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27화>
장민은 정말 오랜만에 집에 온 아이의 옷매무시를 만져 주며 빙그레 웃었다.
“진짜로 엄마랑 천공의 섬 안 올라갈 거야? 창립 파티에 친구들 많이 올 텐데?”
장철 헌터는 잽싸게 끼어들었다.
“야, 특급 헌터 웬만하면 그냥 같이 간다고 해 줘. 장민 쟤 어제부터 몇 번…….”
“127번째야!”
a
“그래 127번! 귀에 딱지가 안겠다! 네가 같이 간다고 할 때까지 물어볼 기세다! 크크큭, 꺾엌-.”
장철이 웃다가 옆구리를 붙잡을 때.
특급 헌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나 오늘 엄청 바빠! 계획대로 착착착 움직여야 해! 대신 안녕해 줄게! 빨리빨리 움직여!”
특급 헌터는 장민과 장철의 손을 잡고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 팰리스 앞으로 내려왔다.
“삼촌, 너희 엄마랑 천공의 섬 먼저 올라갈게. 생각 바뀌면 연락하고.”
“금방 다녀와서 엄마가 맛있는 점심 차려줄게.”
장민과 장철이 장갑 SUV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며 출발할 때.
특급 헌터는 마주 손을 흔들며 크게 외쳤다.
“안녕 삼촌! 안녕 엄마!”
“……!”
장민은 손을 흔들던 모습 그대로 굳어 버렸다.
“……특급 헌터 너 지금?”
한참 거리가 떨어진 후에야 간신히 입을 여는 순간.
특급 헌터는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엄마! 안녕안녕안녕!”
“……엄마가 한우 사 올게! 특급 한우 등급 구워 먹고! 완전 재밌다는 동네 목욕탕 같이 가자! 엄마 금방 갔다 올게!”
장민은 자신도 모르게 창문 밖으로 상체를 내밀고 크게 외쳤다.
“엄마! 안녕안녕안녕!”
……
특급 헌터는 엄마와 삼촌이 탄 장갑 SUV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빙글 몸을 돌려 달렸다.
“엄청난 힘이 솟는다! 이야아압-!”
“바로 쫓는다!”
“다른 곳으로 새면 안 된다!”
“집에 들어갈 때까지 안심하면 안 된다!”
……
장강 유통 비서실의 직원들이 돌아온 악마 꼬맹이 뒤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특급 헌터는 다른 곳으로 새지 않았다.
타워 팰리스 꼭대기 펜트하우스까지 수십 층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헉, 허억, 흑, 흐헉-
비서실 직원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과 복도에 널브러졌을 때.
“특급 헌터가 왔다!”
특급 헌터는 펜트하우스로 들어갔다.
“헉, 허엌- VIP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경계 태세 2단계 하향 요청합니다!”
그리고 펜트하우스 앞에는 탈출을 막기 위해 의자 둘과 네 명의 비서실 직원이 배치됐다.
그러나 소용없는 대비였다.
특급 헌터는 살금살금 펜트하우스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니까!
방에 도착하는 순간 빠르게 움직였다.
“재킷 입고 모자 쓰고!”
“두꺼운 양말에 신발 신었고!”
“아수라 도장, 나무상자 저금통 챙겼고!”
“삼촌이 혼자 먹는 약도 잔뜩 있고!”
“내 특급 약도 잔뜩 만들어 놨고!”
“마지막으로 내 퐁퐁검!”
포그르르-
허공에 한 번 휘두른 퐁퐁검을 쓱- 허리춤에 끼워 넣는 것을 마지막으로 준비 끝.
“엄청난 힘이 솟는다! 이야아압-.”
특급 헌터는 커다란 헌터용 배낭을 메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살금살금 거실을 걸어 비서실 직원이 지키는 문이 아닌 베란다 문을 살짝 열고 정원으로 나와 헌터용 시계를 봤다.
“8시 29분. 57초, 58초, 59초, 60초. 8시 30분!”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냠, 냐아암-
베란다 정원의 수풀 사이에서 새하얀 새끼 고양이가 우아한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냠냠이! 오랜만에야! 엄마랑 이야기했어? 가도 된대?”
냠냠, 냐아암-
고개를 끄덕이는 냠냠이.
“좋아 바로 출동이야!”
특급 헌터가 냠냠이를 안아 들고 외치는 순간 팟- 섬광과 함께 꼬맹이와 새끼 고양이는 사라졌다.
그리고 타워 팰리스와 도로를 마주한 건너편 건물 화단에 나타났다.
“5분 남았어!”
냠, 냐암-
특급 헌터는 화단에서 뛰어내려 화단으로 몸을 가리고 달렸다.
다다다다닷-
정신없이 달리길 잠시 편의점과 그 앞에 놓인 구둣방이 보였다.
잽싸게 인도를 달려 구둣방 건물에 찰싹 붙어 몸을 숨기고 헌터용 시계를 봤다.
“8시 34분. 58초, 59초, 60초. 8시 35분!”
끼이익-
이 순간 검은 승합차가 특급 헌터 앞에 멈추고 문이 열렸다.
“안녕! 서면 넘버 쓰리 누나!”
“어, 파출소 꼬맹이? 콜 한 게 너였어? 그런데 왜 너 혼자야? 어른은?”
“엄마랑 삼촌은 먼저 올라갔어!”
특급 헌터는 하늘을 가리키며 헌터용 시계를 눌렀다.
[삼촌, 너희 엄마랑 천공의 섬 먼저 올라갈게.]
“천공의 섬 올라간다고? 아, 그렇지 재금 아카데미 창립식이 오늘이지! 그런데 거기는 초대장 없으면 못 올라가는데?”
“초대장 철수 형한테 받았어!”
특급 헌터가 주머니에서 꺼낸 초대장을 본 운전기사는 탄성을 터트렸다.
“뭐야? 진짜 초대장이야? 이거 구한다고 난리던데?! 어떻게 구했냐?”
“철수 형은 뭐든지 할 수 있어! 철수 형한테 불가능은 없어!”
“그러냐? 꼬맹이 얼른 타고 안전벨트 매라! 바로 출발할게!”
“출동!!
부아아아앙-
특급 헌터를 태운 검은 승합차는 빠르게 도로를 달려 광화문 게이트 지역으로 들어가 중앙광장 컨테이너 구역 개구멍 앞에 멈췄다.
“넘버 쓰리 누나 고마워!”
“조심해서 올라가고 나중에 일 있으면 또 콜 해!”
특급 헌터는 철수 형에게 받은 초대장으로 당당히 개구멍을 통과해 전능 옥좌의 중앙 공원에 도착했다.
“퐁퐁이 내려올 곳이 어디지? 이쪽인가?!”
08시 50분.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안테나처럼 뽑아 들고 퐁퐁이가 내려올 장소를 향해 중앙 공원을 걸었다.
이때 천문석, 특급 헌터에 이은 세 번째 사람이 개구멍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철수 아저씨는 갑자기 왜 부르는 거지? 뭐 간만에 잘됐네. 카페에서 철수 아저씨 얼굴 보고 간만에 철수 신부님, 영희 수녀님 만나러 가면 되겠네.”
이미 몇 번이나 통과한 개구멍을 찾는 건 간단했다.
“여기 초대장입니다.”
김철수는 웃으며 초대장을 내밀어 스캔했다.
“……오늘은 개구멍 VIP가 이렇게 많아.”
술 냄새가 확 올라오는 연구원의 혼잣말을 뒤로하고 개구멍을 통과했다,
짙은 숲 내음이 훅 밀려왔을 때는 어느새 중앙 공원에 서 있었다.
“여기는 몇 번을 와도 신기하단 말이야?”
김철수는 경이로운 눈으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역장 매트릭스에 덮인 푸른 하늘.
하늘에 진짜로 닿을 듯이 뻗은 마천루.
100미터가 넘게 뻗은 거목과 수풀이 우거진 숲과 푸른 잔디가 깔린 탁 트인 공원.
조깅하는 청년.
강아지에게 원반을 던지는 소녀.
나뭇가지를 하늘에 세우고 비틀비틀 걷는 꼬맹이.
담요 위에 비키니를 입고 누워 햇살을 받는 여인.
아직 아침인데도 공원에는 많은 사람이…….
“……어?”
김철수는 문득 느껴지는 위화감에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눈에 익은 배낭.
눈에 익은 나뭇가지.
눈에 익은 뒤통수와 움직임.
배낭에서 쏙 머리를 내민 새하얀 새끼 고양이까지!
“특급 헌터?”
김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불렀다.
목소리가 들릴 리 없는 100미터가 넘는 거리, 그럼에도 꼬맹이는 멈칫했다!
‘특급 헌터가 맞다!’
“어떻게 여기에?!”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깨달았다.
어제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특급 헌터에게 준 초대장!
‘그 초대장으로 개구멍으로 올라왔구나!’
“특급 헌터! 너 특급 헌터 맞지?!”
김철수는 반사적으로 달리며 외치는 순간.
배낭을 멘 꼬맹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9시 정각이 됐다.
염동 광장에 천공의 섬으로 이어지는 정식 출입구가 열리고 VIP 입장이 시작됐다.
장민 대표와 장철 헌터를 태운 장갑 SUV가 출입구를 통과해 파티장으로 이동할 때.
천문석은 워커 실트에게 묻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백도어 심을 장소를 찾을 비장의 도구라고?”
“맞아! 네가 이걸 사용하면 100% 찾을 수 있다.”
확신을 담아 대답한 워커 실트의 손에는 직각으로 꺾인 철사가 놓여 있었다.
‘L로드, 수맥을 찾는 다우징 로드가!’
* * *
“L로드로 목표를 찾는다고? 너 이거 진심이야?!”
“당연하지! 스스로를 믿고 네 감이 가리키는 장소로 가라!”
“……설마 이게 계획이야? 지도, 설계도 그런 거 없어?!”
“날 믿어! 설계도, 지도 그런 것에 의존하면 안 돼!”
주호에게 팸플릿을 지도라고 줬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
“너 지도, 설계도 없구나?!”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워커 실트는 빠르게 말을 쏟아 냈다.
“아무리 짭이어도 이곳은 전능 옥좌다!”
“준비된 마법사는 3배 강하다!”
“자신의 영지에 짱박힌 마법사는 10배 강하다!”
“그럼 준비된 마법사가 자신의 영지에 짱박히면 얼마나 강할까?!”
“……30배?”
천문석인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는 순간.
워커 실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한 20배쯤 강해!”
“지금 뭔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우리는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누구도, 마법사도 예상하지 못할 변수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긴 할 거다. 어떤 미친놈이 L 로드로 길을 찾는단 말인가?!
그리고 그 미친 짓을 지금 자신이 해야 했다!
천문석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진짜 이게 먹힌다고 생각하냐?”
“내 이름을 걸고 먹힌다!”
“…….”
천문석은 L 로드를 잡고 앞장서고.
워커 실트는 그 뒤를 쫓으며 생각했다.
‘지도? 설계도?!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이 거대한 전능 옥좌에서 백도어를 박을 통제실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은 가능했다!
L 로드는 그냥 장식일 뿐!
진짜 중요한 건 자신 앞에 있는 천문석의 존재 그 자체다!
천문석은 운명을 사는 화폐 흑전의 주인!
사건·사고, 난장판을 부르는 흑전의 업이 우리를 인도하리라!
전능 옥좌의 심장이자, 가장 위험한 장소!
마도 엔진이 있는 곳, 백도어를 박을 통제실로!
‘카카카카캌-’
마도 엔진 통제실에 백도어 앵커만 밖이 놓으면 계획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다!
일주일 후!
하이브리온 1군단장을 태운 화물선이 태평양을 지나 서울에 도착하고.
이곳 전능 옥좌에 올라 정체불명의 마도왕과 충돌하는 순간 모든게 끝난다.
자신은 전능 옥좌의 통제권을 누구도 눈치채기도 전에 훔쳐, 기동 병참 도시를 지구로 소환하고 마침내 친구들이 기다리는 배로 돌아간다!
카카카카캌-
그러나 워커 실트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지고 있었다.
하이브리온 1군단장은 옐로스톤 마경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화물선에 있는 건 하이브리온 군단장이 아니라 바라카스 발도와 비제우 검공이었다.
그리고 워커 실트가 예상하지 못한, 인과가 얽힌 존재들이 이미 천공의 섬에 있었다.
-김철수 발명가, 추이린.
-류세연, 한경석, 이세영.
-에코, 아리엘, 케인 이사.
-특급 헌터, 냠냠이, 김철수.
-장민 대표, 장철 헌터.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과가 얽힌 존재들은 천공의 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태성 길드장, 최후식 이사.
-투명 물방울 속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거복이, 퐁퐁이 동물 친구들.
-투명 물방울에 찰싹 붙은 기연으로 무아지경에 빠진 이세기.
……
아득한 하늘의 인과는 그 누구 헤아릴 수 없는 법!
천문석과 인과가 얽힌 존재들이 자석에 끌리듯 천공의 섬으로 모여들어.
워커 실트의 사전조사, 백도어 앵커 박기는 어느새 거대한 태풍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천공의 섬의 누구도 이 거대한 태풍을 예상하지 못했다.
“철수 형! 쫓아오지 마! 나 특급 헌터 아니라니까!”
“내가 ‘철수 형’인 거 어떻게 알았어? 너 안 멈추면 장민 대표님한테 전화한다!”
“앗, 아앗! 엄마는 안 돼! 나무 부러지는 거 막으러 올라온 거란 말이야!”
“알았으니까! 거기 서! 멈추면 전화 안 할게!”
“멈출…… 리가 없잖아! 특급 헌터는 거짓말에 속지 않는다! 엄청난 힘이 솟는다! 이야아아얍-!!”
천공의 섬 골목길에서 정신없이 도망치는 꼬맹이를 제외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