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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나만 지킨다-1화 (1/221)

회귀자는 나만 지킨다

#제1화. 종말의 세계 (1)

“찍-.”

쥐가 하수구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다 썩어 문드러진 시체를 발견하곤 단숨에 달려들어 볼살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뜨득, 오물오물.

볼살을 문 쥐가 주변을 경계하며 살폈다.

하늘에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날아들고 있었다.

크기는 고래만 하였고 날개는 없었으며, 무너진 도시를 자유로이 날고 있었다.

시온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 보다, 가로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까악-! 까악-!

가로등 위의 까마귀들은 옹기종기 모여 울고 있었다.

아마 시온이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신선한 눈알을 파먹을 수 있을 테니.

시온은 고개를 돌려 도시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잠실, 롯데 타워.

10년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자동차와 시내버스, 직장인들이 가득했던 곳.

하지만 지금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살육장이었다.

시온은 폐허가 된 8차선 도로 중앙 노란 선을 따라 걸었다.

터벅, 터벅.

그가 걸어온 발자취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온갖 악귀와 인간들의 피였다.

살아 있는 존재는 드물었다.

간혹 살아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무수한 시체 더미 속에서 시온은 걸었다.

터벅, 터벅.

힘없이 걸으며 몇 번은 시체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걸어가 한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죽어 가고 있었다.

* * *

진재희는 부들거리며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이 깊숙이 찔려 있었다.

“……우욱.”

털썩!

칼에 맞은 재희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때마침 뒤에는 폐차가 있었고, 진재희는 그곳에 기댈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이 가쁘게 내쉬어졌다.

간이 찔렸다.

피는 폭포처럼 쏟아졌고, 정신 또한 희미해졌다.

곧 죽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이내 재희는 수긍했다.

그 순간 재희는 전방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시야 속에 한 남자가 피를 뒤집어쓴 채, 자신에게 걸어왔다.

강시온이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오다 이내 진재희 앞에 무릎 꿇었다.

그의 상처도 만만치 않았다.

아마 그도 최후를 기다리는 중일 것이다.

털썩!

시온은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기대었다.

기댄 순간에도 그는 추욱 몸이 늘어졌다.

품에 안긴 시온을 두고 재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폐허가 된 도시 위로 하늘이 둘로 갈라졌다.

갈라진 틈 사이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검은 눈동자.

그 눈동자를 두고 11명의 관리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관리자.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어’를 감시 감독하던 신의 사자(使者)들.

그들은 최종 우승자가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우린 최종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

리그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하잖아.”

그 순간, 재희는 말똥만 한 눈물을 흘렸다.

리그가 개최된 이후,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던 그녀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몰려서야 비로소 눈물이 흘러내렸다.

재희는 고개만 돌려 정신을 잃은 시온을 바라보았다.

시온의 희미한 심장 박동 소리가 느껴졌다.

그는 아직 살아 있었지만,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진짜 너무해. 정말 너무해.”

진재희는 시온을 품에 안은 채, 펑펑 울었다.

지난 10년간의 리그였다.

우린 꽤 많은 플레이어들을 죽여 왔고,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그들이 함께한 건 세상이 멸망한 이후 3년 동안이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둘은 다른 플레이어들은 엄두도 못 낼 많은 일을 해결해 냈다.

결과적으로 강시온이 지배하는 경기권 세력이 마지막 세력을 제압하고 최종 라운드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는 둘로서는 해내지 못할 과제였다.

그 최종 라운드에서 둘은 패배한 것이었다.

재희는 조금 고개를 숙였다.

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발걸음이 이제는 가까운 거리에서 들렸다.

진재희는 마지막 힘을 다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관리자 J가 있었다.

흰 머리카락에 안대를 찬 관리자.

관리자는 한쪽 무릎을 굽혀 진재희와 시선을 마주했다.

“안타깝게 되었어. 정말 한 끗 차이였어.”

“…….”

더 이상 재희에게는 말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재희의 상태를 아는지 J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솔직히…… 교란종 중에서는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겼어.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

“그런데도 너흰 겨우 여기까지란 거지. 최종 우승 문턱을 넘을 수 없었지.”

“…….”

“난 너희에게 많은 기대를 품었고, 너흰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그게 우리들의 결말이고.”

J는 허리를 펴 일어났다.

재희는 이제 관리자를 볼 수 없었다.

보이는 거라곤 J의 허벅지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들어주지. 내 유희를 충족시켜 준 보상이다.”

진재희는 피가 흐르는 입술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들었다.

J는 다시 무릎을 굽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J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근접했다.

진재희는 마지막 힘을 다해 말했다.

“기회…… 마지막…… 마지막 기회만…….”

진재희의 마지막 부탁을 들은 J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상체를 올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검은 눈동자가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J는 그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건 신도 불가능한 일이지.”

“…….”

시온의 심장 박동이 어느 순간 느껴지지 않았다.

동시에 재희도 최후를 직감했다.

J는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잘 가라. 검성.”

J의 발걸음이 다시 멀어졌다.

또 진재희 자신의 의식 역시 멀어졌다.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건, 얼마 지나지 않은 뒤였다.

그녀의 마지막 감정은 허망함뿐이었다.

* * *

“…….”

고요한 아침이었다.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시끄러운 공사판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눈을 뜬 순간, 보였던 건 낡고 바래진 천장이었다.

진재희는 조심스레 상체를 들어 올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자취방이었다.

그녀는 이곳이 자신의 오래전 자취방이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이 안 되었다.

자신은 분명 잠실에서 최후의 전투를 치른 후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갑자기 자취방이라니.

“……이게 대체.”

진재희는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현실 감각을 익히려고 들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직시할 수 있었다.

아무리 10년 전이라고 할지라도, 비현실적인 초현상과 함께한 10년일지라도, 언제나 되돌아가고 싶었던 자취방 모습은 못 알아볼 수 없었다.

한국 검도부 체전 1위의 트로피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옷들.

그리고 전시해 놓은 진검까지.

이곳은 리그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진재희가 죽음을 맞이한 그 시간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의 자취방.

자신은 회귀한 것이다.

“……하아 ……하아.”

진재희는 숨을 몰아쉬며 상황을 파악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10년 전, 강시온.

그를 만나야만 했다.

강시온은 ‘리그’의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하는 플레이어니까.

그만큼 강한 플레이어는 다시 없으니까.

자신이 그를 돕는다면, 전생과 다르게 시작부터 그를 만나 ‘리그’를 시작한다면, 반드시 최종 라운드를 클리어할 수 있을 테니까.

우당탕-!

진재희는 곧장 주변의 옷들을 주워 입었다.

그가 있는 위치는 알고 있다.

경기도였다.

틱, 띠리리-!

진재희는 자신의 자취방 문이 열린지도 모른 채, 곧장 부산역으로 향했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검집이 들려 있었다.

* * *

푹! 스르륵-.

나는 졸린 걸 참아 가며 시멘트를 삽으로 수레에 옮겨 담았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그럴 때마다 목에 두른 수건으로 닦아 냈다.

“후우……!”

푹!

심호흡하고, 다시 삽을 시멘트에 찔러 넣었다.

삽질을 하면 할수록 팔꿈치가 송곳으로 찌르듯 아팠다.

배고프고 졸리고 힘들었지만, 묵묵히 잡일을 이어나갔다.

새벽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벌써 9시간째 작업이었다.

삽질이 끝나면 집에서 동생의 밥을 해 준 뒤, 조금 자고 새벽 1시에 또 일어나야 했다.

새벽 1시부터 시작되는 야간 편의점 알바가 끝나면 여지없이 다시 삽질이 시작된다.

그래도 주말이면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노가다 판이 열리지 않으니.

하지만 그것마저도 아쉬웠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루라도 빨리 이 시궁창 같은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르륵-.

시멘트를 가득 담은 수레를 끌었다.

멀리서 노동자 아저씨들 무리가 모여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조금만 버티자. 버티는 거야. 악으로. 그리고 깡으로.’

그 생각 하나만 가지고 버텼다.

악으로, 깡으로.

쫓고 쫓기는 바쁜 일상.

학업도 포기한 채, 동생의 생업을 책임지는 소년 가장.

열심히 돈을 모은다고 모으지만, 아직은 막막한 미래.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는 순간, 삶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동생을 위해서라도.

또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발 벗고 나설 때였다.

덜컹-.

시멘트를 가득 담은 수레를 공사 현장에 놓고, 다시 수레를 끌고 시멘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반복, 반복, 반복, 반복…….

쳇바퀴처럼 이어지는 하루.

쉼 없이 이어지는 노가다 판.

그때, 멀리서부터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시온아-! 반장님이 오란다!”

난 삽을 푸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마에 맺힌 땀을 수건으로 닦아 내며 말했다.

“아, 네-. 지금 갈게요.”

푸욱.

삽을 시멘트에 박아 둔 채, 서둘러 반장실로 달려갔다.

* * *

그리고 그 공사 현장 한 편.

진재희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오른손으로는 담배를 피우기 바빴고, 왼손으로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분명 쇼핑몰이라고 했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그곳에 신축 대규모 쇼핑몰이라고 하면 한 곳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루를 꼬박 곳곳의 공사 현장을 전부 뒤지고서야, 강시온을 찾을 수 있었다.

확실했다.

재희가 강시온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우선은 같은 에리어에 속하기 위해 부산에서 안양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그의 뒤를 밟아, 같은 ‘건물’에 속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어찌 되었건, 자신은 강시온을 지켜야만 했으니.

“콜록! 아…….”

진재희는 담배 쥔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회귀 후, 그녀의 몸은 니코틴에 익숙하지 않았다.

툭, 지지직.

진재희는 바닥에 담배를 버리곤 발로 눌러 비볐다.

그리고 계속해서 강시온의 행동을 주시했다.

리그 개최까지는 이제 3시간 남짓이었다.

* * *

9시간 동안 이어진 노가다 이후 퇴근길.

물끄러미 버스를 기다리다, 반대편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집으로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한 아이가 남자의 목에 올라타 웃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갈색 생머리의 여자가 남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행복해 보이는 세 가족이었다.

날은 어둑해지고 있었고, 한여름이라 8시가 되도록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다.

반대편 도로에서 퇴근 버스가 오고 있었지만, 유독 반대편 대형 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일 년에 한 번뿐인 동생의 생일이었다.

그것도 13살 생일.

13살 생일은 여타 다른 생일들과는 다르다.

13살이라면, 내년에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다.

아무리 내가 구두쇠에, 이제까지 준 가장 고가의 생일 선물이 케럿 마켓에서 산 중고 장난감이라 할지라도.

왜인지 13살 생일만큼은 똑같이 보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류장에 물끄러미 서선 몇 번이고 퇴근 버스를 그냥 보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반대편 대형 마트로 향했다.

살 거는 생각해 두긴 했다.

입학하는 날이 3월이다 보니, 날이 많이 쌀쌀할 것이다.

두꺼운 겉옷을 사 줄 생각이었다.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점원이 한순간에 달려 나와 반겼지만, 곧 내 행색을 보고선 표정을 거두었다.

난 어색하게 옷 진열대를 살펴보다, 검정색 후리스를 가리켰다.

“이, 이거 얼마예요?”

점원은 티 나도록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118,900원이에요. 누가 입으실까요?”

“동생이요. 13살입니다.”

“어머. 손님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게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엄청 잘 나가는 상품이에요.”

십, 십일만 팔천?

무슨 후리스가 그렇게 비싸.

십일만 원이면 내 하루 일당이다.

9시간 동안 삽질만 해야 벌 돈이었다.

난 후줄근한 내 웃옷을 바라보았다.

동묘에서 샀던 3,000원짜리 바람막이였다.

이내 고개를 뒤흔들었다.

‘……아냐. 마음먹은 김에 사자.’

동생은 이제 중학교에 입학할 테고, 동생은 나와 다르게 꼭 성공해 대학에 가야만 했으니.

난 떨리는 손을 억누르며 파란 후리스를 집어 들었다.

“주세요. 이거요. 신상 맞죠?”

“네~ 최신 신상이죠. 요즘 제일 잘 나간다니까요?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손님, 운이 정말 좋으시네요. 이쪽으로 오시죠.”

점원이 웃으며 카운터로 후리스를 가져가 포장했다.

난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12장을 꺼냈다.

오늘 일당이었다.

혹시 만원이라도 더 주진 않았을까, 점원 앞에서 다시 세어 보곤 겨우 주었다.

피 같은 돈…….

이런 거금을 한 번에 쓴 적은 없었다.

난 돈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였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좋았다.

훽-!

점원은 가로채듯, 손에서 돈을 가져갔다.

“12만 원. 잘 받았습니다. 손님! 감사합니다.”

점원은 내게 잘 포장된 쇼핑백을 건넸다.

난 그것을 보곤 남몰래 웃었다.

사정상 매년 동생의 생일 선물을 챙겨 줄 순 없었다.

그런데도 동생 준호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정말 작은 것에도 크게 기뻐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난 항상 마음 한 편에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항상 옷이 해졌다고 중얼거렸는데, 오늘에서야 겨우 옷 하나 사 줄 수 있게 되었다.

난 쇼핑몰을 나서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녀석, 좋아하겠지?’

처음에는 쇼핑백 안의 후리스만을 바라보느라 신경 쓰지 못했다.

하지만 차츰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보니, 그곳에는 사람들이 밀려 있었다.

“……?”

앞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듯, 쇼핑을 마친 시민들이 차례로 밀려 있었다.

까치발을 들어, 맨 앞쪽의 사람을 바라보니 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낑낑거리며 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작동되지 않는 듯 보였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제일 앞 열에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남자는 손잡이에 힘을 주며 당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내 남자는 헉헉거리며 말했다.

“바깥쪽에서 누가 잠갔나 봐요. 아이씨. 바쁜데. 직원도 안 오고 지랄이야.”

중년의 남자는 욕을 내뱉으며 주위를 바라보았다.

아마 직원을 찾는 것이다.

난 손잡이를 쥐고 낑낑거리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내가 시도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눈앞이 하얀 백지처럼 변하더니 이내 원래의 시야를 되찾았다.

그리고 곧 웬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띠링-!

눈앞에 드리운 홀로그램은 선명하고 확실하게 보였다.

절대 잘못 본 거나, 허상이 아니었다.

[@#$%…… @#$…… 반…… 니다.]

[반갑…… @#$ 습니.]

[반…… 지구…… @#$]

영문 모를 알림 창.

그리고 알 수 없는 문자들.

위험이 도래한 것도, 당장 무언가 날 위협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손잡이를 쥐고 있던 손이 가벼워졌다.

끼이이이이익…….

그리고 조심스레 열리는 문.

알림 창을 바라보던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계단 층을 바라보았다.

[반갑…… @#$]

[반갑습니다. 지구인 여러분.]

[관리자, K. 인사드립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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