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는 나만 지킨다-46화 (46/221)

#제46화. 안양역 (2)

“괴물 공장.”

기지 내부의 안정이 확보되었으면, 이젠 역량을 강화할 차례였다.

지금은 인간의 힘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기였다.

그렇기에 난 몬스터를 가축화시킬 계획이었다.

가축화에 대한 힌트는 이곳저곳에서 발견됐다.

정찰 도중, 말발굽처럼 생긴 발자국과 인간의 신발 자국이 교차되어 찍혀 있는가 하면, 괴상한 생김새를 가졌지만 인간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이름 모를 몬스터들도 있었다.

그 몬스터들을 만약 가축화시킬 수만 있다면, 세력은 크게 확장될 것이다.

당장은 한계가 있다.

보일러를 가동시키기 위한 노동력도 상당하고, 연료를 구해 오는 정찰 인력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기존에 운용하던 식량 보급처를 비롯한 통제 인력까지 감안하면 기존의 배가 되는 노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난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퀘스트: 정부의 개]

[업적 달성:

●시민들의 안락함 수치 30% 이상 달성 (현재 수치 35%) / 달성!

●지속적인 식량 보급 경로 해결 (0/1)

●경찰력 내부 가용 노동력 수치 100% 달성 (현재 수치 65%)

★ 보상: 업적 포인트 - 150 ]

이제 겨우 첫 번째 과제를 해결했다.

보일러가 가동되는 한, 얼어 죽는 이들은 없어질 테고, 기지 구석에서 골골거리는 인력들도 줄어들 터.

이대로면 노동력 수치를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식량 보급 경로뿐이었다.

“괴…… 괴물 공장이라면…… 그 넝쿨처럼 생긴 그놈 말입니까?”

김수경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되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양한 서류들이 가득 담긴 경찰 박스에 앉았다.

불쏘시개로 활용하기 위한 재료들이었다.

나는 손을 비비며,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손을 녹였다.

“그 넝쿨을 가축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외에도 괴물은 많아요.”

“그…… 그……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잡으…… 실 건가요? 제가 알기론 괴물들은 포획은커녕 죽이기에도 벅차지 않나요? 아! 관리자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김수경은 심하게 말을 떨어 대며 말했다.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한다.

왜냐하면 괴물을 가축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가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추위는 해결했고, 남은 문제는 식량뿐이었다.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식량을 수집하는 것보다는 농사를 짓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불가능했다.

따라서 내가 몬스터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몬스터의 가축화.

두 번째, 몬스터의 식용화.

이미 쇼핑몰에서 고블린 육포를 먹어본 적이 있지만, 식량은 식량이었다.

적어도 고블린 육포보단 나은 식용 몬스터를 발견한다면, 식량 문제는 한결 나아질 것이다.

이제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였다.

유치장에서 풀어 주었던 최명준과 회귀자 진재희를 유용하게 사용할 타이밍이었다.

“화로는 5교대로 단 한 순간도 불을 꺼트리지 말아 주세요. 그 명단은 이제 잘 작성하실 수 있겠죠?”

“아, 네!”

김수경은 익숙한 듯 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받아 적기 시작했다.

“되도록 노약자나 심한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불을 지키는 역할로 넣어 주세요. 그리고 아이들도 거들면 되겠죠.”

“……네. 알겠습니다.”

김수경은 풀이 죽은 듯이 말했다.

아마 노약자와 어린이들까지 노동에 동원시킨다고 풀이 죽은 모양이었다.

참으로 감정에 약한 타입이었다.

난 보일러 담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일러의 관리 책임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당신에게 그만큼의 권리를 주도록 할게요.”

“그럼요. 알겠습니다. 관리자님.”

“전 이만 가겠습니다. 보일러도 가동했으니, 이제 다음 단계에 나아가야겠죠.”

그들 모두가 내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였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난 옥상 문을 향해 걸어갔다.

오전 동안 진재희가 공략조를 모아 놨을 것이다.

* * *

유치장으로부터 해방된 최명준은 온종일 경찰서를 돌아다니기만 했다.

입에는 담배를 꼬나문 채, 어슬렁어슬렁.

주변에서 힐끗거려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온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해야 했으니, 연통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연통에 온기가 차오른 당일.

최명준에게 무기가 쥐어졌다.

“쇠 파이프라. 추억 돋네.”

붕-, 붕-!

최명준은 파이프를 한두 번 휘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후를 살짝 넘긴 시간.

이곳에는 한 무리의 장정들이 각자 무기를 챙기고 있었다.

새롭게 신설된 공략조였다.

공략조는 정찰조와는 다른 구성원으로, 오로지 시온 휘하에 있는 부대였다.

시온은 무장하고 있는 그들을 살피며 지시하고 있었다.

“춥다고 패딩 입지 마세요. 움직임이 제한되니까.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으세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가 편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액세서리는 전부 빼세요. 당신도. 그리고 당신도 다시 입으세요.”

“아, 예! 관리자님.”

“예!”

“네……!”

시온은 그들의 무장 상태를 한 명씩 일일이 살폈다.

인력은 중요하다.

몇 번 공략에 나선다고 해서 정찰조처럼 픽픽 죽어 버린다면, 앞으로 있을 큰 전투에 대비할 수 없다.

시온은 먼 미래를 생각했다.

이곳은 쇼핑몰과는 다르다.

김동길이 이끈 청 팀이 90명 안팎의 인원수였다면.

도시 인구는 적어도 천 명이 넘어갈 것이다.

아니, 만 명에 육박할지도 모른다.

당장 경찰서만 해도 라운드가 시작된 지 한 달밖에 안 되었지만,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천 명이 넘어갔으니까.

아직 시온이 세력 내 군주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알아볼 순 없었다.

그랬기에 대강 어림잡아 그 수치를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시온은 머지않아 세력을 접수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지금 공략을 성공해야만 했다.

시온은 공략조의 무장 상태를 확인하곤, 그들을 돌아보았다.

진재희, 최명준을 포함한 40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공략할 곳은 안양역입니다.”

안양역.

안양시에 있는 가장 큰 기차역이다.

무궁화호 플랫폼과 1호선이 지나다니는 수원으로 가기 위한 중간 지점으로 안양에서 제일가는 상권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안양일번가가 안양역에 붙어 있으니, 안양역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공략할만한 지역이었지만, 시온은 그곳을 점령하기 위해 공략조를 꾸린 것이 아니었다.

최근 일번가 근처에서 구출되는 생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안양역에는 눈 하나 달린 괴물들이 산다.”

“사람을 통으로 먹을 만큼 거대한 몸집을 지녔으며, 그들은 무리로 생활하고 눈을 파서 그곳에 숨어 있다.”

“안양역으로는 절대 가지 마라.”

처음 이 소문을 들었을 땐, 시온은 무감각했다.

하지만 진재희에게 몬스터 공장에 대해 말하자, 안양역에 있는 몬스터야 말로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가장 적합한 품종이라고 말해 주었다.

시온이 조심스레 그 몬스터에 대해 묻자, 진재희는 태연하게 답했다.

“오우거, 고블린보다 멍청하지만, 고블린 100마리보다 강한 생명체. 놈을 가축화시킨 군주를 딱 한 명 본 적이 있는데, 그마저도 이용해 먹다가 놈에게 잡아먹혔어.”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판타지 영화나, 소설, 장르 문화에 문외한이었던 시온조차도 알 만한 생명체다.

“후.”

시온은 모여 있는 공략조를 바라보며 숨을 내뱉었다.

이젠 정말 놈들의 소굴로 들어간다.

악어 거북 때처럼 도망치기 위한 것이 아닌, 사로잡기 위한 전투.

인간이 아닌 괴생명체와의 전투.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어느 정도 작전은 구상했다.

오늘은 우선 탐색이다.

“출발하죠. 밤이 되기 전에 돌아올 겁니다.”

시온이 말하자, 모두가 움직였다.

* * *

공략조는 일번가로 이어진 정찰조가 파 놓은 눈길을 따라 걸었다.

만안 경찰서에서 일번가까지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시온은 그곳에서 수색 중인 정찰조 이청춘 경사와 조우했다.

“안양역은 이쪽으로 가시면 될 겁니다. 하아-. 근데 이거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제시간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청춘은 담배를 낀 손가락으로 역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양 건물 사이로 하나의 성벽처럼 생긴 거대한 눈 더미가 있었다.

그리고 세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안양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시온은 그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시간대는 오후였고, 눈을 새로 파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생각해 둔 수를 써먹을 때였다.

눈밭이 위험하다면 건물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옥상으로 올라갈 겁니다.”

“……옥상요?”

이청춘은 시온 뒤에 두 명의 남자가 등에 공업용 사다리를 메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의아해하는 이청춘을 두고 공략조는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우선 해당 건물이 악어 거북의 서식지가 아닌지 확인했다.

그가 고안해 낸 방법은 간단했다.

건물 멀리서 반짝이는 물건들을 가득 담은 통을 던지는 것이다.

이것은 사전에 진재희에게 말해, 만들어 놓았던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통 안에는 옷에서 떼어 낸 지퍼나, 구슬, 쇠 등 빛에 반사가 잘 되는 재질의 물건이 가득하다.

스노우 네펜데스는 반짝이는 것에 반응한다.

놈을 이용해 건물 안에 악어 거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휘릭- 땅그랑, 땅…… 땅.

수류탄처럼 던져진 통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건물 바닥에 던져졌다.

곧 반대편 창문으로부터 촉수들이 난리를 피워 대며 들이닥쳤다.

와장창-!! 우당탕!!!

촉수들은 순식간에 다가와 방 안을 휘적거렸다.

촉수들을 처음 보는 공략조 대원들은 지레 겁먹어선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시온은 이미 그들에게 반짝이는 물건은 옷에서 모두 떼어 냈기에, 네펜데스가 공략조에 반응하는 일은 없었다.

스스스스…….

생명체가 없는 걸 확인한 네펜데스가 다시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대원들은 시온의 기막힌 방법에 감탄했다.

“오오……!”

“와…… 관리자님.”

하지만 정작 시온은 태연했다.

진재희가 먼저 앞장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온이 가는 길에는 언제나 진재희가 먼저였다.

그녀 덕분에 공략조는 어렵지 않게 건물 옥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일번가 건물은 촘촘하게 세워져 있어 사다리를 이용해서 건물 사이를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걸 통해 보급로를 확보할 수도, 이동로를 확보할 수도 있죠.”

사다리를 메고 있던 남자가 건물 사이에 사다리를 놓았다.

시온은 남자에게 사다리를 단단하게 고정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그 사다리를 천으로 덮어 네펜데스로부터 보호했다.

사다리 역시 알루미늄과 금속 재질로 반짝이기 때문이었다.

끈을 이용해 옥상과 옥상 사이에 사다리를 단단하게 고정했다.

역시 진재희가 먼저 그 사다리를 건넜다.

다닥. 다다닥.

그녀가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위태로운 사다리 다리가 마구잡이로 뒤흔들렸다.

진재희와 같은 뛰어난 균형 감각을 지닌 사람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저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좋아. 됐어.”

진재희가 반대편까지 단단하게 묶자, 사람들은 하나둘 그 사다리를 건넜다.

“어엇…… 엇…….”

“하아…… 높네.”

지상에 푹신한 눈이 깔려 있다 하더라도, 이곳은 지상으로부터 7층 높이의 옥상이다.

폭이 대략 50cm 정도 되는 사다리로는 그들에겐 외줄과 같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네 번의 징검다리를 만들며 안양역으로 다가갔다.

마침내, 그들의 눈앞에 안양역이 들어왔다.

“워-. X발, 쥑이네.”

최명준은 안양역을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같은 장소를 바라보던 강시온은 인상을 찌푸렸다.

건물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깨져 있었다.

역에 붙어 있던 대형 쇼핑몰 외벽에는 헬리콥터가 처박혀 있었다.

그 밑으로 보이는 플랫폼에는 수많은 시체가 선로에 쓰러져 있고, 정체 모를 괴물 몇 마리가 그 시체 사이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하고 있던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

“저……!”

“으…… 으……!”

오우거를 발견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주변에는 사냥해서 온 듯한 인간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니, 채집에 가까웠다.

인간들은 모두 죽어 있었으니 말이다.

전봇대를 둔기마냥 쥐고 있는 오우거 네 마리.

아앙-.

오우거 한 마리가 인간의 시체를 손가락으로 집고선, 한입에 먹어 치웠다.

놈의 포악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입이 쩍 벌어지며, 두 입술 사이에 침이 이어졌다.

그 침과 함께 인간은 놈의 목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꿀떡.

위아래로 움직이는 놈의 목젖.

그것을 보고 공포를 느끼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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