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04화>
인간재해 이태성!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길드 랭킹 부동의 1위……!”
이태성 길드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바로 태성…….”
“염동 길드 다음,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
“이태성 길드장 염동 대협한테 깃발 꽂았다가 털리고 요양 중인 거 아니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표상 오러도 이글이글 뜨겁잖아?”
“모르는 소리! 상대는 염동 대협이다! 분명 겉은 멀쩡해도 속은 아마 만신창이가 됐을 거야!”
“하긴 염동 대협이니까…….”
……
힐끗힐끗 시선과 함께 들려오는 수군거림에 담긴 이름.
염동 길드, 염동 대협 마혁진!
이태성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버럭 소리쳤다.
“뭐? 태성 길드가 염동 길드 아래라고?! 태성 길드가 레이드 실적 더 좋아! 장강 유통 착시 효과라고! 깃발 꽂았다가 내가 털렸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대인전 비공식 랭킹 1위가 나다! 염동, 걔는 대인전 랭킹 열 손가락 안에도 못 들어! 당연히 일대일은 나한테 안 돼! 상대도 안 된다고! 내가 바로 이태성, 드래곤 형이다!”
화르르르르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폭발하듯 치솟은 표상 오러가 꿈틀꿈틀 전신을 휘감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
“……!”
최 순경, 김 순경, 부소장. 남일국, 여원 소위가 흠칫 놀라 주춤주춤 물러서고.
“이 타이밍에 이태성 길드장이라고?!”
박찬기 중령은 멍하니 넋을 놓고 입 떡 벌릴 때.
“역시 친구야! 완벽해! 훌륭해!”
암살검 한경석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하, 시바…… 하필 이태성이라니…….”
김태희 대령은 애증 어린 얼굴을 지었다.
“태희야! 빨리 이쪽으로! 쟤 오러 닿으면 각성력 타들어 가!”
이세영 선생님은 잽싸게 김태희 대령을 잡아끌었다.
이 순간 회기 파출소 1층의 주인공은 이태성 길드장이었다.
오러 각성자 랭킹 부동의 1위 이태성 길드장의 살아 있는 용처럼 꿈틀꿈틀거리는 표상 오러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단 한 명, 천문석을 제외하고!
‘지금이 기회다!’
천문석은 시선은 정면에 고정한 채 작은 기척과 숨소리 하나 없이 뒤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이곳 회기 파출소는 정상이 아니다!’
1번. 처음으로 자신과 특급 헌터가 도착한 후로 차례차례 나타난 사람들!
2. 남일국, 여원 소위, 국가 헌병대 수사관.
3. 박찬기 중령, 국가 헌병대 임시 대장.
4. 암살검 한경석, 생각지도 못한 직장인 모습.
5. 김태희 대령, 선보러 온 듯한 모습.
6. 이세영 선생님, 10대 중반 소녀.
7. 이태성 길드장.
이태성 길드장이 벌써 7번째 등장이다!
그럼에도 꼬인 상황은 풀리지 않았다. 스노우볼이 언덕을 구르며 커지듯이 새로운 인물이 튀어나올 때마다 상황이 더 꼬여가고 있다!
이 정도면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당연히 눈치채야 한다.
강렬한 기시감이 뇌리를 강타하고, 수많은 사건·사고와 난장판에서 굴렀던 전문가의 촉이 말했다.
인생이 송두리째 변한 전생의 마도 쟁투의 밤과 같다!
이태성 길드장은 끝이 아니라 더 큰 엉망진창 난장판의 시작일 뿐이다!
‘뒷일은 이태성 길드장에게 맞기고, 이세기나 데리고 튄다!’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순간 빙글 몸을 돌려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라 3층에 도착했다.
휘이, 휘이이잉-
거센 바람이 쏟아지는 복도 끝 활짝 문이 열린 숙직실이 보였다.
기절한 이세기와 특급 헌터가 있는 숙직실이!
한달음에 복도를 지나 숙직실로 들어가며 외쳤다.
“특급 헌터 당장……!”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컥 막혔다.
휘잉, 휘이잉-
작은 방 안에는 만져질 듯 선명한 바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특급 헌터의 손!
더 정확히는 그 손에 번쩍 들린 아수라 조각상을 중심으로!
특급 헌터는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아수라 조각상을 내려찍었다.
“아수라 도장! 땅땅땅-.”
이미 붉은 도장이 빼곡히 찍힌 이세기의 머리를 향해서!
이세기의 이마에 아수라 조각상이 3번 찍히는 순간 거대한 종소리 같은 울림과 물결치는 듯한 진동이 쏟아져 나왔다.
[우우우우우우웅-]
이미 한번 느꼈던 울림과 진동이!
‘아, 방금전 그 울림과 진동! 그게 도장 찍는 소리였구나!’
깨달음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이상하네? 왜 안 일어나지?! 휘잉휘잉 더 찍어야 해? 이제 도장 찍을 자리도 없는데?! 아직도 깨우러 못 들어가? 잘생긴 형, 힘을 내서 일어나 봐! 이제 도장 찍을 자리도 없단 말이야!”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뭘 감탄하고 있는 거야!’
천문석은 한달음에 문을 지나 침대에 달려가며 외쳤다.
“특급 헌터 정지! 너 뭐 하는 거야?!”
“앗! 알바! 조금만 기다려 줘! 내가 곧 깨울 수 있을 거…….”
쐐애애애액-
이 순간 아수라 조각상 주위에서 소용돌이치던 바람이 이세기의 머리에 찍힌 도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
반사적으로 특급 헌터를 낚아채는 동시에 벌떡 상체를 일으키고 번쩍 두 눈을 뜨는 이세기!
“이게 먹혔다고?!“
“아앗! 됐어! 휘잉휘잉이 들어갔어! 훌륭해 휘잉휘잉 잘했어! 이제 얼른 깨워 줘!”
“야, 야! 이세기, 나야, 나! 기억나지?! 절친 천문석!”
“…….”
이세기의 초점 없는 시선이 주위를 돌아 바닥의 한점에 꽂혔다.
“야, 너 어디 보는 거야?! 잠깐 이거 설마 심마(心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는 순간.
휘이이잉-
이세기는 바람처럼 몸을 날려 숙직실 밖으로 달려갔다.
“야, 너 어디 가는……?!”
“검! 잘생긴 형, 검 찾으러 간다는데!”
특급 헌터의 외침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이세기의 시선이 머물렀던 바닥의 한 점!
눈과 바닥의 점을 잇는 가상의 선은 2층을 거쳐 파출소 1층 책상에 꽂힌다.
롱소드가 있는 책상!
이세기는 난장판의 예감에 튄 장소, 이태성 길드장이 있는 파출소 1층으로 달려갔다!
롱소드에 깃든 검혼을 찾아서!
‘진짜 심마에 들었구나!’
깨달음의 순간 반사적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이세기가 달려간 1층으로 이어진 방문!
파출소 밖으로 이어지는 숙직실 창문!
‘갈까! 튈까?!’
“알바! 빨리!”
특급 헌터의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선택하고 움직였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쿵- 바닥을 밟고 도약!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오는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으아앗- 알바! 어디 가는 거야?! 잘생긴 형 데려가야지!”
* * *
터질 듯한 침묵 속에서 이글이글 표상 오러가 타오르는 파출소 1층.
이태성은 이세영을 가리키며 쓱 주위를 돌아봤다.
“내가 얘 데려가는 데 불만 있는 사람? 셋 센다? 셋둘하나 없지?! 자 가자!”
“야, 태희! 태희도 데려가야지!”
“태희, 쟤? 어, 왠지 낯이 익은데? 야, 쟤도 내가 데려간다. 불만? 셋둘하나 없지? 자, 가자!”
“저 이태성 길드장님 잠시만 드릴 말씀이…….”
박찬기 중령이 조심스레 입을 여는 순간.
[우우우우우웅-]
거대한 울림과 진동과 함께 바람이 계단에서 쏟아졌다.
“바람?”
이태성은 반사적으로 계단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깨달았다.
바람에 숨어 있는 인기척!
“누구냐?!”
몸을 비틀어 쿵- 땅을 디디는 순간.
회전하는 표상 오러를 주먹의 일점에 집중!
스트레이트!
이글거리는 표상 오러가 담긴 주먹을 허공에 날렸다!
빠아아앙-
압축된 표상 오러는 공기를 찢어발기고 포탄처럼 쏘아졌다!
이 순간 경악한 외침이 터졌다.
“안 돼! 야, 멈춰!”
하지만 이미 오러의 포탄은 쏟아지는 바람에 꽂혔고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제자리에 멈춰 소용돌이치는 바람!
화르르륵-
오러의 포탄은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붙잡힌 채 빙글빙글 허공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표상 오러를 붙잡았다고?!”
오러는 이능력의 상극!
재앙급 마수의 고밀도 반발장이라도 불가능한 일!
플라스틱 바가지에 펄펄 끓는 쇳물을 담은 거나 마찬가지다.
상상을 초월한 각성력 운용능력!
“하! 간만에 제대로 된 녀석이구나! 좋다 제대로 붙자!”
쾅쾅쾅-
오러가 타오르는 양 주먹을 부딪쳐 투기를 끌어올 리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뒤로! 모두 천천히 뒤로 물러나! 괜찮아! 건드리지만 않으면 괜찮아!”
“어?”
이태성은 문득 고개를 돌린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릅뜬 눈과 잔뜩 굳은 얼굴.
주르륵 흐르는 땀과 파르르 떨리는 손.
거대 괴수 앞에서도 담담하던 이세영.
검은 폭풍 이세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휭휭, 휭휭휭-
표상 오러탄을 붙잡고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태성 네가 방패다! 오러로 버티면서 마지막에 물러서!”
당연한 이야기!
잽싸게 고개를 끄덕이고 오러를 펼치는 순간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태성 길드장님! 제가 돕겠습니다!”
“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고 들렸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리볼버를 겨누는 국가 헌병대 중령!
“국가 헌병대 대장, 박찬기 중령이다! 셋 셀 동안 신원을 밝혀라! 하나둘…….”
“쏘면 안 돼!”
이세영이 다급한 외침과 함께 손을 뻗는 순간.
타아앙-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총성이 울렸다.
* * *
천문석은 창문 밖으로 뛰어나가자마자 가스관을 붙잡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알바! 특급 헌터는 절대 동료를 버리지……!”
“당연히 안 버려! 1층으로 진입할 거야! 그리고 네가 해 줘야 할 임무가 있어!”
“임무?!”
특급 헌터의 외침 멈추고 눈빛이 변하는 순간 스마트폰과 지갑을 건네고 빠르게 설명했다.
“이세기는 내가 빼낼 테니까. 넌 스마트폰으로…….”
“도와줄 사람 부를까?! PC방 형? 검사 할아버지? 판사 할머니?! 앗! 서커스 아저씨! 공 손도 안 대고 움직이는 아저씨…….”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지금도 난장판인데 여기에 사람을 더 부를 수는 없다!
“택시 불러 줘. 지갑에 있는 카드로 결제하고 어떻게 부르냐면…….”
“택시! 걱정 마 알바! 나 지식인 지존이야! 지식인 검색해서 특급 택시! 최고의 택시로 부를게!”
“그래 알았…….”
타아아-
이 순간 총성과 함께 가스관을 잡은 손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
반사적으로 벽을 박차고 몸을 날리는 동시에 특급 헌터를 품에 끌어안았다.
강화 유리창에 와작 거미줄 같은 금이 가고!
두우우우웅-
강화 콘크리트 4층 건물이 거대한 종처럼 진동했다!
‘시작했다!’
지상에 떨어지기 직전 내력을 실어 둥실 특급 헌터를 던지고.
발을 타고 올라오는 착지의 충격파를 공중으로 흘려 보냈다.
“특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빙글빙글 공중에서 2회전 해서 천천히 화단에 내려서는 특급 헌터.
“난 괜찮아!”
타타타탓-
특급 헌터는 번개 같은 양손 타자로 스마트폰을 두들기며 외쳤다.
“알바 나만 믿어! 최고의 택시 부를게!”
특급 헌터를 치워 놓는 건 성공!
이제 심마에 빠진 이세기만 빼내면 된다!
“부탁한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파출소로 달리며 자켓을 뒤집어 입고 셔츠를 쭉 찢어 얼굴을 가렸다.
찰싹 벽에 달라붙어 거미줄 같은 금이 간 창문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보였다.
폭탄이라도 터진 듯 난장판이 된 파출소!
최 순경, 김 순경, 부소장은 책상 뒤에 숨고.
남 소위, 여 소위는 납작 엎드려 벽에 찰싹 달라붙은 상태.
한경석은 이세영 선생님을 끌어안고 벽에.
김태희 대령은 박찬기 중령의 리볼버를 든 손을 내리누르고 있다.
그리고 휑해진 파출소 중앙에 선 두 사람이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몸을 숨긴 이세기!
그 앞 표상 오러가 타오르는 이태성 길드장!
‘됐다! 아직 늦지 않았다!’
심마에 빠진 이세기의 모든 신경은 앞을 막은 이태성 길드장과 멀리 구석에 꽂힌 롱소드에 향한 상태!
‘이대로 뒤에서 기습해 제압한다!’
결심과 동시에 금이 간 강화 유리창에 손을 올리고 흡(吸)자결의 내력을 움직였다.
양손이 빨판처럼 강화 유리창에 쩌억- 붙는 순간 그대로 내력을 퍼트려 강화 유리창을 통째로 뽑아냈다.
소리 없이 강화 유리창을 내려놓고 기척을 죽인 채 창문을 넘어 들어간다.
스르륵-
이세기의 뒤통수를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가며 빠르게 눈짓 손짓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 수록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듯 전신을 억누르는 위압감!
이세기는 역시 이세기!
심마에 빠진 상태에서도 그 경지가 느껴졌다.
무림 던전에서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세기는 어느새 초절정 너머의 경지를 엿보고 있다!
‘와, 학습지 푸는 것도 아니고 뭔 진도가 이렇게 빨라?!’
거의 0.7 무림 맹주!
천검 이세기가 무림 맹주에 오르고 전생 천마와 첫 격돌 했을 때의 7할에 달하는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자신이라면 제압할 수 있다.
이세기 본인보다 이세기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무(武)를 더 잘 아는 게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후, 하-’
소리 없는 들숨과 날숨에 뜻을 담아 심상 공간에 짜 올린다.
시작도 끝도 없는 창천의 바람을 가두는 그물!
천망(天網)을!
아찔해지는 정신과 부르르 떨리는 육체.
심력이 뭉텅이로 날아가고, 기해혈에 차오르던 내력이 쭉쭉 빨려 나간다.
‘두 번은 없다! 한 번에 해치운다!’
소용돌이에 1미터 남짓 가까워지는 순간.
천문석은 천망이 담긴 손을 천천히 뻗었다.
휘잉, 휘이잉-
손이 공간을 넘어 소용돌이 속으로 파고 들어갈 때.
와드득-
김태희 대령에게 짓눌린 박찬기 중령의 손이 꺾였다.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리볼버 총구가 소용돌이를 스치는 순간.
탕, 탕, 타아앙-
세 발의 총성이 울리고 주황색 마력광 세 줄기가 직선으로 뻗었다.
멈춰 선 소용돌이, 심마에 빠진 이세기를 향해서!
“안 돼!”
이세영 선생님이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손을 뻗는 순간.
피핏, 깡-
불쑥 허공에서 튀어나온 단검이 한 줄기 마력광을 튕겨 내고!
으아아악-
폭발하듯 치솟은 표상 오러가 또 하나의 마력광을 삼켰다!
그리고 마지막 마력광이 소용돌이에 꽂히기 직전.
땅-
불쑥 튕겨 오른 동전에 맞고 궤적이 비틀려 소용돌이를 스쳤다.
마탄의 마력광이 물에 떨어진 물감처럼 소용돌이로 퍼져나가 빙글빙글 회전하는 오러의 포탄에 닿았다.
[엎드려!]
콰아아아아앙-
천문석의 외침과 함께 소용돌이는 그대로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