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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12화 (1,31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12화>

“장웨이 사령관이 말고! 다른 군벌! 인맥을 뚫은 다른 군벌은?!”

주호의 외침에 종로 비밀 사무실 곳곳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인맥을 깔아 둔 일선 지휘관급도 거의 연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헌터 군벌 모두가 연방 총선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선거 운동에 쏟아붓는 돈과 인력이 몇 배로 늘어났습니다.”

“연방 총선이 끝날 때까지 군벌 수장과 연락은 힘들 것 같습니다.”

“상해 전 지역이 통신 불능 상태입니다! 통신망 긴급 수리 공지 떴습니다!”

“15시 상하이 타워를 마지막으로 조직원 모두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상해 철검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

정신없이 쏟아지는 외침들!

주호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검을 움켜잡았다.

당연히 일이 터진 거다.

그리고 무슨 일이 터졌는지도 감이 왔다.

삼합회 놈들이 철검장을 들이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조직적으로! 상해의 모든 사업장을 한 번에 들이쳤다!

‘자신이 상해에 없다는 정보가 샜다!’

자신이 한국에 온 건 극비.

눈앞의 심복들과 극소수만 알고 있다!

‘어떤 놈이?!’

주호는 머릿속으로 얼굴과 이름을 훑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이름이 둘 있었다.

상해 삼합회에서 철검장으로 누구보다 빨리 편을 갈아탄 놈!

한국, 푸저우 대환단 회수 연속 실패로 근신 명령을 내린 심복!

초절정 고수의 직감은 예지나 마찬가지!

주호는 확신을 담아 외쳤다.

“최림, 왕체를 바로 확인해라.”

“네? 상해 전 지역이 통신 장애인데…….”

주호의 안색을 살피던 심복이 버럭 소리쳤다.

“멍청한 새끼들! 상해 외곽 지역! 통신이 끊기지 않은 자잘한 조직에 연락하면 될 거 아냐!”

“아!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탄성과 함께 정신없이 전화를 돌릴 때.

심복은 주호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는 게…….”

갈등은 찰나.

주호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늦었다.”

삼합회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고, 연방 총선에 코앞으로 다가온 절묘한 타이밍을 찔렀다.

자신이 가진 인맥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천검 이세기의 심복, 장웨이 사령관은 연방 총선 때문에 연락 두절.

다른 2할의 인맥들도 과열되는 연방 총선 때문에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상해 철검장 본단과의 연락마저 끊겼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의 감이 말했다.

‘이미 상해 철검장은 먹혔다!’

지금 남중국으로 돌아가 봐야 연방 총선이 끝나기 전까지 장웨이 사령관은 움직일 수 없다.

장웨이 사령관의 도움 없이는 수백 년 역사의 삼합회를 상대로 승산은 없다!

하지만 한 번에 이 모든 것을 뒤집어엎을 방법이 있었다.

삼합회가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집어삼킨 모든 것을 토해 내게 만들 방법이!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 이세기.

연방 총통의 ‘말 한마디’면 이 모든 상황은 반전된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남중국에서는 법이나 마찬가지인 ‘천검의 말 한마디’를 얻어 낼 방법이 있다.

천문석.

천검 이세기의 절친과 약속했다!

주호는 시계를 봤다.

현재 시각은 오후 6시!

16시간 전 새벽 2시, 천문석과 만나 48시간 안에 천검 이세기와 통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대가로 천문석은 자신을 천검 이세기에게 소개해 주기로 약속했다.

천문석은 재앙의 화신 같은 놈이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지금은 남중국에 돌아갈 때가 아니라, 천문석이 있는 한국에 있을 때다.

천문석이 약속을 지켜 장웨이 사령관을 거치지 않고 천검 이세기와 직접 연결되는 순간 모든 게 변한다.

수백 년 동안 남북 중국에 뿌리를 뻗은 삼합회는 끽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집어삼킨 것을 모두 토해 낼 수밖에 없다!

돈을 먹어 놓고도 안면을 바꾼 군벌 수장과 동등한 아니 그 이상의 위치에 오를 수도 있다!

바로 지금이 승부를 걸 순간이다!

남중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약속한 48시간 중에 이미 16시간이 지나 남은 시간은 32시간!

벌써 저녁때. 사실상 오늘 밤과 내일 하루밖에 시간이 없다.

어떻게든 천검 이세기에게 전달해야 한다.

천검의 절친 천문석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 와중에 상해의 기반을 모조리 날려도 상관없다.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 연방 총통의 이름이라면 모든 것을 원래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되돌릴 수 있으니까!

“상해, 철검장은 신경 쓰지 않는다! 천검과 연락하는데 돈, 인맥 남은 모든 걸 쏟아붓는다!”

주호는 승부수를 던졌다.

천문석! 천검의 절친에게 모든 것, 철검장과 주호 자신의 미래까지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주호가 남중국의 천검 이세기와 연락하는 건 불가능했다.

“잘생긴 형! 상추에 구운 마늘이랑 구운 김치, 파무침을 같이 올려 먹어야지! 이게 삼겹살 쌈 국룰이야!”

“어디? 오, 진짜 맛있는데? 특유의 담백한 맛이 고기 맛을 잡아 주네!”

천검 이세기는 남중국이 아닌 한국 서울 옥탑방 앞에 놓인 평상에서 삼겹살을 먹고 있었으니까.

주호가 천문석과 천검 이세기를 48시간 안에 연결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늘 삼겹살 좋네. 많이 먹어라.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깜빡한 게 있는 거 같은데?”

“깜빡했다고……? 으앗! 콜라! 알바 삼겹살에는 콜라인데! 우리 깜빡하고 콜라 안 사 왔어!”

“아차! 그렇지 콜라!”

“잠깐만 기다려! 빵야뺭아 통천 도사 할아버지한테 얼른 콜라 사 올게!”

“조심해서 갔다 와. 이세기 너 얼른 고기 먹어. 특급 헌터 고기 흡입하기 시작하면 쉴 틈도 없어.”

치익, 치이익-

천문석은 능숙하게 삼겹살을 자르고 구워 이세기 앞에 수북하게 쌓았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 불허.

남중국 천검 이세기가 절친 이세기라는 걸 알게 된 당일.

천문석은 이세기와 만났고, 새벽 2시 천문석과 주호가 한 약속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주호의 승부수는 시작하자마자 실패했다.

*   *   *

“알바! 걸레 가져왔어!”

“어, 고맙다.”

“난 그릇 가져다주고 청소기 돌릴게!”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잔뜩 쌓인 그릇을 번쩍 들고 거실로 달려가는 특급 헌터.

“잘생긴 형! 설거지할 그릇 가져왔어!”

“야, 위험해. 뛰지 말고 걸어.”

“알았어! 빠르게 걸을게! 챱챱, 챱챱챱!”

천문석은 평상에 깔아둔 신문지를 착착 접어 한곳에 모으고 걸레로 평상을 닦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단혈철검 주호와의 만남에서 시작된 휴가 4일 차 저녁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 왜 이렇게 긴 거 같지? 뭔가 아까부터 잊고 있는 거 같은데? 뭐지?”

천문석은 평상을 걸레로 닦으며 생각날 듯 말 듯한 기억을 되짚었다.

“아침에 목욕하고 파출소에서 연락 왔지?”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이 이세기란 걸 알게 된 당일, 회기 파출소에서 온 연락에 이세기를 만났다.

대박을 터트린 친구를 만난다는 환희도 잠시.

회기 파출소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나 난장판이 됐다.

남일국 소위, 여원 소위, 박 중령, 암살검 한경석, 김태희 대령, 이세영 선생님, 이태성 길드장…….

마치 눈덩이가 구르듯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된 파출소!

진정한 대협, 마혁진 염동 대협의 희생으로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이세기가 정신을 차리고 진정한 혼란이 시작됐다.

이세기는 현재의 천검, 미래의 연방 총통 모두 그만둔 자발적 백수가 됐고.

엄청난 선물이라고 내민 대환단, 자소단, 태청단. 그리고 완전한 내단까지 모조리 꽝꽝꽝꽝 이었다.

이세기 코인은 떡상과 떡락을 반복하다 다시 존버에 들어간 상황.

난장판에 휩쓸린 자신과 특급 헌터, 이세기는 혼란을 추스르고 삼겹살 저녁 식사 후 뒷정리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상황이 웃기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었다.

이세기는 고무장갑 끼고 설거지를.

특급 헌터는 진공청소기로 방 청소를.

자신은 뒷정리 후 평상에 걸레질하고 있다.

고기 구워 먹고 뒷정리하는 평범한 모습.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이!

설거지하는 이세기는 전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이자, 연방 총통이 될뻔한 미래의 무림 맹주.

진공청소기를 잡고 신나게 달리는 특급 헌터는 재벌 2세이자, 1세대 헌터의 조카.

평상에 걸레질하는 자신은 마도 종주, 마도 18문의 지존 전생 천마였다.

천검이 설거지, 재벌 2세가 청소, 전생 천마가 걸레질하고 있다!

“와! 어떻게 이렇게 모였냐? 알고 보면 전생 황제랑 공주도 있는 거 아냐?!”

생각과 동시에 상상되는 장면이 있었다.

강화영, 허세인, 신원 불명의 참가자까지, 세 다리!

현실 러브 시그널에 시달려 초췌해진 채 황제관을 쓴 철수 형의 깊은 한숨.

‘하아아- 문석아.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고대 제국의 공주처럼 화려한 붉은 비단옷을 입은 류세연의 도도한 선언.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 거야. 반론은 받지 않겠어! 오빠오빠오빠!’

당장이라도 눈앞에 나타날 듯 생생한 했지만, 상상은 상상!

“철수 형이? 꼬맹이 세연이가? 그럴 리 없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 순간 생각날락 말락 하던 기억이 번쩍 떠올랐다.

“주호!”

부르르르-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니 문자가 보였다.

제 말 하면 등장하는 호랑이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온 주호의 문자가!

[모든 게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연방 총선이 과열돼서 라인을 뚫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약속대로 48시간 안에 남중국의 천검과 통화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느낌표만 봐도 주호의 결의가 느껴졌다.

주호는 48시간 안에 천검 이세기와 연결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주호가 아무리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남중국의 천검 이세기와 연락하는 건 불가능했다.

천검 이세기는 남중국이 아닌 서울, 자신의 옥탑방에서 설거지하고 있었으니까!

“와- 주호, 이 재수 없는 녀석!”

주호, 이 재수 없는 녀석은 지금 남중국에 있지도 않은 천검 이세기와 연락하기 위해 삽질을 하고 있다.

회기 파출소 난장판과 천검 이세기와의 만남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주호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꼬이냐? 지금이라도 알려 줘야 하냐?”

문자를 보내려는 순간 깨달았다.

지금 진실을 알려줘 봐야 바뀌는 건 없다.

주호의 철검장이 상해 삼합회가 가지고 있던 상하이 타워와 상해의 이권을 집어삼킬 수 있던 건 그 뒤 있는 푸젠 군벌 장웨이 사령관, 더 정확히는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 덕분이다.

천검이 사라진 이상, 주호의 철검장은 풍전등화 상태.

지금 주호가 상해로 돌아가도 상하이 타워와 상해의 이권을 지켜 낼 방법은 없다.

아니,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된다.

남중국은 총기가 엄격히 규제되는 한국이 아니다.

총기 사용이 자제 되는 건 압도적으로 크고 많은 총을 가진 군벌 때문.

주호의 뒤를 봐주던 천검과 군벌의 후광이 사라지면 삼합회는 거리낄 게 없다.

초절정 무인이라도 비 오듯 쏟아지는 마탄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

천검이 사라졌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주호는 하나뿐인 목숨마저 잃는다.

천검의 실종 기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연방 총선이 끝나고 천검당이 1당을 차지하는 순간 연방 총통에 오를 천검이 사라졌다는 걸 남중국과 세계의 모두가 알게 될 테니까!

천검이 사라진 이상, 주호와 철검장에 미래는 없다.

남북 중국 전체에 수백 년 동안 뿌리 뻗은 삼합회에 다굴을 맞고 훅 가는 운명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과 희망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

그건 천검이라는 믿고 있던 동아줄이 끊어지고 곧 망하게 될 주호도 마찬가지!

사람이 진정 분노하는 건 욕을 먹었을 때가 아니라 진실을 알게 됐을 때다.

해결할 수 없는 진실로 주호의 꿈과 희망을 날려 버리고 괜한 원한을 살 필요는 없었다.

천문석은 바로 주호에게 보낼 문자 메시지를 썼다.

[48시간에 구애받으실 필요 없습니다. 얼마든지 늦어도 괜찮으니까 연결되면 연락 주세요.]

최대한 정중하게 문자를 쓰고 잠시 고민하다가 진심을 담아 몇 글자를 덧붙였다.

[화이팅! 힘내세요! 주 대협, 언젠가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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