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비약적인 발전 (2)
[스킬 강화를 획득하셨습니다]
[스킬 강화: 동일한 무기를 합성해, 더 높은 등급의 무기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강시온 님의 장인 레벨: 1]
합성?
동일한 무기라고 한다면 지금 쥐고 있는 두 개의 ‘조잡한 창’을 의미하는 것이다.
난 두 창을 쥐었다.
그러자 합성 창이 떠올랐다.
[조잡한 창]
[강화 성공률 10%]
[실패 시 100% 장비 파괴]
10%.
숙련도 레벨이 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낮은 확률이었다.
합성에 대한 스킬은 더 많은 숙련도를 채워야지만 가능한 듯 보였다.
물론 당장에 확률상으로 10개 중의 1개는 성공하겠지만, 수적으로 불리한 싸움에 질로 승부할 순 없었다.
난 마음을 접고 창을 이어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이지만 숙련도가 올랐다.
“어라? 이거 봐라. 합성 창이야.”
옆에 있던 이주연에게도 합성 창이 떠오른 모양이다.
비슷한 작업 속도였으니, 그녀도 지금쯤 나올 법 했다.
난 다시 창을 제작했다.
그때, 이주연은 대수롭지 않게 장비를 합성했다.
“합성이 더 좋은 거지?”
“자, 잠깐.”
난 깜짝 놀라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파아앗-!
그녀의 허공으로 푸르스름한 빛이 떠오르더니 이내 공중에 터져 나갔다.
펑!
“오! 성공했다. 10% 확률이었는데.”
“아.”
다행히도 강화에 성공했다.
아니면 두 개나 되는 무기를 잃을 뻔했다.
난 콩닥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성공했으면 된 일이었다.
하지만 이주연은 싱글벙글 웃더니, 이내 1강 창과 노말 창을 동시에 집어 들었다.
“오. 2강은 3%네. 인생은 한 방이지. 자, 가자아!”
“하지마.”
훽-.
난 곧바로 그녀의 손에서 무기를 빼앗아 들었다.
* * *
전생에 진재희는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대학 건물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그랬기에 지금 벌어지는 경기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진재희는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의 곁에는 강시온이 있었으니까.
리그 최강의 플레이어와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반드시 이 빌어먹을 게임에서 살아남는 것.
그리고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강시온은 우승에 가장 근접한 남자다.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는 그를 대적할 자는 없다.
그것은 전생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강시온은 세계관을 관통하는 인물이었고, 그의 동료들은 최후의 최후까지 남아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전생에 진재희는 3년간 그와 함께했고, 덕분에 끝까지 살아남았다.
최종 라운드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그들 이외엔 누구도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하지 못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실패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그녀에게 떠오른 후회는 단 하나였다.
‘만약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다면.’
그랬다면 좀 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 리그를 전부 클리어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기회가 주어졌다.
진재희는 강시온을 만났고, 리그는 시작되었다.
지금 당장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이후 벌어질 중요한 경기들에 대해선 알고 있다.
그렇게 그녀는 시온과 함께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양상은 전생과 달라지게 될 테지만.
8층, 엘리베이터.
그그그그. 덜컹!
힘을 주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칠흑같이 어두운 엘리베이터 내부가 눈앞에 드리웠다.
진재희는 침을 꼴깍 삼키곤, 조심스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엘리베이터는 2층에 멈춰 있었다.
이곳이 8층이니 떨어진다면 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다리가 부러질 것이다.
이 세계에서 부상을 당한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할 수밖에 없어.’
초반 정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진재희는 두 번 뒤로 물러나 단숨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엘리베이터에 연결된 쇠줄을 쥐었다.
철크덕, 꾸우우욱.
쇠줄을 쥔 진재희 손아귀에 핏줄이 일었다.
쇠줄이 출렁임에 따라 그녀의 몸도 좌우로 흔들렸다.
“하아. 하아.”
숨이 가쁘다.
회귀를 하면서 능력치까지 그대로인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전완근에 힘을 주며 천천히 쇠줄을 잡고 올라갔다.
청 팀은 엘리베이터 통로를 타고 누군가가 침입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어려운 길이지만 가장 안전한 길인 셈이다.
어찌 되었건 1라운드의 목적은 플레이어 선별이다.
즉 적응력을 갖춘 리더들만이 진정한 전장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전장이란 이런 좁은 건물 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이 건물 너머의 세상이다.
몬스터와 플레이어.
생존과 플레이어 간의 세력 다툼.
그 위의 관리자들.
그곳은 살육과 피 냄새로 가득한 전쟁터다.
진재희는 기어코 11층까지 올랐다.
그리고 11층 엘리베이터 턱에 발을 딛곤 조금씩 문을 열었다.
* * *
1층. 홍 팀의 주둔지.
어느샌가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잠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 일이 있기 전, 하루에 많으면 5시간 평균적으로는 4시간을 잤다.
그만큼 나는 수면욕이 적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엄청나게 피곤했던 모양이다.
마지막 창을 만들었을 때, 난 기절하듯 잠이 들었고 곧 꿈을 꾸었다.
이런 걸 루시드 드림이라고 하는 것인가.
난 분명 잠을 자고 있었고, 꿈을 꾸고 있었지만 그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우리 형제는 30년 된 빌라 반지하에 살았다.
여름이면 물이 차올랐고, 겨울이면 눈이 들이치는 화장실.
그 화장실 문틀에는 전 주인이 버리고 간 철봉 바가 있었다.
시간은 새벽.
동생은 안방이자 거실이자 부엌이었던 곳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고, 난 말없이 화장실로 향했다.
난 그 앞에서 말없이 낡은 노끈을 둥그런 원 모양으로 묶었다.
그 앞에서 난 무척이나 떨고 있었다.
내 몸이었지만, 내가 제어할 수 없었고 마치 1인칭 영상을 보는 듯 꿈은 이어졌다.
난 천천히 변기를 밟고 올랐고, 그 노끈을 쥐었다.
두려움에 사무쳐,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노끈에 목을 매달았을 때.
끼이익-.
화장실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동생 준호가 있었다.
준호는 두 주먹으로 두 눈을 비비고 있었고, 잠결에 깨어나 앞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형아, 뭐해……? 나 쉬아.”
“주, 준호야.”
준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물었다.
준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여전히 내 목에는 노끈이 걸려 있었고, 노끈을 쥔 두 손이 미칠 듯이 떨려왔다.
“……강준호. 준호. 준호.”
이것이 꿈이 아니면 안 되었다.
반드시 꿈이어야만 했다.
동생이 보기 전 서둘러 변기통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동생을 힘껏 안아 들었다.
“형아……?”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지금껏 난, 나 혼자만 생각하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삶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했기에 포기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떠난 뒤, 세상 속에 혼자 남겨진 동생은?
동생은 나보다 더 불쌍한 아이인데, 난 나만 편하겠다고 위험한 생각을 했다.
“형아, 나 쉬아 마렵다니까아.”
난 그 새벽에 아랫도리를 쥐고선 안절부절못하는 동생을 껴안곤 꺼이꺼이 울었다.
부모 장례식 앞에서도 보여 주지 않았던 눈물을, 그날 미친 듯이 쏟아 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나는 잠에서 깰 수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이 몰아 나왔다.
막 전력 질주를 끝낸 마라톤 선수처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정신이 몽롱한 것도 잠시였고, 허탈감에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피니, 검은 코트가 덮여 있었다.
그리고 보이는 건, 이주연의 얼굴이었다.
“일어났다. 야, 세범아. 일어났다.”
이주연은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이세범이라고 불리는 남자를 흔들어 댔다.
날 두고 친구라고 했던 남자였다.
“괜찮아? 땀 엄청 흘리던데. 드라마에서나 보던, 막 그런 거 있잖아. 세범아 너 알지. 거기 드라마 주인공들이 악몽 꾸면서 땀 흘리는 거 있잖아.”
“알겠으니까, 그만. 누나.”
“와, 나 처음 봐. 처음에는 좀 이상했는데, 신기했어.”
“아, 그만하라고.”
세범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내게 수건을 건넸다.
가르마 펌, 무테안경, 큰 키에 훤칠한 외모.
원래라면 타인이 주는 호의를 그냥 받진 않는다.
속으로는 무슨 수를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 수건을 안 받기에는 얼굴에 땀이 너무 흥건했다.
난 조심히 그 수건을 받아들였다.
이세범은 내게 말했다.
“굉장한 꿈을 꿨나 보지?”
“네가 상관할 게 아냐.”
난 차갑게 말하곤 코트를 걷어 냈다.
그러곤 이세범에게 물었다.
“그보다 상황은 어때? 청 팀은. 진재희는 돌아왔어?”
“진재희라면 네 옆에 붙어 있던 그 여자 말인가.”
“그래.”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청 팀도 오지 않았고.”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밤새 만들어 놓았던 창과 물, 식량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다시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사람들이 각자 일을 수행 중이었다.
나무를 날붙이로 깎고 있었다.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었다.
이곳에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앞의 두 남매뿐이었다.
“저건 뭐야.”
난 사람들이 만드는 것을 가리키며 물었고, 이세범은 그쪽을 한 번 슥 보더니 이내 날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가 하라고 했어.”
난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뭔데?”
세범은 물끄러미 날 바라보다 이내 태연하게 말했다.
“난 아무것도 아니지. 적어도 지금은.”
정신이 깨자 서서히 몸에 감각들이 돌아왔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두통도 몰려들었다.
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그에게 말했다.
“뭘 시킨 거야? 모두들 체력을 아껴야 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도대체 얼마나 잠을 잔 건지 모르겠다.
원래라면 4시간 정도 잠을 잤어야 할 텐데, 왜인지 더 오래 잠을 잔 것 같았다.
세범은 턱을 짚으며 날 바라보았다.
“넌 좀 쉬어야 해. 딱 봐도 과로잖아?”
“말 돌리지 말고, 난 신경 쓰지 말라니까.”
“신경 안 쓸 수가 없지. 네가 체력 신경 안 쓰고 몸을 쓰면, 놈들의 타겟이 될 것이 분명할 거고. 그리고 체력이 떨어진 너는 곧바로 죽을 거고.”
난 다시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는 말을 끝맺었다.
“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 거고. 그게 룰이잖아?”
세범은 내게 텀블러를 건넸다.
텀블러에는 따뜻한 물이 담겨 있었다.
그 텀블러를 두고 주연이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레몬 티야. 짱 맛있어.”
그녀의 말대로 텀블러 위에 티백이 올려져 있었다.
아마 손님 접대용 티백일 것이다.
난 그를 여전히 노려보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이주연이 내게 손을 뻗더니, 텀블러 안의 티백을 한 번 저어 주었다.
내가 묵묵히 그녀를 보자, 이주연은 다시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세범은 그런 이주연의 뒷덜미를 잡아끌며 내게 말했다.
“구성원 모두가 동의한 거야. 난 제안한 것뿐이고. 내 독단적인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뭘 만든 건데?”
“석궁.”
“석궁?”
“응, 석궁.”
세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가 떠나자 곁에 앉아 있던 주연이 날 뚫어지게 바라보다 물었다.
“근데 어때? 막 진짜 드라마 주인공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콩닥거려?”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세범은 사람들이 만들고 있던 석궁을 가져왔다.
“밀대 봉으로 만든 창을 안쪽 홈에 끼워 넣으면 돼.”
난 가만히 그가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세범은 밀대 창을 석궁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반대편 나무판자를 겨눴다.
그가 밴드로 만들어진 활시위를 놓자, 밀대 창을 깎아 만든 화살이 단번에 날아가다 판자에 박혔다.
팽-, 폭!
밀대 창은 이미 창이라고 하기에는 그 길이가 반으로 줄어 있었다.
석궁의 크기에 맞춰, 밀대 창의 길이를 쪼갠 것이었다.
그 끝은 관통력을 높이기 위해, 날카롭게 깎여 있었다.
위력도 위력이고, 무엇보다 명중률이 크게 올랐다.
석궁을 자세히 보았다.
세범이 당기고 있는 활시위는 통바지에 들어가는 고무로 된 밴드였다.
활시위는 그것을 두세 겹으로 두르고 있어 단단함과 탄성을 지녔다.
활대 양쪽에 밴드를 고정하는 건, 대못이었다.
대못이 박혀 있는 틀은 나무판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못. 나무판자. 밴드. 밀대 화살.
대부분이 쇼핑몰 내에서 공수한 재활용품이었다.
개인이 들 수 있을 만큼 작은 사이즈였다.
이 정도의 물건들을 조합해서 이런 무기를 만들다니.
무엇보다 정교함이 돋보였다.
난 세범을 한 번 힐끗 보았다.
그는 인재였다.
“인간의 팔 힘보다는 탄성력이 훨씬 더 강하지. 그걸 이용한 무기야. 이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부탁했지. 같은 재료로 만들어 달라고. 물론 투창을 위한 무기들도 남겨 놓았어.”
꽤나 그럴듯한 석궁이었다.
처음 만져 보는 사람도 쉽게 밀고 당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홍 팀의 사람들이 아까부터 분주했던 것이다.
세범은 석궁을 어깨에 들어 올리고는 물었다.
“만약 네가 마음에 안 든다면 원래대로 복구할게.”
난 그와 석궁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손을 건넸다.
세범은 자연스레 석궁을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아이템 창이 떠올랐다.
●[임시]
석궁 (+0)(조합)
랭크: E
공격력: 2 (발당)
내구도: 10
특수 효과: x
습득 난이도: 하
“화살은 어느 정도 확보했어?”
“밀대 봉, 걸레 봉, 그 외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합쳐서 대략 50개. 앞으로 더 만들면 100개까지는 확보할 수 있겠지.”
난 그가 했던 것을 그대로 반복했다.
밴드를 당겨 나무 막대에 걸어놓고, 홈에 화살인 밀대 봉을 끼웠다.
끝부분을 세밀하게 다듬은 가늠좌를 겨눠, 활대를 들어 올렸다.
팽-!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반대편에 꽂혔다.
더 다듬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적어도 인간을 대상으로는 훌륭했다.
“확보한 석궁은 3개 정도야. 정교한 작업이 필요해서 하루를 꼬박 작업해야 겨우 이 정도지.”
이세범은 내게서 석궁을 가져가며 말했다.
난 텀블러에 담긴 레몬 티를 한잔 마시고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고, 난 하루라도 빨리 쇼핑몰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그에게 물었다.
“잠깐만, 뭐라고?”
“확보한 석궁은 3개 정도라고.”
“아니, 그 뒤에.”
“아, 하루를 꼬박 작업해야 한다고.”
“내가 하루 동안 잠을 잤다는 거야?”
내 말에 세범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살폈다.
그리고는 짧은 한숨을 내쉬곤 대답했다.
“응. 정확히 25시간 32분 잤어. 도중에 깨우려고도 했어. 도저히 일어나지 않았지만.”
젠장. 오늘로써 3일 차다.
그리고 4일 차가 얼마 남지 않았겠지.
오랫동안 잠을 잤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설마 하루를 꼬박 잤을 줄이야.
그때, 청 팀이 쳐들어오기라도 했으면 완전히 끝장이었다.
그리고 마치 운명이 장난이라도 치는 듯, 내가 깨어나자마자 두 번째 사건은 시작되었다.
두둥, 두둥.
허공의 틈으로부터 걸어 나오는 아기 천사들.
대열을 이루고, 북을 치며 걸어 나왔다.
그 사이에 K는 하품을 하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 재~ 미~ 없~ 어~~~!!! 지루하잖아!!!!”
K는 눈을 비비더니 홍 팀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왜 이렇게 안 싸워? 다 쫄보야? 이러니까,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K는 호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고선 이어 말했다.
“지금부터 특별 게임 진행하겠습니다. 세 팀 모두 무조건 참가입니다.”
그녀가 횡으로 손을 긋자, 그곳에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홍 팀의 모두가 그 창을 올려다보았다.
두구두구두구두구.
아기 천사들의 북소리가 더 빠른 템포로 울려 퍼졌다.
“이번 1라운드, 특별 게임은. 바로.”
그녀의 말이 끝났을 때, 우린 모두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