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09화>
“이세기! 내 최고의……!”
“그거 그만하고. 얼른 확인부터 해 봐.”
“맞아! 알바 빨리 확인하고 최고급 한우 꽃등심 먹으러 가야지!”
멀리 베란다에서 외침이 들려올 때
천문석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종이봉투를 받았다.
전생에서 현생까지 존버한 이세기 코인의 결과를 마침내 확인한다!
자신의 오랜 꿈 건물주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천문석은 단숨에 포장을 찢어발기고 종이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
손안에 쏙 들어가는 나무로 만들어진 곽.
종이상자 안에서는 너무나 눈에 익은 나무곽이 들어 있었다.
‘아니겠지, 설마, 아니겠지? 그렇지, 이세기 녀석이 아무리 상식이 부족해도 그건 정말 아니겠지?!’
천문석은 떨리는 손으로 나무곽을 열었다.
싸아아-
소나무 숲에 들어온 듯한 줄기 청량한 향기가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화한 느낌과 함께 상쾌하게 깨어나는 정신!
“깜짝 놀랐지! 그게 바로 내 첫 번째 선물이다! 하하하-.”
문득 고개를 들자 환하게 웃는 이세기의 얼굴이 보였다.
“……이게 뭐냐?”
천문석이 멍하니 바라보다 묻는 순간.
이세기는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대환단.”
* * *
이세기, 친구의 입에서 들려온 예상대로의 답.
대환단.
“…….”
천문석은 대환단이 아닌 대환단을 담은 나무곽을 봤다.
크기, 형태, 무게, 작은 흠집 하나까지 모든게 너무나 낯익다.
확신에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남중국 푸저우 시가지 난장판에서 꺼냈던 그 나무곽이다.
천문석은 바로 확인했다.
“이 대환단 혹시 푸저우 시가지 외곽에서 내가 던져 준 그 대환단?”
“어, 너 기억하는구나? 그때는 모른 척해서 미안해. 몰래 훔쳐보는 눈이 많아서, 너한테 꼬리 붙을 수 있었거든. 하하하-”
언제나처럼 잘생긴 얼굴, 시원한 바람 같은 웃음소리로 대답하는 이세기.
천문석은 마주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엄청난 선물이 대환단? 너 얍삽한 걔한테는 성채 빌딩 줬다며?”
“얍삽한 걔? 아, 주호 대협?”
“어, 단혈철검 주호! 너 주호한테 상해에 있는 상하이 타워, 100층이 넘는 성채 빌딩 넘겨줬다면서?”
“야, 그런 거 아냐. 내가 성채 빌딩을 어떻게 줘?”
“그럼?”
“주호 대협 철검장이 흑도 방파랑 세력 다툼을 했는데. 장웨이 사령관. 아, 장웨이라고 푸젠성 군벌 수장 있는데. 걔한테서 연락이 왔어.”
“무슨 연락?”
“주호 대협 철검장이 상해에 있는 흑도 방파 하나를 밀어 버리고, 상납하겠다는데 받아도 괜찮겠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받았냐?”
“내가 받은 건 아닌데. 주호 대협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군벌들도 각자 사정이 있는 거잖아? 내가 받지 말란 것도 이상하고 좋은 쪽으로 해결하라고 말했지.”
“아, 그랬구나.”
“어, 그랬던 거야. 하하하-”
이세기의 말을 듣자 어떻게 상황이 돌아갔는지 짐작됐다.
상해에 있는 흑도 방파?
삼합회 상해 지단이다!
주호 이 얍삽한 녀석은 상해 삼합회를 꿀꺽한 다음 천검 이세기 이름을 팔면서 장웨이 사령관에게 상납한 거다!
장웨이 사령관은 뒤를 봐줘도 되냐는 질문을 완곡하게 돌려 상납을 받아도 되냐로 확인했고.
이세기는 좋은 쪽으로 해결하란 말로 암묵적으로 승인했다!
이세기의 심복, 장웨이 사령관이 주호의 상납을 받는 순간 묵시적으로 천검이 주호와 철검장의 뒷배가 돼 준 거다!
이게 바로 주호가 상해 삼합회가 가지고 있던 상하이 타워와 엄청난 이권을 꿀꺽한 방법이었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 주호는 얍삽한 잔머리로 호랑이, 천검을 등에 업었다.
그 결과 주호는 너무나 부럽게도 상해 삼합회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주호가 이룬 모든 것은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 위에 쌓은 거다.
즉, 천검이 남중국을 떠난 지금 주호가 이룬 모든 것은 와르르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불쌍한 주호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천검 친구인 자신에게 줄을 대고 있었다!
주호, 얍삽한 새끼!
주호, 부러운 새끼!
주호, 불쌍한 새끼!
“주호, 더럽게 재수 없는 녀석!”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누가 누굴 동정한단 말인가?
“주호 대협이 더럽게 재수 없다고? 무슨 일 있냐?”
주호에게 모든 것을 주고 또 한방에 박살 내 버린 존재!
그리고 자신의 속마저 뒤집어 놓고 눈치 없이 질문하는 전 천검 이세기 새끼가 자신 앞에 있는데!
“…….”
천문석은 말없이 손에 놓인 대환단을 바라보다 문득 고개 들어 이세기를 봤다.
“주호는 성채 빌딩 주고, 나는 엄청난 선물이 영약이라고?”
“야, 이건 그냥 영약이 아닌 대환단이야! 무림의 무가지보 소림 대환단! 알잖아? 우리 같은 무림인에게는 성채 빌딩 따위보다 열 배는 가치 있어! 돌멩이 너라면 단숨에 내력이…….”
무림인 이세기는 무인에게 영약이 어떤 의미인지 열성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무인이 아닌 자본주의 헌터로 전직한 천문석에게 이 외침은 공허할 뿐이었다.
“……나라면 성채 빌딩 10개 줘도 이 대환단 하나랑 안 바꾼다!”
여기까지였다.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이세기의 멱살을 향해 손을 뻗으며 외쳤다.
“야, 이 미친 새꺄! 그럼 성채 빌딩 10개를 가져왔어야지! 그리고 이 대환단 원래 내 거였잖아! 내 대환단을 돌려주면서 뭐?! 엄청난 선물! 와, 이거 완전 도둑놈……!”
순간 이세기의 얼굴에 스치는 의아함.
“너 설마! 대환단이 엄청난 선물이라고 생각한 거야?!”
“……어?!”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손을 멈추는 순간 이세기의 말이 이어졌다.
“야, 당연히 엄청난 선물은 따로 있지! 이건 그냥 첫 번째 선물일 뿐이야. 하하하-”
천문석은 다급히 외쳤다.
“그랬구나! 그렇지!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인데! 당연히 대환단 하나로 끝은 아니지! 미안, 미안! 내가 요새 좀 까칠해진 거 같아. 하늘님이 요새 더 거지 같아져서! 하하하-”
“야, 나 이세기야! 이세기 네 최고의 친구, 절친 이세기! 남중국의 전 절대 권력자! 미래의 연방 총통 할뻔한! 더럽게 잘생긴 존잘 세기! 당연히 돌멩이 네가 상상도 못 할 엄청난 걸 준비했다! 하하하-”
“역시 내 친구 이세기! 난 항상 널 믿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두 사람의 웃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이세기의 손이 헌터용 배낭에 들어갔다.
“두 번째, 세 번째 선물 꺼낼게.”
‘드디어 꿈이 이뤄진다!’
천문석은 즉시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을 내밀었다!
툭, 툭-
양손에 놓이는 무언가!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의 외침과 동시에 고개를 드는 순간 보였다.
양손에 하나씩 놓인 잘 포장된 종이상자 2개…….
“……등기문서가 들어가기에는 좀 작은데? 예금 증서 그런 거냐?”
“등기문서, 예금 증서?”
“선물 성채 빌딩 살 수 있는 돈 아냐?”
“야, 당연히 훨씬 더 좋은 거지! 내가 그런 시시한 걸 준비했겠냐!”
“……훨씬 더 좋은 거?!”
천문석은 반색해서 단숨에 포장을 찢고 종이상자를 열었다.
“…….”
순간 모습을 드러낸 나무곽 2개!
“……?”
반사적으로 나무곽을 여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청량한 향기 두 줄기!
“……??”
나무곽 안에 담겨 있는 서로 다른 환약 둘!
천문석은 멍하니 나무곽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영약?”
“그냥 영약이 아니다!”
이세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내 절친 돌멩이! 널 위해 최고의 영약을 준비했다! 이건 자소단, 태청단이다! 대환단까지 영약이 한 개도 두 개도 아닌 3개다! 대환단, 자소단, 태청단. 셋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 단숨에 생사현관을 타통하고 초절정의 경지를 넘어서는 것도 꿈이 아니다! 이건 단순한 영약이 아닌 내 친구 돌멩이, 너를 초인경에 올려 줄 발판이다!”
하하하하하-
뜨거운 외침을 쏟아 내고 가슴이 뻥 뚫릴 듯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는 이세기.
“…….”
천문석은 더는 같이 웃을 수 없었다.
‘그렇지. 이세기 새끼는 이런 녀석이었지.’
천무지체(天武之體).
무공은 하늘에 닿았고 머리도 잘 돌아가지만, 일반 상식 쪽으로는 더럽게 눈치 없는 새끼!
이세기의 생각은 나쁘지 않았다.
대환단, 자소단, 태청단.
3개의 영약은 무공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지녔었으니까!
하지만 ‘지녔었으니까.’ 과거형이다.
이제 영약에 그런 엄청난 가치는 없다.
영약 품귀 현상까지 일으킨 장본인.
남중국의 절대 권력자 천검 이세기가 지금 자신 앞에 있으니까.
남중국 천검도 연방 총통도 아닌 짧은 츄리닝을 입은 내 친구 이세기로!
이 순간 오래전 꿨던 주호와 이세기가 등장하는 악몽이 떠올랐다.
왼손에 대환단, 오른손에 성채 빌딩을 내민 이세기.
당연히 성채 빌딩을 고르지만, 펼쳐진 손에 놓인 건 항상 대환단이었다.
몇 번을 해도, 어떤 손을 선택해도 이세기가 펼친 손에 있는 건 대환단이었다.
그 무엇을 해도 성채 빌딩을 선택할 수 없던 악몽이 지금 현실이 됐다!
남중국의 천검, 미래의 연방 총통, 절대 권력자였던 이세기!
단혈철검 주호에게 상하이 빌딩을 준 이세기는 자신에게는 선물로 영약을 가져왔다!
대환단, 자소단, 태청단, 하나도 아닌 세 개를!
성채 빌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영약 세 개만 손에 남았다.
오래전 그 악몽처럼!
이 순간 천문석이 할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야, 이 새꺄!!”
천문석은 번개같이 이세기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었다.
“친구? 갑자기 왜?!”
“야, 이 미친 새끼야! 너 제정신이야! 대환단이 뭐? 성채 빌딩보다 귀하다고?!”
“선물로 영약을 3개나 가져왔다고?! 이거 완전히 미친놈 아냐?!”
“빌딩 가져와! 당장 성채 빌딩 가져오라고!”
“주호! 얍삽한 주호 새끼가 성채 빌딩을 먹었는데!”
“나는 대환단이라고?! 빌어먹을 대환단! 자소단! 태청단! 으아아악-.”
……
괴성과 함께 분노의 108연속 딱밤을 갈기려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너 진짜 돌멩이 맞구나. 내 친구 돌멩이!”
“어, 그래 진짜 돌멩이 맞다. 오랜만에 진짜 돌멩이가 때리는 108연속 딱밤 맞자!”
파르르 분노에 떨리는 돌주먹을 내려치기 직전.
이세기는 툭 던지듯이 말했다.
“무림 던전에서 대환단 고마웠다.”
“……!”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멈춘 순간 웃음기가 사라진 진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환단은 잠시 맡아 둔 거 돌려주는 거고. 자소단, 태청단은 이자야. 선물은 따로 있다.”
어느새 꺼냈는지 이세기의 손에 쥐어진 작은 주머니.
“야, 너 또 영약……!”
“거대 괴수 잡고 나온 거야.”
이세기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돌멩이. 네 꿈 커다란 객잔 주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남중국의 천검으로 손에 넣은 건 가져올 수 없었다. 그건 남중국 사람들 거니까.”
“이 주머니 안에 담은 건 남중국의 천검이 아니라, 이세기가 내 친구 돌멩이를 위해 구한 거다.”
“한국에서 제일 큰 인터넷 사이트 검색해서 거대 괴수에서 제일 비싼 부산물 찾았다. 네 꿈 이룰 수 있게 말이야.”
담담히 웃으며 주머니를 내미는 이세기.
“받아라. 내 친구 돌멩이. 너에게 주는 내 진짜 선물이다.”
그리고 툭- 손에 떨어지는 작은 주머니.
주머니가 손에 떨어지는 순간의 느낌!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주머니 너머의 형태!
그리고 무엇보다 거대 괴수에서 나온 가장 비싼 부산물이란 말에서!
천문석은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주머니 안에 있을 것은 하나뿐이다.
거대 괴수에게서만 나오는 나이트 아머의 핵심 재료.
국가에서 무조건 매입해서 시장에 매물 자체가 없는 거대 괴수 부산물.
“코어! 너 거대 괴수 코어를 가져온 거야?!”
환희 가득한 외침에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이세기.
“코어? 이거 내단인데?”
무림인 이세기가 코어란 이름을 알지 못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세기! 내 친구! 드디어 네가 제대로 한 건 했구나! 이세기 코인 떡상이다! 떡상! 카캬카카카캌-”
“한국 최대 인터넷 사이트에 직접 확인했어. 한국에선 거대 괴수 부산물 중에 뭐가 제일 비싸게 팔리는지 말이야. 하하하-”
“잘했어! 정말 잘했다! 이세기, 넌 일반 상식과 관련된 건 스스로 생각하지 말고 꼭 물어보고 움직여야 한다니까!”
천문석은 환호하며 주머니를 뒤집었다.
툭-
주머니 안에서 예상대로 구슬이 떨어졌다.
직경 3cm의 구슬, 코어!
겉으로는 평범한 돌 구슬이지만, 내력을 밀어 넣으면 코어 특유의 마력 파문이 쏟아진다!
반사적으로 내력을 밀어 넣는 순간 퍼져 나오는 마력 파문…….
“어?”
마력 파문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마력 파문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뭐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이세기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완벽한 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