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공성 (1)
김동길은 광기에 사로잡힌 듯, 무작정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내에는 이미 수십 명의 발자국 소리들이 겹쳐 요란했다.
그의 손에는 식칼이 쥐여 있었고 그 뒤로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따랐다.
눈앞에 1층의 계단 문이 보인다.
김동길은 고민 없이 문을 열었다.
덜컥!
문을 열자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를 지나야만 메인 홀이 나왔다.
반대편으로는 검은 연기가 뒤덮인 유리창 문도 보였다.
“후우……! 후우……!”
그의 심장 박동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심호흡은 가빴다.
그는 서서히 걸어가 코너 모퉁이에 몸을 기대었다.
그를 따라 청 팀의 인원들이 벽에 몸을 숨겼다.
김동길은 고개만 살짝 내밀어 메인 홀을 바라보았다.
완벽한 고요.
3층에서 느꼈던 그 소름 끼치는 고요와 일치했다.
오로지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로부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선 그들이 먼저 뛰어나와 소란을 일으키면, 그때서야 홍 팀의 배후를 노릴 것이다.
그리고 희생 끝에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김동길은 뒤따라온 인원들을 두고 말했다.
“모두 준비해. 라이트 잘 간수하고. 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 명심해.”
인원들은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3층에서의 교훈이 있다.
피아 식별이 되지 않는다면 청 팀은 또다시 저들끼리 치고받는 싸움이 될 것이다.
김동길은 그 교훈을 통해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 냈다.
바로 상의 왼쪽 소매 부분을 칼로 잘라 놓는 것.
그것이 청 팀이라는 증거였다.
김동길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이 X새끼들. 전부 끝이다.’
총만 피하면 된다.
어차피 석궁이면 근접한 거리에서는 별수 없을 것이다.
적들의 근접 무기라고 해봐야 밀대 봉이 전부일 것이다.
밀대 봉은 각 화장실, 청소부 휴게실, 매장 곳곳에 배치된 미개봉 상품들이 많았으니.
김동길은 대형 쇼핑몰의 지점장이다.
그 정도 상황 파악은 이미 끝났다.
그때, 반대편 에스컬레이터에서 빛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청 팀의 병력들이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왔다.’
김동길은 사람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내고, 그들이 돌격하기만을 기다렸다.
곧 에스컬레이터로부터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려왔다.
그들의 처절한 소리가 매장 가득 울렸다.
“으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저마다 괴성을 내지르며 쏟아지는 청 팀의 사람들.
그 순간.
석궁이 쏘아졌다.
육안으로 확인할 순 없지만, 청 팀의 사람이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아악!”
또다시 비명 소리.
곧 사람들이 쏜 손전등 빛에 의해 홍 팀의 주둔지가 보였다.
적의 주둔지 앞을 확인한 청 팀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진열대를 이중으로 쌓아 올린 바리케이드, 그 높이가 2m 가까이 되었다.
매장 사각 지역을 기준으로 사각형 모양으로 하나의 성(城)이 있었다.
그들은 소수의 인원이 방어하기 수월하도록 좁은 지역을 방어 지역으로 구축했던 것이다.
그 모습은, 한눈에 보았을 때는 경악스러웠으며 놀라웠다.
그리고 그 위에는 기다린 밀대 창을 쥔 수십 명의 홍 팀들이 다가오는 청 팀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었다.
공성전(功城戰)이었다.
* * *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온 청 팀은 그 장엄한 바리케이드와 마주한 순간 얼이 빠졌다.
“어엇……?”
“어……?”
분명 게임 종료 후, 홍 팀은 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들을 단숨에 덮친다면 일망타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생각들이 안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것과 생소한 것을 마주했을 때에는 순간, 사고 회로가 멈춘다.
지금의 청 팀 상황이 딱 그랬다.
그리고 모든 것을 준비하고 또 계획했던 홍 팀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결코 ‘익숙하지 않다’거나 ‘생소한’ 광경이 아니었다.
모두 이 상황을 마주하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에요!”
강시온이 소리침과 동시에, 진열대 위의 투창병들이 일제히 창을 던졌다.
슈욱, 슈욱!
창의 명중률은 현저히 낮았다.
단 한 번도 창을 던져 보거나, 누군가를 죽여 보지 않은 것은 홍 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
밀대 창을 맞춘다고 해도 사람을 죽일 정도의 관통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온은 그런 것까지 전부 예상했다.
홍 팀의 전략적 무기는 바로 ‘성’과 예기치 않게 생긴 ‘석궁’이 되었다.
석궁을 쥔 세 명이 일제히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슈슈슉!
화살의 명중률은 창의 몇 배나 되었다.
게다가 특수 부대 저격수 출신이었던 이주연의 사격 솜씨는 실로 대단했다.
팍! 팍!
한 발에 한 명씩.
화살을 맞은 청 팀의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아아아악!”
“끄아아악!!!”
그들의 처절한 신음 소리가 여기저기 퍼져 나갔다.
그 신음에 몇몇 홍 팀의 인원들이 울상을 짓거나, 죄의식에 손을 떨었다.
그때마다 강시온은 소리쳤다.
“망설이지 마요!”
그의 리더십에 사람들은 하나둘 죄의식을 거두었다.
이미 이 게임에 참가한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밀대 창이 허공을 가르며 청 팀에게 쏘아졌다.
몇 명의 사람이 창에 맞아 쓰러졌고, 또 몇 명의 사람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선발대로 달려든 청 팀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진 않았다.
다급한 건 청 팀도 마찬가지였으니.
김동길은 가만히 뒤에서 지켜보다가, 도망치는 한 청 팀 남자의 머리를 도끼로 내려찍었다.
“어억!”
푸슛! 푸슈웃!
억, 소리와 함께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같이 도망치던 청 팀들은 그들이 마주한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계단 층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모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온 같은 팀 사람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던 것이다.
김동길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곤, 그 피 묻은 도끼를 빼내며 위협했다.
“도망치면 죽인다, 너희에게 허락된 건 저 진열대를 무너뜨리는 것뿐이야. 자, 돌격해.”
“이…… 이…… X바알……!”
“우린 같은 팀이잖아! 엉?!?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같은 팀이니까, 각자의 역할이 있는 거 아냐?! 우린 후발대로 공격해 들어갈 거야. 우리도 공격할 거라고! 젠장!”
계단 층의 사람들이 김동길에 옹호하며 소리쳤다.
어찌 되었건 청 팀으로서는 홍 팀의 성을 무너트려야 했다.
희생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 상황 속에서 김동길은 소수의 인원이 희생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으으……! 으으으으……!”
“제기랄…… 제기랄!!”
“너희…… 두고 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억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죽는 것은 똑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홍 팀의 방어를 무너뜨린다면 그들에게도 일말의 생존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그랬기에 돌격할 수밖에.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악-!!!”
청 팀이 다시 돌격을 감행했다.
홍 팀의 사람들은 이미 두 번째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처절하고, 치열하고, 잔혹하고, 지독한 전투가 한동안 이어졌다.
* * *
슉!
화살 한 발이 날아가 달려오는 여자의 심장에 박혔다.
여자는 피를 터트리며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난 곧장 흐물거리는 고무 밴드를 뒤로 당겨 홈 안에 화살을 끼웠다.
고무 밴드는 당겨진 채로 손가락에 고정됐다.
새총의 원리와 비슷했다.
슉-! 팍!
또다시 명중.
하지만 몇 발 끝에 고무 밴드의 끝부분이 힘이 약해져 늘어났다.
이젠 끝까지 당겨도 밴드가 완전히 밀착하지 않았다.
석궁의 내구도가 거의 다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였지만, 상황이 급박한지라 이것이 밉게만 느껴졌다.
청 팀은 계속해서 바리케이드를 향해 몸을 던졌다.
어떤 이는 몸에 화살을 몇 방이나 맞고도 바리케이드에 돌진을 감행했다.
청 팀은 바리케이드에 바짝 붙어서는 진열대를 밀어 무너뜨리려 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힘으로는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이미 못질로 진열대 사이를 이어 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로 바리케이드가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우린 시간이 없었고, 적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 ‘엉성’이었다.
하지만 이 ‘엉성’조차 없었더라면 우린 이곳에서 모두 죽었을 것이다.
한 명도 빠짐없이.
“으아아아!!!”
푹!
진열대 위의 홍 팀은 밀대 창으로 바리케이드에 달라붙은 청 팀을 찔렀다.
한 남자가 바리케이드를 밀다가 두개골에 밀대 창이 꽂혀 쓰러졌다.
또 한 여자가 그 시체를 넘어 다시 바리케이드를 밀다가 왼 어깨에 밀대 창이 찔려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졌다.
동시에.
왼편으로 있던 홍 팀의 젊은 청년이 밀대 창을 찌르다가, 적이 내던진 재난용 도끼에 머리가 반으로 쪼개졌다.
그 순간, 튀어 오른 피가 왼 볼에 후두둑 묻어났다.
“어…… 어억…….”
쿠탕!
홍 팀의 청년은 뒤로 쓰러져 죽었다.
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예상한 결과였다.
결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을 마주하니 두려운 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손발을 떨리게 했다.
난 그럴 때마다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주륵,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그때, 적들의 함성 소리가 더 커져 왔다.
쿠구궁!!!!
왼편을 지키고 있던 바리케이드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적들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바리케이드를 넘어뜨리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 결의가 기어코 효과를 발휘했다.
곧 왼편 바리케이드가 무너져 내렸다.
“우아아아악!”
“꺄아아악!!!”
왼편 바리케이드에 있던 홍 팀의 사람들이 그대로 쓰러져 곤두박질쳤다.
청 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쓰러진 홍 팀의 사람들의 몸을 칼로 쑤셨다.
푹, 푹, 푹, 푹!
이 소리들이 잔혹하게 들렸다.
이대론 안 되었다.
먼 매장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김동길이 기이한 웃음을 짓고는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저렇게도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을 수 있는지, 이날 처음 알았다.
그 곁에는 수십 명의 청 팀이 온갖 딱딱한 물건들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허공으로 수많은 물건들이 날아들었다.
그들이 던지는 물건은 홍 팀, 청 팀 할 것 없이 날아들었다.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갔다.
‘이대론 안 돼.’
난 서둘러 석궁 화살을 다시 홈 안에 집어넣었다.
마음이 급박해지니 더욱 뜻처럼 잘되지 않았다.
화살을 떨어트리기를 여러 번, 겨우 화살을 홈에 끼워 놓고 전방을 조준했다.
밴드를 있는 힘껏 당겨 먼 곳에 있던 김동길을 노리려고 했다.
곧 시위를 놓았다.
하지만 그 순간, 대못에 걸려 있던 밴드가 찢어졌다.
쫘아악!
밴드가 찢어지며 날리려고 했던 화살 역시 힘없이 앞으로 떨어졌다.
결국 석궁의 내구도가 다한 것이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눈에 독기를 품은 청 팀의 남자가 바리케이드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으으……! 으으으으!!!! 죽어!!!”
남자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오른팔에는 석궁 화살이 꽂혀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리고 피를 뒤집어쓴 청 팀의 남자는 마치 짐승처럼 괴성을 내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갸아아아아악!”
남자는 내게 칼을 겨누며 몸을 내던졌고, 난 그 남자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쿵!
높이 2m 바리케이드에서 머리부터 떨어진 것이었다.
“억……!”
뒤통수가 딱딱한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며, 순간적으로 정신을 놓을 뻔했다.
눈앞의 남자는 내 배에 올라타선 칼을 두 손으로 쥐고선 내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난 정신을 차리는 와중에, 손을 이리저리 뻗으며 그를 저지하려 했다.
와르릉!
곧 모든 바리케이드는 무너졌다.
홍 팀의 성(城)이 함락된 것이었다.
* * *
‘됐어…… 됐다고!’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던 김동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배수의 진을 친 청 팀이 독기를 품은 채, 홍 팀에게 달려들었고 곧 승기를 잡았다.
청 팀에게 필요했던 것은 바로 저 ‘절박함’이었다.
청 팀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홍 팀과 같은 절박함이 없었다.
절박함이 없으면 결국 사람은 느슨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청 팀은 그 절박함을 다졌고, 결국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김동길은 대기 중인 청 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이제 모두 돌격해!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죽여!”
그의 소리침과 동시에 남은 청 팀의 병력들은 일제히 돌격했다.
청 팀과 홍 팀이 서로 엉키고 엉킨 전장, 그리고 무너진 바리케이드와 피가 가득한 전장으로 남은 청 팀 인원들이 달려들었다.
힘을 비축한 후발대가 그곳에 달려들자, 홍 팀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 명, 두 명 모두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어두운 공간 속이었지만, 청 팀끼리 헷갈릴 일도 없었다.
청 팀은 승기를 유지하며 빠르게 밀어붙였다.
그야말로 대학살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청 팀은 두세 명씩 한 조를 이루어 궁지에 몰린 홍 팀을 하나둘 죽여 나갔다.
어둠뿐인 이곳에서, 아직 눈이 어둠에 적응도 못 한 이 시점에서 어둠 속의 학살극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이젠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과거 사회인이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을 거르고 출근길에 몸을 담고 직장 상사에게 꾸중을 듣던 회사원도.
매일 학교에 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 책상에 앉아 매일 공부를 하던 고3 수험생도.
매일 남편과 아이들을 챙겨 주고 종일 집안일을 하며 식은땀을 흘리며 내조하던 주부도.
매일 나른한 오후에 나와 아파트 정자에 앉아 바둑을 두던 어르신도.
이곳에선 모두 짐승에 불과했다.
서로를 물어뜯었다.
위기에 몰리면 상대방의 눈알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죽어 가는 와중에도 상대방의 귓불을 물어 질겅질겅 씹었다.
살려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고는 그 배에 칼을 계속해서 찔러 넣었다.
피와 살육.
그 속에서 김동길은 웃었다.
오로지 자신의 승리에 심취한 웃음이었다.
“전부 끝이야…… 전부…… 이걸로…… 끝이야……!”
터벅, 터벅.
그는 그 속으로 걸어갔다.
그가 걸어온 길에는 피 묻은 발자국이 가득했다.
광기에 사로잡힌 김동길은 오는 사람마다 족족 도끼로 내려쳤다.
픽픽, 하나둘 쓰러지는 사람들.
그 소리들 속에서 김동길은 무너진 바리케이드를 넘어 주둔지 안쪽으로 들어갔다.
“하하. 하하하하하하!”
그의 웃음이 매장 가득 울렸다.
그리고 절규와 신음도 가득 울렸다.
그리고 그의 웃음이 끝나려던 찰나, 또 한 번의 굉음이 들려왔다.
정확히는 총소리였다.
타앙-!
한 발의 총성.
총성은 곧 모든 소리들을 집어삼켰다.
신음도 비명도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도 함성도, 총성 앞에선 모든 것이 집어삼켜진 것이다.
깜짝 놀란 김동길은 손에 쥐고 있던 손전등으로 전장을 빠르게 살폈다.
그리고 그 손전등에서 뿜어져 나온 빛기둥은 곧 ‘그 남자’를 비추었다.
“하아…… 하아…… 하아…….”
허벅지에 꽂힌 과도, 상처를 타고 다리에 흘러내리는 새빨간 피, 지쳐 있는 눈동자와 부상 당한 허벅지를 누르고 있는 오른손, 동시에 왼손에 쥐고 있던 스미스 앤 웨슨 38구경, 리볼버 총구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까지.
강시온은 가쁜 숨을 들이 내쉬며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총에 맞은 청 팀의 남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절대적인 무기.
총의 등장이었다.
곧 두 번째 발포음이 들렸다.
타앙-!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