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25화 (1,32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25화>

재금 아카데미 창립식 하루 전.

천문석은 눈을 번뜩이며 동물 친구들을 감시했다.

그러나 옥탑방에서는 아무 사건도 터지지 않았다.

사건은 옥탑방이 아닌 다른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기이이이잉-

빠르게 상승하는 고속 엘리베이터에 아리엘, 에코, 케인 이사가 타고 있었다.

아리엘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케인. 저기 진짜로 안전한 거 맞냐?”

“몇 번을 말해 안전…….”

“확실한 거지?! 워커 님 미궁 악어에 구멍까지 뚫어 놨어! 우리 잡히면 끝장이야! 워커 님 사전에 용서란 없어! 그 마력 스패너에 대가리 깨진 기사, 마법사! 각성자가 만 단위가 넘어가! 지금이라도 자수……?!”

에코가 부르르 몸을 떠는 순간.

아리엘이 잽싸게 말을 끊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게이트 너머 신서울로 튀는 게 좋지 않을까? 신서울에서 거점도시랑 지하도로로 연결됐다며?! 거기, 거기 그 거점도시 어디더라?!

“신동대문?!”

“그래 거기 신동대문! 신동대문이랑 연결된 고블린 평야가 떠오르는 사냥터라며?! 신동대문에 헌터들 바글바글한다며?!”

“저도 들었습니다! 신동대문 집값, 땅값이 50배 이상 폭등하고! 헌터들이 골목마다 바글거린다고!”

“그래 거기야! 나무는 숲에! 우리 신동대문으로 튀자!”

“케인! 일리가 있어! 우리 신동대문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당장이라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도망칠 듯 전전긍긍하는 아리엘과 에코.

케인 이사는 만난 시간은 짧지만, 남일도에서 고난을 함께한 동료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아니! 신동대문으로 튀면 반드시 잡힌다!”

케인 이사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워커. 우리 오너는 땅에는 앵커, 하늘에는 인공위성, 게이트에는 버그(bug)를 박아 놨다. 결국, 지구 어디에 있건 걸린다!”

“그러니까 게이트 너머로…….”

“그리고 지구에서 안 나오면 게이트 너머 신서울부터 포위망을 조여올 거다. 이사회에 현상수배 걸면 사냥개가 된 이사들이 전부 몰려올 거다! 48시간 안에 잡힌다!”

아리엘과 에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순간.

텅-

케인 이사는 엘리베이터 강화 유리벽을 두들기고 하늘을 가리켰다.

“하지만 걱정 마라!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저곳은 안전하다!”

하늘을 가리킨 케인 이사의 손끝에는 커다란 섬이 있었다.

“천공의 섬!”

“전능 옥좌!”

에코와 아리엘이 침음성을 삼킬 때.

케인 이사는 확신을 담아 외쳤다.

“그래! 재금 그룹이 만들어 낸 이적 천공의 섬, 일명 전능 옥좌! 바로 저곳이 지구에서 유이하게 오너에게서 안전한 장소다! 이사회만 아는 극비 사항인데, 우리 오너는 재금 그룹을 피해 다니고 있다! 분명 재금 그룹이랑 얽힌 게 있다! 아마 뭔가 아작 내고 튀었을 가능성이 가장 큰데, 이건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건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케인 이사가 길게 설명을 이을 때.

에코와 아리엘은 빠르게 눈빛과 메시지 마법을 교환했다.

[아리엘 님 저거 전능 옥좌입니다! 아무리 카피, 가짜 전능 옥좌라도 오리지널 20% 출력만 나오면 끝장입니다! 정체불명의 마도왕의 영지, 드래곤 레어로 스스로 기어들어 가는 겁니다! 사령 술사라도 있으면?!]

[다른 방법 있어?! 우리 쫓는 건 워커 실트야, 그 미친 워커 실트! 마도 제국 7 재앙의 두목! 전능 옥좌를 추락시켜 마도 제국에 막타를 때린 타대륙 최악의 테러범! 마도왕의 머리를 깨트리고 다닌 마법사 사냥꾼! 짭 전능 옥좌 정도가 아니면 못 막아!]

에코와 아리엘은 동시에 말문이 컥 막혔다.

둘은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 지금 자신들을 쫓는 건 워커 실트다.

공허의 바다를 건너온 노움 종족 최고의 천재!

보석과 강철 황제의 상징, 강철의 기사, 타이탄을 만든 타이탄 마스터!

마도 황제의 영원불멸한 권능의 상징, 전능 옥좌를 떨어뜨린 테러범!

허신, 마신, 고대의 악신, 초월종조차 감히 대적하지 못하고 도망친 마도 제국을 끝장낸 재앙신 그 자체!

마탑 전쟁에서 승리 직전까지 갔던 마도왕 아리엘 무겐다흐.

시공간을 넘나들며 오류를 수정하는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

마도왕과 시간 오류 수정자의 이름은 워커 실트의 악명 앞에선 태양 앞의 촛불과도 같았다!

짭 전능 옥좌에 웅크린 마도왕 정도가 아니면 워커 실트를 막지 못한다!

에코와 아리엘은 동시에 케인 이사를 봤다.

“……알겠지? 오너는 절대로 전능 옥좌에 못 온다!”

케인 이사의 말이 끝나는 순간 동시에 외쳤다.

“저기 올라갈 방법은?”

“아무나 진입하진 못할 텐데?!”

“당연히 들어갈 방법 준비했지!!”

케인 이사가 씩 웃는 순간 땡- 종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따라와라. 직접 보여 줄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짧은 복도를 지나 나타난 강화 철문.

삐빗-

케인 이사의 마력 패턴을 읽은 강화 철문이 열렸다.

휘이이잉-

강풍이 휘몰아치는 성채 빌딩 옥상, 헬리포트에는 거대한 헬기가 있었다.

“천공의 섬으로 우리를 데려다줄 오스프리다! 우리는 내일 열리는 재금 아카데미에 창립식에 VIP로 참석한다!”

케인 이사는 손에는 ‘VIP’ 세 글자가 선명한 초대장 석 장이 들려 있었다.

타타타타탓-

케인 이사, 아리엘, 에코를 태운 오스프리는 곧 하늘로 떠올랐다.

“…….”

에코와 아리엘, 케인 이사는 멀어지는 지상과 가까워지는 천공의 섬을 바라보며 행복회로를 돌렸다.

‘워커 실트가 제정신이라면 아무리 가짜라도 전능 옥좌에 나타나진 않을 거다!’

‘워커 실트가 제정신이라면 아무리 가짜라도 전능 옥좌에 나타나진 않을 거다!’

‘절대로!’

‘절대로!’

에코와 아리엘, 케인 이사는 워커 실트를 피해서 안전지대 짭 전능 옥좌에 숨어들었다.

세 사람의 생각이 맞았다.

워커 실트가 제정신이라면 아무리 가짜라도 전능 옥좌에 나타날 리 없었다.

그러나 원래 노움은 인간 기준으로는 제정신에서 약간 벗어난 종족이었다.

완성도 안 된 방주선을 공허의 바다에 띄우고.

악신, 마신, 고대신이 지배하는 타대륙에서 김돌철과 혁명하겠다고 타이탄을 만들었다.

심지어 전능 옥좌가 오염될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메시지 마법 하나에.

마도왕, 12제자, 제국 군단, 마도 제국 전체를 상대로 투쟁해 결국 전능 옥좌를 허수 공간으로 날려 버리는 데 성공했다!

그 어떤 노움도 불가능한 위업!

워커 실트는 인간 기준으로 제정신이 아닌 노움 종족 중에서도 탁월한 미친 노움이었다.

실트 가문과 노움 종족에서 기록 말살을 당한 것이 이 사실을 증명했다.

워커 실트를 과소평가한 게 세 사람의 실책이었다.

에코, 아리엘, 케인 이사는 워커 실트가 백도어를 박을 목표로 삼은 전능 옥좌, 호랑이굴로 들어가고 있었다.

*   *   *

바라카스 발도는 주위를 돌아봤다.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보이는 건 하나뿐이다.

바다, 바다, 바다, 바다.

일주일 동안 변하지 않는 풍경.

당연했다.

지금 발도는 제국 1군단의 비제우 검공과 함께 화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가고 있었으니까!

예언에 따라 마도 제국의 보석과 강철의 황제, 이미 승천한 마도 황제를 찾기 위해서!

“진짜 마도 황제가 있을까?”

지난 몇 달간 수없이 생각한 질문.

그러나 언제나 답은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승천한 마도 황제가 이세계에 있을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하지만 비제우 검공과 하이브리온 군단장은 마도 황제를 찾을 수 있다는 ‘예언’을 확신하고 있었다.

예언을 확신하는 걸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원래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는 법이니까.

문제는 그 예언에 자신이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바라카스 발도. 원대륙의 샤가 비제우 검공을 마도 황제께 인도한다!’

“허공도는 흔적도 찾지 못했는데 마도 황제라니……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하-”

자신도 모르게 얽혀든 예언에 탄식하는 순간 산처럼 쌓인 컨테이너 아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왔습니다.”

쿵쿵, 쿵쿵쿵-

순식간에 컨테이너를 밟고 올라와 식판을 내미는 비제우 검공.

“오늘 저녁입니다. 일주일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할 거라고 합니다.”

발도는 식판을 받으며 다시 한번 질문했다.

“진짜 마도 황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

“하이브리온 군단장님은 우연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말끔하셨죠.”

비제우 검공은 언제 나와 같은 대답을 하고 화물선이 나아가는 바다를 봤다.

저 바다 너머에 하이브리온 가문 시조의 검이 있다.

South Korea, Republic of Korea, 대한민국에!

비제우 검공은 인과와 운명을 믿었다.

비제우 검공가는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인과가 빚어낸 운명으로 시작했으니까.

마도 제국 멸망 후 암흑시대가 도래한 타대륙에 인류의 빛을 밝힌 검성 베라.

그러나 비제우 검공 가문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암흑시대를 끝낸 건 검성 베라 공이 아닌 베라공과 제국 5대공의 스승님이었다.

스승님은 비제우 검공의 시조와 4명의 대공 가문의 시조에게 전하셨다.

‘부자 되는 호흡법!’

비제우 검공 가문의 시작이자 끝 그리고 모든 것을!

쿵쿵, 쿵쿵쿵-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치고 있다.

천 년 동안 전해진 호흡법으로 육체와 정신에 새겨진 마나 심법이 말하고 있다.

이 바다 너머 대한민국에 천 년 동안의 갈망을 해결해 주실 분이 계시다고!

부자 되는 호흡법을 전해 주신 스승님과 같은 일문.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채워 주실 일문의 스승님이.

스승님이 계실 곳은 당연히 마도 황제의 옆이다!

그렇기에 비제우 검공은 단호히 대답했다.

“생각이 아니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   *   *

키킼, 키키키킼-

“아니, 안 돼. 약속했잖아.”

적예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 톡톡톡- 도토리 10개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우선 10개. 나머지 도토리는 끝나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픽 쓰러져 테이블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니케.

기킥, 키키킼키킼킼-!

‘나 누울 거야! 누워서! 데굴데굴! 한 발짝도 안 움직일 거야!’

“그럼 날개막 아공간 각인도 없던 거로 할 거야?”

킼-

데굴데굴 구르던 니케가 그대로 굳는 순간.

콩, 따닷-

테이블을 두들기는 손가락과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도토리.

적예는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이 보물 도토리 다시 누가 훔쳐 가면 어떡하지?”

“나쁜 늑대들이 나타나 니케의 소중한 보물 도토리 삼켜 버리면?!”

“날개막에 아공간 각인 새기면, 도토리 백 개, 천 개, 만 개도 넘게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데?”

적예는 씩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질문했다.

“니케는 아공간 각인 필요 없니?”

킥키킼, 키키키키킼-!

‘필요해요! 아공간 각인 완전 필요해요!’

니케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아공간 각인 새겨 주면, 너도 약속 지키는 거다? 딜?”

톡-

적예와 니케의 손가락이 맞부딪치고 다시 한번 합의가 이뤄졌다.

곧 니케의 앞발과 몸통 사이 빛의 날개막에 아공간 각인 주술이 새겨졌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각인 주술을 새롭게 새기는 건 아니었다.

아공간은 케페니안 일족의 고유능력.

아직 어린 니케가 일족의 고유능력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두두두듯-

니케가 활짝 빛의 날개막을 펼치고 테이블을 달리는 순간.

팟, 팟, 파팟-

테이블에 놓인 도토리와 호두 케이크가 놓인 접시가 날개막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으니까!

킥, 키킥, 키키킼-!

‘됐다, 됐어! 대두목 성공했어!’

니케는 작은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이제 자신의 보물 도토리를 그 누구도 훔쳐 가지 못한다!

붉은 마녀가 날개막에 만들어 준 아공간에 보관할 수 있으니까!

“내가 새겨 줬는데 왜 대두목한테 고마워하니?”

적예는 어이없어하는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나 약속 지켰지? 너도 약속 지키는 거다. 내가 원할 때, 원하는 장소로 옮겨 주고, 아프게 무는 거다? 니케?”

킼키, 키키키킼키킼-!

‘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니케. 보물 도토리 143개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자랑스러운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는 마주 손을 뻗었다.

톡톡-

적예와 니케의 손이 다시금 맞부딪치고 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적예는 알고 있었다.

눈앞의 어린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니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일족은 차원 용병으로 계약을 ‘반드시’ 지키고, 의뢰비를 ‘반드시’ 받아 낸다.

그러나 니케는 약속을 한 후에도 깜빡깜빡 까먹고 몇 번이나 드러누웠다.

계약에 얽매인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당연히 계약의 징계가 내려야 한다.

하지만 니케에게는 한 번도 계약의 징계가 내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가호를 받는 것처럼!

니케는 내일 밤이면 다시 까먹고 드러누울 거다.

하지만 괜찮았다.

내일 밤이 되기 전에 모든 게 끝날 테니까.

적예는 손안에 쥔 보물 도토리의 빛으로 전시안을 펼쳤다.

휘이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고.

파스스스-

마력장의 물결로 전해진다.

인과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여 자아내는 운명이!

-차원의 틈 너머에 숨어 있던 세 사람은 스스로 하늘섬에 오르고.

-원대륙의 무명의 샤와 타대륙 검공이 하늘섬에 떨어진다.

-하늘섬의 빛의 나무와 맥동하는 심장이 공명할 때.

-대지에서 쏘아 올린 사념파가 하늘섬에 휘몰아치리라!

그리고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왜 아무 일도 안 터지는 거지? 쟤들 왜 사고를 안 치는 거야?!’

온갖 사건·사고를 끌어당겼던 거대한 인력의 주인은 일어나지 않는 사건·사고에 의아해하고 있다.

“돌멩이 오빠는 여전하구나.”

적예는 빙그레 웃으며 북쪽 하늘을 봤다.

내일이다.

바로 내일 모든 것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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