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공성 (2)
난 총을 쏠 줄 모른다.
총에 대해 아는 것도 없다.
총이 어느 정도 무게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총알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총을 겨누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신중해야만 했다.
멀리서 적을 타격하는 것보다 가까이서 확실히 적을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
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몰려서야 겨우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다.
타앙-!
묵직한 총성이 매장 가득 넓게 퍼졌다.
띵-.
귀가 순간적으로 멎었다.
총소리가 이렇게 크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땐…… 정말 작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단 하나.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총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가장 확실하게 적의 숨을 끊을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두 번째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역시 묵직한 화약 소리와 함께 달려오던 여자의 머리통이 폭발했다.
말 그대로 폭발.
총알이 뇌를 관통하면서 단단한 두개골 뼈와 부딪히며 여러 파편으로 나뉘었다.
잔혹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난 이미 그런 잔혹함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총구를 돌렸다.
바리케이드를 넘어오는 한 남자.
총과 마주한 순간 마치 귀신을 만난 아이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타앙!
비명에 걸맞게 방아쇠를 당겼다.
남자는 심장에 총을 맞고선 뒤로 쓰러졌다.
이걸로 세 번째.
남은 총알은 일곱 발.
적은 아직도 많았다.
“시온 씨!”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
난 어질어질한 정신을 붙들곤 그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권경수가 피를 뒤집어쓴 채, 내게 달려왔다.
그는 소리쳤다.
“총, 내게 주세요! 제가 더 잘 쓸 수 있어요! 절 믿으세요!”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
확실히 그는 특전사 부사관 출신의 남자였다.
하지만 어지러운 정신 가운데서도 결코 그에게 총을 건네선 안 된다는 것쯤은 인지하고 있었다.
난 청 팀과 싸우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흑 팀’에 대해 생각 중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세 명의 왕 중, 두 명의 왕은 죽는다.
그것이 룰이다.
난 그를 무시하곤 다시 전방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이 싸움, 내가 끝낸다.
아직 적의 왕을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김동길을 죽인다면 상황은 확실하게 내 쪽으로 넘어올 것이다.
척.
난 김동길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가늠자 안에 놈의 몸통이 들어왔다.
하지만 곧 총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김동길과의 거리는 대략 20m로 못 쏠 정도의 거리는 아니었지만, 지금 내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안 좋았다.
바리케이드에서 떨어질 때 머리부터 떨어져 뇌진탕 증세가 있었으며, 허벅지에 꽂힌 과도 사이로는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순간 직감했다.
그를 노리는 건 총알 낭비라고.
그 순간, 청 팀의 사람들이 식칼을 쥐고선 내게 달려들었다.
“이 X새끼가!!!!”
‘치잇……!’
난 곧장 총구를 돌려 앞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겨누었다.
연달아 두 발을 쏘았다.
탕, 타앙!
네 번째 탄알은 적을 명중해 쓰러뜨렸다.
하지만 다섯 번째 탄알은 반동 때문에 허공에 날려 보냈다.
총의 명중률이 100%였으면 좋겠지만, 100%가 아니기에 인간인 것이다.
난 곧장 여섯 번째 탄을 청 팀에게 겨누었다.
“으아아아악!!!!!”
연달아 두 명이 달려들었다.
난 고민 없이 총을 쏘았다.
타앙!
“어억!”
“악!”
두 사람이 겹쳐서 총에 맞아 쓰러졌다.
뒤에 있던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팔에 맞은 모양이다.
하지만 총이다.
팔에 맞은 것만으로도 적은 전투 불능.
일곱 번째 탄알을 준비했다.
그 순간이었다.
“야악!!!”
덥썩! 쿠당!
웬 중년의 여자가 옆에서 튀어나와 날 밀어 넘어뜨렸다.
난 그대로 옆으로 넘어졌고, 총을 놓쳤다.
총은 바닥에 미끄러지듯 굴러가다 멈추었다.
“아악…… 으으……!”
신음을 내뱉었다.
허벅지가 불타는 듯한 고통이었다.
넘어지면서 허벅지의 상처가 더 벌어진 듯했다.
“으어…… 어…….”
정신이 희미했다.
너무 아파서 정신이 끊길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날 넘어뜨린 여자는 내 위에 올라타선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다.
“죽어! 죽어! 죽어!”
퍽, 퍽, 퍽, 퍽!
얼굴에 집중되는 여자의 주먹.
성인의 살기 띤 주먹질은 무척이나 아팠다.
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막기에 급급했다.
그러자 여자는 내 손을 입에다 가져다 놓더니 물어뜯기 시작했다.
“으극…… 으으으으그극……”
내 손이 마치 고기라도 되는 것처럼 잘근잘근 씹었다.
퍼억!
난 왼 주먹을 휘둘러 여자의 옆구리에 꽂아 넣었다.
“아갸악! 악!”
여자는 괴성을 내지르며 이빨을 거두었다.
하지만 다시 반격할 힘이 모자랐다.
뇌진탕 때문에 온몸의 힘이 추욱 쳐졌기 때문이다.
“이 X발이!”
여자는 엉금엉금 기어 와 두 손가락을 내 눈동자에 넣으려고 했다.
난 완강히 저항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거의 다가왔다.
두 눈을 질끈 감은 그 순간이었다.
푸욱!
“억. 커허억.”
그녀의 목에 사선으로 박힌 밀대 창.
여자는 추욱 늘어져 쓰러졌다.
창을 쥐고 서 있던 건 이세범이었다.
그도 몇 차례 격전을 치른 뒤였다.
행색은 심히 지쳐 보였고, 숨은 가빴다.
이세범은 내게 손을 건넸고, 난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이세범은 창을 반대편으로 겨누며 넌지시 말했다.
“너 허벅지.”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난 서둘러 떨어트린 총을 찾았다.
어두운 탓에 누군가 주웠을 확률은 적었지만, 동시에 나 역시 다시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곧 멀지 않은 곳에서 권총을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안도했고, 난 절뚝거리며 달려가 그 총을 쥐려고 했다.
하지만 총을 먼저 쥔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리 같은 팀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총이 쥐어진다는 건, 꽤나 위험한 일이었다.
난 시선을 올려 총을 쥔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
이주연.
그녀는 총을 들고선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군인 출신이었다.
총이라면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더 많이 다루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심장 고동이 빠르게 요동쳤다.
근처에서 사람들이 엉겨 붙어 전투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요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내 시선은 오로지 총에 박혀 있었다.
그녀의 다음 말을 주목했다.
그 순간, 이주연은 총을 들었다.
“간수 잘해.”
“…….”
훽-.
이주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내게 던졌다.
총은 포물선을 그리며 내게 던져졌다.
난 겨우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창을 쥐곤 내 곁에 다가왔다.
내 뒤로는 이세범이 등을 맞대고 있었다.
난 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녀를 바라보았다.
방금 행동으로 난 그녀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다가오자, 난 곧바로 그녀의 손에 총을 쥐어 주었다.
조금 놀라 이주연이 날 돌아보았다.
“한 발, 맞출 수 있겠어?”
“…….”
난 총에 대해 모른다.
총은 이주연이 더 잘 알고 있다.
이주연은 그 총을 쥔 채,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녀를 두고 신신당부하였다.
“반드시 맞춰야 해.”
“누군데.”
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주연의 시선은 내 손가락을 따라갔다.
반대편 시야.
사람들이 왔다 갔다 치열하게 싸우면서 시야를 방해했지만, 그곳에는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정장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
검은 뿔테 안경에 사각 턱.
청 팀의 김동길.
“저 남자.”
“……해볼게. 하지만 조준 시간을 벌어 줘.”
이주연은 권총을 쥔 채, 앞을 겨누었다.
안정적인 자세였다.
내가 할 때와는 다르게 그녀는 온전히 두 손으로 권총을 쥐고 있었고, 눈동자는 오로지 가늠자에 맞춰져 있었다.
그녀는 심호흡하며 숨을 죽였다.
그동안 나와 이세범은 그녀를 외부 위험으로부터 지켜야 했다.
난 그녀가 쥐고 있던 창을 쥐어 전방을 겨누었다.
반대편으로는 이세범이 지키고 있었다.
“너, 괜찮겠어?”
이세범이 걱정스러운 듯, 다시 물었다.
난 말했다.
“상관없어.”
지금 느끼는 이 고통 따윈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피가 흐르는 것이 분초 단위로 느껴졌지만, 난 해야만 했다.
모든 건 홍 팀의 승리를 위해서.
“이 X발, 괴물아!”
다가오는 젊은 남자가 갑자기 욕을 내뱉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 내쉬고 있었으며 왼팔에는 칼에 베인 흔적이 역력했다.
남자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그냥……! 너희 왕 빼고 전부 청 팀에 합류해서 살아남았으면 되었잖아……. 왜, 왜! 이렇게까지 우리가 싸워야 하냐고.”
“…….”
침묵한 채, 남자의 팔에만 집중했다.
“이제…… 취업했는데, 빌어먹을! 이제 할머니 호강 시켜 줄 수 있었는데 말이야! 난…… 난 여기서 죽으면 안 돼. 안 된다고…… 이 괴물 새끼야…….”
남자는 몸을 부들거리며 떨면서도 칼을 쥔 손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언제든지 내게 달려들 수 있었다.
“그냥 너희 왕만 잡았으면……. 모두가 살 수 있었는데. 아아…….”
남자는 흐느꼈지만, 결코 공감해 줄 순 없었다.
결과적으론 그의 말이 옳다.
난 홍 팀의 왕이다.
나만 삶을 포기하고 죽었더라면, 홍 팀 청 팀에 속한 사람은 모두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 싶었다.
난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할머니를 끔찍이 아끼는 취준생이자 효자인 이 남자보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언제나 밝은 미소를 띠는 유치원생 교사보다.
로스쿨을 나와 범죄자를 감옥에 처넣는 정의로운 검사보다.
매일이 바쁜 와중, 주말이면 짬짬이 시간을 내어 봉사 활동을 다니는 어느 대학생보다……!
난 내 인생.
내 동생이 더 소중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번도 느끼지도 보지도 못했던 너희들의 소중한 인생, 가치 있는 인생보다도 난 내 동생이 훨씬 소중하단 말이다.
그의 말이 옳다.
난 괴물이다.
내가 왕이 되었을 때부터 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아니, 어쩌면 그날부터.
부모의 영정 사진 앞에 상주로서 자리할 때부터 난 인간일 수 없었다.
그게 빌어먹을 내 인생이다.
그리고 난 여전히 죽을 순 없다.
“으아아아!!!”
갓 취업한 청년이 칼을 들곤 울부짖으며 달려왔다.
난 양손에 쥔 밀대 창을 그대로 찔러 넣었다.
푸욱!
청년의 턱밑을 찌른 창은 그대로 머리를 관통했다.
창에 찔린 청년이 눈물을 머금고는 멈춰 섰다.
부들거리는 창대로 청년의 피가 흘러내려 손에 닿았다.
피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털썩!
청년은 그대로 쓰러져 중얼거렸다.
“할머니…… 할머니…… 할…… 머…….”
청년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죽었다.
그리고 곧 여덟 번째 총소리가 들렸다.
타앙-!
이주연이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난 총소리가 들리자마자 김동길을 바라보았다.
김동길은 도끼로 홍 팀의 사람을 계속해서 찍고 있었다.
* * *
꾸직! 꾸직!
김동길은 사람을 도끼로 내려찍으며 생각했다.
영화에서 보던 잔혹한 장면은 사실 귀여운 수준이라는 걸.
지금 자신이 행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한 채, 눈앞의 생명체를 죽이기에만 열중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그 말만을 습관처럼 내뱉으며 다음 먹잇감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그는 안경알에 튄 피를 닦아 내며 도끼를 휘둘렀다.
그때였다.
팍!
그의 왼팔과 왼 옆구리를 관통하는 총알.
그 뒤로 총소리가 들렸다.
타앙!
“……!?”
풀썩!
김동길은 몸을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고통스러워했다.
숨이 넘어가려는 듯 넘어가지 않았고, 차마 코로 숨을 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배가 불타는 듯한 감각이 들었고, 곧 새빨갛고 뜨거운 피가 바닥 가득 물들기 시작했다.
“아어…… 어억…… 어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숨도 쉬어지지 않았기에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보이는 시야로는 이미 죽어 버린 여자가 눈 뜬 채로 쓰러져 있는 모습.
그 여자의 시체를 지르밟고 뛰어다니는 양 팀의 사람들.
그 순간 김동길의 뇌리에는 하나의 절망적인 생각이 스쳤다.
‘나 죽는 건가.’
죽음을 직감했던 것이다.
몸은 꼼짝할 수 없었고, 손은 겨우 움직였다.
아픈 것도 모르고 배를 매만지다가,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손가락 끝으로는 마치 돼지 내장처럼 미끌미끌한 것이 느껴졌다.
그 손가락을 다시 거둬 자신의 눈앞에 두니, 손가락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김동길은 어렸을 적부터 피가 싫었다.
코피조차 싫었다.
그런 와중, 피를 마주하니 정신적으로 버티기가 어려웠다.
차라리 죽을 거면 빨리 죽는 게 나았다.
지금 이 순간, 죽어 가는 이 기분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악!!!”
마침내 그의 목에서 큰 소리가 퍼져 나왔다.
김동길은 겨우 몸을 일으키며 상체만 엉금엉금 기어 무너진 진열대에 기대었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죽기 싫어!’
김동길은 한 손으로 상처 부위를 막았다.
하지만 막아 봤자, 피는 더욱 억세게 터져 나왔다.
김동길은 필사적이었다.
옆에 쓰러져 있던 남자의 옷을 낑낑거리며 빼내었다.
그리곤 상처 부위를 강하게 압박했다.
‘내가 왜 죽어. 난 죽을 이유가 없잖아. 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고……! 죽을라면 X발 딴 사람이 죽어. 내가 왜 죽어야만 하는데. 내가 왜……!’
김동길은 상처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자 찢어질 듯한 그의 비명 소리가 쇼핑몰 가득 울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정신이 혼미했다.
눈알이 뒤집어졌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하지만 김동길은 ‘살고 싶다’라는 필사적인 감정에 초인적으로 힘을 내었다.
지금만 살아남으면 된다.
지금만.
지금 상황만 잘 버티면 이곳에서 다시 나갈 수 있다.
나간다, 나가.
이 지옥 같은 쇼핑몰에서 반드시 나간다.
“아악!”
“어억!”
“꺄아악!”
그 순간, 연이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비명 소리들을 들으며 김동길은 미친 사람마냥 실실 웃었다.
‘이것 봐! 이것 봐! 우리가 이기잖아. 우리가 이겼다고.’
그때까지 김동길의 시선은 여전히 자신의 상처에 꽂혀 있었다.
김동길은 새어 나오는 피를 손으로 모아 다시 상처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것들을 집어넣었다.
나중에는 더럽고 피로 얼룩진 옷들마저 상처 안으로 집어넣기에 이르렀다.
툭.
그 순간, 그의 턱에 날카로운 것이 닿았다.
“하…… 하아아…… 하아……?”
김동길은 부들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검을 쥔 진재희가 있었다.
그녀의 검날은 서서히 들어 올려지며 김동길의 턱을 치켜세웠다.
진재희는 낮은 어조로 말했다.
“끝났어. 그만 저항해.”
“하아…… 하아…….”
김동길은 그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까부터 들려오던 비명 소리.
그 비명 소리는 모두 청 팀의 소리였다.
그들은 모두 검에 베인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반대편 에스컬레이터 입구로부터 이곳까지 마치 도미노가 쓰러진 것처럼 쓰러져 있었다.
진재희가 모두 죽인 것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홍 팀의 병력들이 숨을 가쁘게 쉬며 김동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재희는 김동길을 두고 차갑게 말했다.
“어딨어? 너희 왕.”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