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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8화 (8/221)

#제8화. 간택

사람들이 바리케이드 밖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누군가 이목을 끌고 있었다.

시온이 다가오자 경수는 눈치 보며 시온을 살폈다.

“오, 오셨어요? 시, 시온 씨.”

“네.”

“별일 없으셨죠……?”

“별일 없었습니다.”

경수는 시온과 재희를 번갈아 살폈다.

혈흔은 없었다.

싸움의 흔적도 없었다.

경수는 그제야 조마조마한 마음을 쓸어내렸다.

“정말 다행이네요. 전 또 싸움 나는 줄 알고.”

경수는 시온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시온은 힐끔 경수를 바라보았다.

권경수, 그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몸집과는 다르게 소심하며, 가능하면 싸움을 회피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정의를 실행한다.

방금 전, 진재희를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일 때에도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구하려고 들었다.

만약 시온이 먼저 입을 열었더라면, 상대에 대한 신원 확인을 먼저 했을 것이다.

시온은 권경수를 가능한 오랫동안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다.

권경수는 자신이 이곳에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인력이었다.

성격, 가치관.

그런 것을 제외한 그의 신체적 능력만을 두고 내린 판단이다.

시온은 넌지시 권경수를 불렀다.

“경수 씨.”

“아, 네! 시온 씨.”

“…….”

시온은 조금 고민하다 말했다.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그런 성격으론.”

시온 딴에는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경수는 조금 놀란 듯, 눈꺼풀이 흔들리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아, 네…… 그럴까요.”

풀이 죽은 경수를 두고, 시온은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되든 라운드는 계속된다.

그가 바라본 전방에는 K가 있었다.

“훌륭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전투. 굉장했습니다.”

K는 박수를 치며 다가왔다.

그녀의 박수 소리가 느리게 매장 안을 울렸다.

그 소리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바리케이드 내부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저마다 일어나 그녀를 경계했다.

하지만 K는 사람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말했다.

“워워, 진정하세요. 전 당신들을 관리하는 입장이지.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K는 폴짝 뛰어 바리케이드를 넘었다.

그리고 박수를 치며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자. 자. 튜토리얼에서 살아남은 여러분들. 우선 축하드립니다-. 이제 한 단계를 통과하셨습니다. 이로써 여러분들은 그저 식량이나 축내는 가축들과는 조금은 다름을 증명한 셈입니다.”

펑펑!

그 순간, 허공에서 튀어나온 폭죽들이 하늘을 채워 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1라운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재밌을 겁니다. 여러분.”

K는 히죽거리며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허공을 걸었다.

말 그대로 허공에 계단이 있는 듯, 그곳을 걸어 올라갔다.

이제 이곳에 있는 모두가 K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K에 주목했다.

이제 와서 K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선 뭐. 튜토리얼도 끝났으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리그를 시작하도록 하죠. 이미 중국 쪽은 1라운드가 시작되었고, 남은 건 한국, 일본, 몽골입니다. 여러분들. 이제 정식으로 제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들. 전 동아시아 지부를 맡게 된 관리자 K입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K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그 누구도 박수를 치는 이는 없었다.

K는 자연스레 고개를 들며 이어 말했다.

“앞으로 리그를 진행하기에 앞서, 여러분들과 아주 많이 마주치게 될 관리자입니다. 그러기에 뭔가 리그가 진행됨에 앞서 불편하신 점이나 요구 사항이 있으면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때, 한 용기 있는 남자가 소리쳤다.

“그, 그걸 말이라고 해!”

K는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구석에서 혼자 훌쩍이던 남자였다.

“불편하거나 요구 사항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그럼 우릴 당장 집으로 보내 줘!”

남자의 물음에 K는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음…… 그건 안 됩니다. 정책에 위반되니까요. 전 여러분들께 정책에 따르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주었지 않았나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였잖아요……!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을…… 사람을……!”

그 근처에 있던 여자도 말했다.

그러자 K는 이번에는 그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정책 내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그리고 제가 행한 그것은 정당한 것이었어요.”

“이…… 이런 짓은 도대체 왜 벌이는 건가요……?”

또 한 학생이 K에게 물었다.

K는 그 학생에게도 친절히 대답했다.

“글쎄요. 전 직장인일 뿐이구요. 모든 정책 사항은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라…… 저도 지구인이 교란종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릴 적 동물원에 가면 항상 귀엽게만 느껴지던 우리 지구인……. 아 참! 제집에는 지구인 인형도 있어요. 아버지가 어릴 적, 뽑기 기구에서 뽑아 주신 인형이었죠. 그러니까 전 여러분들을 엄청 좋아한단 말이에요.”

동물원…… 인형…… 직장인……

시온은 K의 말 속, 그 세 가지 단어를 기억했다.

K의 말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리그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그 이상을 얻게 되실 겁니다. 이건 제가 보장해 드리죠. 자, 다음?”

K는 호기롭게 다음을 외쳤지만, 돌아오는 질문은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시온이 손을 들었다.

K는 히쭉거리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시온 씨.”

“앞으로 무슨 일들이 일어나지?”

“아, 물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아직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요.”

자격.

시온은 다시 그 단어를 기억했다.

시온의 질문을 끝으로 매장은 다시 침묵을 되찾았다.

K는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

“자, 질문은 다 받은 것 같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짝짝-. 퐁!

그때였다.

K가 두 번 박수를 치자, 허공에 뽑기 함이 나타났다.

투명하고 동그란 뽑기 함이었다.

그리고 뽑기 함 안에는 알록달록한 색깔로 채워진 캡슐이 가득했다.

어릴 적, 문방구에서 보던 뽑기와 똑같았다.

“리그의 주제를 설명 드리죠. 잘 들으세요. 여러분? 자, 그럼. 얘들아!”

K가 허공을 향해 소리치자 날개 달린 아기 천사가 허공 사이에서 나타났다.

아기 천사는 열을 맞추어 행진했다.

곧 아기 천사는 쥐고 있던 팡파르를 힘차게 불었다.

뿌우우우우움~!!!!

경쾌한 팡파르 소리가 매장을 가득 채웠다.

그 가운데에 있던 아기 천사가 사람들을 두고 소리쳤다.

“이번 리그의 주제를 발표하겠다! 이 교란종 놈들아!”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상당히 거친 언어 표현이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양쪽에 북을 치고 있는 아기 천사 둘.

그 양쪽으로 또 창을 들고 있는 아기 천사 넷.

이내 팡파르를 들고 있던 아기 천사가 힘차게 소리쳤다.

“그건 바로 왕 게임이다!”

일대가 술렁였다.

아기 천사들은 저들끼리 신났는지, 허공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그리고 허공에는 홀로그램으로 된 3D 지도가 펼쳐졌다.

지금 이곳, 쇼핑몰의 3D 지도였다.

게다가 사람들이 어느 곳에 있는지도 모두 표시되어 있었다.

시온은 빠르게 지도를 살폈다.

몇 명의 사람들이 각 층마다 서너 명씩 몰려 있었다.

그리고 이곳 7층, 수십의 사람이 몰려 있었다.

마지막 11층, 그곳 역시 수십의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대부분의 층에는 기껏해야 서너 명의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아기 천사가 말했다.

“그럼 이번 리그의 첫 번째 공식 룰을 공개한다! 공식 룰은 불변하는 룰이다! 자, 자! 그럼 우주 최고 회의에서 정한 불변 세 가지 룰 북을 공개하겠다!”

빠바바밤-!!!!

또다시 팡파르 소리.

시온은 그 경쾌한 소리가 이젠 짜증 나게 느껴졌다.

그런 감정을 뒤로하고, 허공에는 거대한 책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륵-!

그러다 중간 페이지에 걸리더니, 그 문구가 홀로그램으로 확대되었다.

문구를 살폈다.

[공식 1라운드 룰]

[<Ⅰ> 기본 룰: 선정된 ‘왕’과 ‘시민’은 본인이 소속된 구역을 지키며 왕을 사수해야만 합니다. 소속된 왕이 죽으면 신하, 시민들은 자동으로 리그에서 탈락됩니다. 시민들은 소속을 바꾸고 싶을 땐, 해당 소속된 세력의 왕과 시민의 과반수가 동의할 시 소속을 변경하실 수 있습니다. 단, 소속 번경은 하루에 세 명 이상 할 수 없으며, 왕은 불변으로 한 번 선정된 순간 변경하실 수 없습니다.]

[<Ⅱ> 비무장: 매일 밤 23시부터 00시는 비무장 시간으로 공격을 포함한 결속, 감금, 위협 행위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Ⅲ> 최종 승리 조건: 에리어에 살아남은 단 한 개 세력. 살아남은 세력의 왕과 시민들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시온은 허공에 떠오른 문구를 빠르게 살피고 정리했다.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정된 장소 내에 선정된 ‘왕’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왕’을 죽이면 되는 게임이다.

그 상황에서 시민과 같은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면서 전술, 전략적으로 상대 왕을 제압하면 된다.

한마디로 체스와 같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말’이 언제든지 상대방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첫 번째 장소는 이 쇼핑몰.’

한정적인 장소.

사람의 수는 제한적.

몰려드는 몬스터.

이곳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고 영역 다툼을 하며 최후의 승자가 된다.

한마디로 이곳은 전쟁터였다.

죽음과 어둠이 가득한 전쟁터.

대충 게임의 룰은 이해되었다.

이제 남은 건 그 왕이란 것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였다.

홀로그램 창에서 세 개의 아바타가 튀어나왔다.

각각 흑색, 적색, 청색의 피부를 지닌 아바타였다.

“각 왕이 죽은 시점에서부터 그 왕에게 소속된 신하와 시민들은 모두 죽는다. 바로 이렇게 말이지!”

청색의 아바타가 적색의 아바타를 칼로 찔러 죽였다.

그 순간 적색의 아바타에 속한 모든 아바타들이 죽었다.

아주 잔인하게.

교수형에 처해지거나, 칼로 목이 베이고, 사지가 뜯겨 잔인하게 죽어 나갔다.

조그마한 아바타들이 그렇게 죽어 나가니, 그것이 실로 공포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폐쇄된 공간 속 아바타들은 픽픽 쓰러졌다.

그러다 먼저 쓰러진 아바타를 씹어 대기 시작했다.

그것이 마치 우리의 미래인 것처럼 애니메이션은 끝나질 않았다.

난 시선을 거두었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아기 천사의 말을 이어받은 K가 말했다.

“후후후, 그럼 여러분들. 이제 기대하고 기대하던 여러분들의 왕! 왕을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왕은 최고 위원회에서 선정하는 플레이어가 됩니다.”

K는 뽑기 함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속의 캡슐들을 손으로 휘젓더니 이내 세 개의 캡슐을 꺼내 들었다.

저것이 어떻게 최고 위원회에서 선정하는 방식인지는 시온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세 개의 캡슐이 허공에 떠올랐다.

시온은 세 개의 캡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이 세계가 마치 게임이 된 것 같다고.

K는 캡슐 하나를 집어 그 속의 작은 종이를 꺼내었다.

“자, 이제 공개해 볼까요? 멸망해 버린 세계에서 절망적인 사람들을 구해 줄 ‘리더’로 선정된 첫 번째 왕들을 말이죠.”

모두가 그녀를 주목했다.

단 한 사람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았다.

몇 명은 미심쩍은 표정이었지만, 이젠 그들도 알고 있었다.

관리자를 따르지 않으면 죽음뿐이라는 것과 그들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이 빌어먹을 게임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의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이를 들여다보는 K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들고 있던 종이를 전방으로 내보였다.

그곳에는 하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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