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302화>
“뭐, 소환장? 긴급 체포? 나를?! 그럴 리가! 전부 해결됐는데?!”
김태희 대령이 경악할 때.
박찬기 중령은 시선을 고정한 채 명령했다.
“남, 여 소위! 당장 각성력 구속구부터 채워라!”
“잠깐, 잠깐만! 누가 나한테 소환장을 보냈는데?! 김 의원? 최 검사?!”
“구속구부터 채우고 바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뭐 해! 빨리 움직여라!”
다시 명령하는 순간 주저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김태희 대령님한테 구속구까지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그냥 모셔가면…….”
박찬기 중령은 목소리만 들어도 두 사람의 생각이 느껴졌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생쥐처럼 전전긍긍 눈치를 보고 있다!
“야, 이 새끼들아 빨리빨리 안 움직이지!”
“넷!”
“네, 넷!”
버럭 고함에 남일국, 여원 소위는 반사적으로 달려와 김태희 대령 앞에 섰다.
그러나 차마 각성력 구속구를 채우지는 못했다.
인간적인 정리, 동료애 때문이 아니라 이글이글 타오르는 김태희 대령의 두 눈 때문에!
“죄송합니다.”
“대령님…… 손 좀…….”
주저주저하다 조심스레 말하는 순간 버럭 터져 나온 외침!
“기다려 봐! 소환장부터 확인하고!”
“넷!”
“네, 넷!”
화상을 입을 듯 뜨거운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물러서는 순간 등 뒤에서 터져 나온 고함.
“지금 국가 헌병대 대장이 바로 나다! 명령이다! 김태희 대령을 당장 구속해라!”
“넷!!”
“네, 넷!!”
남, 여 소위가 반사적으로 나서는 순간 김태희 대령이 마주 고함을 질렀다.
“기다리라니까! 소환장부터 확인한다고!”
“명령이다! 당장 구속구부터 채워라!”
“여기서 쥐어박아 줄까!”
“하수구 던전에서 곡괭이질 하게 해 줄까!
“기다리라니까!”
“당장 채우라니까!”
……
김태희 대령과 박찬기 중령의 고함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타탓, 타타탓-
남일국, 여원 소위는 탁구공처럼 다가가고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김태희 대령, 미친 치와와.
박찬기 중령, 임시 대장.
둘 사이에서!
남일국, 여원 두 사람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김태희 대령은 엄청난 거물이 뒤에 있다는 국가 헌병대의 실세다!
박찬기 중령은 임시 대장, 현재 지휘관에 소환장이란 명분이 있다!
어느 쪽 명령을 따라도 좆되는 건 마찬가지!
‘시바, 시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중랑천에서 그냥 전화 씹는 건데!’
‘하필이면 대령님이 여기에 나타나서는!’
마음속으로 절규할 때 얼핏 보였다.
책상 사이로 쓱- 지나가는 신발!
시선을 집중하자 곧 신발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납작 엎드린 채 책상 아래를 기어가고 있다!
‘누구지?’
‘누구야?!’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답이 떠올랐다.
경찰 셋과 블링블링한 옷을 입은 여성은 벽에 찰싹 붙어 구경하고 있다!
남은 사람은 한 명뿐이다.
이 엉망진창 난장판을 시작한 헌터!
김태희 대령을 불러 온 헌터가 도망치고 있다!
“……!”
“……!!”
이 순간 번쩍 깨달음이 뇌리를 스쳤다.
김태희 대령, 박찬기 중령 사이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방법이!
남일국 소위와 여원 소위는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이심전심 움직였다.
“앗! 정지!”
“거기 동작 정지!”
다급한 외침과 함께 김태희 대령, 박찬기 중령 사이에서 빠져나와!
한달음에 의자를 밟고, 책상을 뛰어넘어 바닥을 기어가는 헌터에게 몸을 던졌다!
‘걸렸구나!’
천문석은 직감하는 순간 호떡 뒤집듯 빙글 몸을 돌리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단숨에 제압하고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 이세기, 특급 헌터와 함께 3층 창문 밖으로 튄다!
계획을 세우고 내력을 터트리려는 타이밍!
책상에서 몸을 던지는 국가 헌병대 남, 여 소위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눈빛과 입 모양으로 필사적으로 외쳤다.
‘선생님. 제발!!’
‘저희 좀 살려 주세요!!’
‘……어?!’
보는 순간 뇌리에 새겨지는 절절한 눈빛!
천문석은 이심전심, 깨달았다.
‘자신과 같다!’
찰나의 순간 세 사람의 눈빛이 얽히고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천문석의 몸이 스프링처럼 튕겨 올라 몸을 던진 남일국, 여원 소위와 하나로 뒤엉켰다.
우당탕, 끼이익, 차르르륵-
책상이 밀리고, 서류와 집기가 쏟아지고, 의자가 날아갔다.
천문석, 남일국, 여원 셋은 몸싸움하듯 부대꼈다.
“아앗! 선량한 시민한테 왜 이러세요?!”
“잠시만 헌터님 참고인 조사 받으셔야 합니다!”
“박 중령님 저희는 이 참고인 헌터분 확보하고 있겠습니다!”
……
다급한 외침과 함께 셋은 계단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고.
김태희 대령과 박 중령 주위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 버렸다.
“…….”
“…….”
사고를 치는 김태희 대령과 잘나가는 사촌 형 때문에 타의에 의해 베테랑 수사관이 된 박찬기 중령은 감이 왔다.
“야, 이 새끼들이! 잔머리로 도망치려고! 동작 그만! 계단으로 튀는 순간 바로 수배 때리고 하수구 던전 최하층! 분석 채굴장에 처박는다!”
천문석과 몸싸움을 연기하며 계단을 향해 나아가던 남일국, 여원 소위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수구 던전 최하층, 분석 채굴장!’
수십 층 역피라미드 던전의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 내는 모든 오물이 모여드는 하수구 던전!
수백 개의 하수구가 하나로 모이는 거대한 종말 처리장, 대호수에는 크고 작은 돌섬 수백 개가 있었다.
이 돌섬이 최하급 마수, 미궁 지렁이가 오물을 삼키고 토해 낸 분석(糞石), 일명 똥돌이 쌓여 만들어진 바위섬, 분석 채굴장이었다.
분석 채굴장은 곡괭이 한 자루로 바위를 깨고 똥돌을 캐는 하수구 던전 노역장 중에서도 최악의 노역장이었다.
이곳에서 일주일만 노역을 해도 재범률이 소수점 아래로 뚝 떨어졌다.
지금 박찬기 중령은 그 분석 채굴장에 자신들을 처박는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박찬기 중령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하지만 국가 헌병대 대장에게는 그런 권한이 있다!
김태희 대령, 전 국가 헌병대 대장, 미친 치와와가 국회, 국방부, 헌터 부대를 상대로 미친 듯이 짖어 죄수 노역장 지정 권한을 얻어 냈으니까!
“계단에 한 발짝만 올려라! 바로 분석 채굴장에 처박아 주겠다! 당장 돌아와서 김태희 대령에게 구속구 채워!”
“하, 내 손에 구속구를 채운다고?! 잘 생각해라! 박찬기 중령은 어차피 대령, 준장 쭉쭉 진급할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이태성, 마혁진을 노역장에 처박을 때까지! 내 사전에 진급은 없다! 난 전역하는 그 날까지 국가 헌병대에 뼈를 묻을 거다! 너희에게 전출은 없다! 나랑 끝까지 국가 헌병대에서 구르는 거다!”
김태희 대령은 미친 치와와라는 별명 그대로 대응했다.
진급도 안 하고 국가 헌병대에 뼈를 묻고, 자신들과 끝까지 같이 가겠다니!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일었다!
“……!”
“……!”
남일국, 여원 소위는 도망칠 수도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지금이냐 나중이냐의 차이일 뿐 도망쳐도 망하고, 구속구를 채워도 결국 망하니까!
진퇴양난에 빠진 이 순간.
천문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쉽지만 여기까진가 보네요. 그럼 수고, 전 이만!”
형식적으로 잡은 손을 쏙 뽑아내고 잽싸게 튀려는 순간 꽈득-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으악! 이 헌터 힘이 엄청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남 소위 말이 맞습니다! 둘이서 간신히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문석의 귓가에 빠르게 속삭였다.
“헌터님 제발 도와주세요!”
“이대로 가시면 저희 진짜로 채굴장 끌려가요!”
당장 무릎이라도 꿇을 듯 절절한 표정!
이 모습이 천문석의 마음을 움직였다.
‘징병 검사를 통과해 입대했다면, 미래의 자신이 이 두 사람의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천문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펼쳤다.
“으아악-! 엄청난 힘이 솟는다!”
쿵쿵, 쾅쾅쾅-
천문석을 잡은 남일국, 여원 소위는 당장이라도 튕겨 나갈 듯 요동쳤다.
“뭐야? 진짜였어?!”
박찬기 중령이 경악하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성큼 걸어와 리볼버 총구에 이마를 딱 붙이고 손을 내밀었다.
“안 도망가니까! 소환장부터 내놔 새꺄!”
“하! 네 직접 확인하십시오. 여기 소환장입니다!”
박찬기 중령의 품에서 나오는 종이.
김태희 대령은 소환장을 낚아채 펼쳤다.
“가짜면 뒤진다! 나한테 소환장을 보낸 미친놈이 어떤 새끼…… 어?”
소환장을 읽는 순간 김태희 대령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뭐야, 누군데 그래?”
“소환장 진짜인 거 같은데요!”
“미친…… 김태희 대령을 소환했다고?!”
의혹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 중령은 피식 웃으며 소환장을 탁- 뽑아 주위에 보였다.
“박찬석 준장님. 소장 영전이 확정된 헌터 부대 박찬석 준장님이 직접 사인한 소환장이다!”
“박찬석 준장!”
“서울 헌터 부대 박찬석 준장?!”
“검은 폭풍과 함께 서울 수복 작전을 성공시킨 특임대 대장!”
……
생각지도 못한 거물의 이름에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경찰들의 비명 같은 외침이 터지고.
“……!”
“어떻게?!”
“박찬석 준장님 소환장이라고?!”
김태희 대령, 남일국, 여원 소위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썩어 들어갔다.
박찬기 중령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외쳤다.
“대령님. 스스로 각성력 구속구 차세요. 천천히! 딴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시는 겁니다!”
마력광이 번뜩이는 수갑이 바닥에 떨어지고.
김태희 대령은 멍하니 각성력 구속구를 바라봤다
이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어…….”
특급 헌터의 지름길을 달려 국가 헌병대보다 먼저 회기 파출소에 도착해 기절한 헌터가 천검 이세기란 것을 확인했다.
계획대로 모든 게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플랜 A, B는 시작도 하기 전에 나가리!
플랜 C, 암살검 한경석은 생각지도 못한 블링블링한 복장으로 나타나 신뢰도 제로 상태!
부록처럼 딸려온 국가 헌병대의 김태희 대령은 생각지도 못한 소환장에 체포당하고 있다!
마치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훼방을 놓는 것처럼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정말 어쩔 수 없다.
여기서 김태희 대령이 잡혀가면, 이세기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도 시간문제!
‘당장 이세기부터 빼돌려야 한다!’
스르륵-
천문석은 넋이 나간 남일국, 여원 소위에게서 연기처럼 빠져나와.
깜빡깜빡깜빡-!
벽에 등을 기댄 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암살검 한경석에게 눈짓으로 신호했다.
“…….”
“……!”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입 모양으로 말하고.
‘나 먼저 튄다! 쟤 좀 부탁한다!’
“……!”
무언가 말하려는 듯 손을 뻗으려는 한경석에게.
‘안 돼!’
다급히 손을 들어 X자를 만들고, 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쉿!’
그리고 작은 소리도 기척도 없는 유령 같은 움직임으로 뒷걸음질 쳤다.
모두의 이목은 김태희 대령과 박 중령에게 쏠린 상황!
툭-
곧 발뒤꿈치가 계단에 닿았고.
한발, 한발, 한발-
몸을 돌린 상태 그대로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됐다! 이대로 소리 없이 계단을 올라 숙직실에 기절한 이세기와 특급 헌터를 데리고 창문으로 튀면 된다!
문제는 헌터 라이선스로 실명과 주소가 노출된 것!
여기서 튀어도 경찰과 국가 헌병대의 방문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세기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지금 상황만 모면하면 무마할 방법은 많다!
미래의 남중국 연방 총통 이세기만 깨어나면 깔끔한 해결이 가능하다.
아니 이세기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그동안 쌓아 놓은 인맥들이 있었으니까!
‘장민 대표, 장철 헌터, 이태성 길드장, 박찬석 준장…… 어? 잠깐! 뭔가 놓친 게 있다!’
불현듯 떠오른 기시감에 멈칫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순간.
[우우우우우웅-]
거대한 종소리 같은 울림과 물결치는 듯한 진동이 쏟아져 나왔다.
천문석의 등 뒤.
오르고 있던 계단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