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전사 (2)
벌써 몇 주 동안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했을 유치장 내의 생활.
하지만 남자는 넓은 풍채와 기백을 가지고 있었다.
옷을 몇 겹이나 껴입어서 그런 것 같긴 했지만, 육체적으로도 알맞춤이었다.
대부분이 병든 닭처럼 골골거리는 위층의 여느 시민들과는 차원이 다른 육체를 지닌 남자였다.
선천적인 강한 육체.
난 바로 저런 짐꾼을 원했다.
하지만 저놈이 말하는 대로 나와서 말썽만 피운다면, 골치 아픈 일이었다.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었다.
내 뒤로 세 보나 물러난 경찰은 중얼거렸다.
“저 또라이 새끼. X발.”
경찰관은 그 말을 하고선 더 뒤로 물러났다.
아마 건달의 기백에 눌려 겁이 난 듯 보였다.
난 그가 몇 보 더 뒤로 이동하고서야 다시 건달을 바라보았다.
퉤-.
건달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그곳을 발바닥으로 슥슥 문대었다.
“요즘 애들은 유치장으로 현장 체험 학습 오나 봐?”
날 두고 하는 말이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게 애 같다는 말은 그렇게 큰 도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 그를 저울질 중이었다.
그가 과연 나의 짐꾼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
솔직히 말해서, 원래 세계에서의 건달은 범죄자에 불과하겠지만, 세상이 멸망해 버린 지금 건달만큼 희귀한 자원이 없다.
이젠 힘만이 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척도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유치장에서 나온다고 말썽만 부린다면, 그것만큼 더 미련한 짓이 없었다.
개념이 박힌 쓸모 있는 건달인지, 아님 그냥 X신일지는 그와 몇 마디를 더 나눠 봐야 했다.
우선 녀석의 목적을 알고 싶었다.
그때, 뒤에서 다급한 발걸음이 들려왔다.
“관리자님……! 하아, 하아. 여기 계셨네요.”
인구 조사를 위해 보내 놨던 김수경 순경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일 처리가 마음에 들었다.
김수경은 달려왔는지,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내 코를 킁킁거리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아-. 여기는 정말 냄새가 고약하네요. 정말 오래된 고깃집 화장실 같아요. 암모니아 향이…….”
난 외식한다고 고깃집에 가 본 적이 없어서 김수경이 비유한 냄새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찾아보라고 한 인물들은 전부 모였나요?”
“아, 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해당 직업이거나 비슷한 일을 수행하는 시민들의 명단입니다.”
난 김수경이 건네는 차트를 건네받았다.
김수경이 차트를 손전등으로 비춰 주었다.
차트는 이곳에 있는 시민들의 명단이었고, 내가 요구했던 직업을 가진 시민들의 이름에는 빨간펜으로 밑줄이 쳐져 있었다.
산업 기사, 박종팔 32세.
인테리어 업종 종사자, 김두정 41세.
보석 세공사, 마동식 72세.
건설업 종사자, 김춘석 37세.
보일러 관리 전문 기사, 이종철 53세.
난 차트를 살펴보다 손을 내밀었다.
“펜 좀 주시겠어요.”
“아, 예!”
김수경은 곧장 내 손에 펜을 쥐여 주었다.
당장 쓸모 있을 것 같은 인물들만 골라 추가로 동그라미를 쳐서 표시했다.
대략 30명 남짓의 전문직 종사자들이었다.
그중 보일러 관련 업무를 수행해 본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이종철 53세.
김수경이 밑줄을 친 시민 외의 차트를 눈으로 훑었지만 이종철만큼 적합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는 노동력으로 차용하고.’
나이에 국한하지 않고 힘 좀 쓴다고 하면 모조리 차출할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설령 학생이고 노인일지라도.
난 차트를 김수경에게 건네며 말했다.
“힘 좀 쓰겠다 싶은 사람은 골라서 따로 열을 맞춰 주세요. 30분 뒤에 올라가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관리자님. 근데…… 왜 이런 직종을 찾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설명이 길어집니다. 그냥 하세요.”
“아, 옙! 알겠습니다.”
김수경은 내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다시 후다닥 유치장을 나섰다.
아마 고약한 냄새 때문이라도 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나조차도 코로는 숨 쉴 수도 없을 만큼 고약한 냄새였다.
이 고약한 냄새 속에서도 눈앞의 건달은 정신 줄을 잡고 있었다.
이제 그와 담판을 지어야 했다.
“그건 뭔 놀이냐. 꼬마야. 소꿉놀이야? 삼촌도 여기서 나가서 같이 할까?”
건달은 여전히 나를 도발하고 있었다.
난 한 발자국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뒤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경찰관이 날 불러 세웠다.
“조심하세요. 철창 가까이 가면 위험합니다.”
경찰의 진심 어린 경고에도 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건달이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거기서 두 발자국만 더 오면 죽인다.”
난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실제로 두 걸음 정도만 더 움직이면, 건달이 철창 안에서도 날 움켜쥘 수 있는 사정거리 안이었다.
난 조금 뜸을 들였다.
놈의 표정, 상태, 다음 행동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건달은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이윽고 난 다시 두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였다.
우당탕탕-!!!
유치장 끝 쪽 벽면에 있었던 건달이 갑자기 그곳으로부터 철창을 향해 전력 질주로 달려왔다.
콰앙-!!!!
건달은 쇠창살 바깥으로 손을 뻗어, 나의 목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 위험해!!!”
뒤에 있던 경찰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난 눈동자만 돌려 옆을 바라보았고, 건달의 문신 가득한 팔이 내 목을 둘렀다.
“…….”
“쫄았나?”
건달의 손은 나의 목을 움켜쥐지 않고, 바로 옆에서 멈춰 섰다.
“하하, 쫄았냐고.”
건달의 눈동자는 짐승처럼 날카로웠고, 거칠게 내뱉는 웃음 섞인 날숨은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난 태연하게 그에게 물었다.
“힘 좀 쓰나?”
“…….”
건달은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힘 좀 쓰냐고? 재밌어, 재밌네.”
그의 웃음이 유치장 가득 울렸다.
건달은 휘둘렀던 손을 거두곤, 쇠창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창살 가운데로 얼굴을 푹 집어넣었다.
그는 끅끅 웃어 대더니 다시 물었다.
“힘 좀 쓰냐고? 힘 좀 써? 어?”
그제야 난 건달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는 건장한 체격이었으나, 며칠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해 두 볼살은 움푹 파여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옷 안으로 드러나는 넓은 어깨와 통뼈가 가지는 풍채는 가릴 수 없었다.
게다가 키도 압도적으로 컸다.
2m에 육박해 보였다.
건달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나를 위협했다.
“꼬맹아. 꺼져라. 죽기 싫으면. 이 삼촌이 지금 기분이 X 같아서 말이지.”
건달은 단숨에 표정을 거두곤, 다시 유치장 안으로 터벅터벅 돌아갔다.
난 되돌아가는 건달에게 말했다.
“힘 좀 쓰냐고 물었을 텐데?”
“힘? 힘 좀 쓰면. 네가 여기서 나 내보내 줄 수 있어? 어?”
콰앙-!
건달은 다시 표정을 일그러뜨리곤 터벅터벅 돌아와 쇠창살을 쥐었다.
이제 그의 얼굴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와 나의 얼굴 사이는 기껏해야 30cm 안팎이었다.
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내 말만 잘 듣는다면?”
그 소리에 건달은 어이가 없었는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하…… 말을 잘 듣는 다라. 내가 니 말을? 진짜 골 때리는 애새끼네 이거. 너 말이야.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X같은 쇠창살만 없었으면, 너 죽었어. 개X발 놈아.”
“쇠창살만 없었으면, 이라고?”
그때, 난 다시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이제 그와 나의 간격은 더욱 좁아졌다.
해봐야 15cm.
그에게 더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역한 냄새가 풍겼다.
건달이 주먹을 쥐고 휘두르면 꼼짝없이 당할 정도의 거리였다.
그러니까 난 제 발로 그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 것이었다.
며칠 동안 이곳에서 가만히 있는 건달.
그리고 위협.
마지막으로 방금 내 목을 움켜쥘 수 있었지만 쥐지 않은 것.
확신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이곳에서 말썽을 부릴 생각이 없었다.
왜냐, 건달은 이곳에서 나가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당황했던 건, 건달 쪽이었다.
“잘 들어. 깡패.”
난 그를 올려다보았다.
* * *
‘……이 새끼 뭐야?’
건달은 당황했다.
분명 내려다보고 있는 건 자신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내려다본 남자들은 항상 바짝 쫄아선 바닥에 자지러졌다.
그렇기에 자신의 위용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꼬맹이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려다보고 있는 건 자신인데, 되레 그를 올려다보는 것만 같았다.
딱 한 사람.
자신보다 덩치도 작고, 나이도 많고 힘도 약한 남자가 이런 식의 분위기를 풍긴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큰형님.
올해 67세의 용무파의 큰형님이었다.
큰형님은 키도 작고 나이도 많았지만, 분위기와 목소리로 상대를 완전히 제압해 버린다.
큰형님의 분위기가, 지금 눈앞의 꼬맹이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잘 들어. 깡패.”
시온의 목소리는 딱 큰형님과 똑같은 부류였다.
* * *
시온은 인재를 찾고 있었다.
크게 보면 두 가지 부류의 인재.
첫 번째는 전문 기술자들이었다.
내부의 보일러를 구축하고 겨울나기를 위한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무력이었다.
전문가들을 구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경찰 병력만으로는 식량 보급을 충당할 수 없다.
시온이 원하는 건 경찰의 정찰대와는 다른 의미였다.
그는 몬스터를 포획하고, 몬스터보다 더 강하고, 몬스터를 다룰 줄 아는 인재가 필요했다.
물론, 그런 인재는 몬스터에 대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세력이 상대해야 할 것은 다른 외부의 세력들이었으니까.
눈앞의 건달.
2주가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경찰에게 도발을 할 정도로 정신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근육의 크기도 아직 다른 이들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순종적이어야 한다.
보통 건달은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것과는 다르게 순종적이다.
물론 하나의 조건이 따르지만.
그건 바로 인정이다.
건달은 보통 자신이 인정한 사람에게는 순종한다.
시온은 건달의 눈을 마주하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세상은 이계 종족에 의해 멸망당했고, 우린 정체불명의 게임을 진행 중이다. 바깥은 니가 알고 있던 세상이 아니야. 사람을 잡아먹는 괴수가 돌아다니고, 인간들은 같은 인간을 사냥하고 있지. 하늘엔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고래가 떠다니고 있어. 세상은 역변했어. 그러니까 유치장을 나간다 한들, 네가 죽고 못 사는 형님, 동생님들은 다 죽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뭐, 뭐……?”
건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건달은 고개를 힐끗거리며 경찰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경찰관은 침묵했다.
“여기서 제안을 하나 할게. 유치장에 나와 내 말을 잘 듣겠다고 약속하면, 널 유치장에서 꺼내 주겠어.”
“…….”
건달은 여전히 쇠창살을 움켜쥔 채, 시온을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입꼬리가 살짝 내려가 슬픈 건지, 두려운 건지 알 수 없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건달은 마지막으로 도발했다.
“유치장에서 나간다면 널 죽일 거야. 이런 날 믿을 수 있겠어?”
“날 죽이면 넌 반드시 죽어.”
“……이곳에서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있어. 널 죽일 수 있는 사람.”
“하하.”
건달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는 어이없어서 혀를 둘렀지만, 눈앞의 강시온이 하는 말이 거짓말일 것 같진 않았다.
건달은 숨을 내뱉었다.
“난 뒤가 없는 사람이야. 그냥 널 죽이고 나도 죽으면 돼. 그치?”
“뒤가 없다면서 왜 아직까지 안 죽이고 있어?”
“뭐?”
“넌 거기서 나와서 경찰서를 나가고 싶잖아. 안 그래?”
“네가 뭔데 날 판단해. 어? 꼬맹아.”
“하나 알려 주지.”
시온은 건달을 위아래로 훑었다.
건달의 모습은 마치 두 발로 서 있는 사자와 같았다.
그의 장발 머리가 꼭 사자의 갈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뒤도 없는 사람은 이곳에서 나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 바로 저기 있는 저 사람들처럼 말이야.”
시온은 유치장 한 켠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건달은 그쪽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시온을 노려보았다.
“ 근데 운동도 하고, 경찰한테 도발도 좀 하고. 날 죽일 수 있는 거리인데도 죽이지도 않고. 이상하잖아. 정말 뒤도 없는 새끼라면, 기회만 되면 다 죽이려고 들 텐데. 게다가 넌 그 안에서 깽판을 치지도 않았어. 오히려 쇠창살에 달라붙어 애원하는 남자를 타이르기까지 했어. 정말 모범수인걸?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경찰한테 도발은 해야겠고…… 하지만 큰 말썽을 피우면 처벌을 면치 못하니, 그건 하지 않고. 아니. 사실 넌 날 죽일 이유 따윈 없지. 너랑 난 오늘 처음 만났기 때문에 원한도, 감정도 없을 테니까.”
터벅, 터벅.
시온은 조금 옆으로 걸었다.
그는 유치장 안쪽을 들여다보며 말을 이어 갔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하지. 하지만 뭐. 네가 꼭 나가야 할 이유가 없어도 돼. 난 지금 널 거기서 꺼낼 수 있는 권한과 힘을 가졌고, 넌 그냥 유치장에 갇힌 범죄자일 뿐이고. 그것만으로도 너에게 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고. 멍청하지 않은 이상,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고. 그리고…… 내가 네가 하대할 만큼 애새끼가 아니란 것도 이제 알 테고.”
건달은 침묵했다.
유치장에는 시온의 목소리만이 가득 울렸다.
시온은 유치장 안을 쭈욱 들여다보고는 다시 건달 앞으로 다가갔다.
시온이 유치장 안을 들여다보는 동안 건달은 쇠창살을 쥔 채, 단 한 번을 움직이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나? 웬 꼬맹이가 나타나선 내 말을 잘 따라 주면 풀어 준다고 하니까?”
“…….”
“난 네게 제안하는 거야. 협박이 아니라.”
건달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졌다.
하지만 위엄이 시린 시온의 낮은 목소리는 차분하고 일정하게 유치장을 울렸다.
꼭 건달의 큰형님처럼.
“난 당신이 필요해.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에 온 거야. 어떤 경우든, 무슨 상황이든. 약속할게. 내가 원하는 것만 얻게 해 준다면, 내가 책임지고 널 여기서 내보내 주겠어. ……설마 제안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시온은 다시 한 발자국 더 건달에게 다가갔다.
이젠 시온이 완전히 건달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는 말과 분위기, 어조만으로도 건달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고 있던 것이다.
건달은 지금 시온 앞에서 어린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내게 협력하든지, 아니면 그 안에서 썩어 뒤질 때까지 있든지. 그걸 선택하라는 거야.”
“…….”
시온은 가만히 건달을 노려보며 이어 말했다.
“한 가지 더 알려 주지. 넌 이곳에 있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야.”
“…….”
그 말에 건달의 동공이 흔들렸다.
시온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곤, 다시 고개를 들어 건달을 바라보았다.
“내일 다시 오지. 그때까지 생각해. 두 번의 기회는 없어.”
시온은 뒤돌아 걸었다.
터벅, 터벅, 터벅.
유치장 가득 그의 발걸음이 울렸다.
그때까지도 쇠창살을 쥐고 있던 건달은 시온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 걸 확인하고서야 스르륵, 쇠창살을 놓았다.
건달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X발…….”
시온의 말 중, 틀린 것이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건달은, 아니 최명준은 이곳에서 반드시 나가야만 했다.
세상이 이미 멸망해 버렸다면, 더더욱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