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33화>
“…….”
빛도 섬광도 없었다.
김철수는 돌멩이와 펜던트를 쥔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변화는 밖이 아닌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뻥뻥 뚫린 기억의 구멍이 메워지고 톱니가 사라져 헛돌던 사고의 흐름이 철컥- 맞물려 제대로 돌아갔다.
김철수는 문득 고개 들어 천장에 닿을 듯이 자라난 빛의 나무를 봤다.
우수수수수-
웃음소리를 닮은 바람에 빛의 꽃잎을 흩날리는 빛의 나무.
그러나 빛의 나무의 1/5에 달하는 부위가 수백 수천 개의 나뭇가지가 뒤엉켜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로웠다.
마침내 기억을 찾은 지금에서야 그 원인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구로 돌아온 시간대가 어긋나며 모든 것이 비틀렸다.
2005년 12월 30일.
과거의 김철수가 타대륙으로 떠난 후에 지구에 돌아왔어야 한다.
1999년 12월 30일.
과거의 김철수가 타대륙으로 떠나기 전에 지구에 돌아와 버렸다.
그렇게 같은 나뭇가지에 두 명의 자신이 존재하며 모든 것이 뒤틀렸다.
과거의 김철수와 마도 황제는 다른 사람이다.
그러나 사과나무 씨앗에서 사과나무가 자라나듯.
그 본질에는 마도 황제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두 사람의 마도 황제라는 가능성이 같은 나뭇가지에 존재하는 순간.
가능성을 이어 자라나는 세계의 나무는 엄청난 부하가 걸려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이에 세계의 나무가 선택한 것은 분화였다.
나뭇가지 하나로 버틸 수 없으면 셋, 열, 백 개로 버티면 된다.
그것이 이유였다.
-세계의 나무가 뻗어 나가지 못하고 원을 그린 이유.
-세계가 닫히고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가 루프에 빠진 이유.
-초거대 기업의 힘으로도 돌과 철을 찾지 못한 이유.
-구멍 난 기억이 시간 지났는데도 메워지지 않던 이유.
-재금 그룹의 오너가 아닌 키즈 카페 비정규직 사장, 작은 헌터업 사무실의 대표가 더 즐거웠던 이유.
……
그러나 분화하여 버티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수백 수천 번 구부러지고 뒤엉킨 나뭇가지는 스스로의 무게로 부러지려 하고 있었다.
임시방편의 끝이 찾아왔다.
적예의 말대로.
이제 깨어나 떠날 때가 왔다.
미봉책이 아닌 미루고 미뤄 왔던 제대로 된 해결책을 보여 줄 때가 왔다.
하나의 나뭇가지에는 한 명의 마도 황제만.
김철수는 주위를 돌아봤다.
보는 순간 세계에 새겨진 정보가 흘러들어 기억과 맞물린다.
냉기 마법사 에코.
“강제 차출된 시간 오류 수정자.”
마도왕 아리엘 무겐다흐.
“도망친 무기 제작자.”
비제우 검공.
“천원좌를 찾는 제국 기사.”
바라카스 발도.
“아직 이름을 받지 못한 샤.”
붉은 비단 적예.
“그가 있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대가로 바칠 수 있는가?”
“제 모든 것을!”
천문석 부사장.
“하, 야, 그 생수!”
“네?”
특급 헌터와 장민 대표.
“…….”
마력 꽃잎을 흩날리는 빛의 나무.
이상 현상을 일으킨 마도 엔진.
그리고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는 영원한 꼬맹이인 내 친구.
“워커 실트. 또 네가 사고 친 거냐?”
“진짜 돌철이냐? 김밥 먹으러 지구로 돌아간 김돌철? 야, 왜 나 안 찾아왔어! 이름! 회사에 내 이름 박아 놨잖아! W. S. 도대체 이유가 뭐야?!”
“미안 까먹고 있었다.”
“야, 이 씹! 미친!!”
* * *
김철수는 씩 웃으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야, 장난이야! 장난! 사실은 기억 대부분이 봉인됐었어.”
“어디서 개구라를! 네 기억을 누가 봉인해?! 허신의 사념파를 생각으로 짓뭉개는 네가 봉인됐었다고?! 그것도 마도의 힘 그 자체인 기억이?!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설령 봉인돼도 태양과 달이 살아나는…… 어, 잠깐? 설마?!”
워커 실트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순간.
김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봉인 내가 스스로 한 거다.”
“아니, 왜?! 어째서?!”
“강철과 보석을 잡는 순간 깨달았어. 찾을 수 있었지만, 찾지 않았다. 봉인도 풀 수 있었지만, 풀지 않았다. 봉인을 풀고 돌과 철을 찾으면, 미봉책이 아닌 제대로 된 해결을 해야 하거든. 이 즐거운 꿈이 모두 끝나거든…… 아, 그렇구나. 원대륙의 그분께서 재밌게 놀러 다니시는 게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너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야?! 제대로 설명을…….”
“미안 시간이 없어. 기억을 찾으면서 세계의 나무에 가해지는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거든. 이제 곧 부러진다.”
김철수는 손을 뻗어 한쪽을 가리켰다.
빛의 나무!
워커 실트와 김철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모두의 시선이 빛의 나무로 향했다.
수백 수천 번 뒤엉킨 나뭇가지가 점점 땅으로 쳐져 나무 전체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이제 곧 부러진다!’
인지하는 순간 소리가 들려왔다.
[■■■■■■■■■]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세계 자체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이.
“돌철! 역장 매트릭스 해제해! 방법 있다!”
워커 실트가 다급히 외치며 달리는 순간.
딱-
김철수 손가락을 튕겼다.
이 순간 거대한 빛의 나무가 움직였다.
태양이 움직이고 그림자가 변하듯이 거대한 돔의 바닥과 벽면을 타고 이동해 역장 매트릭스 안으로 들어왔다.
2미터 남짓한 크기로 줄어든 빛의 나무가 마도 엔진 위에 자라났다.
구으으으응-
뿔피리 소리를 닮은 엔진음과 파문이 흘러나오자.
우수수수수-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반짝이는 꽃잎이 흩날렸다.
김철수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전재의 본질의 마도 엔지의 파문과 빛의 나무의 꽃잎과 하나로 합쳐졌다.
이 순간 수백 수천 개로 분화되어 뒤엉킨 나뭇가지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
그리고 세계에 울려 퍼지는 굉음이 점점 커지고 하나로 합쳐지는 쭉 뻗은 나무는 부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이제 떠날 시간이네.”
딱-
김철수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허공이 일그러지더니 쩍 벌어졌다.
공간의 틈 너머, 무한한 어둠 속으로 뻗은 빛의 길이 나타났다.
“워커 받아라.”
김철수는 워커 실트에게 점멸하는 마력광을 던졌다.
“전능 옥좌 마스터 코드다. 노움답게 언제나 즐겁게 살아라.”
고개를 돌려 장민 대표와 특급 헌터를 봤다.
“장민 대표님. 그 모든 것…… 정말…… 감사했습니다.”
“특급 헌터. 아까 수박 토마토 주스 맛있었어. 이 돌과 철은 미안.”
김철수는 천문석을 봤다.
“천문석 그동안 고마웠다. 강화영, 허세연, 유희연. 세 사람에게 즐거웠다고 전해 줘. 김철수 사무실은 이제 네 거다. 아, 그리고 너 생수는 좀 그냥 생수로 마셔라.”
“네? 그게 무슨?”
“그런 게 있다. 그럼 모두 안녕안녕안녕! 하하하-.”
김철수는 짧은 인사 후 몸을 돌려 공간의 틈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세 걸음 걷는 순간 무너지듯 픽- 바닥에 쓰러졌다.
“……왜?!”
아득해지는 정신으로 보였다.
손에서 튕겨 나가 역장 매트릭스에 걸린 보석과 강철!
보석과 강철이 걸린 역장 매트릭스 너머 멀리 보이는 특급 헌터!
이 순간 벼락 치듯 깨달았다.
지구로 귀환해 김밥과 ‘생수’를 먹었을 때와 같다.
영혼육백을 태워 세계의 나무를 합치느라 힘이 쭉 빠진 지금 그때와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포션 쇼크! 원인은…….
“수박 토마토 주스!!”
김철수는 마지막 외침과 함께 그대로 정신줄을 잃었다.
이 순간 모든 게 일어났다.
“지금이구나! 엄청난 힘이 솟는다! 다다다닷-.”
화살처럼 달려가는 특급 헌터.
“안 돼!”
반사적으로 달리는 장민 대표.
“잡았다!”
바닥을 박차고 손을 뻗은 천문석.
특급 헌터의 헌터용 배낭을 낚아채는 순간 퐁- 투명한 물방울이 터지고 쏟아졌다.
구으으읏-
띠디디딛-
왕, 왕왕-
기이이잇-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거복이!”
‘괜찮다! 뚫고 들어가면 된다!’
보법을 밟아 파고들려는 순간 돌연 뒤늦게 허공에서 튀어나온.
“앗! 존잘 형! 형이 거기서 왜 나와!”
이세기!
반사적으로 받아 내 내려놓고 쿵- 바닥을 밟고 몸을 날릴 때 보였다.
냐얌-
헌터용 배낭에서 쏙 머리를 내미는 냠냠이!
“잠……!”
팟-
특급 헌터와 동물 친구들은 섬광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어 역장 매트릭스 앞에 나타났다!
“아직 늦지 않았어! 역장 매트릭스 순간 이동으로 못 넘어!”
워커 실트가 줄자를 빼 들고 달리고.
[마지막이야! 모두 줄게! 저 꼬맹이를 물어!]
적예의 옷소매에서 도토리가 후드득- 쏟아지는 순간 황금빛 섬광이 쏘아졌다.
“특급 헌터!”
“정지, 멈춰!”
장민과 천문석이 특급 헌터를 향해 뛰었다.
전후좌우가 모두 막힌 상황이지만 멈추지 않았다.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고 역장 매트릭스를 향해 펄쩍 뛰었다.
황금빛 섬광이 팔을 꽈드득- 무는 순간.
역장 매트릭스에 잡힌 펜던트와 돌멩이가 빨려 들어가듯 양손에 착 달라붙었다.
포그르르르-
그리고 폭발하듯 커다란 물방울.
특급 헌터와 동물 친구들은 물방울에 감사인 채 역장 매트릭스를 그대로 통과했다.
탁-
바닥에 내려선 특급 헌터는 팔을 물고 있는 하늘다람쥐를 보고 씩 웃었다.
“니케 오랜만!”
…… -!!
데롱데롱 매달린 니케는 잽싸게 물었던 팔을 놓고 초당 17번 굽실거리며 번쩍번쩍 만세를 불렀다.
킥키, 키키키, 키키킼킼-!!
‘대두목! 돌아오셨군요! 만세, 만세!!’
텅, 터어엉-
천문석, 워커 실트, 장민 세 사람이 역장 매트릭스에 충돌했다.
특급 헌터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적예! 특급 헌터 잡아!”
휘리릭-
이미 붉은 비단 자락이 특급 헌터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에 막힌 듯 비단 자락은 특급 헌터의 몸에 닿지 않았다.
“특급 헌터가 같은 기술에 두 번 당할 리 없잖아! 카카카카카캌-.”
특급 헌터는 웃음과 함께 번쩍 든 양손의 돌 목걸이와 돌멩이를 부딪쳤다.
팟, 팟, 팟-
퍼져 나온 파문에 닿는 순간 적예의 비단 옷자락이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파아아아앙-
적예는 포기하지 않고 전신에 붉은 바람을 휘감은 채 몸을 던졌다.
냠, 냐암-
냠냠이의 순간 이동에 적예의 두 팔은 허공을 가르고.
띠디디딛-
반짝이의 반전 결계에 닿는 순간 90도 반전, 바닥에 떨어졌다.
왕, 왕왕-
탱탱이가 쏟아 낸 냉기에 적예의 몸이 뻣뻣하게 굳고.
구으으응-
사슴이와 거복이가 적예의 몸 위에 올라 꾸욱- 눌렀다.
포그르르-
퐁퐁이가 쏟아 낸 물방울이 적예의 몸에 스며들어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쌌다.
그리고 특급 헌터와 동물 친구들의 시선이 니케에게 향했다.
…… 킥-
딴청을 피우던 니케는 적예에게 다가가 옷자락을 살짝 물었다.
“좋았어! 이로써 우리는 붉은 마녀에게 승리했다!”
특급 헌터가 환호하는 순간 동물들이 일제히 울었다.
천문석은 역장 매트릭스 너머에서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보다 번쩍 정신을 차리고 반사적으로 외쳤다.
“역시 특급 헌터! 잘했어! 승리했으니까 이제 나오자!”
장민과 워커 실트도 반사적으로 외쳤다.
“와, 정말 대단하네! 엄마는 생각도 못 했어. 특급 헌터. 이제 나와야지?”
“꼬맹이! 대단한데! 차원 용병에 하늘 고래까지 친구라고?! 자 얼른 나오자! 내가 맛있는 사탕 줄게!”
특급 헌터는 휙휙 고개를 젓고 빛의 나무를 가리켰다.
“안 돼! 나무 부러지려고 하잖아!”
“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는 순간 메시지 마법이 들려왔다.
[시간 끌어! 역장 매트릭스 해제할게!]
워커 실트!
천문석은 재빨리 입을 털었다.
“아니야! 저거 그냥 그림이야! 나뭇가지 부러진다고 세계 안 부러져. 그러니까 우리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맞아 특급 헌터! 저건 그냥 그림일 뿐이야. 그러니까! 엄마랑 같이 집에 가서 좋아하는 한우 등심 먹자.”
특급 헌터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냐 내가 분명히 꿈에서 앙꼬 대장 만나서 들었어. 이게 모두를 구할 방법이야!”
“잠깐…….”
“내가 보여 줄게!”
특급 헌터는 배낭에서 나무상자를 꺼내 번쩍 들고 외쳤다.
“지금이야! 날아와!”
“……!”
천문석은 알 수 없는 직감에 허공에 손을 뻗었다.
손이 허공을 스치는 순간 보였다.
핏-
손끝을 스쳐 날아가는 검은 동전!
검은 동전은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역장 매트릭스를 통과해 나무상자로 빨려 들어갔다.
“나와랏! 나왓! 이야아아압-.”
이 순간 나무상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후드득- 동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무상자 저금통에 넣은 500원 동전이 아니었다.
공간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빛을 삼키는 검은 동전들이었다.
짤랑, 짤랑-
검은 동전 수십 개가 바닥에서 튕기는 순간.
특급 헌터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하늘님! 나무 고치려면 어디로 가야 해?!”
하늘은 대답했다.
쩍 갈라진 공간의 틈 너머가 변화했다.
아득한 심연으로 엄청난 속도로 뻗어 나가는 빛의 길!
빛의 길이 아득히 먼 어딘가에 닿는 순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히히히히히힛-]
“꿈에서 앙꼬 대장이 가르쳐 줬어. 이게 모두를 구하는 방법이야.”
특급 헌터는 빙글 몸을 돌려 말했다.
“나 부러지는 나뭇가지 고치고 올게! 앗! 알바! 내가 편지 넣어 놨어! 앙꼬 대장이 알바가 찾는 거 가까이에 있대! 아앗! 내 나무상자 저금통은 알바 줄게! 그리고 엄마…….”
텅, 텅텅-
장민은 역장을 두들기며 외쳤다.
“엄마 화낸다! 정말 화낼 거야! 고등어! 매일매일 줄 거야……! 당장 나와!”
“…….”
특급 헌터는 쪼그려 앉아 장민과 눈을 맞추고 작은 손을 뻗어 역장 매트릭스 위에 놓았다.
장민은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종잇장처럼 얇은 역장을 넘을 수는 없었다.
역장을 사이에 두고 아이의 작은 손과 엄마의 큰 손이 마주했을 때.
특급 헌터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 주워 줘서 고마워.”
“어, 나…….”
장민은 입을 열어 외쳤다.
그러나 마음은 소리가 되지 못했다.
절절히 끓어오르는 마음이 심장을, 가슴을, 몸을 태워 버리는 것만 같았다.
특급 헌터는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당연히 나도 엄마 엄청 좋아하지.”
“흐…….”
“하지만 어쩔 수 없어.”
특급 헌터는 주위를 돌아보며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붉은 마녀.
벽 앞에 쪼그려 앉아 이상한 소리를 내는 워커7이랑 똑같이 생긴 노움.
무서운 얼굴 하지만 엄청 재밌는 키즈 카페 아이들의 친구 알바.
세연 누나. 경석 형, 태희 누나.
잘생긴 형.
제주도 할머니.
검사 할아버지, 김 판사 할머니.
국숫집 할머니.
PC방 사장형, 경희 슈퍼 주인.
최 총장 할머니.
회기 파출소 최 순경 누나.
이문 설렁탕 복순이.
……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거복이.
냠냠이, 퐁퐁이, 용용이.
휘잉휘잉, 섬초.
……
수없이 많은 친구.
그리고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
엄마와 친구들이 모두 여기에 있기에 자신은 가야 한다.
“특급 헌터는 동료를 버리지 않으니까!”
특급 헌터는 당당히 외치고 사방에 손을 흔들었다.
안녕은 작별의 인사.
안녕안녕은 다시 만나자는 인사.
안녕안녕안녕은 완전히 헤어지는 인사.
오래전 숲에서 만났던 앙꼬 대장이 가르쳐 준 데로.
땅을 향해 “안녕.”
하늘을 향해 ‘안녕안녕.’
친구들을 향해…….
“엄청 재밌었어! 모두 안녕안녕안녕!”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려 공간의 틈 너머 빛의 길을 향해 뛰었다.
“특급 헌터가 간다!”
* * *
“안 돼!”
“잠깐만 1초만 기다려!”
“곧 열린다!”
장민, 천문석, 워커 실트가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와 동물 친구들은 그대로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둑이 무너져 물이 쏟아지듯 역장 매트릭스 너머에 기절한 사람들이 휩쓸렸다.
바라카스 발도, 비제우 검공, 아리엘 무겐다흐, 에코 그리고 김철수까지 모두가 빨려 들어갔다.
남은 것은 적예 한 사람!
적예는 마도 엔진을 붙잡은 채 천문석과 장민을 봤다.
“반드시, 반드시 돌려보낼게. 얼마나 긴 시간이 흐르더라도! 약속할게.”
적예는 손을 놓았다.
이 순간 빛의 나무는 빛무리가 되어 쏟아지고 워커 실트는 외쳤다.
“열렸다!”
역장 매트리스가 사라지는 순간 장민. 천문석, 워커 실트 모두는 몸을 던졌다.
그러나 폭발하듯 쏟아진 빛무리에 막혀 몸이 느려졌다.
휘이이잉-
이때 돌연 불어온 바람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멩이! 꼬맹이 꼭 돌려보낼게!]
‘이세기?!’
바람은 빛무리를 휘감고 적예와 함께 공간의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천문석, 장민, 워커 실트가 공간의 틈에 닿았지만, 허공을 지나 바닥에 떨어졌다.
곧 대형 디스플레이에 푸른 하늘과 서울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면 안 돼. 특급 헌터. 엄마한테 이러면 안 돼. 제발 제발 제발…….”
장민 대표는 정신없이 공간의 틈이 있던 공간을 짚었지만, 남겨진 것은 텅 빈 나무상자 하나뿐이었다.
발도 스님과 비제우 검공.
에코와 아리엘 무겐다흐.
적예, 이세기, 철수 형.
그리고 특급 헌터는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