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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31화 (1,33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31화>

“차원 도약? 차원 좌표 고정장치?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케인 이사가 외치는 순간.

에코와 아리엘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가짜 전능 옥좌로는 차원 방벽 못 뚫어!”

“차원 도약? 시도할 출력이 나올 리가 없다!”

“저 화면을 보고도?”

천문석의 말에 에코와 아리엘은 다시 디스플레이를 보고 깨달았다.

아무리 부정해 봐야 소용없다.

지금 차원 방벽이 깨진 걸 두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진짜 전능 옥좌라고?!”

“마도 엔진! 진짜 마도 엔진이라고?!”

“이게 왜 여기에 있어?!”

“이게 왜 여기에 있어?!”

“잠깐잠깐잠깐! 이게 진짜 전능 옥좌고 진짜 마도 엔진이 있다는 말은…… 이 주인이…….”

깡-

워커 실트는 마력 스패너로 콘솔을 때리고 버럭 소리쳤다.

“지금 중요한 건 가짜, 진짜가 아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가리키는 마력 스패너.

“중요한 건 우리가 천공의 섬째로 차원 도약하는 위기에 빠졌다는 거다! 일치단결해서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잠깐! 워커 님. 마도 엔진 락! 그 미친 ‘양자 가위바위보’로 락은 어떻게 풀었어요?! 그거 보안키가 있어도 실패 확률이 51%…….”

“마도 엔진 분리 상태라! 락 처음부터 풀려 있었다.”

“네? 그런데 어떻게 차원 좌표 고정장치가 작동을…….”

“쟤가 마도 엔진 연결했거든.”

“…….”

“…….”

천문석의 대답에 짧은 침묵 후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다.

“출력! 차원 방벽 뚫을 출력이 복제품 마도 엔진으로 가능할 리 없잖아요?!”

[78%]

워커는 말없이 단말기를 내밀었다.

“미친 78%! 복제품으로 어떻게?!”

“마도 엔진 출력 78%면……?! 어, 잠깐!”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아리엘은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막을 게 아니라! 그냥 차원 좌표 입력하면 되잖아!”

“아, 그렇지! 78% 출력이면 닫힌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희열에 물든 에코의 얼굴이 워커 실트에게 향했다.

“워커 님!”

“그게 원래 계획이었어. 기동 병참 도시를 소환하는 거…….”

“말년 병장!”

“인공 정령!”

“그렇지! 마탑, 타이탄 조병창, 마도구 공장! 기동 병참 도시가 있었지!”

“허수 공간의 경계를 이동 가능한 기동 병참 도시면 닫힌 세계에서도 간단히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제트! 거기 제트도 있다! 그 물자랑 설비면 내 마탑도 세울 수 있다!”

“우선 할 건 닫힌 세계에서 탈출이라니까요!”

“역시 워커 실트 님! 일치단결이 이거군요!”

“타대륙 역사상 최고의 마도 공학자!”

“오너! 그러니까 해결 방법이 있다는 거죠?!”

에코, 아리엘, 케인 이사가 찬사를 쏟아 낼 때.

천문석은 워커 실트의 얼굴에 드리워진 절망을 읽었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워커. 저 빛의 기둥, 차원 좌표 고정장치 좌표 어디로 입력했냐?”

“당연히 기동 병참도시지!”

“뭘 그런 당연한 걸 물어봐!”

“오너 이제 해야 할 일이 뭔가요?!”

세 사람의 외침에도.

천문석은 말없이 워커 실트만 바라봤다.

곧 입이 열리고 대답이 들려왔다.

“허수 공간.”

“네?”

“어디요?”

“허수 공간 거기가 어딘데?”

케인 이사가 반문하는 순간.

에코와 아리엘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허수 공간.

안으로 수렴하는 무한한 공간.

마도 제국이 붙잡은 허신, 악신, 고대의 악, 용족과 온갖 초월종을 가둔 감옥.

“허신, 악신이 갇힌 허수 공간이요?”

“허수 공간 좌표는 고정이 안 되는데 어떻게?”

워커 실트는 아주 간단히 에코와 아리엘을 납득 시켰다.

“원래 전능 옥좌도 허수 공간으로 날려 버렸어.”

“아, 그래서! 아무도 못 찾았구나!”

“그렇지! 이래야 말이 되지! 타대륙에 떨어졌으면 내가 못 찾을 리 없지!”

에코와 아리엘은 상상도 하지 못한 전능 옥좌의 최후에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 경악했다.

‘아니, 지금 뭘 감탄한단 말인가?!’

‘마도 제국이 망하고도 천 년 동안 누구도 탈출 못 한 감옥, 마굴, 허수 공간에 갇히게 생겼는데!’

“당장 밖으로 뛰어내려 탈출하면?!”

“지금 천공의 섬 위상 공간이다. 밖에 지구 아냐.”

“좌표! 다른 좌표 입력하면?!”

“인증 파문, 사념 폭탄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다른 좌표 입력 안 돼.”

“방법! 방법을 찾으라고!”

“사고를 쳤으면 방법을 찾아야지!”

“마도 엔진을 부숴서라도 방법을 찾아야죠!”

아리엘과 에코가 폭발하고.

케인 이사가 외치는 순간.

워커 실트는 대답했다.

“바로 그거다!”

*   *   *

“네?”

“뭐?”

“에?”

워커 실트는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마도 엔진 때려 부수기! 그게 해결 방법이다!”

“78, 79% 출력으로는 ‘차원 지도’ 없이 허수 공간으로 차원 좌표 고정하고 이 천공의 섬을 차원 도약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내 계산으로는…… 97%다!”

“마도 엔진 출력이 97%가 되고 차원 도약하기 전에!”

“마도 엔진을 때려 부수고! 바다에 긴급 착륙시키는 거다!”

“그걸 위해 할 일은 저기 마도 엔진실로 이어지는 격벽을 여는 거다!”

“얼마나 걸릴 거 같냐?!”

워커 실트가 외치고 모두의 시선이 마도 엔진실 격벽에 닿는 순간.

어느새 격벽 앞에 서서 견적을 뽑고 있던 천문석이 외쳤다.

“30분! 시조의 검이 있으면 30분이면 뚫을 수 있다!”

고심할 것도 없다!

당장 대참사가 터질 판인데 하이브리온 가문 시조의 검 따위 1도 중요하지 않다!

“받아!”

텀블러가 날아오고 바로 롱소드가 뽑혔다.

후, 하-

깊은 심호흡과 함께 검결지를 만든 엄지로 중지로 검신을 훑는다.

우우우우웅-

검명이 울고 번개를 담은 듯한 강기가 솟구쳤다.

‘우선 간 보기!’

탓, 탓탓-

세 번의 걸어 끌어올린 기세를 담아 느리게 더 느리게, 태산이 무너지는 일 검을 뿌렸다.

둔검(鈍劍)!

데에에에에에에엥-

강화 격벽이 종처럼 울고 콰지지지직- 거대한 빙하가 깨어지듯 금이 갔다!

“……!”

“……!”

“……!”

모두가 떡하니 입을 벌렸을 때.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단단해. 그래서 더 깨지기 쉽다. 10분이면 뚫을 수 있다!”

“좋아! 바로 때려 부숴! 우리도 마도 엔진 때려 부술 준비하자!”

워커 실트가 외치는 순간.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뭘 때려 부순다고?”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벽에서 문이 생겨나고 두 사람이 나타난다.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 수석 연구원이다!’

“잘됐다. 너희 관계자지! 당장 마도 엔진실 열어! 마도 엔진 부셔야 한다! 아니면 허수 공간으로 날아가!”

추이린 수석 연구원의 시선은 아직도 진동하는 격벽 앞 천문석에게 꽂혔다.

“너 김철수 사무실! 맞지?! 어떻게 여기에?!”

미처 숨기도 전에 추이린 수석이 정체를 알아챘고, 이에 김철수 발명가도 바로 알아챘다.

“김철수 사무실?! 왜 여기에?! 설마 김철수랑 같이 온 거야?!”

김철수 발명가의 얼굴에 의아함에서 환희로 환희에서 다급함으로 물들었다.

“철수! 김철수 지금 어디 있어?! 연락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카페에서 보기로 했는데!”

어차피 들킨 마당!

천문석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나갔다.

“아뇨 철수 형이랑은 상관없습니다. 설명은 나중에! 저기 쟤가 사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격벽 열어 주세요! 보기에는 꼬맹이지만 사실은…….”

워커 실트의 정체를 밝혀서라도 격벽을 열어야 한다.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다가가는 순간.

김철수 발명가의 시선이 천문석, 워커 실트, 케인 이사로 움직이고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알았다.”

“네? 설명도 안 듣고?!”

“안 열어 주면 어차피 때려 부술 거잖아?”

“네?!”

“농담이다. 김철수 동료, W. S. 인더스트리는 믿을 수 있다. 직접 봐야 상황을 알 거다. 추이린 바로 격벽 연다!”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은 바로 격벽을 열었다.

끼이이익-

금이 간 3중 격벽이 벽을 긁으며 열리는 순간.

화르르르륵-

꽃잎 같은 빛 덩어리가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이건 또 뭐야?!”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 수석을 선두로.

천문석, 워커 실트, 에코, 아리엘, 케인 이사까지 모두는 마도 엔진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빛의 나무가 사각 강철 프레임에서 시작해 아득한 엔진실 돔 꼭대기까지 자라 있었다.

우수수수수-

빛의 나무에서 흩날리는 엄청난 양의 빛의 꽃잎이 마도 엔진에 빨려 들어갔다.

“더 자랐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상황을 알고 있던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 수석마저 입을 떡 벌렸다.

모두가 얼어붙은 채 이 모습을 바라볼 때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세계의 나무를 모사한 빛의 나무! 저거 차원 지도잖아?! 차원 지도가 왜 엔진실에 있어?!”

외침과 동시에 워커 실트의 사고가 가속했다.

하늘의 별과 지상의 별을 잇고,

원인과 결과, 인과를 매듭지으며,

선택과 결과, 가능성을 향해 자라나는 나뭇가지.

아득한 오래전 상(上)이 영혼육백 태워 키워 낸 세계의 나무.

세계의 나무를 모사한 차원 지도가 튀어나왔다!

워커 실트는 마도 엔진의 이상 현상의 이유를 깨달았다.

-짭 전능 옥좌의 마도 엔진이 마도 제국 오리지널 마도 엔진이고.

-그 마도 엔진이 마력장 공명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두 가지 조건이 만족했다!

마도 엔진은 빛의 나무와 마력장 공명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게 마도 엔진의 출력이 미친 듯이 올라간 이유다.

자신의 계산이 틀렸다.

97퍼센트? 차원 지도가 있다면 87%면 차원 도약이 가능하다.

남은 시간이 확 줄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워커 실트의 시선이 빛의 나무의 한 부분에 꽂혔다.

수백, 수천 개의 나뭇가지가 원을 그리며 뒤엉켜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

빛의 나무는 세계의 나무를 모사했다.

즉, 지금 자신이 보는 모습은 세계의 나무의 현재 상태다.

세계의 나무는 부러지기 직전이다!

“저게 왜 저래? 저러면 안 되는데?! 부러지면 안 되는데……!?”

워커 실트는 덜덜 떨리는 손을 허공에 뻗었다.

“에코! 시계!”

“네? 무슨……?!”

“시간 오류 수정자의 시계, 패러다임 와치!”

“네……?!”

“빨리!”

에코의 손에서 시계를 낚아채는 동시에 빙글빙글 시곗바늘을 돌리고 찰칵찰칵찰칵 미친 듯이 용두를 눌렀다.

“소용없어요. 닫힌 세계라 맛이 갔습니다! 최고 등급 시간 오류 수정자가 아니면 사용 불능……!”

기잉, 기이이잉-

그 순간 기어가 맞물리고 시곗바늘이 돌았다.

“……!?”

에코가 경악하는 순간.

틱틱, 틱틱틱-

에코의 시계 초침이 움직이고.

띧디디딛딛디딛-

워커 실트의 입에서 고속 기계어가 튀어나왔다.

코에서 주룩- 피가 쏟아진 순간 철컥, 철컥- 봉인한 기억이 풀렸다.

틱틱, 틱틱틱-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7초.

세계의 정보가 해일처럼 밀려 들어와 봉인이 풀린 기억에서 해석된다.

7초면 필요한 정보 모두 알아차리기 충분했다.

천공의 섬이 허수 공간으로 날아가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세계는 곧 붕괴한다!

뒤엉킨 수천 개의 나뭇가지와 함께!

워커 실트는 비틀거리다 외쳤다.

“세계가 망한다고?! 뭐가 이따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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