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15화>
한밤의 서울 한 건물 옥상.
워커 실트는 단말기를 테이블에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무겐다흐! 에코! 케인! 어떻게 도망친 거야?! 내 미궁 악어 로봇은 어디로 간 거야? 신호는 왜 또 안 잡혀! 잡혀라! 잡혀! 잡히라고!”
쾅, 쾅, 쾅-
무겐다흐, 에코, 케인 이사를 대만해협에서 포획해 한국으로 이동하던 미궁 악어 로봇이 사라졌다!
집 주인네 꼬맹이에게 끌려다니며 김밥, 떡볶이, 치킨, 피자를 먹는 사이!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외장갑 파손 경고를 끝으로 신호가 뚝 끊겼다!
이번 짭 전능 옥좌 탈취 계획의 중요 인재 셋이 한꺼번에 사라진 거다.
-차원 용병 고용비를 떼먹고 도주에 성공한 마도왕 무겐다흐!
-그야말로 생존의 달인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
-무엇이든 시키면 어떻게든 해내는 케인 이사!
이번 계획에 사용할 도구와 장비를 싣고 서울로 이동 중인 미궁 악어 로봇과 함께!
쾅-
워커 실트는 테이블에 내려치던 단말기를 멈추고 기원을 담아 외치고 휙 뒤집었다.
“신호 잡혔다!”
[신호 없음]
[신호 없음]
……
“으아- 안 되잖아! 두들기면 고쳐진다며! 안 되잖아!”
옛옛 친구의 지론대로 단말기를 두들겼는데도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본래라면 지구 반대편, 해저, 게이트 너머에 처박혀도 신호는 잡혀야 했다.
미궁 악어 로봇에는 고유 파문 발생기를 박아 놨으니까!
그런데 전혀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마치 고도의 마법 결계에 갇힌 것처럼!
“빌어먹을 젠장! 되는 일이 없네!”
워커 실트는 분노의 괴성을 지르다 뚝 멈추고 돌연 외쳤다.
“괜찮다! 난 노움 최고의 천재! 워커 실트다!”
그렇다. 괜찮다! 이 정도 변수는 상정 범위 안이다!
언제부터 노움이, 자신이 도구와 장비를 모두 갖추고 행동했단 말인가?
선조들이 초신성 폭발을 피해 모성을 탈출할 때도 반도 완성 안 된 방주선을 허무의 바다에 쏘아 올리고 어떻게든 땜질하며 버티지 않았던가?!
원래 노움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도구와 장비가 없으면 몸으로 구르는 거다!
옛옛 친구와 초월자를 피해 도망치며 최초의 타이탄을 만들었을 때도.
옛 친구들과 타이탄을 부활시키고, 천공탑을 오를 때도 같았다.
대륙 최고의 타이탄 마스터, 워커 실트 자신은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든 성공시켰다!
“할 수 있다!”
워커 실트는 옛옛 친구의 말버릇대로 외치고 사고를 가속했다.
‘짭 전능 옥좌 탈취 계획!’
-1단계. 옐로스톤 마경에 짱박힌 제국군 1군단, ‘하이브리온 군단장’을 ‘하이브리온 가문 시조의 검’으로 서울로 부른다.
-2단계. 서울에 도착한 하이브리온 군단장은 시조의 검을 찾아 짭 전능 옥좌에 올라갔다 미지의 마도왕과 충돌한다.
-3단계. 도주와 생존의 달인 무겐다흐와 에코가 난장판이 된 짭 전능 옥좌에서 시조의 검으로 모두의 어그로를 끈다.
-4단계. 어그로가 끌린 사이 친구와 함께 짭 전능 옥좌의 심장, 마도 엔진 통제실로 몰래 잠입한다.
-5단계. 누구도 눈치채기 전에 ‘차원 좌표 추적기’와 짭 전능 옥좌의 힘으로 ‘기동 병참 도시’를 지구로 강제 소환한다.
-6단계. 짭 전능 옥좌 탈출, 그리고 해피엔딩!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자신은 지구에 강제 소환된 기동 병참 도시로 천공탑 어딘가에 있을 동료들의 배로 돌아간다!
-지구는 허신조차 쥐어팰 수 있는 마도 제국의 결전 병기, 기동 병참 도시가 생긴다!
-친구는 타이탄 마스터,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선물을 받는다!
“내 마력 스패너!”
워커 실트는 마력 스패너를 탁- 한번 두들기고 단말기를 조작했다.
“현재 진행 상황은?!”
타타탓-
단말기 화면에 표시되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항적!
제국군 1군단 ‘하이브리온 군단장’이 탄 화물선은 태평양을 반쯤 건넌 상태!
타타탓-
이번 계획의 최고 중요 인물, ‘하이브리온 가문 시조의 검’을 소유한 ‘친구’는 자택 대기 중!
파파팟-
천공탑으로 통로를 뚫을 수 있는, 기동 병참 도시의 좌표가 기록된 ‘차원 좌표 추적기’ 확보!
준비되지 않은 건 둘뿐이다.
전능 옥좌로 몰래 잠입하고 탈출할 장비, 설비가 있는 미궁 악어 로봇!
모두의 어그로를 끌어 줄 도주와 생존의 달인 무겐다흐, 에코, 케인 이사!
하지만 괜찮다! 이미 대체 장비를 만들어 가동하고 있었으니까!
“바로 이곳! 건방진 집주인 꼬맹이네 옥상에서!”
워커 실트는 휙 고개를 돌렸다.
옥상 구석, 위성 안테나 수십 개가 있었다.
버려진 고물처럼 어지럽게 전선이 엉킨 채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녹슬고 낡은 위성 안테나.
그러나 이 수십 개의 위성 안테나는 작은 배치 하나까지 최고의 마도 공학자가 세팅했다.
바로 자신이!
이 수십 개의 위성 안테나는 저마다 다른 파문을 같은 곳을 향해 쏘아 보냈다.
번쩍 고개를 들자 위성 안테나가 향한 ‘같은 곳’이 보였다.
환한 달빛 아래 그 어떤 별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인공의 별, 전능 옥좌!
탁-
워커 실트는 이마의 고글을 내렸다.
고글 너머로 보인다.
수십 개의 위성 안테나에서 쏟아진 전자기파 파문이 허공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츠츠츠츠츠-
파스스스스-
치지지지직-
하나하나의 파문은 통신 잡음처럼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러나 수십 개의 파문이 위로, 위로 뻗어 나가 마침내 전능 옥좌에 닿는 순간.
팟-
증폭, 상쇄, 굴절, 확장되어 하나의 파문을 만들어 낸다.
1초에 수십, 수백 번 변화하는 ‘인증 파문’을!
인증 파문은 마도 제국의 기술이 들어간 마탑, 타이탄, 기동 병참 도시 등등 모든 장비, 설비, 시설의 열쇠다!
당연히 마도 제국의 기술, 짭 마도 엔진의 힘으로 하늘에 떠 있는 짭 전능 옥좌도 인증 파문으로 통제권을 얻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인증 파문을 쏘아 보낼 수만 있다면 말이지.”
워커 실트는 짭 전능 옥좌의 인증 파문을 몰랐다.
마도 제국의 모든 시설, 장비, 도구, 무기의 마스터키, 최초의 머릿돌’이라도 있지 않은 한, 이렇게 원격에서 아무 인증 파문이나 쏴서 짭 전능 옥좌의 통제권을 뺏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자신은 짭 전능 옥좌의 통제권을 뺏으려는 게 아니었으니까!
일종의 디도스[DDOS] 공격!
1초에 수십 수백 개의 인증 파문을 짭 전능 옥좌에 때려 박아, 보안 시스템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게 1차 목적!
보안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틈에 전능 옥좌에 직접 올라가 ‘백도어 앵커’를 박는 게 2차 목적!
하이브리온 군단장이 짭 전능 옥좌에 올라 난장판이 되는 순간 백도어 앵커를 이용해, 몰래 통제실에 잠입, 컨트롤을 뺏고 기동 병참 도시를 소환하는 게 3차 최종 목적이다!
‘백도어 앵커!’
이게 바로 도주와 생존의 달인 무겐다흐, 에코, 케인 이사를 대신할 자신의 답이었다.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보안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도 백도어 앵커를 박을 곳은 미지의 마도왕의 영지 짭 전능 옥좌였으니까!
준비된 마법사는 3배 위험하다.
자신의 영지에서 준비된 마법사는 10배 위험하다.
짭 전능 옥좌에서 수십 년 준비한 미지의 마도왕이라면?!
허신, 마신, 초월종조차 정면으로 들어갈 엄두를 못 낸다.
하이브리온 군단장 같은 규격 외의 광신도가 아니라면 얼씬도 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
걸리는 순간 그대로 아작 난다.
즉, 백도어 앵커를 박기 위해선 힘, 머리, 은밀함 모든 것에서 믿을 수 있는 동료가 필수였다!
지금까지는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없었기에, 보안 시스템에 과부하를 걸고 백도어 앵커를 박는다는 계획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옛옛 친구, 옛 친구와 비견되는 새 친구.
자신에게도 믿을 수 있는 동료가 마침내 생겼다.
백곰권으로도 꺾을 수 없던 힘!
자신과 대등한 수 싸움을 벌이던 머리!
그 어떤 난장판에서도 무사히 도망치는 생존력!
게다가 하이브리온 가문 시조의 검이라는 천운까지!
힘, 머리, 생존력, 천운!
이 모든 것을 갖춘 믿을 수 있는 동료.
소울 네임 이세기, 본명 천문석이 있었다!
“친구 우리 같이 백도어 앵커 박으러 올라가는 거다! 바로 내일! 카카카캌-”
워커 실트는 잽싸게 보안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로 들어갔다.
이때 고글에 마력 불꽃이 얼핏 스쳤다.
‘뭐지? 이 기시감은?!’
문득 느껴지는 강렬한 기시감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에 뜬 천공의 섬, 짭 전능 옥좌.
물결치듯 허공을 가로질러, 밀려가는 인증 파문.
전능 옥좌에 인증 파문이 닿는 순간 꽃잎처럼 흩날리는 마력 스파크!
워커 실트는 마력 스파크를 보는 순간 기시감의 원인을 알아챘다.
‘그때와 같다!’
옛옛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오염된 전능 옥좌를 허수 공간으로 날려 버렸던 때와 너무나 비슷한 광경이다.
강렬한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이거 뭐가 이렇게 비슷해? 설마 그때처럼 마도 엔진에 이상 현상 생기진 않겠지?”
워커 실트는 스스로 말하는 순간 피식 웃었다.
“그럴 리 없지.”
지금 쏟아붓는 인증 파문에 진짜 전능 옥좌의 인증 파문이 들어 있긴 하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마도 엔진 이상 현상이 일어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짭 전능 옥좌의 마도 엔진이 마도 제국 오리지널 마도 엔진이고.
그 마도 엔진이 마력장 공명 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저 짭 전능 옥좌의 정체불명의 마도왕이 돌철 황제여야 한다.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하지 않는 이상 그때처럼 마도 엔진에 이상 현상이 일어날 리 없다.
아니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서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면 오히려 걱정할 게 없었다.
짭 전능 옥좌의 정체불명의 마도왕이 옛옛 친구 돌철 황제라면 자신이 이러고 있을 필요도 없었으니까.
워커 실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저게 진짜 전능 옥좌면, 정체불명의 마도왕이 재금 그룹 오너가 돌철 황제라면 이런 개고생을 안 해도 될 텐데…….”
이뤄질 수 없는 희망이었다.
재금 그룹 오너가 돌철 황제였다면 벌써 한참 전에 자신을 만나러 왔을 테니까.
워커 실트는 문득 시선을 내렸다.
공구 벨트에 걸린 마력 스패너에 새겨진 회사 이름.
[W. S. industry]
워커 실트 인더스트리.
‘워커 실트’는 모든 마도왕과 제국 군단이 이를 가는 차원 수배까지 걸린 이름이다.
그럼에 ‘W. S.’라는 이니셜을 대놓고 회사 이름에 사용한 건, 회사 이름을 보는 순간 자신을 찾아올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도 제국의 보석과 강철의 황제.
“김돌철. 너 어디에 있는 거냐? 김밥 먹으러 지구로 돌아간다며? 이 녀석 타대륙 떨어졌을 때처럼 엉뚱한 나뭇가지로 튕겨 나간 거 아냐? 하-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냐. 돌철 이 녀석 분명 흑전 붙었다니까. 하아- 김밥이 있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워커 실트는 입으로 탄식하며 손으로는 보안 문자를 보냈다.
같이 짭 전능 옥좌에 백도어 앵커를 박으러 올라갈 믿을 수 있는 친구, 천문석에게!
* * *
짤랑-
“……거구나.”
짤랑-
“……해야 하는구나.”
짤랑-
“……괜찮지. 난 특급 헌터잖아!”
……
천문석은 왠지 익숙한 쇳소리와 목소리에 졸린 눈을 떴다.
아직 어둑어둑한 거실.
본능적으로 확인한 스마트폰은 새벽 6시 55분,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모르는 번호?”
잠결에 클릭하자 문자가 떴다.
[※당신의 친구※ §§오늘 낮 12시§§ ★☆광화문 앞★☆ 사전조사 No무장☜☜ ♨시조검 반드시 지참♨WS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