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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9화 (9/221)

#제9화. 선발대 (1)

허공에 투표 결과 창이 떠올랐다.

[홍 팀의 왕으로 선정된 플레이어는 ‘강시온’입니다.]

왕이 선정됨과 동시에 이곳에 있던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빨간 인장이 떠올랐다.

7층에 소속된 사람들은 모두 내가 이끄는 홍 팀 왕국의 ‘시민’으로 선정된 것이었다.

결과지를 바라보던 K는 웃음 지었다.

“역시 시온 씨가 선택될 줄 알았습니다. 이곳에서 시온 씨를 제외하곤 누가 되겠어요?”

K는 날 두고 말했는데, 정작 나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건, 청 팀과 흑 팀의 왕.

즉, 내가 죽여야 할 대상이었다.

왕에 선정된 순간부터 난 마음을 다잡았다.

나머지 두 개의 알림 창을 바라보았다.

[청 팀의 왕으로 선정된 플레이어는 ‘???’입니다.]

[흑 팀의 왕으로 선정된 플레이어는 ‘???’입니다.]

왕에 당선된 인물은 ‘???’ 비공개 처리가 되어 있었다.

“소속된 왕은 표면적으로는 일반 ‘시민’입니다. 그러니 상대가 ‘왕’인지, ‘시민’인지는 상대 팀에서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이죠.”

K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결과적으로 왕을 죽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대규모 전투나 암살이었다.

상대 팀 왕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게임, 그렇게 쉽게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내부 단결.

강한 내부 단결은 곧 무리의 전투력과 연관되어 있었다.

우선은 그것을 목표로 두어야 했다.

‘청 팀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어.’

그건 청 팀에 속한 생존자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에 비해 이쪽은 기껏해야 수십 명.

단순히 본 거로만 계산해 보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던 것으로 보였다.

전투가 시작된다면, 이쪽의 피해가 더 클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라운드의 시작은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60분 뒤에 시작합니다. 현재 시각이…… 23시니까 00시에 시작하죠. 아 참! 23시부터 00시까지는 홍 팀이든, 청 팀이든 서로 공격할 수 없습니다. 이 시간 동안 여러분들은 뭐…… 쉬든지, 아님 공격을 준비하든지 하세요.”

사람들은 모두 결의를 다졌다.

튜토리얼과 K의 놀이를 경험한 뒤다.

지금 눈앞에 마주한 현실을 아직까지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K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곤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박수를 치며 다시 이목을 끌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K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허공에 차원 문을 열었다.

아기 천사들이 먼저 열을 맞춰 그곳으로 들어갔고, K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우리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즐기세요. 여러분들. 즐기는 사람 이길 자 없다잖아요? 그럼 행운을 빕니다.”

스응-.

그 말을 끝으로 K는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매장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동시에 1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나의 눈앞에 상태 창이 나타났다.

[임시 상태창][건물 A112305: 홍 팀]

[왕: 강시온]

[자원

시민 수: 32명 (부상 3명, 경상 3명, 중상 0명)

신하 수: 0명, -급

점령 지역: 7층

거주 내 순위: 2위

식량: 0

식수: 0

전력: 군사 (0), 무기 {13, F급 (12), A급(1)}

]

* * *

K가 사라진 뒤, 이곳에는 적막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안도하는 듯 한숨을 내쉬는 자도 있었고 묵묵히 K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던 이도 있었다.

시온은 상태 창을 살피고 있었다.

재희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다행히 미래는 바뀌지 않았네.’

칙, 칙-.

담배에 불을 붙이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고심하는 듯, 상태 창을 돌아보며 무언가 생각 중이었다.

예상대로 강시온이 1라운드의 왕으로 선정되었다.

그런 와중, 그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었다.

왕으로 선정된 지금, 그는 자신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무턱대고 모든 것을 알려 준다면, 미래는 기하급수적으로 뒤바뀌게 될 것이다.

그녀가 해야 할 건, 그가 이해하기 쉽게 조금의 설명을 덧붙이는 것뿐.

그리고 그가 정말 이 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나름대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진재희는 조금씩 강시온에게 다가갔다.

시온은 근처에 떨어져 있던 밀대 봉 하나를 들고 살피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내부 단결이라.’

밀대 봉을 쥐자, 자연스럽게 눈앞에 해당 무기의 정보 창이 떠올랐다.

[임시][밀대 봉 (F급), 공격력 (5), 내구도 (10)]

밀대 봉 역시 무기로 취급되었다.

등급은 F, 내구도는 10으로 터무니없이 낮았다.

그저 벽면에 한 번, 있는 힘껏 휘두르면 내구도가 절반으로 깎이는 수준이었다.

다시 인벤토리를 열어 리볼버를 살폈다.

좀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정보 창이 떠올랐다.

보랏빛 테두리로 둘러진 정보 창이었다.

[임시][스미스 앤 웨슨 38구경 (A급), 공격력 (70), 내구도 (100), 탄알 (10)]

앞선 밀대 봉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력과 내구도를 지녔다.

다시금 K가 쥐여 준 이 무기가 얼마나 커다란 이점인지 깨달았다.

시온은 지금 홍 팀이 가지고 있는 전력을 객관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었다.

청 팀이 지금 무얼 하는지, 어떤 것으로 무장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시온이 무기 창을 살피고 있자, 진재희가 넌지시 다가와 말했다.

“무기는 특수 직업을 지닌 시민을 이용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내구도라든가, 아님 공격력도 높일 수도 있고.”

시온은 그 말에 조금 고민하다 다시 물었다.

“그 특수 직업을 지닌 시민은 어떻게 구하는데?”

“특수 시민 즉, 플레이어는 모래알 속에 사금과 같아. 구하기도 어렵고, 찾기도 어려워. 그래서 중반부 이상으로 넘어가면 특수 시민들은 상당한 고가로 거래되곤 해.”

특수 능력? 사람을 고가로 거래된다고?

시온은 의문을 품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는 홍 팀을 의미하는 인장이 떠올라 있었다.

인장은 마치 훈장처럼 생겼는데, 대부분이 단순한 빨간 무늬였다.

아마 왕에게만 보이는 인장인 듯 보였다.

이곳에 있는 홍 팀의 누구도 서로의 머리 위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특수 시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거야. 대부분이 초중반을 넘어서 개방돼.”

“이 상태 창 옆에 임시라는 건 뭐지?”

나의 질문에 진재희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 튜토리얼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상태 창과 능력치는 임시에 불과해. 신경 쓰지 마. 어쨌든 튜토리얼은 플레이어를 선발하는 과정이고, 오래 고민할 필욘 없어. 지금은 당장의 게임에만 집중해. 또 한가지.”

그 말 뒤로, 진재희는 반대편 장소를 담배를 꽂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난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남매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괴물을? 미쳤어?”

“아. 근데 배고파 죽겠는데 어떡해.”

“침 삼켜.”

“삼키는 중.”

남매로 보이는 두 사람이 쓰러진 고블린 시체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재희는 두 남매를 보며 말했다.

“오면서 봤는데, 저 두 사람. 네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아래층에서 올라온 사람들이야?”

“그래.”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어찌 되었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청 팀과 흑 팀의 왕을 죽여야 했고, 난 이들을 이끌 의무가 있었다.

“식량은 뭐야?”

시온이 재희에게 물었다.

“식량은 세력이 버틸 수 있는 일수를 뜻해. 숫자가 1이라면 세력 전체가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의미야.”

“지금이 0이라는 건.”

“이 상태로는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는 거지.”

툭툭.

진재희는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시온은 주위를 둘러보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당장 식수부터 구해야 한다.

인간은 식량 없이도 며칠을 버틸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3일 이상 버틸 수 없다.

시온은 곧장 근처에 있던 세 사람에게 말했다.

“화장실에서 물 좀 떠와 주세요. 양동이든, 뭐든 좋으니까 저장할 수 있는 만큼 가득.”

“아…… 네!”

“네……!”

사람들은 그의 말에 곧장 반응해 화장실로 향했다.

시온은 반발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고분고분 그의 말을 잘 따랐다.

아마 그들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식량.

솔직히 만약 이곳이 대형 마트였다면 식량에 대한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대형 마트는 한 층 내지, 두 층이 전부 식자재로 가득한 매장이니까.

하지만 이곳은 쇼핑몰 아웃렛이다.

식자재를 위주로 한 쇼핑몰이 아닌, 패션 잡화 영화관이 주류인 쇼핑몰이다.

식량이 있을 법한 층은 푸드 스트리트, 레스토랑이 있는 9층과 10층이다.

아니면 적어도 11층, 영화관에 있겠지.

시온은 고개를 돌려 아무렇게나 죽어 있는 고블린을 바라보았다.

그걸 두고 재희에게 물었다.

“고블린은 먹을 수 있어?”

“응, 더럽게 맛이 없을 뿐이지.”

“영양은.”

“최악, 어쨌거나 며칠은 버틸 수 있겠지만, 왕으로서 시민들의 식량은 꼭 해결해 줘야 할 거야.”

“그거면 됐어. 경수 씨.”

“아, 네! 시온 씨.”

시온이 부르자, 지쳐 있던 생존자들을 돌보고 있던 권경수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시온은 권경수에게 고블린의 쓸 만한 고기를 채집하라고 말했다.

“괴물요……?”

“네, 가능한 내장은 버려두고, 살코기만 손질해 주세요. 남은 시체는 6층으로 던져 놓으셔도 좋습니다.”

“아…… 네! 해 보겠습니다.”

권경수는 주위를 둘러보다 매장 내에 있던 가위를 집어 들었다.

또 몇 개를 더 챙기더니, 이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블린 쪽으로 향했다.

다음은 무기였다.

시온은 자신의 상태 창을 살피며 물었다.

“앞으로 모든 라운드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야?”

“그래. 장소에 따라서 말이지.”

“장소……?”

시온은 재희를 돌아보았다.

재희는 태연하게 설명했다.

“응. 처음은 건물 다음은 도시, 소지역, 다지역, 전국으로 나가게 될 거야. 지금은 소규모 전투가 진행될 뿐이지만……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규모는 어마무시하게 커져 가지.”

결국 눈앞의 승리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청 팀을 이기는 것이 일 순위이겠지만.

화장실에서 네다섯 명의 사람이 낑낑거리며 나왔다.

걸레 물 빠는 양동이에 물을 한가득 담아 왔다.

“무, 물 길어 왔습니다. 시온 씨.”

“이쪽도 길어 왔습니다. 헉…… 헉…….”

[식수: 0 -> 3]

업데이트는 굉장히 빨랐다.

지금 거주 지역이라고 판정되는 바리케이드 안으로 양동이를 가지고 오자 자원량이 늘었다.

동시에 반대편 쪽에서도 고블린 손질이 한창이었다.

가위를 반으로 가른 채, 날카로운 부분으로 시체에서 뼈와 내장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통 울상을 짓고 있었고 몇몇은 구토도 했지만, 작업을 멈추지는 않았다.

‘후우…….’

시온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제 남은 건, 청 팀이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시온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어둠밖에 없는 천장이 더 멀게만 느껴졌다.

그들의 동태를 살필 수색조를 꾸려야 했다.

쇼핑몰 내에는 세 명의 왕이 있다.

그들이 죽어야만 자신이 사는 구조라면, 시온은 망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이 어디서 무얼 하는 인간이었건, 얼마나 착하고, 얼마나 악한지는 상관없다.

자신은 그들을 죽일 것이다.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엇…… 어어……?”

“자, 잠깐. 사람들이?!”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시온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에스컬레이터였다.

그리고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무리 지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바구니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한가득이었다.

“…….”

시온은 천천히 바리케이드를 나섰다.

척, 척, 척.

그들은 일렬로 내려와서는 우리 앞에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먹을 것의 등장에 일대는 순식간에 술렁였다.

그리고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여러분들.”

남자 사이를 걸어 나오는 또 다른 남자.

뿔테 안경을 썼으며, 머리는 올백으로 바짝 올렸다.

사각 턱이 돋보였고, 옷은 정장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남자였다.

남자는 홍 팀 사이를 홀로 걸어오더니 이내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비닉스 쇼핑몰, 지점장. 김동길이라고 합니다.”

홍 팀이 움직이기 전, 놈들이 먼저 다가온 것이다.

11층에 무리 지어 있던 청 팀의 선발대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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