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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31화 (31/221)

#제31화. 정부의 개 (3)

아침 점호를 마치고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잠결에 쌓여 있던 변이나 오줌을 누려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부류.

두 번째는 꿋꿋하게 생리 현상을 참고 다시 자신의 위치로 기어들어 가는 부류.

세 번째는 정찰을 위해 연병장에 남은 사람들이었다.

이청춘 경사가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던 진재희를 불러 세웠다.

“진재희 씨.”

진재희는 시온을 뒤따라가려다 그를 돌아보았다.

이청춘 경사는 정찰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삼단 봉과 권총, 방탄조끼와 털모자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만안 경찰서의 정찰 팀은 매일 점호 이후 출발했다.

상가에서 식량을 구하거나 생존자들을 포섭하기 위함이었다.

시온은 건물로 들어가려다 멈춰 서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이청춘은 진재희에게 말했다.

“약속하신 대로 정찰 팀으로 와주시죠.”

진재희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이내 강시온을 돌아보았다.

자문을 구하려는 듯한 표정이었다.

강시온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청춘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강시온은 정찰에 자원하고자 나섰다.

외부 상황에 대한 정보 역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가 자원하려고 나서자 이청춘은 강시온을 훑었다.

왜소한 체격.

그리고 앳된 얼굴.

많아 봐야 고등학생 정도의 남자였다.

이 도시에 산다면 어쩌면 자신의 딸과 학교 친구일 수도 있었다.

정찰 팀에 들인다고 해도 해 봐야 짐꾼의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할 듯했다.

이청춘은 진재희의 눈치를 살피곤 다시 강시온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안 됩니다. 정찰은 위험합니다. 어제 정찰 때는 동료 경찰관을 잃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촉수에게 습격당해서 말이죠.”

“그래서 가는 겁니다.”

“네. 그러니까…… 네?”

그래서 가는 거라니.

이청춘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이곳 경찰서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찰’이라고 하면 꺼려했다.

처음에는 시민들 중 몇 명을 꾸려 정찰을 보냈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후로는 반발이 심했다.

경찰서 밖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정찰 팀은 경찰과 정찰 팀에 합류한다는 조건으로 세력에 들어온 이들로 꾸려져 있었다.

물론 한 명 한 명의 인력이 절실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청춘은 눈앞의 학생을 사지로 내몰고 싶진 않았다.

이청춘은 고개를 뒤흔들었다.

눈앞의 강시온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목적이 있든, 자신은 그를 데리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 됩니다. 미안합니다.”

“이 사람이 안 가면, 저도 안 가요.”

“예?”

이번에는 진재희가 강수를 두었다.

이청춘은 조금 놀라 진재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선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이라니.

둘이 남매가 아니란 소리인가.

이청춘은 팔짱을 꼈다.

분위기를 잡아야 할 때, 그가 하던 버릇이었다.

“진재희 씨는 정찰 팀에 들어온다는 조건으로 이곳에 온 걸로 기억합니다만. 이런 식으로 나오신다면 곤란하죠.”

“그럼 나갈게요.”

진재희는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초강수였다.

진재희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네 개의 플라스틱 스틱을 이청춘에게 건넸다.

이청춘은 그녀의 손에 올려진 스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서 받으라는 듯, 손목을 흔들었다.

그때, 먼 곳으로부터 그의 부하가 소리쳤다.

“반장님! 이제 출발합니다.”

이청춘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정찰 준비를 마친 팀원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청춘은 다시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몇 번의 말이 오가는 동안 눈앞의 두 남녀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의도한 건지, 아님 자연스러운 건지.

이청춘은 강시온을 돌아보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요. 그럼 같이 가요.”

강시온 때문에 포기하기에는 진재희가 아까웠다.

그녀는 정찰 팀에 꼭 필요한 인재였다.

오로지 이청춘의 촉이었을 뿐이지만.

오랜 기간 무예에 몸담다가 경찰이 된 그는 알 수 있었다.

호랑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에게선 호랑이처럼 강한 기백이 느껴졌다.

“대신 무리하지 마세요.”

이청춘은 강시온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 * *

정찰이 시작되고 한 시간이 흘렀다.

난 무리를 따라 걸었다.

무리의 전방에는 무장한 경찰관들이 앞장섰고, 중간에는 일반 시민 무리 그리고 가장 뒤 열에서 나와 진재희가 뒤따랐다.

정찰 팀은 총 10명이었다.

어제와 오늘, 경찰서를 전반적으로 살펴서 알아낸 정보들은.

경찰관들의 주요 임무는 정찰, 통제, 교신에 있었다.

정찰은 3개의 팀으로 나누어진 총 30명 남짓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도시를 수색했다.

통제는 정찰을 나간 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경찰들이 수행하고 있는 임무였고, 통신은 경찰서장을 포함한 소수의 인원들이 안양시 내부의 경찰 연락망을 이용해서 교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찰 팀에 배속된 소수의 시민들을 제외하곤 경찰서 안에서 생활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은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부조리한 생존 방식이었다.

‘그래서 퀘스트에도 나온 거였나.’

경찰서장이 이러한 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면, 이 세력은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괴멸할 것이다.

K가 말했던 ‘겨울’이라는 주제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 겨울이 아직 다가오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날씨는 인간에게 있어선 충분히 겨울이라고 할 만하지만, 과연 ‘그들’에게도 이것이 겨울일까?

그런 의문을 품으며 대열을 따라갔다.

이번 정찰을 자원해서 나선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난 이 도시를 더 자세히 알아야만 했다.

결국 모든 것은 정보 싸움이다.

정보가 우위에 있어야만 어떤 선택지가 주어지든 사건을 수월하게 전개시킬 수 있다.

정찰의 의미가 단순히 식량 확보와 생존자 확보라고 할지라도.

내게 주어진 의미는 달랐다.

그 사실을 옆에서 나란히 걷던 진재희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찰 팀은 미리 정해둔 순찰로를 따라 이용 중이었다.

정찰이 시작된 지 2시간.

지금까지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맨 앞 열의 이청춘 경사가 대열을 멈춰 세우더니 이내 돌아보며 말했다.

“잠시만 휴식하겠습니다.”

그 목소리에 정찰 팀은 기진맥진한 채, 바로 옆 건물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원래라면 아직 숨도 차지 않을 만큼 짧은 거리, 짧은 시간의 정찰이었다.

하지만 눈밭을 헤치고 나가는 육체적 피로와 더불어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정찰 도중 사람이 죽었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그들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털썩-.

난 정찰대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 안쪽 벽에 앉아 숨을 골랐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핫 팩으로 몸을 녹였다.

따뜻했다.

방금 전까지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칼로 베는 듯한 추위 때문에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발가락을 계속 꼼지락거리면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진재희가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괜찮아?”

“뭐가.”

그녀는 내 옆에 나란히 앉더니 물었다.

“추운 거 말이야.”

“문제없어.”

사실 이 정도 추위는 일용직 노동 일을 할 때, 적응이 되어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추워지는 것은 문제였다.

진재희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물었다.

“이보다 더 추워지겠지?”

그러자 진재희는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응. 혹한이 찾아오면 작은 건물 정도는 완전히 뒤덮일 정도로 눈이 쌓일 거야.”

아그작-.

그녀는 가방에서 꺼낸 얼어붙은 에너지바를 부러뜨리고 반쪽을 내게 건넸다.

“먹어. 초콜릿은 체온 유지에 도움 돼.”

난 조심스레 그것을 받아 내 한입에 털어 넣었다.

초코바는 추위 때문에 바짝 얼어붙어 사탕을 씹는 듯했다.

“대비해야만 해.”

딱딱한 초코바를 물고 있는 진재희의 목소리는 어눌했다.

나 역시 혓바닥을 굴려 초코바를 녹여 내며 생각했다.

지금까지 눈은 무릎까지 차오른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라면 이를 훨씬 넘어서 대략 지상 10미터 높이의 눈이 쌓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그건 혹한의 기준을 넘어섰다.

지금은 재난 수준이겠지만, 그건 재앙이었다.

“전생에선 혹한에 대비하기 위해 온 도시를 불태웠어. 해운대, 국제 시장, 마린시티, 부산역. 모든 곳이 불탔지. 애초에 그곳에 문명이 없던 것처럼.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 나가는 혹한을 이겨 내지 못한 사람들의 선택이었어.”

바스락, 바스락.

난 에너지바 봉지를 꼼지락거리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덕분에 눈은 녹았지만, 그걸로 인해 숨어 있던 사람들은 잠결에 모두 불타 죽었지.”

바스락-!

난 봉지를 강하게 움켜쥐곤 이내 바닥으로 놓아 버렸다.

그러자 에너지바 봉지는 힘없이 손아귀에서 벗어나 떨어졌다.

그때, 이청춘 경사가 인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시 출발합니다. 일어나 주세요.”

그 목소리에 쉬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난 그녀보다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괜찮아. 도시를 불태우지 않아도 돼.”

1라운드를 경험하며, 인력 보존에 대한 중요도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당장의 2라운드를 해결하기 위해 온 도시를 불태울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난 이번 라운드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토대가 필요했다.

세력을 거머쥘 수 있는 토대.

우선은 눈앞의 이청춘 경사에게서 신임을 얻어야 했다.

진재희가 따라 일어나며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난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선, 앞서 걸어 나가는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대답했다.

“도로를 만들 거야.”

내 말에 진재희는 멈춰 섰다.

그리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도로……?”

이번 정찰에 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난 어느 생명체를 찾아야 했다.

추위에도 잘 버티며, 포획하기도 쉬운.

내가 생각하는 방법들만 잘 먹혀든다면…….

난 어렵지 않게 경찰서를 접수할 수 있을 것이다.

* * *

안양시 동안구, 안양시청 앞 도로.

퍼억-!

세범은 발길질에 못 이겨 앞으로 쓰려졌다.

주위로 두 명의 여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는 세범의 목덜미를 쥐며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허튼 생각 말고.”

“흐우…… 후…….”

여자는 다시 세범을 걷도록 밀쳤다.

시청 앞 도로.

10명의 남자들이 일렬로 묶인 채, 시청 앞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남자들을 감시하고, 앞세우는 건 모두 ‘전사’들이었다.

안양시 동안구 제1세력의 얼굴을 가린 전사들.

전사들에게 묶인 남자들은 힘없이 걸었다.

그들은 모두 상품이었다.

여왕에게 바쳐질 상품.

“콜록! 콜록……!”

세범은 걷다가 힘이 빠져 또다시 대열에서 쓰러졌다.

그 옆에 있던 남자까지 휘청거렸다.

그러자 한 여자가 파이프를 쥐고 걸어왔다.

“하아…… 하아…….”

피범벅이 된 이세범의 시야 속에서 여자의 신발이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자는 세범의 등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파이프가 등을 후려치면서 뼈에 금이 가는 듯한 고통이 온몸에 사무쳤다.

이세범은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내질렀다.

전사가 세범의 얼굴을 내려치려고 하자, 그 곁에 있던 전사가 그녀를 막아 세웠다.

“얼굴은 안돼.”

그러자 전사는 쥐고 있던 파이프를 조심스레 거두었다.

그리고 세범의 머리칼을 쥔 채, 일으켜 세웠다.

“걸어. 상품. 아님 죽인다.”

세범은 쇠사슬에 반쯤 이끌리며 걸었다.

그가 걸을 때마다 뒤에서 발길질이 이어졌다.

“하아…… 하아…….”

세범은 고개를 들어 시청을 바라보았다.

시청을 점령하고 있는 세력.

안양시 동안구 일대를 단 3일 만에 통합한 제1세력.

세범은 그 세력 앞에서, 자신들이 쇼핑몰 안에서 했던 일들은 그저 아이들의 전쟁놀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로는 달랐다.

도로는 곧, 도시를 잇는 길이었다.

그리고 리그가 개최되었을 때, 가장 인구수가 많은 것도 도로였다.

그들은 도로를 점령하고 세력을 빠르게 확장했다.

강시온의 홍 팀은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전부 흩어져 버렸지만.

이곳은 아직까지도 건재하다.

아니, 건재하다 못해 견고했다.

시청 앞, 각종 사제 무기들로 무장한 전사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10명.”

“10명뿐이야? 그럼 어떡해. 안 되잖아.”

“걱정 마. 이번에는 최상품도 섞여 있으니까.”

“최상품?”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쓴 전사들.

전사의 눈동자는 야수의 것과 같았다.

전사는 이세범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웃음을 본 세범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최상품이구나. 저 정도면 여왕께서도 기뻐하시겠어.”

마스크를 쓴 전사는 품에서 작은 과도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과도로 세범의 턱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야릇하게 세범에게 속삭였다.

목에는 칼을 들이민 채로.

“조심해. 여왕께선 지금 아주 굶주린 상태거든.”

“……누나. 누나를 어떻게 했지?”

“응?”

전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707 출신의 주연이 괴한들에게 꼼짝없이 당했다.

세범은 아직까지도, 바로 어제의 일이었지만 피떡이 되어 입술 사이로 피를 흘리는 주연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빨래처럼 추욱 늘어진 주연의 몸을 괴한들은 끌어올렸다.

그 뒤로 세범은 주연을 볼 수 없었다.

여자는 여전히 세범에게 칼을 거두며 말했다.

“그걸 알려 줄 수는 없는데. 여왕께 잘 보여봐. 어쩌면 살려 주실 수도 있어.”

“왜 이러는 거야…… 왜.”

“왜? 글쎄. 우리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처형당하거든.”

“처형……?”

“너. 건물 출신이구나. 아직 ‘법’에 대해 모르는 것 보니.”

법? 건물 출신?

세범은 여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건물 안에서 있었던, 그러니까 쇼핑몰 안에 있었던 모든 것들이 그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

법에 대한 것.

그리고 여왕.

이곳을 점령하고 있는 세력까지.

세계가 멸망한 지 이제 일주일하고도 2일이 지났지만, 이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사람의 목숨 따윈 파리 목숨마냥 죽어 나가는.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었는지.

당장 여왕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세범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남자들은 일렬로 시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뒤 열로부터 세 명의 남자는 시청에 들어갈 수 없었다.

딱 이세범의 뒤까지의 남자들이었다.

“잠깐. 너희 셋은 남아. 상품성이 떨어지니깐.”

남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세범은 그곳으로 끌려 들어가면서도, 고개를 힐끗 돌아가는 시청 회전문 틈을 바라보았다.

푹, 푹, 푹.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 남자 셋은 그 자리에서 목이 찔려 죽었다.

그들의 죽음은 담백했다.

외마디 비명도 없이 그저 목에 과도가 찔린 채, 앞으로 쓰러졌을 뿐이다.

회전문이 돌아가는 그사이의 시야.

세범은 그들의 최후를 끝까지 눈에 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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