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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99화 (1,30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299화>

푸흐흨크킄킄흐허허허허헠-

광기마저 느껴지는 웃음이 휘몰아치는 회기 파출소 1층.

국가 헌병대 수사관 둘과 파출소 경찰 셋.

모두의 어깨는 경기 들린 듯 들썩이고 입에서는 웃음이 끝없이 쏟아졌다.

이 모든 건 타오르는 불이 약해지지 않도록 쉴 새 없이 장작을 넣는 꼬맹이 때문이었다.

“알바는 엄청 잘생겼어!”

“얼굴에서 앗! 눈부셔 빛이 난다니까!”

“내 말이 맞았지? 세계에서 제일 잘생겼어! 카카카카카캌-.”

……

“…….”

이 황당한 난장판에서 유일한 정상인 천문석은 생각했다.

이세기를 빼돌리려 고심해서 플랜 A, B를 생각했지만, 이미 한번 이은 하늘과 행방불명 된 니케로 플랜 A, B는 나가리가 된 상황.

게다가 장르마저 스릴러에서 시트콤으로 변해 버렸다!

‘괜찮다! 아니 오히려 더 좋다!’

시트콤으로 변해 버린 장르 덕분에 경찰 셋, 국가 헌병대 수사관 둘! 다섯이나 되는 공무원이 기절한 헌터, 이세기의 신원 확인은커녕 자신의 이름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이대로 은근슬쩍 이세기를 데리고 빠져나간다!’

플랜 C. 이세기, 50억 롱소드, 암살검 한경석, 친구!

이세기가 가진 50억짜리 롱소드, 암살검 한경석이 만든 검혼 롱소드를 이용해서!

파파파팟-

천문석은 머릿속에서 빠르게 플랜 C의 디테일을 수정하고 입을 뗐다.

“저…….”

이 타이밍 국가 헌병대 남일국 소위는 웃음을 삼키며 물었다.

“크크흨- 강태공 꼬맹이 그래서 파출소에는 무슨 일이야?”

“내가 중랑천에서 건진 잘생긴 형이 알고 보니까 알바 절친이었어! 알바 절친을 국가 헌병대에서 잡아간다는 거야?! 그래서 지름길로 다다닥 엄청 빨리 달려왔어! 국가 헌병대보다 먼저 잘생긴 형 빼돌리려고!”

“…….”

“…….”

……

휘몰아치던 웃음이 뚝 멈추고 침묵이 내려앉았다.

회기 파출소 최 순경, 김 순경, 부소장.

국가 헌병대 수사관 남일국, 여원 소위.

다섯 사람의 시선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아찔한 침묵 속에서 한곳으로 모였다.

천문석, 자신에게!

사이코메트리는 쓸 필요도 없었다.

특급 헌터가 모든 사실을 자백하는 데 걸린 시간은 7초면 충분했으니까!

이세기를 빼돌린다는 목적이 밝혀졌다!

하지만 괜찮다. 아니 오히려 좋다!

특급 헌터의 자백은 플랜 C, 설득의 핵심을 관통했으니까!

‘임팩트!’

설득에서 중요한 건 논리가 아닌 임팩트다!

특급 헌터가 꽝 터트린 폭탄에 모두의 이목이 쏠린 지금, 이 임팩트를 살려 폭풍처럼 몰아친다!

천문석은 파출소 구석 강화 유리로 덮인 무기고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롱소드 원래 제 겁니다!”

*   *   *

특급 헌터의 외침이 침묵을 불러왔다면.

천문석의 외침은 그 침묵에 혼란을 더했다.

“앗! 롱소드, 알바 거였어?! 내가 올라가서 확인하고 올게!”

이해할 수 없는 외침과 함께 다다닥- 한달음에 계단을 뛰어오르는 특급 헌터.

이 순간 모두는 넋 나간 얼굴로 서로를 봤다.

‘뭐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귀로 들은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저 롱소드 원래 제 겁니다!’

‘저 롱소드 원래 제 겁니다!!’

……

게이트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의 경찰과 군인은 유능했다.

채 1분이 되기 전에 경찰 셋, 수사관 둘은 외침의 의미를 깨달았다.

롱소드, 50억 롱소드!

암살검 한경석이 만든 50억 롱소드가 자기 거라고?!

이 롱소드가 흔한 주취자 사건에 국가 헌병대 수사관이 출동한 이유다!

그런데 이 롱소드가 자기 거라고 주장하는 헌터가 튀어나왔다!

경찰 셋, 수사관 둘.

다섯 쌍의 날카로운 시선이 50억 롱소드의 주인을 자처하는 청년의 전신을 훑고, 냉철한 이성과 지성이 불꽃을 튀기며 분석했다!

20대 초반 남성!

빛바랜 셔츠에 평범한 헌터용 재킷!

무릎 나온 츄리닝 바지에 낡은 운동화!

50억대 롱소드의 주인?

아무리 봐도 동네 슈퍼, PC방 가는 동네 청년 그 자체다!

하지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생명을 걸고 마수와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 중에는 그야말로 기괴한 미친놈들이 수두룩했으니까!

순간 경찰 셋, 수사관 둘. 다섯의 머릿속에 대표적인 미친놈의 이름이 떠올랐다.

‘인간재해 이태성 길드장!’

신원 노출을 극도로 꺼려 외모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1세대 헌터이자 조 단위 재산을 가진 태성 길드의 길드장.

원수라도 진 것처럼 보이스피싱 조직을 박살 깡패, 양아치, 헌터, 군인, 재벌 3세, 국회의원 등등 눈에 거슬리는 모두를 성별, 나이, 신분을 가리지 않고 쥐어박는다!

이태성 길드장이 가장 유명할 뿐 그 못지않은 미친놈들은 헌터 업계에는 수두룩했다.

눈앞의 청년도 그중 한 명이라면?!

잠깐, 이태성 길드장은 외모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진 건 노화역전 각성으로 20대 외모를 지닌 오러 각성자이자 게임 폐인이라는 것뿐이다!

‘혹시 눈앞의 청년이 이태성 길드장이라면?!’

생각과 동시에 깨달았다.

‘이름도 확인하지 않았다!’

‘설마……?’

‘아니겠지?!’

‘그렇지! 아닐 거야!’

‘혹시라도 맞다면?!!’

모두가 바짝 마른 입으로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파출소 막내 김 순경의 입에서 불쑥 질문이 튀어나왔다.

“혹시? 이태성 길드장님?!”

“네? 당연히 아니죠!”

흐어어어엌-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탄식이 터져 나올 때.

천문석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저 롱소드 제가 암살검 한경석에게 의뢰해서 만든 검입니다.”

순간 남일국, 여원 소위의 얼굴에 불신이 드리웠다.

암살검 한경석에게 의뢰했다고?!

50억을 주고 샀다는 것보다 더 믿기 어려운 말이다!

암살검 한경석은 수많은 헌터, 기업, 단체의 제작 의뢰를 단 한 번도 수락하지 않았으니까!

남일국 소위는 고개를 저었다.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여기 파출소 경찰분에게 정식으로 사건 접수하시죠. 기절한 헌터분 깨어나시면 그때…….”

“아뇨!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저 롱소드 제가 숙직실에 있는 기절한 헌터, 제 친구에게 선물한 검입니다!”

“선물이요? 50억 롱소드가 선물요?!”

“암살검 한경석이 만든 롱소드가 선물이라고요?!”

남일국 소위와 여원 소위가 깜짝 놀라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매직을 들어 화이트보드에 롱소드 모습을 그렸다.

“증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십자 형태의 장식 하나 없는 담백하고 평범한 롱소드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형태는 비슷한데…….”

“롱소드 모양은 다 비슷하지 않나?”

“이것만으로는 증거라고 하기에는 좀…….”

모두가 무기고의 롱소드와 화이트보드의 그림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할 때.

“당연히 이게 끝이 아니죠!”

천문석은 씩 웃으며 롱소드 검신 위에 두 글자를 썼다.

[蒼天]

“저 롱소드 검집에서 뽑으면 검신에 이 두 글자가 있을 겁니다.”

바로 무기고에서 롱소드를 가져오고 여섯 쌍의 시선이 꽂히는 순간.

스르렁-

롱소드가 검집에서 뽑히고 거울 같은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검신이!

“없는데?”

“안 보이는데요?”

“저도 안 보이는데?!”

“혹시 뒷면에?!”

“뒷면에도 아무것도 없는데?!

의혹 어린 시선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씩 웃으며 숨을 들이켰다.

들숨에 바람을 삼키고 날숨에 창천무흔의 무리를 담아 내뱉는다.

휘이이이-

시작도 끝도 없는 바람이 부는 순간.

‘바로 지금이다! 임팩트!’

천문석은 창천검의 내력이 담긴 손가락으로 검신을 튕겼다.

우우우우우우웅-

롱소드가 종처럼 우는 순간 거울 같은 검신에 선명한두 글자가 떠올랐다.

蒼天(창천)!

수십 가지 감정이 뒤엉킨 복잡한 시선이 롱소드 검신, 화이트보드 그림, 천문석의 얼굴로 움직였다.

검신과 그림의 글자가 같다!

숨겨져 있던 검신의 글자를 알고 있었다!

다섯 공무원의 경악한 시선을 마주 보며.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셨죠? 숙직실에 기절한 헌터 제 절친입니다. 친구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이 롱소드는 우선 파출소에 보관하고 친구가 깨어나면 찾으러 오겠습니다.”

“최 순경 어떻게 생각해?”

“제 생각에는 합리적인 방법 같습니다.”

“수사관님?”

파출소 부소장의 물음에.

남일국 소위와 여원 소위는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어차피 자신들의 임무는 김태희 대령님을 찾는 것!

갑자기 파출소에 온건 박 중령의 명령 때문이었다.

박 중령은 어떻게 자신들이 중랑천에 있는 걸 알았는지 전화를 걸어 사이코메트리 수사관으로 위장하고 즉시 회기 파출소로 이동해 협박, 무력 무슨 방법을 쓰든 기절한 헌터의 신병을 무조건 확보하라고 명령했다.

사이코메트리 수사관으로 위장.

파출소 경찰에게 협박, 무력 사용.

기절한 헌터의 신병을 무조건 확보.

국가 헌병대 서울 본부 임시 대장 박 중령.

번번이 김태희 대령에게 밀렸던 박 중령은 어떻게든 ‘임시’ 딱지를 떼기 위해 무리한 명령을 남발하고 있다.

기절한 헌터의 신병을 무리하게 인수해 또라이 박 중령에게 인계하는 것보다. 김태희 대령님을 찾기 위한 정보 수집이 더 중요했다.

처음부터 내키지 않던 임무에서 빠질 명분이 생겼다!

친구가 찾아와 데려갔다는데 아무리 박 중령이 또라이라도 뭐라고 하겠는가?

‘넘길까?’

‘넘기자!’

눈빛을 의견을 교환하고 결정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초!

남일국, 여원 소위는 환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아, 그러시구나! 강태공 꼬맹이랑 아는 사이면 믿을 만하죠!”

“우리보다 먼저 오셨으니까. 공식적으로는 ‘국가 헌병대 도착 전에 친구분이 신원 확인 후 신병 인수’. 이렇게 처리하는 게 어떨까요?”

‘뭐야? 이렇게 쉽다고?!’

천문석은 내심 당황했다.

국가 헌병대 수사관에게선 바로 긍정의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나 해서 사이코메트리 검증을 대비하고, 다른 증거를 내밀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쓸모없어졌다!

천문석은 슬쩍 찔러 봤다.

“사이코메트리 수사관이신데? 사이코메트리 검증해야 하지 않나요?”

“괜찮습니다. 서로 믿고 살아야죠!”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막 표층 심리 읽고 그러는 거 엄밀히 따지면 수사권 남용입니다!”

“자, 그럼 이렇게 마무리하면 되겠네요. 하하-”

“공식적으로는 저희가 오기 전에 전부 끝난 겁니다. 하하하-”

수사관 두 사람의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감이 왔다.

좋게 넘어가려 하고 있다!

국가 헌병대 수사관 두 사람은 기절한 헌터를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생각이 없다!

천문석은 당당히 손을 내밀며 웃었다.

“모든 게 잘 ‘마무리’됐네요. 하하-.”

“그러네요! 좋게 ‘마무리’됐네요. 하하하-.”

“경찰분들 깔끔한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하하-.”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하고 웃음과 함께 악수하는 순간.

파출소 정문이 부서질 듯 벌컥 열리고 버럭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마무리되기는 뭐가 마무리돼!”

“박 중령님?!”

“……충성!”

국가 헌병대 수사관이 반사적으로 경례하는 순간 보였다.

국가 헌병대의 검은 제복!

중령 계급장의 바짝 마른 30대 남자!

‘돌발 변수가 터졌다!’

천문석이 직감하는 순간 고함치는 듯한 명령이 들려왔다.

“신원 미상 헌터 바로 데리고 내려와라. 사이코메트리 검증한다!”

“네? 사이코메트리 검증요?! 여원 소위가요?”

“제가 사이코메트리 검증을 한다고요?!”

당황한 얼굴로 반문하는 남일국, 여원 소위의 모습에 다시 한번 버럭 소리치는 박 중령.

“멍청한 녀석들! 신원미상자 본부로 데려가면 되잖아! 바로 데리고 내려와!”

“……!”

천문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쉽게 풀 수 있는 상황을 일부러 복잡하게 풀어 냈다!

기절한 이세기를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이세기의 표층 심리가 사이코메트리에 읽혀 정체가 밝혀지면?

연방 총선이 한창인 지금 남중국의 천검이 한국에서 발견된다면?!

당장 연방 총선이 나가리되고 남중국에 내전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천문석은 은근슬쩍 통로를 막고 외쳤다.

“잠깐! 기절한 헌터 제 절친입니다! 제가 신원 보증하고 데려가기로 이야기 끝났습니다.”

“아! 맞습니다. 박 중령님. 여기 이분이 기절한 헌터분 절친입니다!”

“암살검 한경석이 만든 롱소드를 선물할 정도로 절친입니다. 방금 롱소드에 숨겨진 글자도 확인했습니다!”

남일국, 여원 소위는 반색해서 외쳤다.

“하- 멍청한 녀석들.”

박 중령은 헛웃음과 함께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기절한 헌터의 절친? 암살검 한경석이 만든 롱소드? 숨겨진 글자를 확인했다고? 그래서 뭘 확인했는데?”

박 중령은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듯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툭툭 질문을 던졌다.

“기절한 헌터 이름은 뭔데?”

“친구라는 이 헌터 이름은?”

“한경석에게 롱소드 샀다는 구매 영수증이라도 봤냐?”

“…….”

“…….”

남일국 소위와 여원 소위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확인해야 하는 것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그리고 그건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경찰분들 암살검 롱소드를 가지고 발견된 헌터의 절친이라는 이 헌터 신원 조회는 했습니까?”

“……!”

“……!”

회기 파출소 부소장과 김 순경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흠칫 놀랐다.

‘신원 조회를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떻게 다섯이나 되는 군인과 경찰이 전부 잊고 있었지?!’

같은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김 순경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깜빡한 것 같습니다.”

“깜빡? 수사관 둘, 경찰 셋. 군경 다섯이 전부 깜빡했다고?”

박 중령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나고 헛웃음이 터졌다.

“하! 그럴 리 없지. 내 눈은 못 속인다! 이건 처음부터 계획한 거다. 무의식중에라도 떠올리지 않도록.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말과 행동, 생각까지 정교하게 몰아간 거다! 바로 저 녀석이!”

박 중령은 손을 들어 가리켰다.

천문석,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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