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종말의 세계 (2)
대형 마트, 지하 2층 주차장.
후우-.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담배 연기가 바람에 흩어졌다.
진재희는 이곳에 온 뒤로 오로지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웬 남자가 전화를 하다 그녀를 발견하곤 눈살을 찌푸렸다.
“어……? 뭐야. 허-. 참나. 야, 잠깐만 끊어 봐.”
남자는 넥타이를 조금 풀면서 재희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재희를 두고 소리쳤다.
“이봐요, 아가씨! 나 좀 봅시다! 왜 남의 차 보닛에 앉아서 담배 피워요? 예? 이게 얼마짜리 차인 줄 알고.”
남자의 말에도 진재희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 곳만을 응시했다.
남자는 재희를 따라 그곳을 바라보았다.
재희가 바라보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마트를 빠져나가는 차들만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혀를 찼다.
“허-! 이 여자가 미쳤나.”
남자는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자 팔뚝까지 내려오는 문신이 드러났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려 더 다가갔다.
그 순간, 그는 흠칫 놀랐다.
‘어엇…… 뭐야. 저, 저거 진검인가?’
남자는 그녀의 무기에 한 번, 그리고 외모에 두 번 놀랐다.
하얀 모자와 하얀 반팔.
와이드 슬랙스.
허리춤에 차고 있는 진검.
그리고 차가운 인상이지만 압도적인 외모까지.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오, 존예. 영화 촬영하나? 아니…… 근데 영화 촬영이라도 왜 남의 차에서…….’
뽁.
남자가 벙쪘던 그 순간, 진재희는 담배를 주차장 바닥에 버리곤 남자를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친 순간, 남자의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진재희의 입에선 아직까지도 담배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를 두고 진재희가 말했다.
“위로 올라가.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차갑고, 감정이라곤 실리지 않은 말투였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보닛에서 일어났다.
“예……? 아니, 뭐?”
그의 물음에도 진재희는 말없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반갑…… @#$]
[반갑습니다. 지구인 여러분.]
[관리자, K. 인사드립니다.]
남자의 눈에 들어온 웬 푸른 알림 창.
그리고 그 순간, 주차장 외벽을 타고 오르는 검은 연기.
그 검은 연기는 벽면을 따라 주차장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주차장 입구 쪽으로부터 나타난 정체불명의 검은 안개.
그리고 허공에는 계속해서 알림 창이 나타났다.
[외람되지만, 우선 여러분들의 현실성을 돋우기 위해 게임을 몇 개 준비해 봤습니다.]
[하기 싫다고요?]
[안 돼요, 안 돼. 무조건 해야 돼요.]
[지금부터 제 귀여운 펫들을 몇 마리 풀 건데, 요놈들이 좀 굶주렸어요. 그러니까 조심하세요! 어떻게 또 잘 길들이면 착한 아이들이랍니다?]
[지금부터 딱 20분만. 20분 동안 여러분들을 바꿔 놓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그 순간.
검은 안개로부터 초록색 피부를 가진 아이들이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것이 처음엔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놈들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 법한 고블린들이었다.
“저…… 저…… 저게 뭐야.”
남자의 떨리는 손가락이 가리킨 곳의 고블린들은 작은 단검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괴상망측하게 웃어 댔다.
“킥킥킥킥킥킥-!”
“켁켁켁켁-!”
“캭캭캭캭캭캭!”
그리고 한 마리의 고블린이 뛰어들자.
우두두두두-!
곧 무리 전체의 고블린들이 주차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 어?”
“저, 저거 위험한 거 아냐?”
“경, 경찰에 신고해!”
주차장에 있던 사람들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사람들이 주춤거리는 동안 고블린 무리는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그때,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차 문을 걸어 잠갔다.
“끼힉!”
와장창-!
하지만 고블린들은 자동차에 올라타 앞 유리를 나무 몽둥이로 깨부쉈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고블린에 의해 머리가 잡힌 채, 끌려 나왔다.
“아, 아! 이, 이거 놔-!”
“꺄악-! 자기야!!”
곧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캭캭캭캭캭-!”
“쿠켁켁켁, 캭캭캭!”
아그작-! 꾸직, 꽈드드득-!
고블린들은 맨손톱으로 남자의 피부를 뜯어 뼈를 들어내며 그 살점을 와구와구 씹어 댔다.
놈들의 손톱과 발톱은 인간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날카로웠다.
비교하자면 상어의 이빨과 생김새가 같았다.
“아…… 아! 도, 도와주세요!”
자신의 남편이 잡아먹히는 걸 본 여자는 도망치려고 허우적거리며 안전벨트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대로 안전벨트에 묶여, 산 채로 생살이 뜯겨 나갔다.
그리고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주차장을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악-!!!!!”
“으아…… 으아아아!!!!”
그 비명 소리와 함께 모두가 반대편 매장 안으로 도망쳤다.
문신을 과시하던 남자도 사색이 돼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한 사람만이 도망치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회귀자, 진재희.
그녀는 검을 뽑아 들었다.
스응-.
‘어차피 1라운드의 건물 포탈은 대부분 지하에서 시작해.’
회귀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진재희는 시온을 따라 이 쇼핑몰에 들어왔다.
그녀의 일차적인 목표였던, 그와 같은 ‘에리어’에 배속되는 것은 성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대형 쇼핑몰.
수백 명이 있는 이 넓은 매장 안에서 그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모조리 죽인다.’
어차피 강시온이다.
그가 1라운드에서 죽을 리가 없다.
그리고 자신은 지하 2층부터 시작해 이 건물 내에 모든 몬스터를 죽인다.
그렇게 강시온과 합류하면 될 일.
재희는 가장 먼저 달려오던 고블린의 목을 단숨에 베었다.
쉐엑-! 서걱!
고블린의 목이 허공에 떠올랐다가 단숨에 떨어졌다.
진재희는 쉬지 않았다.
다음 고블린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 * *
쾅!!!
난 그것을 본 순간, 곧바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곧장 잠금장치를 걸었다.
철컥!
옆에 있던 남자가 어안이 벙벙한 채, 내게 소리쳤다.
“뭐, 뭐예요?! 갑자기.”
“썩은 내가 났어요.”
“뭐, 뭐요……?”
문을 살짝 열었을 때, 그곳에는 검은 연기와 함께 썩은 냄새가 진동하였다.
방금 보았던 검은 연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가까이 다가가선 안 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남자를 설득할 시간 따윈 없었다.
“아니, 그렇다고 사람을 밀쳐? 이 어린 놈의 새끼가.”
콰앙!
남자는 내 어깨를 움켜쥐고는 벽에 밀어붙였다.
체격이 있는 남자였는데, 인상을 찌푸려 위협하기 시작했다.
“아, 씨. 이래서 요즘 애들은 안 된다니까? 어? 예의란 게 있어야지. 예의가. 너 군대는 갔다 왔냐?”
그의 말은 한 귀로 흘렸다.
난 문 너머에 있던 연기, 그 찰나의 순간을 떠올렸다.
검은 연기였다.
그것은 벽면에 붙은 채, 올라오거나 내려오고 있었고 듬성듬성 나 있었다.
탄내가 나지 않았으니 화재로 인해 발생한 연기는 아니었다.
연기는 가볍기 때문에 위에서 발생했다면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발생했다면 아래에서 위로 오른다.
하지만 방금 문 너머로 보았던 건, 벽 중앙에서부터 발생되고 있었다.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발생된 가스가 아닌, 인위적인 가스였다.
그 형태도 조금 이상했다.
완전한 기체도, 액체도 아닌 무언가였다.
‘……젠장.’
하필 오늘 같은 날에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이야.
심장이 콩닥거리며 뛰었다.
동시에 아저씨는 계속해서 날 두고 소리쳤다.
“내 말 듣고 있어? 어? 이게 다, 교육이 문제야. 교육. 어? 아니. 도대체 네 부모님은 어떻게 교육을 시키는 거야? 헙?!?”
“조용히 해.”
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는 아저씨의 입을 손으로 그냥 틀어막았다.
그때, 쇼핑몰 안내 방송 소리가 울렸다.
아저씨는 깜짝 놀라곤 부들거렸다.
[손님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지하 주차장에 작은 소동이 일어났사오니 손님 여러분들께서는…….]
들려오는 방송 소리에 그곳에 있던 시민들도 어리둥절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동?’
지하 주차장에서 소동이 일어났다고 했다.
대열의 제일 뒤에 위치했던 마트 직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인 것을 보니, 갑자기 일어난 일인 듯 보였다.
타악-!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대형 마트의 전등이 일순간에 꺼졌다.
“어…… 어?”
“뭐, 뭐야???”
“누가 불 좀 켜 줘요!”
“엄마…… 나 무서워.”
“괜찮아. 엄마 손 꼭 잡고 있어.”
어둠이 찾아왔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어둠을 통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난 차분하게 핸드폰 라이트를 켰다.
타앗-!
밝아 오는 불빛과 함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곧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통화권 이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통화권 이탈이라니.
휴대폰을 이리저리 흔들어 봐도 신호는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던 건, 내가 다시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휴대폰 안 되는데?”
“자기 핸드폰도 안 돼?”
“응. 뭐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내 말 안 들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핸드폰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잉-.
그때, 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니,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띠링! 띠링!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알림음.
핸드폰으로부터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앞에 나타난 홀로그램.
[아, 맞아. 맞아. 제가 또 깜빡했네요. 우리 약관을 전송 안 해 드렸네.]
텍스트가 어린애가 쓴 것처럼 가벼웠다.
난 핸드폰의 스크롤을 내렸다.
[당신은 현재 에리어 2에 접속되어있습니다.]
[지구인은 이번 제87,439회 우주 연합 본부 정상 회의에 의거하여 ‘우주 생태계 교란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정상 회의의 의거하여 지구상에서 지구인의 개체 수를 의무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앞으로 말살 정책을 통해, 필요 인구수를 제외한 모든 인간들은 처분됩니다.]
[이는 우주 평화 헌법상,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는 불가피한 법적 영역이며 교란종에게 거부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플레이어를 선정토록 하겠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관할 에리어의 관리자에 의해 선정됩니다.]
서버? 플레이어? 접속……?
전화 창도 떠오르지 않고, 인터넷도 없다.
오로지 이 약관 창.
그리고 처분이라는 단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동생한테 가야 해.’
인간은 무언가 위험을 감지한 순간, 자신이 챙겨야 할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난 이 순간, 동생부터 떠올렸다.
동생은 지금 홀로 반지하 집에 있다.
만약 이것이 도시 단위의 정전이라면, 준호는 전등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방에 혼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정전이라는 것도 많이 좋게 생각한 편이었다.
이것은 명백히 ‘테러’였다.
‘우선…… 쇼핑몰을 나가자.’
하지만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 한 아주머니의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저, 저게 뭐야!”
그곳에 있던 모두가 비명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복도에 연결된 창문이었다.
창밖의 도시는 검은 연기로 가득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검은 안개 너머로 거대한 눈동자가 보였고,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구우우웅-.
괴상망측한 울음소리.
심해 속 고래의 울음과 같았다.
주변을 가득 채운 검은 안개 속에서는 오직 그 눈동자만이 보였다.
꿈뻑.
눈동자는 껌뻑이며 유리문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언제라도 이 유리문 안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듯, 이곳에 한참이나 머물다 이내 사라졌다.
그 기괴한 생명체와 마주한 인간들은 순식간에 겁에 질렸다.
아주머니의 비명 소리가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비명 소리와 함께 패닉은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악-! 괴물이다! 괴, 괴물이야!!”
“도망가! 도망가아-!!!”
“으아아앙……! 엄마…… 엄마아.”
“으아아아아악!!!!”
매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공포의 존재는 사람들로 하여금 패닉에 빠지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창문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인파로 가득했던 이곳에는 이제 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 검은 안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한 현실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했다.
지금 저 시민들처럼 도망갈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저 괴생명체가 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면, 진즉에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건, 뭔가에 가로막혔기 때문일 것이다.
‘움직였어…….’
중요한 건, 그 눈동자가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눈을 감고, 지금까지 얻어 낸 모든 정보들을 조합했다.
그리고 마주한 현실을 빠르게 파악했다.
눈동자는 움직였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치 물고기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듯, 그 거대한 생명체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복도 내에서 발산되는 스마트폰 빛 때문에 순간적으로 그 눈동자의 움직임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괴물은 검은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이곳은 지상 7층.
새였을까?
아니, 새가 그렇게 큰 눈동자를 가질 리가 없다.
‘7층 높이의 높이를 가진 괴물이거나, 아님…… 하늘을 나는 거대한 비행 괴생명체……?’
최악의 경우에는 저 검은 안개가 마치 물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검은 안개를 헤엄치듯 다니는 괴물.
이곳에서 검은 안개가 깊은 바닷물처럼 작용을 한다면.
알 수 없는 괴물들이 검은 안개가 채워진 공간에 가득하다면.
우리 인간들은 그들에게 맛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지구인의 개체 수를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통화권 이탈, 그로 인한 외부의 지원은 불가능.
이 정도 스케일이면 영화 촬영, 이벤트, 북한의 도발, 몰래카메라, 자연재해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즉, 이건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벌인 일이다.
무엇이 되었건 인간의 능력 한에서 해결 불가능한 재앙.
방금 나왔던 모든 안내창은 사실이었다.
어떠한 외계 생명체에 의해 지구의 종말은 시작되었다.
그것이 내 결론이었다.
“하아…….”
머리를 짚었다.
오랜만에 집중했더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두 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었다.
첫 번째는 플레이어였고, 두 번째는 우주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것이었다.
우리 인간은 플레이어인 동시에 우주 생태계 교란종이다.
그게 뭔 소리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내게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고,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살아남아야 했다.
“후…….”
심장이 마구잡이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난관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다시 핸드폰을 확인해 시간을 기억해 두었다.
그리고 이 일대의 장면들을 기억했다.
난 모자를 벗어 버리곤, 쥐고 있던 동생의 선물도 서둘러 가방에 넣었다.
흘러내린 추리닝 바지를 롤업해서 달릴 때 거슬리지 않게 접었다.
그리고 신발 끈도 타이트하게 다시 묶었다.
‘형이…… 무조건 너한테 갈 테니까. 조금만…… 조금만 참아. 준호야.’
그리고 또 다른 출구를 찾아보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반드시 동생에게 돌아갈 것이다.
설령 이 모든 것의 끝이 종말일지라도.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