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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51화 (51/221)

#제51화. 선전포고 (1)

아직 동이 트지 않은 경찰서.

그 입구에선 어쩐 일인지, 경찰관들이 모여 있었다.

난 언덕을 따라 바리케이드로 내려갔다.

내가 그곳으로 내려가자, 경찰관들이 홍해의 바다처럼 양옆으로 갈라졌다.

난 힐끗거리며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남녀 할 것 없이 담배를 연달아 피고 있었으며, 몇몇은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분출하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유독 경찰관들만 화가 났을까.

“서장님. 관리자님 오셨습니다.”

김수경이 단번에 내려가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던 경찰서장에게 말했다.

경찰서장은 담배를 쥔 채,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서장은 담배를 몇 모금 이어 피더니, 몇 걸음 내게 다가왔다.

서장은 짜증을 내었다.

“이건 도전입니다. 정의에 대한 도전이란 말입니다!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아무리 재난 상황이라고 해도 그렇지.”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십시오.”

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경찰관들의 시선이 쏠린 곳을 바라보았다.

곧 경찰관들이 무엇에 화가 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푸르르…… 푸륵.

그곳에는 청아한 모습의 사슴이 있었다.

정확히는 사슴의 외관을 닮았지만, 그 크기와 화려한 뿔은 지구의 사슴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화려한 뿔에는 여러 개의 사람의 머리가 달려 있었다.

한 마리뿐만이 아닌, 그 뒤로 줄지어 있는 모든 사슴의 뿔에도 인간의 머리가 달려 있었다.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매달린 인간의 머리는 새파랗게 얼어붙어 있었다.

참혹한 광경이었다.

-푸르륵. 푸르륵.

사슴은 한가롭게 눈 사이에 코를 박고 있었다.

눈 사이에 듬성듬성 나 있는 메마른 잡초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뭡니까?”

난 잘린 인간의 목들을 바라보며 서장에게 물었다.

경찰서장은 담배를 피워 대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원래 우리 식구들입니다. 대부분이 동안구 소속 경찰관들이죠. 가끔 회식하면 만나는 애들요. 아, 그러니까 저희 동료라 말입니다! 근데…… 근데……! 어떤 정신병자가 이렇게 저희에게 보낸 겁니다. 감히 대한민국 경찰을 뭘로 보고…… 젠장……! 이 X새끼들을 전부 체포해야 돼. 국민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경찰관?

서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부하들에게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

난 서장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사슴에게 더 다가갔다.

내가 다가감에도 사슴은 나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저번에 확인했었던 인간에게 호의적인 몬스터였다.

즉, 가축화가 가능한 몬스터.

안양시 동안의 세력들은 이미 가축화 작업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쪽에도 유망한 군주가 있어.’

몬스터를 가축화한다는 건, 이 게임의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고, 본격적으로 게임에 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1라운드와 2라운드의 결정적인 차이다.

1라운드까지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2라운드부터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파악하며 게임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게 가장 큰 변화였다.

‘서둘러야겠어.’

난 사슴의 털을 쓰다듬으며 뿔에 달려 있는 목의 단면을 살폈다.

깔끔하게 잘리지 못하고, 여러 방향으로 두세 번 내리친 흔적이 있었다.

아마 어중간한 날붙이로는 목이 단번에 잘리지 않아, 몇 번이고 쳐 댔던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에선 단두대 같은 처형 기구가 없었으니.

처형당하는 자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어 갔을 것이다.

그리고 주렁주렁 매달린 목들 사이에서 한 여자 경찰관의 목을 발견했다.

여자 경찰관의 입술에는 알록달록한 무늬의 편지지가 끼워져 있었다.

난 그것을 꺼내었다.

초등학생이 쓸 법한 무늬의 편지지였다.

뜨득-.

곧장 편지를 개봉해 내용을 훑어보았다.

글씨는 갈겨 썼지만, 아이가 쓴 것 같진 않았다.

문체를 보아하니 젊은 여자인 듯 보였다.

-만안 경찰서, 민중의 지팡이님들! 충성, 충성. 저는 동안구에 살고 있는 동안 제1세력의 군주입니다. 겨울이 다가왔는데, 몸은 따뜻하니 잘 보내고 계시나요? 전 아~~~주 잘 지내고 있답니다? 제가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은 잘 받았나요? 너무 감동 받아서 말이 안 나온다고요? 저런 저런. 걱정 마세요. 제가 매일같이 선물 보내 드릴게요. 근데 경찰님들아. 제가 멋진 제안을 하나 해도 될까요? 정말정말정말 멋진 제안입니다.

편지는 뒷장에 이어져 있었다.

난 편지를 뒤집어 계속해서 읽었다.

-전 말이에요. 피를 원하지 않아요. 정말입니다! 아, 그러니까 당신들의 피는 보고 싶지만, 당신들의 피를 보기 위해 흘리는 피는 보고 싶지 않다 이 말입니다. 제가 동안구를 접수하면 머지않아 만안구에도 제 전사들을 보내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엄청난 참사가 벌어질 거예요. 긴말 안 할게요. 제가 전사들을 보내면, 그쪽 수장과 제복 입은 짭새만 나와서 무릎 꿇으세요. 경찰서장…… 아직 살아 있죠? 제발 살아 있길 바랄게요. 서장만 나와서 저의 소중한 강아지가 된다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편지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난 편지를 다시 봉투 안에 넣어 서장에게 다가갔다.

걸을 때마다 뽀득뽀득 눈 밟히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편지를 서장에게 건넸다.

“이…… 건 뭡니까?”

서장은 담배를 태우며 그것을 받아들였고, 난 편지를 허둥지둥 펼쳐 보는 그에게 태연하게 대답했다.

“선전 포고요.”

곧 피바람이 불 것이다.

쇼핑몰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자존심 강한 서장이 그녀의 제안에 응답할 리가 없었고, 나 역시 그녀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안양시를 접수하는 건 나다.

안양시 어딘가에 있는 동생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나의 세력은 동안구와 만안구를 통합할 것이다.

우선 내게 가장 중요한 건, 가축화할 수 있는 몬스터와 교량…….

“이런 같잖은 계집년이……!”

그때, 서장이 소리쳤다.

편지를 보고 있는 서장이 손을 마구잡이로 떨어 댔다.

난 뒤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수경을 불렀다.

김수경 순경은 내게 후다닥 달려왔다.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이쪽은, 이쪽대로 정말 거대한 선물을 줄 생각이다.

오우거를 통한…….

“지금부터 말하는 거, 내일까지 전부 준비해요.”

김수경은 내 목소리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물을 적어 댔다.

그때였다.

한껏 차분해진 경찰서장의 목소리가 내 말을 가로챘다.

“잠깐 기다려.”

그는 편지지를 살며시 쥔 채, 김수경에게 다가와 명령했다.

“이 계집부터 체포해야 돼. 공갈, 협박, 살인, 감금, 공무 집행 방해, 특수 상해 있는 죄목이라면 싹 다 붙여서 체포조부터 꾸려.”

그때 김수경은 날 돌아보았다.

난 김수경을 바라보다 경찰서장에게 말했다.

우선, 그를 설득할 생각이었다.

“감정적으로 나설 때가 아닙니다. 이건 단순한 도발일 뿐이고, 도발에 넘어간다면 전력을 키우기도 전에 힘이 빠질 겁니다. 지금은…….”

“이딴, 이딴, 이딴!”

북북북!

그 순간, 경찰서장은 편지를 마구잡이로 찢곤 그 쪼가리를 내게 던졌다.

서장은 내게 한 발자국 다가와, 손가락으로 나의 가슴을 툭툭 찌르며 소리쳤다.

“이딴 같잖은 도발 따위에……! 대, 대한민국 경찰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어? 저. 저. 저 사람들. 다 내 동료들이었어. 알아? 테러범과 협상 따윈 없어. 이, 이, 이따위 개짓거릴……! 내가, 내가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해? 이봐! 관리자. 말해 봐!”

서장은 아이처럼 생떼를 부리며, 계속해서 내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댔다.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마치 이중인격인 것 같았다.

원래는 포근한 인상이었던 서장이 인상을 구기자 흉측해졌다.

“당장 총기류 무장하고 동안구 체포조부터 꾸려. 뭐 해? 안 움직이고?”

“아, 저. 서장님. 권총은 사용 불가로…….”

“그럼, 삼단 봉으로 무장해! 방패도 있잖아. 이 새끼는 무슨, 척하면 알아들어야지.”

갑자기 서장은 주위에 있던 경찰관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주목해!!!”

그의 외침에 경찰관 모두가 주목했다.

서장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내려치며 윽박질렀다.

“현 시간부로 이곳에 있는 모든 경찰관은 서장의 명령을 듣는다. 이곳에 있는 동료들은 우리의 가족이었고, 우리의 친구였다. 테러범들이 경찰을 죽인 거란 말이다! 경찰이 정의를 집행해야, 질서가 확립되는 것이야. 알아들어?!!!”

“예…… 옛!”

“옛!!”

서장의 목소리에 경찰관들이 군기가 들어선 너도나도 소리쳤다.

경찰서장은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경찰모를 뒤집어쓰며 중얼거렸다.

“감히 경찰을…… 경찰을 죽여……? 빌어먹을 새끼.”

뽀득. 뽀득.

그는 잔뜩 성을 내며 다시 경찰서로 올라갔다.

그 뒤로 경찰관들이 뒤따라 올라갔다.

난 그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때, 김수경 순경이 서장을 따라 올라가다 날 돌아보았다.

잠시 시선을 마주하더니, 이내 그를 뒤따라 올라갔다.

내가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후우-.”

난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같잖은 도발일 뿐인데, 서장은 반응했다.

아마 이건 동안의 군주가 원했던 결과일 것이다.

서장은 멍청하게도 적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

난 다시 고개를 돌려 사슴을 바라보았다.

사슴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니 맑았다.

난 사슴의 털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경찰서장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이제 그를 끌어내릴 시기가 왔다.

* * *

오후.

날짜의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이 세계에선 더 이상 요일을 따지지 않고, 하나의 사건으로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또 아침, 오전, 정오, 오후, 저녁, 새벽으로 이어지는 하루 단위 시간 개념만이 남아 있었다.

난 점호 단상에 앉아, 먼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갖 하얀 눈밖에 없는 도시 속 틈틈이 치솟은 건물들.

그 건물 사이사이로 정체불명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안양에서 제일로 큰 건물이었던 아크로타워 꼭대기에는 정체 모를 괴물이 빌딩을 감싸고 있었다.

또한, 호계 쪽에서는 불꽃들이 거대한 연기를 만들어 내어 도시의 하늘을 가득 뒤덮고 있었다.

며칠 동안 호계의 불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 생존자들끼리 영역을 두고 사투를 벌이는 듯했다.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알고 있었다.

세상의 질서가 무너진 지금, 무법자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위해 싸우려고 들 것이다.

동안의 세력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왕이 되려는 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주인 있는 땅을 차지하는 것보단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아직 전투원들이 확립되지 않은 다른 세력군들을 빠르게 집어삼키는 것이 그들이 채택한 점령 방식이었다.

나 역시 그들에게 맞춰, 더 많은 인간을 효율적으로 죽이기 위한 계획을 짜야 했다.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난 스스로가 악마 같았다.

‘……동안구의 인구는 만안구보다 훨씬 많아.’

정면으로 부딪치면 틀림없이 경찰 세력군은 괴멸하고 말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기초 제압술이나 기본 격투기를 배운 경찰관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을 죽이기 위해 형성된 집단과는 다르다.

오히려 군인들이 그런 건 더 잘하겠지.

이쪽에서 해야 할 건, 비대칭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제 내가 하는 일을 서장이 방해한다면, 그를 제거해야만 했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일러를 가열하며 피어오른 수증기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경찰서에 소속된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경찰 세력은 며칠 사이 크게 성장했다.

저 수증기가 신호탄 역할을 한 셈이다.

많은 이들이 연기를 따라 이곳으로 찾아왔고, 이들은 새로운 구성원이 되었다.

만안구 일대의 생존자들을 빠르게 규합해 세력을 키운다는 나의 일차적인 목표가 실현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등 뒤로부터 누군가 내게 소리쳤다.

“형-님!!!”

털썩-!

무릎이 깨질 정도로, 누군가 세게 바닥에 꿇는 소리가 들렸다.

난 고개만 살짝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최명준이었다.

그는 웃통을 벗은 채, 바지만 입고선 왼손에는 과도를 쥐고 있었다.

최명준은 내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는 지금껏 자발적으로 지하 유치장에 감금되어 있었다.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형님께 혼이 난 뒤로 가만히 반성해 보니, 감히 제가 은혜도 모르고 설쳤던 것 같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최명준은 내게 고개를 조아린 채, 용서를 구했다.

고개 숙인 최명준을 바라보았다.

최명준은 나에게 반항한 이후, 그는 경찰서를 나갔다.

혼자서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참혹한 도시의 환경과 마주하곤 돌아왔다.

그때도 내게 용서를 구했지만, 난 그를 유치장에 다시 가두었다.

말 안 듣는 강아지에게 제격인 건 당근이 아닌 채찍이다.

그는 이젠 누구보다 내게 순종적인 사냥개로 다시 태어났다.

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도시를 바라보았다.

두세 명의 사람들이 경찰서로 오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 동안 이곳에 온 생존자들은 기존과 비교해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저들 모두를…… 전력화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들은 전력이다.

시스템 내에서도 그것을 규정하고 있다.

만 명 중 한 명, 특수한 플레이어가 선택되고 나머지는 전력이 된다.

승부를 굳힐 수 있는 전력.

리그는 선택된 플레이어들이 운명을 결정해 나가지만, 그들이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선 그들을 따르는 전력이 필요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로 그 전력이었다.

이젠 본격적으로 경찰서를 접수할 시기였다.

경찰서장과 시 의원.

두 사람을 끌어내리고, 난 이 집단을 차지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서장이 경찰관들을 이끌고 동안 세력의 선전 포고에 대응한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였다.

서장에 대한 선전 포고.

“형-니이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가락 하나로 용서해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목소리에 난 단상에서 일어나 최명준에게 다가갔다.

최명준은 과도로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자르려 하고 있었다.

훽-.

난 그에게 다가가 그 과도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바짝 엎드린 그를, 쪼그려 앉아 내려다보았다.

중얼거리듯 그에게 물었다.

“너…… 사람 죽일 수 있겠어?”

“형님……?”

울상이던 최명준이 엎드린 채, 고개만 들어 날 올려다보았다.

난 그에게 다시 말했다.

“날 위해 사람 죽일 수 있겠냐고.”

푹-.

난 눈 속에 과도를 찔러 넣곤 그를 내려다보았다.

최명준이 그 과도를 바라보며 슬금슬금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실실거리며 고개를 조금 들며 말했다.

“예……! 전문이죠.”

무릎 꿇은 최명준 뒤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최명준은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구성했던 공략조 일원 중 절반에 해당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거사 준비를 위해 난 그들을 불러 놓았다.

저들은 건달인 최명준이 이끌 나만의 특공대였다.

모두 나로 인해 유치장에서 해방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나보단 최명준이 그들을 더 잘 알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잘 길들인 사냥개를 풀 때였다.

“증명해.”

내 목소리에 최명준은 다시 날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예……!”

최명준은 눈에 꽂혀 있던 과도를 공손히 뽑아 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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