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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08화 (1,30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08화>

이세기의 대답, ‘아닌데!’.

그러나 아직 모른다! 무언가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천문석은 마지막 희망을 담아 확인했다.

“아닌데? 뭐가 아닌데?! 자세히, 빨리 말해 봐!”

“남중국 천검, 연방 총통 아니라고. 모두 그만두고 홀가분하게 왔다. 하하-.”

담담한 표정에 떠오른 홀가분함과 웃음!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없는 확답이다!

“……!!”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머릿속에서 수천수만 가지 생각이 휘몰아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활화산 같은 분노가 끓어 올랐다!

이세기 코인은 완전히 끝장났다!

외부 요인 때문이 아니라, 이세기 이 미친놈이 하늘로 날아오르다 스스로 180도 회전해 땅에 처박았다!

“야, 이 미친 새꺄!!”

참을 수 없는 극대노를 터트리는 순간.

이세기는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하지만 내 친구 돌멩이에게 줄 선물을 가져왔다! 네 꿈을 단번에 이뤄 줄 엄청난 선물을!”

‘내 꿈을 단번에 이뤄 줄 엄청난 선물!’

듣는 순간 쾅! 머릿속에 벼락이 떨어졌다.

이세기는 악연으로 엮였던 단혈철검 주호에게도 상하이 타워라는 성채 빌딩과 상해의 막대한 이권을 인정해 줬다!

그런 이세기의 입에서 ‘엄청난’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 순간 귀로 들리고 눈으로 보였다!

화르르륵-

잿더미가 된 이세기 코인이 불사조처럼 되살아났다!

콰아아아앙-

지상에 꼬라박던 이세기 코인이 180도 회전해서 아득한 하늘로 날아올랐다!

‘떡상, 떡상! 이세기 코인은 아득한 천공으로 떡상이다!’

천문석은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이세기! 내 최고의 친구! 절친! 난 너를 믿고 있었다!”

“너 방금 ‘야, 이 미친 새꺄’라고……?”

“야, 이 미친 세기의 존잘! 이라고 하려던 거야! 존잘, 얼굴 천재! 한국에서는 이게 극상의 칭찬이거든!”

“아, 그렇구나. 난 또 내가 연방 총통 그만뒀다고 대노한 줄 알았잖아? 하하-”

“야, 그럴 리가 없지! 기억 안 나냐?! 우리가 처음 어떻게 만났는지?! 설산에서 함께 늑대무리와 개싸움하고! 한겨울 두꺼운 얼음장을 깨고 물고기를 잡아! 펄펄 끓는 어 죽을 끓여 나눠 먹은! 고난을 함께한 친구 중의 친구! 세속의 이익 따위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수는 없다!”

“그렇지! 맞아! 돌멩이 너, 전부 기억하고 있었구나! 진짜 내 친구 돌멩이구나!”

환한 얼굴로 외치는 이세기.

천문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하지! 난 하나도 잊지 않았다! 이세기 내 친구!”

‘존버는 승리하고! 이세기 코인은 무적이다! 카캬카캌-’

미친 듯한 환호를 안으로 삼키는 순간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고맙다. 그렇게 생각해서 다행이네…….”

“그래 다행이야!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하늘님 감사합니다! 카캬카캬캌-”

“……선물 담은 배낭 잃어버려서 너 빡칠 줄 알았거든.”

*   *   *

“…….”

천문석은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뚝- 모든 것을 멈추고 이세기를 봤다.

“……뭘 잃어버렸다고?”

“배낭. 너한테 줄 선물을 전부 담아 둔 배낭. 중랑천 급류에 휩쓸렸을 때 잃어버렸어.”

“나한테 줄 ‘엄청난’ 선물이 담긴 배낭?”

“어, 너한테 줄 ‘엄청난’ 선물이 담긴 그 배낭.”

“선물을 한 배낭에 넣었다고? 다, 전부, 모조리?”

“어. 선물, 신분증, 헌터 라이선스, 통장이랑 카드. 다, 전부, 모조리 한 배낭에 넣었어. 하- 헌터 라이선스라도 따로 빼놨어야 했는데. 진짜 생각지도 못한 녀석을 호수에서 만나는 바람에. 하아- 이렇게 운이 없을 줄은 생각도…….”

“아니, 아니! 그건 됐고! 그러니까 네 말은 ‘엄청난 선물’이 담긴 배낭이 중랑천 급류에 떠내려갔다는 거야? 선물 없다는 거야?”

“맞아. 역시 돌멩이 넌 핵심을 한 번에 이해하는구나. 하-”

“보통 권력자는 스위스 비밀 계좌 그런 거 있던데? 혹시?”

“그런 게 나한테 있을 리 없잖아? 지금 옷도 내 옷이 아닌데. 하하-”

“그렇지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내가 직접 옷을 갈아입혔는데 주머니에 동전 하나 없었으니…… 하-”

“아, 이 츄리닝 네 거였구나. 다리가 좀 짧은 것 같긴 한데 잘 입을게. 하하하-”

“아, 그렇구나! 내 츄리닝 다리가 좀 짧구나! 하하-”

“어, 다리가 좀 짧긴 한데 나쁘지 않아. 하하하하- 어, 너 갑자기 주먹은 왜?”

“아, 이 주먹? 츄리닝 다리 짧은 거 고쳐 주려고. 하하하-”

“방금! 그 주먹! 살기로 부르르 떨린 거 같은데?!”

“응, 아냐. 너 어디 가냐? 츄리닝 고쳐 준다니까? 잠깐 이리 좀 와 봐. 하하하하-”

“아니 생각해 보니까 짧은 게 편하고 좋네! 안 와도 될 거 같아!”

천문석은 주먹을 부르르 떨며 다가가고, 이세기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은 소파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회전했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풍선에 한계를 넘어 바람을 불어 넣듯 긴장감은 점점 고조됐다.

그리고 두 사람이 소파 주위를 13바퀴 회전했을 때 웃음이 뚝 멈추고 한계를 넘어선 긴장감이 빵- 터졌다.

으아아악-

천문석은 짐승 같은 괴성과 함께 번개같이 소파를 타 넘으며 외쳤다.

“야, 이 미친 새꺄! 배낭을 끝까지 지켰어야지! 전 재산이 든 배낭을 중랑천에 흘리고 왔다고?!”

이세기는 반사적으로 바람의 결을 낚아채 도망치려 했지만 아찔한 통증에 멈칫했다.

“……!”

단지 1초 멈칫했을 뿐이다.

그러나 천문석에게는 이 1초면 충분했다.

와드득-

머리를 조여 오는 강철 같은 팔!

손오공의 긴고아를 강제로 쓴 듯 엄청난 압박이 밀려왔다.

“잠깐! 지금 당장 중랑천 가서 찾아보자! 우리가 같이 찾으면……!”

“미친놈아! 지금쯤이면 한강까지 떠내려갔어! 우선 딱밤 108연타부터 맞고 이야기하자!”

꽈드드득-

단단한 주먹이 부르르 떨리자 물결치듯 흘러나오는 파문!

장난이 아니다!

돌멩이 녀석은 진심으로 딱밤 108연타를 때려 박을 생각이다.

고라니 사건 때처럼!

돌멩이 녀석은 돈이 얽힌 일에는 허언이 없었으니까!

반사적으로 일으킨 내력은 산산이 흩어지고, 힘을 준 전신에서 통증이 밀려온다!

“돌멩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바! 준비 끝났어! 우리 한우 꽃등심 언제 먹으러 가? 지금 가는 거야?! 그렇지? 한우 꽃등심인데 당연히 미리 가야 예의지?! 세연이랑 누나들 불러올까?!”

어느새 준비를 끝내고 소파 앞에 선 특급 헌터.

모자, 장갑, 코트에 옆으로 착- 배낭을 메고 옆구리에 나무 막대기까지 꽂은 모습에서 느껴진다.

터질 듯한 기대감이!

‘이거다!’

이세기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래 우리 저녁부터 먹고 이야기하자! 한국 오면 꽃등심 먹어야…….”

“그냥 꽃등심이 아니라! 만월관 최고급 한우 꽃등심! 이건 그냥 꽃등심이랑은 차원이 달라!”

불쑥 끼어드는 특급 헌터.

“그래! 이 팔부터 풀고 차원이 다른 만월관 최고급 한우 꽃등심부터 먹고 이야기하자!”

“아냐!”

천문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만월관은 취소다!”

“뭐? 갑자기 왜 취소된 건데? 앗! 설마 예약 못 했어?! 내가 황 비서 누나, 드래곤 형한테 예약해 달라고 전화할까?!”

“아니! 오늘 저녁은 고등어다! 고등어 김치찌개, 고등어구이, 고등어 조림! 한우 취소! 고등어다!”

“뭐, 왜? 어째서?! 우리 최고급 한우 꽃등심 먹기로 했잖아?! 어떻게 최고급 한우 꽃등심이 고등어가 된 건데! 이건 절대, 결코, 완전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어쩔 수 없어! 이세기, 얘가 엄청난 선물과 전 재산이 든 배낭을 잃어버렸단 말이야!”

“전 재산이 든 배낭을 잃어버려! 잘생긴 형 거지가 됐다고?! 아니 왜?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친구들! 내가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찾아올게!”

“소용없어! 네가 놀이터 정자에서 깨우기 한참 전! 중랑천에서 낚시로 건졌을 때 잃어버렸어! 벌써 한강 떠내려가고도 남았어!”

“앗, 아앗! 잘생긴 형! 왜 놀이터에 깨웠을 때 말 안 한 거야! 빨리빨리 말해야지! 한국 사람은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 한단 말이야!”

정신없이 외치다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탄식하는 꼬맹이!

“빨리빨리 말했으면 퐁퐁이 불러서 찾을 수 있었는데! 늦었잖아! 퐁퐁이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

“미안.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세기가 자신도 모르게 사과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앗, 잠깐만 퐁퐁이가 준 배낭! 그렇지! 잘생긴 형 배낭 찾을 방법 있어!”

“이세기 배낭을 찾을 방법 있다고?!”

천문석이 반색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외쳤다.

“잠깐만 기다려!”

한달음에 티피로 뛰어갔다 돌아와 번쩍 양팔을 내미는 특급 헌터.

“이 배낭! 알바! 이 배낭 퐁퐁이가 주고 갔다고 했지? 이 배낭으로 퐁퐁이 찾아서 잘생긴 형 배낭 찾는 거야?!”

특급 헌터가 내민 손에는 어깨끈이 잘린 헌터용 배낭이 있었다.

퐁퐁이가 놓고 도망간 헌터용 배낭이다!

“그 배낭으로 퐁퐁이를 찾는다고?”

“비단 손수건으로 마녀 추적할 때처럼 하는 거야!”

마녀가 남긴 비단 손수건!

그 비단 손수건에 남은 체취를 이용해 마녀를 쫓으려 했었다!

“탱탱이!”

“탱탱이!”

특급 헌터와 천문석은 동시에 외쳤다.

“탱탱이가 배낭에 남은 냄새 추적해 퐁퐁이 찾으면!”

“퐁퐁이가 중랑천에서 한강으로 떠내려간 배낭 찾는 거구나?!”

“맞아! 잘생긴 형이 배낭 모양만 가르쳐 주면 퐁퐁이가 찾을 수 있어! 퐁퐁이 물건 엄청 잘 찾아! 내 비밀 저금통, 아수라 도장 전부 퐁퐁이가 주워다 줬어!”

특급 헌터의 말이 맞다!

퐁퐁이는 영체와 실체를 오가는 각성 동물! 퐁퐁이의 힘이라면 중랑천 급류에 휩쓸려 한강까지 떠내려간 배낭을 찾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맞아! 가능성 있어! 할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배낭을 찾아 먹는다!”

“만월관 최고급 한우 꽃등심!”

“만월관 최고급 한우 꽃등심!”

특급 헌터와 천문석은 짝- 손을 부딪치고 휙- 고개를 돌려 이세기를 봤다.

“잘생긴 형! 잃어버린 배낭 어떻게 생겼어?! 여기에 얼른 그려 줘!”

“이세기! 할 수 있지?! 기억을 되살려서, 최대한 자세하게! 여기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그려 줘!

이세기 앞에 스케치북과 색색이 크레파스가 놓였다.

그러나 이세기는 스케치북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봤다.

특급 헌터가 들고 있는 배낭을!

“…….”

“야, 야! 정신 차려! 배낭 서해까지 흘러가면 끝장이야! 아직 멀리 못간 지금 찾아야 해! 정신 차려!”

딱, 따닥-

천문석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이세기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이거야.”

“뭔 소리야?”

“알바! 잘생긴 형 배낭이 이 배낭이랑 비슷하게 생겼다는 거 같은데?!”

천문석은 반색했다.

“같은 회사 제품이야? 색은? 크기는? 모양은?!”

“잘생긴 형! 빨리빨리! 최고급 한우 꽃등심이 우리를 기다려!”

이세기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 특급 헌터가 들고 있는 배낭의 잘려 나간 어깨끈을 가리켰다.

“이 매끈하게 잘려 나간 어깨끈, 초고압의 물에 스쳐서 잘린 거야.”

“어? 그 말…… 설마?!”

이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배낭이 내가 중랑천에서 잃어버린 내 배낭이야.”

*   *   *

“퐁퐁이가 주고 간 배낭이 잘생긴 형 배낭이라고?! 왜?! 어떻게?! 진짜로?!”

특급 헌터의 외침이 천문석의 마음을 대변했다.

퐁퐁이가 놓고 도망친 배낭!

이 배낭이 이세기의 배낭이라고?

자신에게 줄 ‘엄청난 선물’이 들어 있다는 그 배낭이라고?!

‘이렇게 공교로운 우연이 일어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확인에는 10초도 걸리지 않으니까!

“이세기, 바로 확인해 봐!”

“잘생긴 형! 얼른 열어 봐!”

지이이익-

이세기는 능숙하게 매듭을 풀고 방수 지퍼를 열었다.

곧 짐 위에 놓인 지갑이 보이고,

지갑을 꺼내 펼치자 신분증이 나왔다.

이세기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박힌 너무나 익숙한 신분증이!

[주민등록증]

[이세기 990101-1xxxxxx]

“잘생긴 형 배낭이 맞았어!”

“그래 이거 내 배낭이다! 와, 어떻게 이런 행운이!”

퐁퐁이가 던져 주고 도망친 배낭은 이세기의 배낭이었다!

명확한 증거, 사진까지 박힌 신분증,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퐁퐁이가 대박을 터트렸어! 퐁퐁이 당장 불러서 칭찬해야 해! 거복이 긴급 연락이야!”

특급 헌터가 베란다로 달려가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주민등록증! 주민 번호까지 있잖아?! 어떻게? 설마, 위조했냐?”

“당연히 진짜지. 이 라이선스 보이지? 내 이름으로 된 진짜 헌터 라이선스.”

“헌터 라이선스까지! 야, 이게 왜 진짠데?!”

“하하- 푸젠성에서 테러 일어났을 때 알게 된 한국 사업가 있어. 그 사업가 통해서 만든 진짜 주민등록증, 헌터 라이선스다.”

‘아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진짜 주민등록증이 있었다고?!’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회기 파출소에서 천검 이세기란 신분이 밝혀질 일은 애초에 없었다!

이세기는 진짜 주민등록증과 헌터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한국 사람’이었으니까!

즉, 회기 파출소에서 일어난 난장판은 전부 삽질이었다!

이세기가 배낭만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아니 지갑만 따로 가지고 다녔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으아악- 야, 이 씹……!”

다시 한번 분노를 토해 내는 순간 불쑥 손이 튀어나왔다.

잘 포장된 종이상자를 쥔 이세기의 손이!

그리고 이세기 코인 떡상을 알리는 천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멩이, 너한테 주는 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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