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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55화 (55/221)

#제55화. 조련사 (1)

“꺄아악-!”

이른 아침을 깨우는 여자의 비명 소리가 요란했다.

점호까지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여자의 비명 소리에 하나둘 사람들이 잠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어? 어……?”

“……자, 잠깐.”

사람들은 비명의 근원지로 일순간에 몰려들었다.

그곳에는 경찰관이 나란히 죽어 있었다.

한 명은 목에 과도가 꽂힌 채, 다른 한 명은 온몸에 난도질을 당한 채 죽어 있던 것이다.

그들이 밤새 흘린 피는 주위에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흘러, 몇몇은 자고 일어나 보니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진득한 피를 뒤집어쓴 남자가 비명을 내질렀다.

“으…… 으아아아!!!!!”

구토를 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고, 때맞춰 복도 쪽에서 다수의 발걸음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비켜요! 비켜 봐요!”

이청춘 경사와 경찰관 몇 명이 몰려 있는 인파를 뚫고 시체에 다가갔다.

그들은 곧 차갑게 식어 버린 경찰관의 시체와 마주했고, 차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두 경찰관은 어제 2층을 담당했던 당직 근무자들이었다.

“이게 대체…….”

“…….”

지금껏 경찰 일을 하면서 숱하게 시체를 보았던 이청춘조차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청춘은 침묵을 지키다 주먹을 말아쥐곤, 곁에 있던 부하에게 명령했다.

“현 시간부로 2층 통제해.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 함부로 발 들이지 마. 서장님께 보고는 내가 하지.”

“예…… 예. 경사님. 알겠습니다. 아, 알겠…… 아니, 그게.”

명령을 전달받은 부하 경찰관은 목소리를 떨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부하가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이청춘은 그에게 소리쳤다.

“정신 차려! 빨리 상황 정리부터 하란 말이야!”

“예…… 예!!!”

촤락-!

부하는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삼단 봉을 펼쳤다.

주위에 있던 시민들을 복도로 내쫓기 시작했다.

이청춘은 죽어버린 동료 경찰관의 시체를 보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X…… 발.”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 * *

교량은 건물 옥상을 타고 안양역까지 이어졌다.

작업자들은 완성된 교량도 다시 한번 견고하게 재작업했다.

어느 정도 교량 건설이 완성된 이후, 작업조는 이제 다음 작업에 서둘렀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교량을 건너와, 내게 다가왔다.

난 그들과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들었다.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최명준이 내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여전히 전방을 주시하며, 그에게 물었다.

“목격자는?”

“없습니다.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상황은?”

“경찰관이 살해당했음에도 체포조는 오전에 출발했는데, 병력은 절반 정도 줄었습니다. 이청춘을 중심으로 경찰관을 죽인 범인을 찾고 있습니다만, 쉽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서장은 아직까진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진 않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흔들기였다.

곧 경찰서 내부 조직은 분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 분란으로 인해 조직은 서서히 침식되기 시작할 것이다.

경찰관이 살해당했기에, 경찰들은 강압적으로 시민들을 통제할 것이다.

그 상태가 지속된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의 강압적인 경찰 통제를 버티지 못하고, 지지를 철회하거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내부 세력이 갈라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물론, 시민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시민 역시 서장의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니.

지금 즉시 공략조와 작업자들을 꾸려 세력을 접수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명분이 없었다.

세력을 접수한 뒤에는 반드시 시민들의 지지까지 받아야 했다.

세력의 힘은 단순히 군주의 개인 능력에게서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시민의 지지.

난 그것이 필요하다.

‘이대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어.’

실제로 경찰관 두 명을 살해했을 뿐인데도, 나의 지지율은 2%나 올라가 있었다.

이대로 두 명, 네 명, 여섯 명씩 계속 죽이다 보면 지지율은 대폭 상승하겠지.

나는 계속해서 지하상가 입구 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때, 오우거 한 마리가 얼어붙은 인간 시체 몇 구를 손에 쥔 채, 성큼성큼 나오더니 이내 반대편 도로로 사라졌다.

그것을 바라보며 최명준에게 당부했다.

“하루 간격으로 처리해. 명심해. 절대 들키지 마.”

“예. 명심하겠습니다.”

최명준은 내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다시 교량을 건너 경찰서로 향했다.

최명준은 이제 내 말에 복종했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나의 충실한 개가 되었다.

최명준은 세력 내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강한 힘을 지닌 인간.

전면전이 벌어지면 유용한 인적 자원이 될 것이다.

최명준이 사라지자, 자연스레 진재희가 다가와 내게 말했다.

“어때?”

“두 마리만 더 나가면 돼. 준비는?”

“작업자들 위주로 포획 장비를 만들었고, 이제 작전만 실행하면 돼.”

쿵, 쿵!

그때, 또다시 한 마리가 엉금엉금 지하상가를 기어 나오더니 안양역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난 진재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만에 하나 계획이 틀어지면 그땐 그냥 죽여 버려.”

당장 내부도 정리해야 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력 손실이 있어선 안 되었다.

여차하는 경우에는, 진재희가 놈을 죽일 것이다.

“응.”

진재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안양역 사고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난 그동안 교량을 완성시켰고, 진재희 역시 자신의 아티팩트 활용 능력을 끌어 올렸다.

그녀의 말로는 아직 연습 단계에 불과하지만, 오우거 토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곧 마지막 한 마리가 지하상가로부터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구아아아암-!

놈은 거대한 입을 벌리며 하품을 해 댔다.

그 순간, 놈의 빨갛고 검은 아가리 속을 바라보는 나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전, 지하상가에서의 공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망설일 수 없었다.

부웅-.

크게 손을 한 바퀴 돌리며 신호를 보내자, 지하상가 가까운 건물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뛰쳐나갔다.

지금부터 놈을 포획할 것이다.

* * *

수일 동안 관찰하며 알게 된 오우거의 첫 번째 특징.

놈은 육중한 육체와 그에 상응하는 두뇌를 가지고도, 신체 반응은 오로지 본능에만 의존한다.

놈의 첫 번째 본능은 바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려는 성향이다.

우선 오우거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먹지 않는다.

사냥감으로는 종을 구분하지 않지만, 서식지에서 벗어나면 죽은 사체들로만 배를 채운다.

오우거는 세 시간에 한 번씩 거주지를 나와 사냥감을 찾기 위해 도시를 어슬렁거렸다.

사냥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채집에 가깝다.

그것이 본능인지 아님, 놈들의 기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우거는 거주지 바깥에선 움직이는 생명체에 반응하지 않는다.

놈들은 사냥꾼이 아닌, 시체 청소부다.

지금 우리가 실행하는 계획은 이 본능을 이용한 첫 번째 방법이었다.

“혀, 형님……! 이거 진짜 먹힐까요?”

“이놈이. 이미 달리고 있는데, 어째. 그냥 해보는 수밖에……!”

미끼로 선택된 두 남자가 방금 거주지에서 나온 오우거에게 달려 나갔다.

쿵, 쿵…… 쿵.

오우거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인간을 보고 멈춰 섰다.

두 남자는 빠르게 오우거에게 근접했다가, 놈의 앞에 멈춰 섰다.

“흐으! 흐으! 흐으! 흐으……!”

“워메…… 씨부럴……! 이거 장난 아니구마잉.”

괴물이 왜 괴물인지.

사람에게 위협이 되지 않은 토끼나 사슴은 그냥 동물이고.

사람에게 위협이 되지만 통제할 수 있는 사자나 호랑이 역시 동물이지만.

괴물은 어째서 괴물인지.

그들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남자들 앞에 멀뚱히 서 있는 오우거는, 그야말로 괴물이라는 명사 안에 포함되어 있는 ‘공포’의 의미를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구으으으으……

자동차 하나 정도는 가볍게 깔아뭉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발과 볼록하게 튀어나온 아랫배, 그에 상응할 만큼 봉긋한 젖가슴.

마치 하수구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온몸에서 썩은 내가 진동하며, 동시에 손에 쥐고 있는 전봇대.

그리고 내려다보는 괴물의 시선까지.

“딸꾹……!”

남자가 공포에 딸꾹질을 하더라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다.

그중, 나이 많은 남자가 쥐고 있던 돌멩이를 있는 힘껏 오우거에게 던졌다.

남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자살행위였다.

하지만 시온은 자신의 관찰과 분석을 믿었다.

터억- 툭.

남자의 손에서 벗어난 돌멩이는 오우거의 뱃살을 맞고 튕겨 나왔다.

돌멩이는 힘없이 눈밭에 박혔다.

그때, 오우거는 손을 움직였다.

스으윽-.

“흐으으……!”

“아아아악!!!”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한 두 남자는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오우거가 그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긁적긁적.

오우거는 돌멩이 맞은 뱃살을 손가락으로 긁어 대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들은 서서히 눈을 떠, 오우거를 올려다보았다.

“성공인가……?”

“성공인가 보네……?”

“성공이야……?”

“서, 성공이요! 형님!”

오우거는 남자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살았다는 안도에 서로 얼싸안고선, 옥상 위 시온을 향해 성공했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러고선 후다닥 안전한 곳으로 달려갔다.

시온은 그들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좋아.”

오우거는 육식을 하지만, 본능은 초식 동물에 가깝다.

거주지 외부에서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존재나, 한참 작은 생명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거주지 내부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놈들은 자신들의 거주지 안에서는 침입자라고 생각하는 모든 생명체를 공격한다.

그래서 놈이 거주지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물론 모든 건, 추측에 불과했다.

하지만 방금 실험으로 확실해졌다.

무엇보다, 시온이 오우거를 가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건, 놈의 약점인 눈이었다.

눈만 제압하면 놈은 그저 시체 청소부일 뿐이다.

시온은 고개를 돌려 진재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뻗은 손은 활대를 꿋꿋하게 쥐고 있었고, 시위를 당긴 손은 턱 밑까지 당겨져 있었다.

최근 작업자들과 시간을 투자해 만들었던, 고물들을 모아 만든 활이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활은 쇼핑몰에서 있었던 조잡한 석궁과는 그 정확성과 위력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났다.

그리고 활을 다루는 건, 여전히 진재희의 역할이었다.

주우우우욱-.

시위를 당긴 그녀의 팔이 조금 떨렸다.

그녀는 정확히 오우거의 눈알을 조준하고 있었지만, 찬 바람에 영점이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전생에 그녀는 검을 비롯한 거의 모든 무기들을 다뤄 봤다.

이 정도 거리에서 오우거 눈알을 맞추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후우-.

진재희는 숨을 내뱉은 후, 다시 들이마셨다.

이제 그녀의 호흡은 진정되었다.

그녀가 쥐고 있는 화살촉은 오우거의 눈보다 왼쪽 위를 노리고 있었다.

감각을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마침내 활시위를 놓았다.

팽-!

활시위가 바람을 때리며 내는 소리가 요란했다.

활대에서 쏘아진 화살은 일정한 포물선을 그리며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다.

바람이 화살의 방향을 바꿨다.

오우거가 움직여 조준점이 변경되었다.

하지만 걱정 없었다.

진재희는 그 모든 걸 계산하고 쏜 것이었으니.

휘리리리릭- 팍!

그녀가 쏜 화살은 정확히 오우거의 눈알에 꽂혔다.

“후.”

진재희는 그제야 숨을 크게 내뱉었다.

-쿠아아아아악! 카아아아악!!!!!

그리고 오우거가 비명을 내지르며 괴상망측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쿵, 쿵!! 쿵!!!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놈은 몸을 마구잡이로 뒤틀었는데, 그럴 때마다 주변 건물이나 자동차가 박살이 났다.

오우거는 눈알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곤, 피눈물을 흘리며 화살을 쏜 대상을 찾고 있었다.

-쿠아아아아……!!!!! 카아아아아악!!!!!!

기어이 옥상 위의 진재희와 눈을 마주치곤,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놈이 움직일 때마다 건물이 흔들렸다.

근처에 있던 새들이 놀라 날아갔다.

놈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시온의 심장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놈은 건물만 한 몸집으로 진재희, 아니 시온에게 달려들었다.

그 엄청난 압박감과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놈을 전력화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적에게도 거대한 공포를 심어 줄 수 있겠지.’

두려운데도, 미소가 지어졌다.

식은땀이 흘렀지만, 심장의 두근거림은 설렘에 가까웠다.

시온은 놈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때가 되자 진재희에게 말했다.

“지금이야.”

그의 말에 진재희는 곧장 검을 쥐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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