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10화 (1,31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10화>

느껴진다.

강렬한 눈탱이의 냄새가!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완벽한 내단? 코어가 아니라 내단?!”

“이건 코어같이 흔한 게 아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닌 거대 괴수의 ‘완벽한 내단’이다! 코어가 아닌 완벽한 내단을 얻기 위해 거대 괴수를 잡고 또 잡았다!”

확신이 담긴 말과 표정!

코어와 내단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이 돌 구슬, 내단이 코어보다 비싸다고?!’

거대 괴수에게서 내단이 나온다는 건 처음 듣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은 경력 1년도 안 되는 초짜 헌터! 반면 이세기는 거대한 남중국의 정점에 오른 천검이다!

헌터 업계 최상층만 알던 무림 던전 같은 각성 스팟처럼 일개 헌터인 자신이 모르는 극비사항, ‘완벽한 내단’을 천검 이세기가 알 개연성은 충분하다!

천문석은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 헌터 나라 앱을 실행하고 내단을 검색했다.

“내단, 내단, 내단!”

그러나 검색 결과는 값이 폭락한 영약과 정체불명의 돌조각뿐!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거대 괴수 내단 비슷한 것도 없었다!

‘설마?!’

“이거 진짜 거대 괴수 내단 맞아? 너 혹시 이거 돈 주고 산 거야?! 눈탱이 맞은 거 아냐?! 경매 사이트 아무리 확인해도 흔적도 없는데?!”

“이 내단 내가 직접 잡은 거대 괴수한테서 뽑았다. 8할이 넘게 나오는 코어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엄청난 가치가 있으면 경매 사이트에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잖아?!”

말을 끊는 순간, 씩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대답이 돌아왔다.

“그건 당연한 거야.”

“당연하다고?”

“내가 가져온 ‘마력에 오염되지 않은 완벽한 내단’은 게이트가 열리고 20년 동안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즉, 돌멩이. 네 손에 있는 그 ‘내단’이 세상에 나온 ‘최초의 완벽한 내단’이다!”

확신이 담긴 외침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이세기의 말이 맞다!

‘최초의 완벽한 내단’이라면 헌터 나라 같은 경매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게 최초의 완벽한 내단이라고?!’

손에 쥔 내단을 다시 보는 순간 쿵쿵쿵-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최초는 심장을 뛰게 하는 단어다!

그 상징성과 금전적 가치 모두에서!

최초의 시계, 최초의 세계 일주, 최초의 전국옥새……!

이세기의 말대로 이 구슬이 ‘최초의 완벽한 내단’이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가 있다!

“우선 확인부터!”

반사적으로 검색하려는 순간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

내단이 헌터 업계 최상층부만 아는 비밀이라면 검색으로 유의미한 정보가 나올 리 없다.

하지만 자신 앞에는 이세기, 전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이 있다!

즉, 천검에게 확인하면 된다!

“너 그거! 완벽한 내단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정보 어디서 본 거야? 혹시 지금 확인할 수 있냐?!”

스마트폰을 향해 말없이 손을 내미는 이세기.

천문석은 잽싸게 스마트폰을 건넸고.

이세기는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바로 내밀었다.

“봐, 여기 보이지?”

[……1세대 헌터로서 장담합니다. ‘완벽한 내단‘은 발견만 하면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가격에 팔립니다!!]

“……!!”

머릿속에 쾅- 벼락이 떨어지고.

심장이 두두두- 터질 듯이 뛰었다.

완벽한 내단은 진짜였다!

이세기는 낚인 것도 눈탱이를 맞은 것도 아니다!

1세대 헌터가 장담했다! 완벽한 내단은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가격에 팔린다!

이 순간 교차하던 절망과 희망의 기억이 머릿속에 차르륵 펼쳐졌다.

-남중국의 절대 권력을 버려서 절망!

-엄청난 선물이 있다는 말에 희망!

-그 선물이 대환단이라는 걸로 다시 절망!

-다른 선물이 더 있다는 외침에 다시 희망!

-그 선물이 태청단, 자소단이라 또다시 절망!

-영약 3개가 아닌 진짜 선물의 존재에 또다시 희망!

정신없이 교차하는 절망과 희망에 따라 이세기 코인은 떡락과 떡상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결과가 나왔다.

이세기 코인은 아득한 천공으로 떡상했다!

이세기가 가져온 게이트가 열리고 최초로 세상에 나온 ‘완벽한 내단’이 자신이 손에 있다!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희열을 담아 외쳤다.

“이세기! 난 항상 널 믿었다! 드디어! 네가 초대박을 터트리는구나! 역시 무림 제일의 존잘, 얼굴 천재, 천하십절의 검절이자, 천검! 미래의 무림 맹주!”

그리고 최고의 찬사를 바쳤다.

“이세기, 넌 이제 내 1등 친구다. 최고급 한우 꽃등심 평생 책임진다!”

“야, 됐어. 저기 꼬맹이 눈에서 검강 쏘고 있다. 난 2등이면 됐어.”

이세기는 멀리 베란다의 특급 헌터에 피식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대인대덕한 마음까지 진정한 대협! 이세기 대협 만세, 만세, 만만세! 당장 만월관부터 예약할게! 카캬카카캌-”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고 스마트폰을 받으려 손을 뻗는 순간 이세기의 웃음기 담긴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렇게 좋아하다니. 역시 한국 최대 포탈 지식인에 물어보길 잘했네.”

“…….”

천문석은 손을 뻗은 채로 굳어 버렸다.

“어, 너 갑자기 왜 그래?”

“……너 어디에 물어봤다고?”

“한국 사정은 한국 사람이 제일 잘 알 거 아냐? 당연히 한국 최대 인터넷 포탈, 거기서도 전문가가 모이는 지식인에 물어봤지. 한국에서 제일 비싸게 팔리는 거대 괴수 부산물이 뭔지.”

“그럼 방금 보여 준 그것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할 때 대답이 돌아왔다.

“맞아. 지식인에 질문글 올렸더니 진짜로 전문가가 답변해 주더라고.”

“……!!”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낚아채 스크롤을 맨 위로 올렸다.

익숙한 초록색 로고 뒤에 박힌 세 글자.

[지식인]

그리고 그 바로 아래 박혀 있는 질문.

[질문 : 이세기]

친구가 돈을 엄청 좋아하는데 거대 괴수, 재앙급 마수에서 제일 비싼 부위가 어딘가요?

[채택 답변 : xhdcjsehtk]

헌터 경력 20년. 이x성 길드장, xx해머 장x과 함께 싸운 1세대 헌터로 답변드립니다.

당연히 ‘완벽한 내단’입니다!

‘완벽한 내단’은 헌터 업계 최상층부만 아는 비밀이 아니었다!

이세기 녀석은 네이버 지식인에 올린 질문에 달린 답변만 믿고 내단을 가져온 거다!

베테랑 헌터, 부산물 상인, 부산물 감정 평가사 그 누구도 아닌!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꼬맹이도 답을 달 수 있는 지식인만 믿고!

그렇다! 이세기는 지식인에 낚인 거다!

‘야, 이 미친 새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트리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게 있었다.

‘잠깐, 잠깐만! 만약 진짜 전문가라면?!’

누구나 답을 달 수 있다는 말은, 진짜 전문가가 답을 달 수도 있다는 의미!

지금까지 섣부른 판단으로 몇 번이나 절망과 희망이 교차했다.

아직 지식인에 달린 답이 구라, 사기, 낚시라고 확정된 건 아니다!

진짜 1세대 헌터, 전문가가 답변을 달았을 수도 있다!

지금 해야 할 건 분통을 터트리는 게 아니라, 전체를 확인하고 진위를 판단하는 거다!

천문석은 스마트폰 화면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당연히 ‘완벽한 내단’입니다!

일부 헌터 지망생과 몰지각한 헌터들이 거대 괴수 ‘코어’가 대박이라고 인생 역전이라고 하는데 현업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코어는 거대 괴수 잡으면 거의 100%! 무조건 나옵니다! 즉, 거대 괴수 코어는 희소성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거대 괴수를 잡으며 들어가는 인건비와 더럽게 비싼 대형 마탄 비용을 생각하면. 거대 괴수 사냥은 제 전우가 길드장으로 있는 태x 길드 정도가 아니면 ‘코어’ 회수만으로는 적자입니다.

반면 거대 괴수 내단은 게이트가 열리고 20년 동안 무수히 많은 거대 괴수를 잡았지만 발견된 게 단 10번!

그 10개의 내단도 모두 깨지거나 마탄의 마력에 오염됐습니다!

즉, 아직까지 마력에 오염되지 않은 ‘완벽한 내단’은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미친 희소성!

1세대 헌터로서 장담합니다.

‘완벽한 내단’은 발견만 하면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가격에 팔립니다!!

왜냐하면, 완벽한 내단을 이용하면 각성력을 내공으로 변화시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삼화취정, 오기조원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진정한 초인의 경지에 오르면 그 더럽게 비싼 마탄에 더 이상 의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초대박이 터지는 겁니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각성자들, 특히 치유계통 각성자들이 내단이 담석이라고 하는데 전부 xx공업의 선동과 날조에 넘어가서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내단으로 무공 각성자들이 진정한 초인이 되고 헌터 업계가 새로운 시대, 무림으로 나아가면 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겠는지?!

마탄! 더럽게 비싼 마탄을 개발한 저주받을 xx공업!

거대 괴수 내단을 담석이라고 비하하는 건 마탄 라이선스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초거대기업 xx그룹의 음모입니다!

내단 연구야말로 한국 헌터 업계가 다시 한번 비상할 길입니다!

완벽한 내단으로 헌터의 시대를 열어 무림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과거 제가 얻은 거대 괴수 ‘내단’의 사진을 첨부합니다.

혹시 완벽한 내단을 확보하신 분은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답변 / wjstodcjsak]

삼화취정, 오기조원? 무공 각성자 녀석들 뇌피셜 오지넼 ㅋㅋㅋ

내단이 담석이 아니라도 내단 그거 돌인데 그걸로 어떻게 내력을 만들게? 돌구슬을 삼키기라도 하려고?

무림인 코스프레하려면 차라리 영약을 처먹어랔ㅋㅋㅋ. 영약 값 폭락했는데 어떤 미친놈이 돌 구슬인 거대 괴수 내단을 사?

아니 그리고 뭐? 마탄 쓰면 내단이 마력에 오염된다고? 어떤 또라이 레이드 팀이 거대 괴수 잡는데 마탄을 안 쓰고 잡냐?

거대 괴수를 마탄을 안 쓰면 검으로 잡기라도 할깤ㅋㅋㅋㅋ?

[답변 / glemfdj tnlrhtlvdj]

거대 괴수? 재앙급 마수? 이태성이 댓글 쓴 줄 ㅋㅋㅋ

[답변 / 우주 최강 은하수 길드]

거대 괴수에서 제일 비싼 부산물은 코어랑 마석인데. 거대 괴수 마석은 잔류 사념 해소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코어는 나이트 아머 핵심 재료라 수요, 가격 모두 미쳤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핵심 자원으로 지정해 시장에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거대 괴수 사냥은 전문 인력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은하수 길드를 추천합니다. 저도 맡겨 봤는데 깔끔하게 처리하고 당일 입금까지 해 주더라고요.]

[답변 / 천하재수검]

위에 뭐냐? 제대로 설명하다가 갑자기 웬 광고? 작성자 아이디 무엇? 미친 바이럴! 그리고 뭐? 거대 괴수 사냥을 대행하고 입금까지 해 줘? 개소리를 참신하게 길게도 써놨네.]

……

투기장이 열린 듯 끝없이 이어지는 답변.

끝까지 모든 답변을 읽을 필요는 없었다.

띄엄띄엄 읽은 몇 개의 답변만으로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

천문석은 스마트폰에 향했던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일을 해낸 사람이 자신 앞에 있었다.

마탄 없이 거대 괴수를 잡고 ‘완벽한 내단’을 뽑아 온 초절정 고수, 이세기.

이세기는 언제나처럼 담담한 얼굴로 자신을 마주 봤다.

그러나 그 담담한 표정에 어린 뿌듯한 감정은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세기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 아니 지금도 믿고 있었다.

[xhdcjsehtk] 영어 아이디를 사용하는 자칭 헌터 경력 20년. 이태성 길드장, 강철해머 장철과 함께 싸운 1세대 헌터의 답변을.

그 결과 직경 3cm의 돌 구슬, 완벽한 내단이 자신의 손에 놓여 있었다.

각성력을 내공으로 변화시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삼화취정, 오기조원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완벽한 내단이!

‘각성력을 내공으로 변화시켜?’

천문석은 손에 놓인 완벽한 내단에 심상을 담고 거실 창문 밖 하늘을 바라봤다.

쨍한 초겨울 하늘에서 느껴진다.

물결치듯 퍼져 나가는 각성력과 빙하처럼 멈춘 자연지기가!

천문석은 내단에 담은 심상으로 불렀다.

‘와라.’

그러나 흐르는 각성력과 멈춘 자연지기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각성력은 회로가 열린 각성자만 움직일 수 있고!

지구의 자연지기가 멈춰 있는 건 영맥이 없어서니까!

완벽한 내단으로 삼화취정, 오기조원의 경지에 오른다는 말은 이 내단이 자연지기를 움직이는 흐름, 영맥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다.

존재하지 않는 영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을 부를 이름은 하나뿐이다.

여의주(如意珠).

하지만 자연 지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즉, 이 완벽한 내단은 여의주가 아니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아이디 [xhdcjsehtk]는 지식인에서 낚시를 했다.

이세기는 지식인에 낚여 코어가 아닌 최초의 완벽한 내단 ‘최초의 완벽한 담석, 돌 구슬’을 가져왔다.

최종 결과 : 이세기 코인은 상장 폐지됐다.

*   *   *

“…….”

천문석은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희비를 연속으로 겪었다.

그렇기에 놀랍도록 평온한 얼굴로 이세기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세기.

언제나처럼 더럽게 잘생긴 얼굴로 담담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이 웃자 이세기도 같이 웃었다.

하하하하하-

청량한 바람 같은 웃음!

너무나 이세기다운 웃음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려 퍼졌다.

이 순간 천문석 새삼 깨달았다.

눈앞의 이세기, 무림 던전에서 만났던 이세기가 전생의 친우, 진짜 이세기가 맞다는 것을!

이 녀석은 순도 100% 이세기가 맞다!

이런 장대한 삽질은 자신의 친우 이세기 새끼가 아니면 불가능하니까!!

꼬맹이도 낚이질 않을 지식인 낚시질에 낚일 초절정 고수가 둘이나 있을 리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천문석은 뚝 웃음을 그치고 양팔을 활짝 펼쳤다.

“이세기! 내 친구! 진짜 이세기 네가 맞구나! 하하하-”

“돌멩이! 내 친구! 야,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 없다! 네가 나에게 해 준 게 얼마인데! 하하하-”

천문석은 와락 이세기를 끌어안으면 외쳤다.

“야, 이 미친 또라이 새까-!”

천문석은 번개같이 헤드락을 걸고 분노로 파르르 떨리는 주먹으로 이세기의 머리를 문질렀다.

“낚일 게 없어서! 지식인에 낚여? 뭐 내단, 완벽한 내단이라고?! 완벽한 돌 구슬이다 새꺄!”

그르르르르륵-

“갑자기 왜? 앗, 으아앗-!”

짱돌 같은 주먹이 맷돌을 돌리듯 머리를 짓눌렀다.

이세기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내심 웃고 있었다.

이제는 이세기도 알고 있었다.

너무나 다른 세계에서 만난 자신의 친우.

눈앞의 돌멩이가 자신이 아는 그 돌멩이가 아니라는 것을!

무림 던전.

이 세계에서는 자신이 온 세계, 무림을 수면에 비친 허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확신할 수 있다.

무림은 허상이 아니고 자신은 그림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 분노하고 있는 다른 세계의 돌멩이도 마찬가지!

눈앞의 분노한 돌멩이는 자신의 친우가 맞았다!

한겨울 설산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소년을 구해 주고 꼬맹이 수십 명을 십 년 넘게 건사해 앞길을 열어 준 친우이자 형이자 부모였던 돌멩이!

아무리 긴 세월이 흘렀더라도 설령 그 생이 다해 아득한 인연으로 다시 만났어도 돌멩이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돌 석(石)!

자신의 친우는 그 이름 그대로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거대한 바위였다!

그런 친우를 전생, 현생, 후생, 아득한 삼생의 인연으로 마침내 다시 만났다!

뭔가 오해가 있는지 미친 듯이 분노하고 있지만 괜찮았다.

자신이 친우에게 받은 것은 작은 분노로 가리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이 오해와 분노는 언제나 그렇듯 금방 사그라들 테니까!

그때까지 배낭에 가득 담아 온 코어를 주는 건 잠시 미뤄 두는 게 좋으리라.

혹시라도 10배로 분노하면 안 되니까.

참을 수 없는 희열이 고통마저 삼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

이세기는 가슴이 뻥 뚫릴 듯이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 웃음을 들은 천문석은 3배로 분노했다.

“통쾌하게 웃지 마! 이 새꺄! 빡침이 사라지잖아! 빌어먹을 내단! 으아- 빌딩! 으아악! 내 성채 빌딩!”

“걱정 마. 완벽한 내단은 엄청난 가치를 지녔어. 이거면 성채 빌딩 세울 수 있을 거야!”

천문석은 절절한 분노를 쏟아 냈다.

“너 낚였다고 새꺄! 지식인 아이디 ‘xhdcjsehtk’! 이 녀석 구라에 당했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뭘 선물할지 모르겠으면! 금, 은, 현찰로 하란 말이야! 영약, 내단 이런 거 말고 ‘돈, 돈, 돈!’으로 말이야! 미친놈아! 으아아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