘릭- 퍽!
어두컴컴한 복도 속에서 돌멩이가 날아들어 방패에 부딪혔다.
“벼어엉-!!!!!”
휘릭- 쨍그랑!
이번에는 빈 병이 날아들어, 방패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
전방에선 신음 소리와 함께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경찰관은 피를 흘린 채, 엉금엉금 방패 벽으로 다가왔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리고 전방 방패 경찰관들이 버티는 동안 4, 5층에서 보충된 병력들이 속속 3층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제 복도를 가로막은 경찰 병력은 20명이 넘어갔다.
“한 새끼도!!!! 보내 주지마!!!”
“아아악!!!!!!”
“아아악!!!!!!”
몇 분 동안 이어지던 살육전은 이제 소강상태에 돌입했다.
2층부터 돌격을 감행한 시민들이 3층에서 경찰 세력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것이다.
취이이이이이익-!
그 순간, 자욱한 소화기 연기가 복도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복도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연기가 가득 차오르고,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경찰들에게는 한 가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유치장에 감금했었던 강시온의 특공대.
터벅-.
검은 복도.
피로 가득한 바닥을 한 남자가 걸어갔다.
그의 걸음 소리가, 연기와 함께 일정하게 퍼져 나갔다.
남자의 손에는 과도가 쥐어져 있었다.
이미 경찰관들을 몇 명 죽이고, 이곳까지 진격해 온 시온의 충실한 부하였다.
최명준.
그는 방패 벽을 보고 탄식에 가깝게 웃어 보였다.
“아-.”
최명준의 등장에 맨 앞 열에서 방패를 든 경찰들이 주춤거렸다.
경찰서 내에서도 좋은 체격 조건을 가지고 있던 경찰들에게도, 최명준의 체격은 압도적이었다.
그 앞에서 겁먹지 않은 존재는 없었다.
최명준은 앞으로 걸어 나가며, 손목에 묶여 있던 고무줄로 머리를 묶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명령했다.
“한 마리도 살려 두지 마. 모조리 죽여.”
최명준이 명령하는 순간, 그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특공대가 마구잡이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악!!!!!”
동물의 괴성처럼, 처절한 울음소리를 내며 특공대가 돌격했다.
그들의 손에는 도끼와 망치가 들려 있었다.
그들의 돌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물론, 경찰 병력도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시민들을 모조리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에 대비해!!!!”
경찰은 방패를 강하게 움켜쥐며 막고.
“모조리 죽여 버려!!!!”
시민들은 무기를 쥔 채, 돌격했다.
좁은 통로.
두 집단은 기어이 방패를 사이에 두고 맞부딪혔다.
쾅-!!!!!!!! 콰광! 쾅쾅쾅! 쾅! 텅! 텅! 텅! 터덩! 퉁! 쾅! 쾅쾅쾅!
“밀어어어어-!!!!!!!!!!!!!!!!!!!”
방패에 바짝 붙은 남자가 처절하게 소리치자, 특공대는 있는 힘을 다해 방패 벽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특공대는 망설임 없이 경찰의 방패에 몸을 밀착시켜, 방패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들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버텨어-!!!!!!!!!!!!!!!!!”
더 많은 힘, 더 많은 사람들이 복도의 중심으로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4층 복도에서 내려오는 경찰 병력.
2층 복도에서 올라오는 시민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한곳으로 몰려들었다.
캉, 캉, 캉!!
앞서 돌격한 선발대는 시온의 주문대로 헬멧을 착용 중이었다.
그랬기에 경찰들이 방패 위에서 진압 봉으로 내리쳐도, 소용없었다.
경찰 병력은 밀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인원수만으로는 경찰 병력이 밀리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최루액을 준비하고 있었다.
취이이이이이이익-!
곧장 전열의 특공대를 향해 최루액을 뿌려 댔다.
헬멧의 사이 공간을 노려 뿌려 댔다.
그와 함께 진압 봉으로 후려치니, 제아무리 헬멧을 썼다고 할지라도 버텨 낼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시민들은 다시 밀리기 시작했다.
가장 앞 열에서 방패를 밀고 있던 특공대원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쓰러진 특공대원들을 한 명씩 질질 끌고 와 마구잡이로 구타했다.
경찰은 이런 시위 진압을 위한 훈련 과정을 거쳐 온 정예 병력들이었고, 싸움이란 걸 해본 적이 없던 시민들은 그저 돌격만 감행했다.
그랬으니 시민들이 밀릴 수밖에.
경찰들은 천천히 아주 확실하게 전진했다.
발밑으로 동료들이 쓰러져도, 피가 튀고, 옆의 동료가 어깨에 칼침을 맞아도, 전진했다.
하지만 시민들에겐 ‘그’가 있었다.
터벅, 터벅, 터벅.
최명준은 맹수처럼 걸었다.
눈빛은 호랑이, 흩날리는 장발의 머리카락은 사자의 갈퀴와도 같았다.
최명준은 앞에 선 시민들의 등을 밟고 올라섰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시민들의 등을 밟고 오르고 올라.
단숨에 뛰었다.
시온이 미리 계획해 일러두었던, 경찰 방패 벽에 대항한 전략이었다.
전열의 경찰들은 그 광경에, 상황이 급박함에도 고개를 들어 넋 놓고 바라보았다.
부웅-.
거구의 남자가 하늘에 떠올랐다.
어떤 경찰은 그 모습에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최명준은 시민들의 등을 밟고 뛰어올라, 경찰들의 방패 벽을 뛰어넘었다.
그걸 바라보던 경찰 대장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런 X발.”
이어서 그는 날아들었다.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끼 에 야 하 아 아 아 아 아 악! !!!!!!!!!!!!!!!!!!”
터억.
최명준은 단숨에 방패 벽을 뛰어넘어, 그들의 후방에 위치했다.
그리고 그의 학살극이 시작되었다.
푹!!!!! 푹! 푹! 푹! 푹!
최명준은 한 마리의 야수였다.
망설임 없이 후방에 모여 있는 경찰들을 찔러 대기 시작했다.
칼은 리듬이다.
사람에게 칼을 꽂아 넣고, 빼내고, 꽂아 넣고, 빼내고, 꽂아 넣고, 빼내고, 꽂아 넣고, 빼내고.
그런 리듬을 가지고 하나둘, 하나둘.
마치 낚싯줄을 끌어당기는 낚시꾼처럼 경찰관의 몸에 칼을 놓고 빼내고 놓고 빼냈다.
초보 칼잡이들은 대상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칼을 여러 번 찔러 넣지만, 진정한 칼잡이들은 단 한 번이면 족했다.
정확하게 찔러 넣으면, 한 번이라도 적은 완전히 전투 의지를 상실하고 쓰러질 테니.
“캬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행복해!! 행복해!! 짭새를 이렇게 많이 죽일 수 있다니!!! 캬하하하하하하!!!!”
최명준은 묶은 머리를 마구잡이로 휘날리며 괴기한 웃음소리와 함께 계속해서 찔렀다.
경찰이 두세 명이나 달라붙어 최명준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는 피에 눈이 돌아갔다.
최명준은 눈앞의 즐거움에 몸의 고통 따위는 잊었다.
슉, 슉, 슉.
뒤이어 특공대 수 명이 최명준을 따라 방패 벽을 넘었다.
그것으로 경찰 방패 벽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뒤론, 잔혹한 살인극이 이어졌다.
시민이고, 경찰이고,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뒤엉켜, 보이는 살가죽이란 살가죽은 모조리 구분 없이 마구 찔러 대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