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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28화 (1,32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28화>

“이게 먹혔다고?”

천문석은 주위를 돌아봤다.

술통, 선반, 책상, 의자…….

먼지가 잔뜩 낀 잡동사니가 아무렇게 쌓여 있는 L 로드로 찾은 창고.

워커 실트는 창고 벽에 찰싹 달라붙어 단말기로 훑다가 외쳤다.

“제대로 찾았다! 비밀 통로다! 진짜 평범한 창고에, 평범한 벽으로 위장했지만 난 못 속이지! 1급 이상 커스텀 보안 회로가 깔린 보안문이다! 10시! 인증 파문이 쏘아지고 보안 시스템에 과부하 걸리면 5분 안에 따고 들어갈 수 있다!”

“이게 진짜로 먹혔다고?!”

천문석이 어이없는 눈으로 손에 쥔 L 로드를 볼 때.

워커 실트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내 계획은 완벽하다! 이대로라면 11시까지 백도어 심고 튈 수 있다! 어그로는 끌 필요도 없다! 카카카캌-.”

10시가 되는 순간.

워커 실트의 말대로 시작됐다.

파스스스스-

서울 한 빌라 옥상에 설치된 수십 개의 위성 안테나가 전능 옥좌를 향해 일제히 인증 파문을 쏘아 올렸다.

인증 파문이 쏘아진 걸 가장 먼저 알아챈 건 모든 것을 계획한 워커 실트였다.

그러나 전능 옥좌의 이상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모든 걸 전시안으로 보고 있던 적예였다.

“됐다! 시작됐다!”

워커 실트가 보안문에 단말기를 연결하는 순간.

적예는 눈을 번쩍 뜨고 계약 상대에게 외쳤다.

“니케! 시작이야!”

키킥, 키키키킼킼-

외침과 동시에 찰싹 머리에 달라붙는 니케.

“뭘 해야 하는지 알지? 계획대로 내가 보내는 심상 공간으로 이동해야 해! 최대한 빨리 누구와도 마주치면 안 돼!”

기깈, 키킼킼-!

적예는 전시안으로 태평양 화물선의 한 컨테이너를 보는 즉시, 니케에게 심상을 전하고 마음으로 외쳤다.

[지금!]

팟-

케페니안의 황금빛 섬광과 함께 세상이 변화했다.

훅 올라오는 짠 냄새!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 펼쳐진 바다!

탁-

컨테이너에 발이 닿는 순간 느껴졌다.

철판 너머에 자리한 두 사람의 인기척이!

반사적으로 뻗어 나오는 강대한 내력과 오러가!

‘제대로 왔다!’

적예는 심상을 전하는 동시에 다시 마음으로 외쳤다.

[다시!]

팟-

니케는 적예를 컨테이너와 함께 공간 도약했다.

그 순간 컨테이너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4,000km가 넘는 거리를 도약.

전능 옥좌의 방어 매트릭스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통과해 중앙 공원의 숲에 나타났다.

적예는 컨테이너 앞에 팸플릿을 던지는 동시에 심상을 전했다.

[한 번 더!]

팟-

발아래 푹신한 카펫이, 눈앞에 ‘1201’ 명패가 붙은 방문이 나타났다.

천공의 섬 마천루의 호텔, 2202호.

느껴진다! 문 너머 다급히 숨죽이는 타대륙의 마법사들이!

착-

미리 준비한 종이와 팸플릿을 착- 방문에 붙이고.

쿵, 쿵, 쿵-

방문을 세 번 두들기며 입과 마음으로 외쳤다.

“다 알고 왔다!”

[다시 한번 더!]

팟-

황금빛 섬광이 터지고 방이 보였다.

벽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 텅 빈 책장, 응접 테이블과 소파, 구석에 따로 놓인 패브릭 소파 그리고 반쯤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화장실.

이 방은 누군가의 연구실이었다.

그리고 이 연구실의 주인은 바로 뒤에 있었다.

빙글 몸을 돌리자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살 아래 놓인 책상과 그 책상 위에 팔베개하고 잠든 스무 살도 안 된 소녀가 보였다.

“…….”

적예는 터질 듯이 뛰는 심장 소리를 감추고 작은 기척 하나 없이 책상으로 걸어갔다.

“……오빠.”

무슨 좋은 꿈을 꾸는지 한껏 미소를 머금은 채 잠꼬대까지 하는 소녀.

류세연.

적예는 한참 동안 류세연을 내려다보다 봉신진이 새겨진 비단 손수건으로 머리를 받치고는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기킼킼, 키키킼키키키-??

‘이 인간 대두목 부하 같은데?! 혹시??’

“아니야. 물지 않아도 돼. 세연이는 오늘 하루 행복한 꿈을 꿀 거거든.”

후흐흐흐-

대답하듯 음흉한 미소를 머금는 류세연을 연구실 구석에 놓인 패브릭 소파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 준 후, 스마트폰을 살짝 빼냈다.

“오늘 하루만 내가 오빠랑 같이 있을게.”

적예가 미소 지으며 빙글 손을 휘젓는 순간 붉은 비단옷은 팔찌로 빨려 들어갔다.

옷장에서 류세연의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 재금 아카데미 로고가 박힌 점퍼를 꺼내 입었다.

잠시 머리를 만지자, 거울에 비친 적예의 모습은 어느새 깊이 잠든 류세연과 똑같이 변해 있었다.

적예는 비단 손수건을 베고 잠든 류세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돼. 오빠한테는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게. 설령 이 세상 모두의 운명을 바꿔서라도!”

적예는 심호흡하고 연구실 문을 잠그고 복도로 나가 걸었다.

운명이 가리키는 장소를 향해서.

*   *   *

천공의 섬 호텔, 2202호.

“깨끗합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에코는 문 바로 앞 바닥에 찰싹 귀를 붙이고 정제마석을 쥐고 수인을 짚은 채 대답했다.

“확실해? 천장은?! 확인했어?!”

“광학 은신 마법으로 벽에 붙은 거 아냐?!”

“천장, 벽 전부! 복도 끝까지 스캔했어요! 약속대로 제가 마력 스캔했으니 케인, 아리엘 님, 둘이 나가서 계단 확인하셔야죠!”

“…….”

“…….”

순간 멀리 소파 뒤에 몸을 숨긴 채 살짝 얼굴만 내민 아리엘과 케인이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아, 좀! 가위바위보로 결정했잖아요! 나 1번, 케인 2번, 아리엘 님 3번!”

“에코 넌 원래 워커 부하였잖아! 걸려도 적당히 봐줄 거 아냐? 난 걸리면 바로 백곰권에 대가리 깨진다고!”

“저기 쟤! 케인 쟤도 워커 님 부하잖아요!”

“난 부하 된 지 한 달도 안 됐어! 워커 님의 심복인 너랑은 달라 그리고 보이지?!”

케인 이사의 시선이 스위트룸, 음식, 술, 마정석, 마도구를 쓱 훑었다.

자신이 전부 결제했다는 무언의 시위!

“그래, 에코! 도망치는 건 네가 전문가잖아! 하는 김에 계속하자!”

“부탁한다! 워커 님의 최고 심복 부하 에코! 이번 위기만 제대로 넘기면 내가 텍사스에서 풀코스로 쏜다!”

‘시바시바시바! 뱁새! 내 파트너 뱁새만 있어도 그냥 튀는 건데!’

에코는 분노를 안으로 삼키며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바닥에 찰싹 엎드린 채 복도로 기어 나갔다.

이 순간 무언가 머리에 떨어졌다.

“……!”

파파파팟-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기는 순간 툭- 눈앞에 떨어진 종이와 팸플릿!

종이에 휘갈겨 쓴 문장과 팸플릿이 눈에 박혀 들었다.

[안 오면 하늘섬 추락한다.]

천공의 섬 지도 3시 방향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팸플릿이.

*   *   *

“내 눈에는 숲이 보이는데?”

“제 눈에도 숲이 보입니다.”

바라카스 발도와 비제우 검공은 얼빠진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수백 년은 된 듯한 거목이 오와 열을 맞춰 자라나고, 그 사이사이 잘 관리된 수풀이 우거진 숲에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사방에 바다뿐이었는데 쿵- 무언가 컨테이너 하우스에 내려앉는 순간 알 수 없는 장소로 이동했다!

마도왕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발도와 비제우 검공은 바짝 긴장한 채 사방으로 기감을 뻗었다.

이때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컨테이너 하우스 앞에 떨어진 종이.

조심스레 종이를 주워드는 순간 발도와 비제우 검공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종이에는 섬 지도가 있었다.

종이 위쪽 섬 이름이 인쇄됐고.

지도 위에 동그라미와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천공의 섬]

[찾고 있는 전능 옥좌는 여기에 있어.]

천공의 섬은 한글로.

짧은 문장은 이 세계의 언어가 아닌, 마도 황제가 세계에 새긴 ‘타대륙의 대륙어’로 적혀 있었다!

“대륙어 맞지?!”

“확인 좀 하고 오겠습니다!”

비제우 검공은 외침과 동시에 쭉 뻗은 나무를 밟고 단숨에 1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꼭대기로 올라갔다.

정상에 서는 순간 보였다.

숲 너머에 펼쳐진 공원과 건물이 즐비한 넓은 시가지 너머, 구름 사이로 보였다.

까마득한 대지에 펼쳐진 강과 도시가!

‘이 섬은 하늘에 떠 있다!’

비제우 검공은 반사적으로 하늘을 향해 검을 세우고 기감을 뻗었다.

느껴진다!

이 거대한 섬을 보호하는 강대한 역장이!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대한민국 서울의 천공의 섬!

정체불명의 마도왕의 가짜 전능 옥좌에 도착했다!

“이게 정말로 가짜란 말인가?!”

하이브리온 군단장에게 이미 들었음에도 믿겨 지지 않았다.

‘마도 황제가 아닌 일개 마도왕이 이런 이적을 보일 수 있다고?!’

비제우 검공은 마도 제국이 멸망하고 천 년 후 천공의 탑을 올라 1군단에 들어왔다.

마도 황제의 12제자 중 한 명인 하이브리온 군단장, 마탑 전쟁을 직접 겪은 제국 기사들과는 천 년의 시차가 있었다.

살아서 승천한 마도 황제.

신위를 넘어선 12제자.

신과 같다던 마도왕.

자신은 그 누구도 직접 보고 겪지 못했다.

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이 전능 옥좌는 절대 가짜가 아니다!

하늘에 향한 검 끝에서, 나무를 밟고 선 전신에서 느껴진다!

바람, 태양, 숲과 나무, 대기!

모든 곳에서 흩날리는 각성력의 씨앗이!

그리고 각성력의 씨앗이 검에 몸에 닿는 순간 근원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제국 기사는 알 수밖에 없었다.

지구. 이 세계의 각성력은 타대륙의 돌과 철과 같다!

-돌, 보석, 머릿돌과 마탑, 마법!

-철, 강철, 강철의 기사, 타이탄!

마법과 타이탄으로 타대륙에 문명의 빛을 밝히셨듯.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6계통의 각성력으로 이 세계의 문명의 빛을 지키셨다.

‘인간이 아닌 모든 지성체, 인류를 위해서!’

마도 황제 폐하의 영원불멸한 권능의 상징!

대협약의 약속이 지켜지는 한 결코 빛을 잃지 않는 전능 옥좌가 이렇게 빛나고 있는 게 증거였다!

이 천공의 섬은 진짜다!

당연히 진짜 전능 옥좌에 앉을 수 있는 분은 한 명뿐이시다.

‘보석과 강철의 황제, 마도 황제 폐하!’

격동으로 전신을 떠는 순간 기억 속에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떠올랐다.

-천공탑과 갑자기 연결된 게이트.

-게이트를 나오자 펼쳐진 불의 대지, 노란돌 공원.

-노란돌 공원을 찾아와 거래한 여인!

-갑자기 튀어나온 하이브리온 시조의 검!

-이 검을 이용해 제국 1군단장을 낚으려던 누군가!

-누군가가 지정한 장소, 가짜 전능 옥좌가 떠 있는 한국의 서울!

-바다 한가운데서 돌연 이동한 전능 옥좌!

……

수많은 사건을 하나로 합치면 결론은 하나다!

비제우 검공은 마침내 깨달았다.

하이브리온 군단장의 말이 맞았다.

우연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이 톱니바퀴가 되어 운명의 시계를 돌리고.

마침내 시간 오류 수정자가 말했던 예언의 순간이 찾아왔다.

바라카스 발도!

검성 데이몽 발의 후손이자, 세계의 나무의 정원사, 원대륙의 샤는 인도하리라.

비제우 검공!

당대의 검공인 자신을 위대하고 위대하신 보석과 강철의 황제, 마도 황제 폐하께!

비제우 검공은 빙글 시선을 돌려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이 천공의 섬 어딘가에 있는 전능 옥좌에 마도 황제 폐하 계신다!’

한없이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때 지상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비제우! 사람들 오고 있다!”

비제우는 바로 몸을 날려 지상으로 떨어졌다.

“받아! 배낭 챙겼다!”

발도가 건네준 배낭을 메고 바로 컨테이너를 떠나 숲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까? 그 지도에 그려진 동그라미로 우선 가 볼까?”

비제우는 고개를 젓고 팸플릿을 주머니에 넣었다.

“발도 님이 원하시는 데로 어디든 가시면 됩니다.”

“무슨……?”

발도는 말하는 순간 깨달았다.

“예언대로? 내가 가는 곳에 그분이 있을 거라고?”

비제우는 웃으며 숲에 떨어진 컨테이너를 눈짓했다.

“기적을 봤으니 예언도 믿어야죠. 발도 님이 저를 그분께 인도해 주실 겁니다.”

“…….”

군단 주둔지에서 몇 달 동안, 배를 타고 오며 일주일 동안 수없이 대화하며 깨달았다.

‘제국 기사는 설득이 불가능하다!’

발도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앞장서 걸었다.

방향을 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으니까.

발도는 인파에 스며들어 재금 아카데미 행사장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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